장항선은 경부선이 지나는 천안역을 출발, 충청남도 내륙을 관통하면서 서천군 장항역까지 이어지는 길이 143.1km의 철도 노선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장항선은 천안-아산-예산-홍성-보령-서천-장항을 잇는 21번 국도와 더불어 충남의 동맥 구실을 톡톡히 담당했다. 오늘날에 와서도 장항역까지 달리는 장항선은 서울역에서 오전 5시20분부터 오후 8시40분까지 하루 16차례에 걸쳐 출발한다. 무궁화호로는 3시간50분 정도, 하루 3번 운행되는 새마을호로는 3시간20분 정도 소요된다.
<장항선 장항역>
장항선의 종착역인 서천군 장항읍은 아직도 일제강점기 당시의 건물이 남아있을 정도로 고색이 완연한 고장이다. 장항역에 내리면 먼저 금강하구둑 주변으로 가서 겨울 철새를 관찰해보도록 한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고니 등 겨울 철새는 이곳 금강하구둑에서부터 금강대교에 이르기까지의 강변 도로에서 쉽사리 눈에 띈다. 강 건너 맞은편의 군산시에는 금강호철새조망센터(성산면 성덕리, 063-453-7213)가 우뚝 솟아있지만 이곳 서천군에는 그와 견줄만한 시설은 아직 없다.
<신성리 갈대밭>
그 대신 한산면 신성리로 가면 드넓은 갈대밭이 전개돼 여행객들을 이국적 풍치 가득한 세계로 인도한다. 신성리 갈대밭은 순천만의 대대포구, 전남 고흥군의 해창만간척지, 전남 해남군의 고천암호 등과 더불어 이름난 겨울 여행지이다. 강변 갈대밭에는 장승들도 세워져있고 나무다리 등도 설치돼 여로의 낭만을 부추긴다.
바로 이곳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일부 장면이 촬영됐다. 남한군 이수혁 병장(이병헌)과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가 이 갈대밭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나오는 남북한군의 야간 수색작전 중 갈대밭 속의 우연한 만남. 영화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신성리의 갈대밭은 여행객들에게 그저 말없이 낭만감만 채워준다.
장항선을 이용, 충남 서부의 명산인 오서산 등산도 하고 젓갈쇼핑도 하고 싶다면 홍성역과 대천역의 중간에 위치한 광천역에서 내린다. 광천읍내를 거쳐 담산리 하담마을→상담마을→정암사 코스를 이용, 오서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암사 일주문에서 정상까지는 약 2.4km 거리. 4륜구동차를 보유한 여행객들이라면 정암사 일주문과 1백m 못 미친 지점의 좌측 임도로 들어선다. 도로정비가 잘 된 임도라서 운전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다. 내원사로 내려가는 고개 정상에 약간의 주차 공간이 있다.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등산을 시작하는데 그 거리가 약 2km이다.
오서산은 기암괴석과 굽이치는 능선이 잘 어울려 명산 대열에 속한다. 가을이면 억새가 능선 가득 피어나는데 영남 알프스의 억새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산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천수만 바다와 안면도 그리고 자잘한 섬들이 시야에 가득 찬다. 이래서 오서산은 ‘서해의 등대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천수만을 통행하는 어선들은 오서산을 바라보면서 방향을 잡는다니 딱 맞는 표현이다.
<오서산 억새풀>
오서산 등산의 일반적인 코스는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출발,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로 하산하는 것이고(3시간30분 소요) 명대계곡으로 하산하기도 한다(4시간 소요). 산 정상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미리 준비해간다.
가을이면 억새가 만발하는 오서산 등반을 마치고 필히 들를 곳이 광천읍내의 토굴새우젓시장이다. 새우젓 가게는 광천읍내 시장통에 많지만 주차가 어렵다는 것이 흠이다. 내 차로 여행을 떠난 여행객들이라면 보령시와 광천읍을 이어주는 21번 국도변의 새우젓 판매점들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 가운데 광천읍 우회도로 사거리 남쪽의 석이네토굴새우젓백화점(041-641-4127)은 3대째 운영하는 집으로 바로 곁에 휴게소와 식당도 거느리고 있어 젓갈 쇼핑 후 젓갈백반으로 맛있는 한 끼를 해결하기에도 좋다. 가장 비싼 육젓에서부터 오젓, 추젓에 낙지젓, 창란젓, 갈치속젓, 어리굴젓, 조개젓, 황석어젓, 아가미젓 등 30여 종류의 젓갈류를 판매하고 있다. 그밖에 광천특산물 상인조합(041-642-7700)에서 젓갈구입처를 알려준다.
<아산 스파비스>
추운 날 여행 중에 심신의 피로를 푸는 데는 역시 온천욕이 제격이다. 장항선을 이용한 여행 중 온천욕을 원한다면 온양온천역에서 하차한다. 아산시의 여러 온천 가운데 역사로는 온양온천이 제일이지만, 시설과 욕탕 규모에서는 근래에 개발된 아산온천이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곳 원수(原水)는 인체에 유익한 20여 가지의 성분이 함유된 알칼리성 온천이라 신경통이나 관절염 , 중풍 등 성인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2001년 4월에 개장한 아산스파비스(041-539-2000)는 남녀대욕장 이외에도 대형 실내바데풀과 실외온천풀을 갖추고 있어 가족들과 함께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다.
아산온천을 오가는 길에는 아산시 음봉면 삼거리에 위치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묘(사적 112호)도 잠시 들러보기를 권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인 중 한 분의 묘일 뿐만 아니라 묘역 내 솔숲의 운치가 아주 그윽해서 조용히 사색에 잠긴 채 산책하기도 좋다.
아산시내의 온양민속박물관(041-542-6001~3)도 들러볼만한 곳이다. 1978년 개관한 박물관으로 우리 민족이 살아온 발자취와 민속 자료들을 입체적으로 전시, 고유의 전통문화를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