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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 교섭을 지배하는 사측의 무기, ‘필수유지업무’ (참세상, 윤지연 기자 2019.10.10 15:42)
노동위원회와 사측의 필수유지업무 남용...공공부문 노동3권 발목 잡아
정부기관과 기업, 고용노동부가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남용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측이 필수업무율을 과도하게 요구해 파업을 유도하거나, 노동위원회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필수유지 운영수준을 결정해 파업을 무력화하는 식이다.
필수유지업무란,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과 건강,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말한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철도 및 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 의료, 한국은행, 통신사업 등이 필수유지업무에 해당된다. 필수유지사업장 노사는 쟁의행위 기간 최소한의 업무 유지를 위한 필수유지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이를 결정하게 된다.
사용자의 무기가 된 필수유지업무제도
최근 지하철,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사측이 필수유지 운영수준 결정을 두고 노조를 압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용인경전철의 경우, 노사 교섭이 시작되자마자 사측이 필수유지협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사측은 일부 업무에 대해 100% 필수유지율을 제시하거나, 교섭이 난항을 겪자 발 빠르게 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수준 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측이 필수유지율 결정에 적극적인 까닭은, 필수유지율이 높게 결정되면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가로막혀 사실상 노조 무력화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석주 공공운수노조 용인경전철지부장은 “단체협약 교섭과 함께 필수유지협정도 논의하기로 했는데, 사측은 단협 논의 보다는 필수유지협정 교섭의 차수를 올리는 데 집중을 했다”라며 “고객지원팀의 경우 노조법 상 필수유지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높은 수준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관제팀은 평소에 5명, 휴가기간에는 4명이 3조대로 근무하는데, 회사는 관제팀 필수유지수준을 5명, 즉 100%로 제시했다”며 “필수유지업무제도라는 것이 공중의 생명과 안전을 현저히 위협하지 않도록 최소 유지율을 정하는 것인데, 그럼 회사가 휴가기간 공중의 생명과 안전을 현저히 위협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5일 전면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해선지부 역시 필수유지율을 놓고 회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 회사가 필수유지율 없이 파업에 나설 경우 불법파업으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는 까닭이다. 서해선 노사는 그동안 필수유지협정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 결정을 신청한 상태다.
정문성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장은 “회사는 전체 60~70% 가량의 필수유지율을 제시했고, 상황실과 운전취급직종은 100%의 유지율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사장은 지난 7일 서한문을 발표해 “현재 우리 사업장은 노사간 필수유지업무협정이 미체결 상태로서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노사간 필수유지업무협정의 체결 전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라며 “만일 이번 쟁의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기본이고, 파업관련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및 인사상 불이익 등의 처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경전철지부와 서해선지부는 모두 올 초 노동조합에 가입한 신생 노조들이다. 두 사업장은 오는 11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필수유지결정사건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도 필수유지업무 수준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노조에 83%라는 과도한 필수유지율을 제시하면서 필수유지협정 교섭이 결렬됐다. 심지어 해당 사업장의 단체협약에는 필수유지업무협정에 준하는 조항이 남아있어, 회사가 노조 무력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필수유지율을 높이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한마음지부 지부장은 “20년 전 총파업 당시 단체협약에 관제업무의 20%를 필수유지업무로 남겨 놓는다는 조항을 만들었고 현재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회사는 83%의 필수유지율을 제시하며 필수유지협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사업장의 필수업무율 결정은 서울지노위로 넘어간 상태다. 통신업계에서는 필수유지업무와 관련한 첫 결정이라 노사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1일 파업을 앞두고 있는 전국철도노조와 16일 파업 돌입 예정인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회사와 필수유지협약을 체결한 사업장들이다. 박지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보통 60~70%대로 필수유지협정을 체결하는데, 파업참가 인원의 50%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어 사실상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정상운행이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필수유지율이 가뜩이나 높은데다가, 대체인력까지 투입 돼 쟁의행위가 완전히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서 박지영 국장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회사가 시행령에 명시 된 필수유지 업무 외에, 필수유지업무에 해당되지 않는 업무까지도 필수유지율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의 의미도 모르는 노동위원회...필수유지율은 무조건 높게
노사간 필수유지협정이 불발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필수유지 운영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위원회 역시 구체적인 근거 없이 필수유지율을 높게 결정하고 있어, 단체행동권 무력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노동위원회로부터 필수유지 운영수준이 결정된 사업장은 서울9호선운영(주)(9호선 1단계)와 부산교통공사 등이다. 서울9호선운영(주)의 평균 필수유지율은 62.5%, 부산교통공사 1~3호선은 64.5% 선으로 결정됐지만, 부산교통공사 4호선은 무려 76.1%로 결정됐다. 노동계에서는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노동위원회 위원들이, 별다른 근거 없이 ‘정상운행’에만 맞춰 높은 필수유지율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부산교통공사 4호선의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을 결정한 결정문에 따르면, 관제업무는 100%, 차량 점검 및 정비 업무는 78%, 선로 점검 및 보수 업무는 75% 등으로 필수유지율을 결정했다. 관제업무와 관련해서는 ‘항상 일정한 업무 수준이 유지’ 돼야 하며, ‘파업을 비롯한 비상시에는 정상적인 열차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의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차량점검 및 정비 업무는 ‘정비업무가 관제업무 못지않게 중요성이 크다’는 이유로, 선로점검 보수 업무는 별다른 설명 없이 ‘쟁의행위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작업 시 안전 확보를 위해 평소와 같이 운영함이 타당’하다는 이유 등으로 높은 유지율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노동위원회가 업무의 정상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와,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만 남겨 놓는 ‘필수유지업무’의 의미조차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사측으로서는 노동위원회의 높은 필수유지율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용인경전철 같은 사례에서 보듯, 회사가 직접 나서서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구하기도 한다. 지금껏 노동위원회는 관제업무 등에 대해 100%의 필수유지율을 결정해 왔으며, 현재 필수유지업무협약 체결을 앞둔 사업장의 회사들은 이와 비슷한 수준의 유지율을 노조 측에 요구하고 있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지만, 노동위원회로부터 필수유지율이 결정되고 나면 돌이킬 방법이 많지 않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필수유지업무제도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필수유지율 결정에 대한) 불복방법도 위법, 월권에 한정돼 있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실제 2008년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필수유지업무 결정이(특히 유지율의 과다) 이후 사법적 통제과정에서 시정된 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충 걸면 걸리는 ‘필수유지사업장’...노동3권 무력화
현재 단체행동권에 제약을 받는 사업장들이 실제로 ‘필수유지사업장’인지 여부도 이견이 상당하다. 노동위원회에서 높은 필수유지율을 결정했던 부산교통공사 4호선이나 용인경전철, 서해선 등은 기존의 중량전철과는 다른 수송체계다. 이러한 가벼운 전기철도인 경전철은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정도의 수송능력을 갖춘 대중교통 수단으로 분류된다. 심지어 버스보다 운송부담률이 낮지만, 버스는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실제로 용인경전철의 교통분담율은 7.1%로 버스(25.8%), 승용차(60.1%)보다 현저히 낮다. 심지어 용인경전철은 열차 1량으로, 경기지역 2층 버스보다 좌석수도 적다. 이석주 용인경전철 지부장은 “올해 1월 기준, 용인경전철은 하루 2만 8천여 명이, 경기지역 66번 버스는 3만 2천 명이 이용하고 있다”며 “필수유지업무의 실질적 요소가 ‘공중의 생명과 안전을 현저히 위협’한다는 것인데, 운송부담률이 버스보다 낮은 경전철에서의 쟁의행위가 공중의 생명과 안전을 현저히 위협하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해선의 경우도 운송부담률이 4%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업 분야 역시 필수유지업무 여부인지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이종삼 한마음지부 지부장은 “(필수유지사업장으로) 포함될 이유가 없다. 불편이 있을 뿐이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생활의 저하를 가져오거나 통신 암흑이 일어날 일이 없다”며 “현재 시스템이 구축 돼 있고, 시스템 안에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중화가 돼 있다. 다만 사측은 전화가 끊기는 상황 같은 불편으로 고객이 이탈할 것을 걱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필수유지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생활에 현저한 영향을 주는 업무인데, 고객이 이탈할까봐 필수유지업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필수유지업무의 과도한 적용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 영향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지영 국장은 “필수유지율이 높을 뿐 아니라 대체근로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사측이 교섭에서 전향적인 안을 내지 않는다”며 “때문에 교섭 단계부터 대화로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회사는 파업을 하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단체행동권 뿐 아니라 단체교섭권도 제약을 받으며, 사실상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이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필수유지제도로 인해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파업이 장기화되기도 한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부산지하철노조의 경우 필수유지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후 파업일수가 대폭 증가했다. 제도 도입 전에는 평균 3일 이었던 파업일수는 2009년 7일, 2016년 21일로 늘었다. 철도노조 역시 제도 도입 후 2013년 23일, 2016년 73일간의 파업을 진행했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한국정부에 철도 및 지하철분야를 필수유지제도 적용에서 제외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ILO는 ‘필수서비스’를 시민의 생명과 신체적 안전,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의료와 전력 및 수도, 소방서비스, 경찰 및 군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공공운수노조는 도시철도 분야의 일시적 운행정지는 공중의 생명, 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유지율은 0%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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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을 볼모로’ 기사가 사라진 이유 (미디어오늘, 박지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 2019.10.11 10:21)
[기고] ‘필수유지 비율’ 놓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선택은?
수도권 전철 노선 중 서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용인경전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약간은 어려운, 아니 많이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철도노조가,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해도 “시민의 발을 볼모로 노조가 파업했다”는 기사가 사라졌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모든 기사에 등장하는 공통단어는 ‘정상 운행’, 그리고 실제 철도노조가 2016년 78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파업으로 일상이 불편했다는 시민들의 아우성은 들은 적이 없다. 시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안전한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파업을 해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파업을 해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 꼭 좋은 것인가, 진짜 시민을 위한 것인가 용기 내어 질문해 본다.
과거에 철도지하철이 파업을 하면 불법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노조위원장을 연행하고 구속시키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기지나 대학교로 피신해 있다가 경찰이 투입되면 도망가고 잡혀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세상이 변해서 이제 파업을 해도 버젓이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도심에서 집회를 하고 문화제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자들은 하라고 한다. 어떤 기관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모 기관 임원은 ‘노조가 20일은 파업을 할 거라고 본다’며 ‘파업 하려면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용인경전철은 노조가 생기자마자 파업 시 필요한 필수유지협정을 맺자고 회사가 적극적으로 파업을 ‘준비’했다. 이 정도 되면 사용자가 파업덕후이다.
일례로 철도공사의 경우 노조가 파업을 하면 공사의 수익은 더 올라간다. 운행해도 돈이 안 되는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운행을 줄이고, 돈이 되는 KTX는 모두 정상운행하고, 파업하니 인건비는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보면 재정수지가 더 좋아진다. 이래서 사장은 파업덕후가 되나?
철도지하철 파업을 다룬 기사가 달라진 것도, 사용자가 파업덕후가 된 것도 모두 2008년부터 도입된 노조법에 규정된 필수유지제도 때문이다. 노조법이 개정되며 철도지하철 분야는 파업을 하더라도 몇 개의 업무는 반드시 필수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고, 그 유지율을 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전기 유지보수 필수유지율 60%라고 하면 원래 100명이 일하고 있었다면 파업을 하더라도 60명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40명만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조법에는 빈자리 40명에서 절반 20명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100명자리 중 20명만 비는 것이다. 평소에 휴가, 교육을 가는 수준이니, 20명 정도 빠져도 단기간에는 그럭저럭 열차가 운행되고, 그래서 기이하게도 철도지하철이 파업을 해도 정상운행이 되는 것이다. 현재 철도지하철 사업장의 필수유지율은 60~70% 수준이며(대체인력 투입되면 80~90% 수준), 서해선과 용인경전철은 경기지노위로부터 필수유지율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에도 이런 제도가 있을까?
시민들의 생명, 안전과 노동자의 파업권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철도지하철은 일반 시민의 교통수단이다. 일시적으로 중단이 되어도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다. 파업을 하여 인력이 줄어든 만큼 열차운행을 줄이거나 멈춰야 오히려 안전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러한 취지로 철도지하철 분야에 필수유지제도와 같은 규정을 두지 않는다. ILO에서도 한국의 필수유지제도에서 철도지하철을 제외하라고 수차례 권고했었다. 나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주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 철도지하철이 시민의 온전한 발이 되려면 필수유지제도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당장 없어지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유지율을 경기지노위에서 결정해야 한다.
생각보다 한국의 철도지하철 분야는 안전하지 않다.(공포마케팅같아서 솔직히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서해선의 한 신입직원은 “인력이 부족하여 밤에 혼자 전기 유지보수를 해야 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떨면서 말했다. 그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차선에는 1700V의 전기가 흐른다. 감전되면 다치지 않는다. 사망한다. 하여 숙련된 전기분야 직원들도 반드시 2인1조로 일을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서해선에 대해 20년간 운영권을 따서 이윤을 뽑아간다. 시민의 발? 아니다. 문 닫지 않는, 불황이 없는 사업이다. 거기다 인력을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면 이윤은 더 늘어난다. 일례로 서울교통공사는 운영한지 1년도 안되어 15억원을 가져갔다. 회사는 올해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7억3천여만원이고, 10원도 못 늘린다고 한다.
서해선의 노동조건이 전국에서 최저이니 9~10월에만 전체 직원 142명 중 10여명이 사직했다. 유지보수, 점검할 사람이 없다. 이러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 노동자들은 서해선 밖으로 유출되는 이윤으로 안전인력을 뽑고 안전인력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사장에게 요구해도 사장은 버틴다. ‘경기지노위는 높은 수준의 필수유지율을 결정할 것이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정상운행이니까. 파업을 하든지 말든지, 안전인력이 나가던지 말든지.’ 이런 식인데, 반문해 본다. 시민의 발을 이렇게 방치할 수 있나?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에서 필수유지율을 결정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유지율은 60~70%로 거의 대동소이했다. 당최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하루에 천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1~8호선과 다르게 지역주민의 5%정도가 이용하는 서해선, 용인경전철. 그래도 같은 철도지하철이니 60~70%로 결정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서해선에 대해, 용인경전철에 대해 경기지노위에서 이 같은 수준으로 결정하면 열차는 정상운행, 사용자는 룰루랄라할 것이다. 안전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으로 인력유출 방지, 안전보다 이윤 우선인 민간위탁 철회는 그냥 노동자들의 작은 외침으로 남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시민의 발 운운하는 높으신 분들은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시나? 높으신 분들은 시민의 발을 위해서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은 하시나?!
한편, 서해선은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필수유지율을 결정해달라고 8월 27일 경기지노위에 신청한 후 40일이 지났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경기지노위는 필수유지율을 결정하지 않고 있고, 사용자는 신이 났다. 필수유지율 없이 파업에 돌입하면 불법파업이니 손해배상청구하겠다, 징계하겠다, 등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노동쟁의 모든 사건은 처리 기간이 있는데 유독 필수유지제도는 사건 처리 기간이 없다. 10월11일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회의가 열린다.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필수유지율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https://www.kptu.net/board/detail.aspx?mid=BCB52DDC&idx=26575&bid=KPTU_NEW01
ILO선임정책위원 ‘한국의 필수유지업무제도 문제 심각’ (공공운수노조 주요소식, 2019-10-21)
|| “한국의 필수유지업무제도 심각한 문제. 항공, 궤도분야 적용제외, 에너지 등 타 공공부문도 파업권 보장되어야.”
|| 팀 드 메이어 ILO 선임정책전문위원 공공운수노조 간담회서 명확히 지적
공공운수노조는 2019년 10월 18일(금)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팀 드 메이어 ILO 선임정책전문위원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필수유지업무제도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회에서 항공, 궤도, 에너지부문에서 현장사례 발표를 통해 필수업무유지율이 대체수단 고려 등 어떠한 근거도 없이 높게 정해졌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파업권이 무력화되고 장기파업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사용자가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통점에 더해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차광영 수석부위원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 대형국적항공사의 부실화 및 각종 불법경영사건은 필수유지업무제도로 인해 노사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해선지부 정문성 지부장은 “필수유지업무제도와 대체인력으로 철도지하철은 파업 시 100%에 가깝게 정상운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중요하다는 철도지하철운영을 민간위탁운영하는 현실을 꼬집었고, 신규노선의 경우 교통분담율이 5%수준이나 필수유지율은 높게 나올 것이 예상되는 현실”도 폭로했다. 발전노조 박태환 위원장은 “휴일과 명절연휴에는 근무하지 않는 통상근무자들을 파업 시에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필수유지업무자로 지정하여 노조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폭로했다.
ILO 팀 드 메이어 위원은 한국 공공부문 노동자의 파업권을 무력화하고, 공공부문의 공공성,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현재 한국에서의 필수유지업무제도는 ILO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소한으로 유지돼야 부분에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항공, 궤도 분야는 필수유지업무제도 적용에서 빠져야 한다”고 명확한 의견을 밝혔다. 에너지 공급이 아예 차단될 위험이 있으면 파업권을 제약하는 것이 맞지만 하나의 발전소와 같은 부분적인 파업이면 폭발이라던지, 기계의 치명적인 손상등이 되지 않기 위한 최소서비스가 유지된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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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337
‘불편’을 통한 ‘위험’ 방지와 공공노동자 파업권 (미디어오늘, 김영훈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 본부장·전 철도노조 위원장, 2019.06.03 16:20)
[기고] 필수유지업무제도 개정 필요
미디어오늘은 노동3권과 국가기간산업 안정성이 충돌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와 관련 세 차례 전문가 기고를 받습니다. 김영훈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파업때 겪은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를 담은 첫 번째 기고를 해 주셨습니다. 다음 기고는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입니다. - 편집자 주
철도노조가 2006년 3월1일 ‘KTX승무원 정규직화, 철도 상업화 저지’ 요구를 내걸고 결행한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4일간 중단됐다. 당시 직권중재 제도는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했고, 철도노조의 모든 파업은 불법이 됐다.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개정을 요구한 직권중재 제도는 폐지되고, 같은 해 정기국회는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쟁의권 보장과 쟁의권 제한을 통한 공익보호의 조화’를 이룬다는 명분으로 필수업무유지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은 9월27일 시작돼 대통령 탄핵이 의결된 12월9일까지 이어졌다. ‘최장기 철도파업’으로 기록된 74일간의 파업이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철도노조가 파업 중인 것을 인식한 시민도 많았다. 과연 필수업무유지 제도로 인해 ‘쟁의권 보장과 공익 보호의 조화’는 이뤄졌는가?
시민 생활과 밀접한 철도노조 장기 파업은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은 ‘형용모순’이다. 철도노조의 조직률이나 단결력이 높기 때문에 장기파업을 전개한다는 말도 가능하지만, 파업의 위력이 없기 때문에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아 ‘파업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장기파업에 따른 무노동 무임금을 감당할 대책이 없는 노조는 파업을 결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장기파업이 있던 해 철도공사는 인건비 절감으로 오히려 경영 수지가 개선됐다.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파업 중에도 일정 비율의 열차 운행율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필수유지업무 담당자로 지정된 조합원은 현장 근무를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정부와 사측의 ‘불법적인’ 대체근로 투입으로 파업초기 KTX고속열차 운행율은 100%를 유지했고, 출?퇴근 시간대 수도권 전동열차 운행도 큰 무리 없이 운행됐다. 하루 이틀 파업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현장에서는 차라리 불법으로 매도되더라도 직권중재 제도가 낫다는 한탄이 나온다.
보수언론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 철도파업을 비난하지만,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은 ‘불편함’을 전제로 한다. 파업권은 조합원이 노동력 제공 거부를 통해 노동조합 요구를 관철할 권리이며, 파업기간 사회 공론장에 노동자들이 직접 뛰어들어 토론하고 주장할 권리, 즉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노동자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시민권이다.
2016년 파업 기간 국방부에서 투입한 특전사 요원들의 미숙한 운전으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고, 수도권 전철운영에서 파업 효과보다 큰 위험을 발생시켰다. 수서고속철도 분할 민영화 저지를 위한 2013년 파업에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대학생의 출입문 오작동 취급으로 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파업은 불편하지만 불법적인 대체근로는 시민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 행사로 발생한 불편함을 국가 재난으로 규정하고 노동현장에 군대 투입이 용인된다면, 이것은 일상적인 헌정 중단 사태에 빠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런데 파업으로 인해 철도서비스가 중단되면 시민의 생명이나 공공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지는가? 2002년 국제노동기구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필수공익사업의 항목에 남아있는 철도, 도시철도, 석유사업 등은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철도는 필수(essential)유지업무 사업장이 아니라 파업 중에도 최소업무는 유지돼야 하는 최소(minimum)유지업무 제도 적용 사업장이다. 그리고 최소유지업무는 파업으로 인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오지의 주민들을 위해 유지돼야 한다. 즉 철도 이외에는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주민들을 위한 지역철도는 파업 중에도 최소한으로 운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역으로 지역철도 운행을 중단하고 남는 인력으로 고속철도 운행에 투입한다. 정부의 필수유지업무제도 운영의 기준은 시민 위험이 아니라 전적으로 사용자 영업이익 손실 여부에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변칙으로 운영되는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노동조합은 ‘불편한’ 파업을 통해 ‘위험한’ 공공부문 민영화와 상업화 시도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제약하지만 공공부문 필수업무에도 여전히 비정규직들이 난무하는 역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409
공익 위한다는 필수유지업무, 항공재벌 배만 불려 (미디어오늘,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 2019.06.06 17:12)
[기고]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의 2014년 땅콩회항을 시작으로 2018년 조현민의 물컵갑질, 일우재단 전 이사장 이명희의 황후갑질을 볼 때 항공 재벌은 유독 갑질이 심하다.
돌이켜보면 민주노조와 관련이 있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적인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경영 비리를 예방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재벌 일가의 비리는 건강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나올 수밖에 없다. 개인보다 ‘집단의 힘’인 노동조합이 내부 고발자로 나서면 재벌 총수는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정법 위반까지 밝혀지면 형사 처벌을 받기 때문에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다.
물컵, 황후 갑질은 노조의 파업권과 연결
‘국적기’란 이름으로 대한항공이 독점 운영해 자본을 축적한 항공 산업은 민주노조의 불모지였다. 어용노조만 있었다. 1999년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노조 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파업 투쟁을 전개하자, 경영진은 이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대표적으로 회사 돈을 쌈지 돈처럼 맘대로 꿀꺽했던 회사는 노조의 올바른 비판으로 과거와 같이 행동할 수 없었다. 또한 조종사노조의 투쟁으로 일반, 정비, 객실승무 등 다른 직종 노동자들의 임금도 인상되고, 노동조건이 개선됐다. 당시 조종사노조는 공공운수노조의 투쟁에 앞장섰다.
그러니 항공 재벌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종사노조로부터 단체행동권 즉, 파업권을 빼앗으려고 했다. 결국 1997년 노동법 개정 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항공운수업은 2006년 12월 노조법 개정 시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됐다. 이어 200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떠밀려 국제선 80%, 제주선 70%, 내륙선 50%에 대해 조종사노조와 회사가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맺게 된다. 한국정부와 정치권은 2005년 조종사노조의 파업으로 수출 피해액이 커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재벌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과정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항공관제를 제외한 항공운수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한 곳은 없다.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일손을 놓는 최소한의 무기가 사라지면서, 항공 재벌을 견제해왔던 노조의 파업권도 유명무실해졌다. 당연히 노조의 힘이 급격히 떨어졌다. 회사를 견제한 노조가 힘을 잃자 항공 재벌 일가는 고비 풀린 망아지가 됐다. 땅콩, 물컵, 황후 갑질이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공익보호의 조화’라는 명분으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했지만, 모순되게도 이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항공 재벌의 갑질과 반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족쇄를 채우는 행위 이제 그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항공사가 왜 필수공익사업장인가?’라며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공익’ 사업장이라지만 현실은 재벌 일가의 ‘사익’을 우선에 두고 운영했기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공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비행기를 운항한다’는 명분으로 탄생했지만, 공익의 실체가 없기 때문에 파업권 제한을 필두로 노동3권만 해체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2016년 조종사노조 파업 당시 비행기 운항율은 무려 92%였고, 손님이 적은 노선을 파업으로 결항시키면서 회사 수익이 더 올랐다. 노동자의 파업이 항공 재벌의 이익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윤을 남겼다. 그러자 회사는 노조와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배째라 식 대응으로 일관했고, 노조의 단체행동권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도 무용지물이 됐다. 오로지 단결권만 존재하는 무기력한 상황이 된 것이다.
노동조합만 피해를 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노사 교섭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일방적인 횡포와 갑질, 단체교섭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용자가 있는 한 노-사 관계는 더 곪아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공운수업이 필수유지업무 제도에서 제외되지 않는 이상 노사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고 직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파업권의 제한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의 유일한 장기인 돌팔매질을 못하게 막아 놓는 것으로, 노동조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4130
재벌 ‘필수 사익’ 보존하는 ‘필수공익제도’ (참세상, 김한주 기자 2019.06.11 12:51)
공공운수노조, 필수유지업무제도 전면 개정 촉구
항공운수사업은 2006년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미명 아래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운항, 객실, 정비 등 항공운수사업의 대부분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됐다.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의 운항률이 필수유지율로 결정되며 항공운수 노동자의 파업권이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항공운수 현장의 파업은 필수공익사업장 편입 후 10년간 한 번도 벌어지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은 11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운수사업장의 필수공익사업 포함 후 현재까지 10년 넘게 한국 항공사들은 사익을 추구하면서 필수공익사업장이란 명목으로 노사관계상 엄청난 특혜를 누려왔다.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는) 또 ‘땅콩 회항’으로 드러난 것처럼 노동인권 유린 사건, 항공안전 후퇴, 조종사 대거 해외 이탈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며 “정부는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대로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ILO결사자유위원회는 2009년과 2013년 한국 정부에 필수공익사업,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른 파업권 제한이 과도하다며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반복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필수공익사업장 제도의 폐해는 항공운수사업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병원의 경우 대체로 응급실·중환자실 100%, 검사 70%, 일반 병동 0~20% 정도로 필수유지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지방노동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병원마다 필수유지율이 다르게 책정된다. 병원 사용자는 이를 이용해 노조 핵심 조합원을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전환 배치하며 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또한 단체행동 참여 조합원의 50%까지 대체 인력 투입이 가능하기에 사용자는 이익 감소 없이 파업을 무력화할 수 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병원 파업을 장기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최근 병원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에 비정규직은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고 했다가, 파업에 나설 시 필수 인력은 남기라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며 노조를 탄압하기도 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ILO 권고에 따라 개선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필수공익사업장 제도는 공공을 위한다는 허울 좋은 표제 아래 노동자의 기본권과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아주 나쁜 법”이라고 했고, 박태환 발전노조 위원장 역시 “발전 현장 운전 파트 필수유지율은 100%, 보조 업무도 30~50%에 달한다.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단결권도 해치고 있다”고 전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필수유지율은 국가 기관인 노동위원회가 정하는데, 대체로 60~100%대에서 결정된다. 평균 유지율이 80%로 굉장히 높게 지정돼 있는 것이다. 또 100명이 있는 사업장에서 필수유지율이 80%면 2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데, 이 중 50%, 10명분은 외부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하고 있다. 파업권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 노동3권 전체가 침해받는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시급히 폐지하거나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413
[기고] 파업이 길어지는 이유, ‘필수유지업무’ 문제 있다 (미디어오늘, 루와 수바싱게 국제운수노련 법률국장 2019.06.09 09:34)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sation, ILO)는 국제노동기준의 제정과 국제기준 준수에 대한 감시·감독을 담당하는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 산하 노사정 기구다. ILO의 핵심협약 87호와 98호에서 규정하는 결사의자유권과 단체교섭권은 다른 “국제노동기준을 실천하기 위해 꼭 가져야만 하는 권리”(enabling rights)로 간주된다.
한국 등 여러 나라 사용자들의 반대에도 ILO 감시·감독기구들은 결사의 자유를 파업권 보장에 필수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특히 노사정 대표로 구성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파업권이 87호 협약에서 보장하는 단결권의 필연적인 결과(intrinsic corollary)”라고 인정하고 있다(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자료집, 6판 2018, 754항). 또한 ILO 협약 및 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는 “파업권은 노동자와 그들의 조직이 사회·경제적 이해를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ILO 일반조사, 1983).
그렇기에 한국에서 쟁의행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받는 법적 제약과 사용자와 정부의 보복에 ILO는 우려와 지적을 계속해왔다. 현재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노동자들이 파업권에 대한 법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파업권을 온전히 행사하려면 극복해야 할 법적 장벽이 있는데, 그 중 필수공익사업 제도가 핵심이다. 이 제도에 따라 매우 넓은 범위의 산업 부문들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며, 이 사업장에서는 파업에서 제외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가 결정된다.
ILO 기준은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서만 파업권 제한 또는 금지를 허용한다. “서비스 중단이 공중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 신체 안전 또는 보건에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필수서비스로 간주한다(ILO 자료집 5판 2006, 576항). 필수서비스에서 파업권이 제한될 경우 “모든 단계에서 당사자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공정하며 신속한 조정 및 중재 절차”를 비롯해 노동자에게 대안적 보호조치가 보장돼야 한다(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자료집, 5판 2006, 595-597항). 국제기준에 따라 필수서비스로 간주되는 부문에서 파업권 제한이 허용되지만 이는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많은 나라에서 이런 부문에서도 파업권이 전면 보장하거나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제한한다.
엄격한 의미에서 필수서비스가 아닌 부문에서는 “파업의 정도와 기간으로 인해 국민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협하는 긴급한 국가위기가 초래할 경우”에, 파업권이 침해되지 않은 선에서 유지해야 할 ‘최소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최소서비스는 “공중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이나 정상적인 생활에 대한 위협을 피하는데 필요한 업무로만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파업 시 유지되는 업무가 최소화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은 사용자 및 국가당국과 동일한 방식으로 해당 서비스를 규정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자료집 2006, 610항).
ILO 기준에서 철도와 도시철도, 항공사 조종사, 석유, 은행 등의 부문은 필수서비스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이 부문들이 필수공익사업으로 간주되며 80~90%의 높은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이 적용된다.
위에 설명한 최소서비스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노동조합의 충분한 참여 없이 결정되는 필수유지업무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한 공익의 보호라는 최소서비스 결정의 기본 취지에도 위배된다. 한국 철도부문에서 높은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은 파업의 장기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사례는 2013년과 2016년에 발생한 파업이다. 또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대체인력의 투입은 2013년 승객 한 명이 사망한 사고를 포함해 여러 안전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 노동자의 50% 수준까지 대체인력 투입이 허용된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의 과도하게 높은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을 비판하고 ILO 원칙에 부합하는 최소서비스만 결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주문했다(353차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 2009.03 사건 1865호, 711항, 363차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 2012.03, 45항 c(iii), 386차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 2018.06, 사건 3237호, 208항).
이런 권고에 비춰봤을 때 한국의 현행법에서 ILO 기준에 맞는 수준의 최소서비스가 결정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앞으로 유지율을 결정하는 노동위원회가 ILO의 원칙을 감안해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율을 결정할 것이라 안심할 수 있나? 아니면 법제도 개정이 필요한가? 한국의 현행 법제도를 짧게 살펴보더라도 후자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필수공익사업’과 ‘필수유지업무’는 국제기준 상 ‘필수서비스’와 ‘최소서비스’의 개념을 혼동하여 ‘엄격한 의미에서 필수서비스’에 속하지 않은 경제 부문에서도 과도한 파업권 제한을 가능하도록 한다.
둘째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구인 노동위원회는 짧은 기간 안에 노동자 조직이나 전문가와의 협의나 중재절차 없이 필수유지업무의 유지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셋째 필수유지업무 협정은 만료기간이 없어서 사실상 영원한 것과 다름없다.
한국정부는 ILO 협약을 비준하고 이에 따라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이에 결사의 자유권을 보장하고 노동법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필수공익사업 제도의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 많은 유럽국가는 사용자와 노동자 조직이 자율 교섭을 통해 최소서비스를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 독립기관의 지원을 받는 제도가 있다. 법제도 개선에 한국 정부는 이 사례들을 참고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우선 비준하면 한국의 노동법이 국제기준에 부합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며, 긍정적 노사관계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개정되도록 ILO의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90611094400004?input=1195m
공공운수노조 "파업 제한되는 '필수유지업무' 축소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2019-06-11 13:5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1일 쟁의행위가 제한되는 '필수유지업무'를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내 노동관계법상 필수유지업무의 범위가 넓어 파업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를 거론하고 "ILO 권고 대로 필수공익사업을 엄격한 의미의 필수 서비스로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필수유지업무는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철도, 항공, 전기 등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가운데 정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과 건강 등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쟁의행위가 제한된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09년과 2013년 파업권 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6년 철도노조 파업을 예로 들고 "여객수송 조합원의 60%가 필수유지업무 제도로 파업에 참여할 수 없었고 (사측은) 파업 인원의 100%에 가까운 대체인력을 합법적으로 투입했다"며 "사실상 파업권이 무력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철도노조 등의 사례에 대해 ILO 제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47
“필수유지업무제도, 직권중재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 맞나?” (참여와 혁신, 박완순 기자, 2019.08.21)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
2008년 1월 1일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시행되고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10여 년 동안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공의 성격을 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에도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없었던 이유는 시민들의 불편함이라는 공익의 문제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지금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둘러싼 논쟁과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법제도가 필수유지업무제도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대체한 직권중재제도를 두고 당시 노동3권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있었고, ILO는 직권중재제도가 노동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었다. 특히 ILO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건강과 직접 관련 없는 철도, 지하철, 석유사업 등을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한편, 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는 국민들의 일상 생활과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체근로 허용 필요성도 제기됐다.
2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무엇이 문제인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는 오히려 직권중재제도의 연장선상인 것처럼 보이는 필수유지업무제도에 대해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현장노동자들이 현장 사례를 들어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현장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종사하는 부문이 공적 성격을 띠지만 파업에 들어가도 시민의 불편함, 즉 공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현행 필수공익사업을 축소할 필요가 있고 필수유지업무비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문성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장은 통계를 제시했다. “소사-원시선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각 시에 거주하는 인구 수, 자차 보유율, 교통분담률을 살펴본 결과, 안산·시흥·부천 시민의 전체 인구 중 4.096%의 교통분담률을 소사-원시선이 지고 있고 자차보유율까지 따지면 0.3%까지 교통분담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다른 대체 운송수단인 버스가, 역에서 역으로 이동하는 버스가 총 49종류나 된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전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저가항공사들이 많이 생겨났고 생겨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가항공사들이 중장거리 국외노선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 항공사가 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공익을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장은 “2016년 구조조정이 3개월 만에 50% (감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는 구조조정에도 시민들에게 통신 관련 불편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종삼 지부장은 “이 정도는 감안해도 되는 기준이 (사측에) 있다는 것이고 불편함이 없는데도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사측은 강요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 사례를 종합하면 현행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쟁점은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필수공익사업과 업무가 광범위한 점 ▲필수유지업무비율이 높은 점 ▲필수유지업무비율을 정하는 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의 전문성 결여 ▲필수유지업무비율이 한 번 정해지면 유효기간이 없는 점 ▲필수유지업무 노사 자율 협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점 등이다.
이번 토론회는 이정미 정의당 국회의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주최했다. 토론회 발제는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가 맡았고 현장 사례 발표를 위해 정문성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장, 김용범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장이 참석했다. 지정 토론 발제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신수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 강승헌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서기관이 맡았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909
비정규직 때는 방치, 정규직 전환되니 ‘필수유지업무’?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2019.08.22 00:02)
LG유플러스 83% 필수유지 업무비율 제시, 노조 “비정규직 땐 구조조정 강행, 그땐 필수유지 필요 없었나”
LG유플러스가 망 관리 노동자 직고용 이후 ‘필수업무유지 제도’를 통한 쟁의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필수유지업무 제도개선 모색 토론회 토론문을 통해 “LG유플러스측이 외주업체의 망관리 노동자들을 직고용한 뒤 가장 먼저 검토한 일 중에 한 가지가 필수유지업무제도”라고 밝혔다.
‘필수유지업무’는 철도, 항공, 전기 등 필수 공익사업의 업무가 중단될 경우 사회적인 피해를 우려해 쟁의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파업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필수유지업무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종삼 지부장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2019년 5월 한마음지부에 해당 직군의 83%를 유지비율로 제시하며 노조에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요구했다. 노조는 정규직화 이후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앞서 지난해 LG유플러스는 불법파견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인터넷망 관리 등 업무를 하는 수탁사 직원 1770여명을 직고용했다.
이종삼 지부장은 필수유지업무 비율 83%와 관련 “(사측이) 구체적 근거를 확인하고자 하는 노조의 요청을 무시하며 막무가내 식 교섭으로 일관해왔다. 비율산정의 주된 근거인 ‘통신장애율’ 등의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그 주된 근거로는 상반된 주장을 하는 노조에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런 교섭이 제대로 진행될 리는 만무하다”고 했다.
이종삼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이후에야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논의하는 사측을 비판했다. 그는 “노조가 없던 비정규직 시절 50%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겪었다. 필수유지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불과 1~2년 사이에 증발하는데 왜 언론은 잠잠했던 것인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해왔는가?”라고 했다. 그는 “통신망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필수유지업무라면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재벌 통신3사의 망관리 노동자들은 전원 직접고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신 망관리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되는지 불분명하고 근본적으로는 ‘필수유지업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매뉴얼에 따르면 ‘기간망과 가입자망의 운영관리업무와 통신장애의 신고접수 및 수리 업무’를 통신사업부문의 필수유지업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본다. 이종삼 지부장은 “세부사항을 판정하는 주요 근거가 되는 ‘공공의 일상생활에 현저한 훼손’와 ‘국민경제의 심각한 저해’를 기준으로 직무들을 검토했을 때, 공공복리에 법조항이 명기하고 있는 수준의 타격을 가하는지 불투명하다. 이 모호함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사용자”라고 지적했다. 이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노조에서 노동위원회에 중재요청을 했다. 원만한 합의를 시도하려 한다”고 밝혔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904010019
철도·항공·병원 “필수유지업무 비율 높아 파업권 위축” (서울신문, 김지예 이하영 기자, 2019-09-04 10면, 2019-09-03 22:18)
ILO 권고 필수유지업무 개정 촉구
“필수 인력 비율 높아 파업 길어지게 해
공익사업의 범위도 넓어… 최소화해야”
항공 운항 부분 포함 국가 한국이 유일
노동계, 오늘 정부에 개정 요구 서명 전달
경사노위 “2기 때 의제로 다룰 가능성”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낮춘다고 병원에 환자를 두고 나오겠습니까. 환자를 볼 인원은 남기고 파업을 합니다. 지금은 필수유지업무 비율이 너무 높아서 노동자의 쟁의권만 침해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김진경 서울지역 지부장은 3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된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권 위축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병원의 필수유지인력 비율은 보통 70%인데, 30%의 파업으로는 사측을 압박할 수 없다”면서 “결국 노동자들 힘은 약해지고, 파업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도·항공·병원 등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필수공익사업장 관련 법 개정을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오는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수렴을 한 뒤 9월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인데, 필수공익사업장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ILO는 2002년 정부에 철도·석유 등을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하는 등 한국의 필수공익사업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노동계 역시 ILO 권고에 따라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폐지하고, 공익사업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08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 제도도 과도하다는 게 노동계 입장이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을 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일정 비율의 노동자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병원의 경우 병실별로 20~100%, 항공사의 경우 노선별로 50~80%가 해당된다.
노동자들은 “필수유지업무 시행 후 10여년간 노동자들의 쟁의권이 과도하게 제약받아 왔다”고 주장한다. 공익의 범위를 너무 넓게 규정해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자 파업권이 침해되고, 이 과정에서 사측이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아 파업 기간만 불필요하게 길어진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는 “2016년 조합원 1100명 대부분이 파업에 찬성했지만, 필수유지업무 비율 때문에 실제 파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200명이었다”면서 “노사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 운항 부분이 필수공익사업장에 지정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저비용 항공사 등 대체 운송수단이 많은 시대에, 필수유지인력을 높게 유지하는 것 또한 노동권을 저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ILO와 관련된 노동관계법 개정안 논의의 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에 일임한 것인데 경사노위 권고안에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의 한 전문위원은 “이번에는 단결권이 급한 이슈였기 때문에 필수공익사업장 관련 부분을 담지 못했지만 2기가 시작되면 의제 중 하나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필수공익업무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2만 5000명의 서명을 정부에 전달한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55796#09T0
외주화 땐 비핵심업무, 파업 땐 필수유지업무? (프레시안, 최용락 기자, 2019.09.04 14:10:58)
공공운수노조 "필수유지업무 제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LG유플러스는 핵심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망 관리 업무를 외주 운영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법원의 망 관리 노동자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면서 해당 인력은 2018년 LG유플러스에 직접고용됐다. 2019년 현재 LG유플러스는 망 관리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라며 파업 시 근무 인원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맡았던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는 핵심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주화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발전기술은 2018년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해당 업무의 전체 인원을 파업 시에도 근무해야 하는 인원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중잣대로 적용되고 해당 사업장의 쟁의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필수유지업무 제도 전면개정 입법의견을 제출했다.
노조는 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수유지업무 제도가 ILO로부터 세 차례나 시정권고를 받았음에도 의료, 발전, 항공, 철도지하철, 통신 등 광범위한 산업에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노조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7월 31일 ILO협약 비준을 명목으로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도 필수유지업무 제도와 관련한 개선 조치는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2만5000여 명 조합원 서명으로 확인된 우리의 의지를 담아 ILO 추가 제소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정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며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 필수유지 업무의 전면적인 개정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공공 이익과 노동3권의 조화라는 목적 하에 필수공익업무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제도다. 노조법상 필수공익업무는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한국은행, 통신 사업 등의 업무 중 '공중의 건강, 안전,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대통령령이 정한 업무'로 규정된다.
노사는 필수유지업무 중 파업 참가 제한 업무와 파업 시 해당 업무의 최소 유지 인원 등을 명시한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노사가 자율적인 협정 체결에 실패할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강제성을 가진 직권 중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실제 필수유지업무 노동자가 파업할 경우 사용자는 파업 참가 인원의 50%에 대해서도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예컨대 100명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협정상 60명은 파업 때도 근무해야 한다고 정했고 파업 가능 인원 40명 중 20명이 파업에 참가했다면, 사용자는 10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이 운영되고 있는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ILO 시정 권고에 따라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구체적인 입법개정안에는 △ 필수유지업무 제도 삭제와 최소유지 업무 신설을 통한 파업권 제한 업무 축소 △ 긴급조정 결렬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 중재회부 결정 조항 삭제 △ 필수공익사업의 대체근로 허용 조항 삭제 등이 담겼다.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710
파업권 제한하는 ‘필수유지업무’ 외주화 가능해 “모순” (시사저널-e, 이준영 기자, 2019.09.06 11:28)
노동계, 5일 노동부에 필수유지업무 법 개선 의견 제출···“2기 경사노위서 다뤄질 가능성” 의견도
필수유지업무에 대해 사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노동 쟁의권을 막으면서 동시에 비핵심업무라며 외주화하는 모순적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에서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이에 노동계는 지난 5일 고용노동부에 법 개정 개선 사안 의견을 제출했다.
필수유지업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필수 공익사업의 업무 가운데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 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 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를 말한다. 노조법상 필수공익업무는 철도, 전기, 수도, 가스, 석유, 병원, 한국은행, 통신 사업 등의 업무 중 대통령령이 정한 업무로 규정한다.
이처럼 필수유지업무가 공익과 국민의 생명, 생활을 위해 중요한 만큼 노동자들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고 있다. 노사는 필수유지업무 중 파업 참가 제한 업무와 파업 시 해당 업무의 최소 유지 인원 등을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체결해 정해야 한다. 또 사용자는 필수유지업무 노동자가 파업할 경우 파업 참가 인원의 50%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필수유지업무임에도 사업장들은 자의적으로 이 업무를 외주화해 하청업체에 넘기고 있다. 필수유지업무이면서도 외주화가 되거나 노조 힘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곳은 통신, 의료(병원 하청노동자), 항공, 궤도, 발전 산업 등이 있다.
이에 노동계는 이날 고용노동부에 필수유지업무와 관련해 ILO의 권고 등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공익사업 노동자의 쟁의권을 형해화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삭제 ▲합리적 기준으로 최소유지업무 신설해 쟁의권과 시민권 조화 달성 ▲필수공익사업에서 대체근로 전면허용 조항 삭제 ▲긴급조정의 대상 합리적으로 축소 및 긴급조정 결렬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 중재회부 결정 조항 삭제 등 노조법의 개정을 요구했다.
노동계가 이러한 필수유지업무제도 개선 의견을 제출했지만 정부가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노동계 관계자는 “추석 뒤 시작하는 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2기 경사노위에서 이를 다룬다는 것은 정부가 이번 개정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2기 경사노위에서 다뤄진다 해도 지금까지 경사노위에서 노동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기에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2기 경사노위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 개선에 대해 다룰 지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 김용균 사망 업무도 필수유지업무면서 외주화 돼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청년 김용균 노동자의 업무도 필수유지업무였다. 그러나 발전소가 이 중요한 업무를 외주화 해 하청에 맡겼고 결국 김용균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 필수유지업무인데도 외주화가 되면서 원하청 간 책임회피 구조가 만들어지고 소통이 경직되고 끊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김용균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1개월 전인 2018년 1월 한국서부발전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낙탄을 사람이 직접 치우지 않고 고압의 물로 쏴서 처리하도록 시설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평소 작업에서는 지휘와 감독을 하면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청 노동자가 아니라며 이 요청을 무시했다. 하청업체는 컨베이어벨트가 자신 소유의 설비가 아니라며 권한이 없다고 개선 요청을 회피했다.
필수유지업무의 이러한 모순은 발전 산업 뿐 아니라 모든 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측이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항공 산업 전반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한다.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을 포함한 항공회사, 비행기지상조업을 하는 조업회사, 항공회사와 조업회사로부터 외주 하도급을 받고 있는 하청사 모두에게 필수유지업무가 적용된다.
항공사의 2차 하청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탑승지원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도 80%의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는 쟁의권이 없는 상태에서 교섭 자체를 못하고 있다.
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2018년 5월 2일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단체협약체결을 하지 못했다. 최근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교섭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필수유지업무 제도로 노조의 힘이 실질적으로 무력한 상황임을 알기에 교섭위원들의 지위 인정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단체행동권의 제약이 사실상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20대 초반의 최저임금 청년노동자들이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지켜낼 수 있는 수단이 완전히 박탈됐다. 이는 80%에 달하는 필수유지업무 비율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파업권이 제한되면서 장시간 불규칙한 스케줄 속에서 이용승객의 안전에 위협요소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필수유지업무 해당 산업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물었다. 또 공공의 일상생활과 노동자 권리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 노조 관계자는 “통일적 기준이나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이 결정되고 있다”며 “이는 또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가 필수유지업무 협정 체결에 실패할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강제성을 가진 직권 중재 결정을 하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 부실장은 “노동위원회는 필수유지업무 산업에서 문제가 나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사측의 의견을 중시한다”며 “긴급조정 결렬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 중재회부 결정 조항을 삭제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31일 ILO(국제노동기구)협약비준을 명목으로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서 필수유지업무제도 개선에 대한 노동자들의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ILO는 2002년 정부에 철도·석유 등을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국의 필수공익사업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권고도 노조법 개정안에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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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72488.html
병원 파업 ‘필수업무 유지비율’ 논란 (한겨레, 남종영 기자, 2009-08-21 오후 07:49:24)
서울지노위 ‘응급 100%·수술 70% 유지’ 결정
노조 “사쪽 요구 일방수용…파업 원천봉쇄”
노동위원회가 병원 파업 때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가 “파업이 무력화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와 보건의료노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노위는 지난 14일 한양대의료원 등 4개 병원이 신청한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에 대해 △응급의료 100% △수술 70% △진단·영상검사 70% 등의 업무 수준을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개정된 노동조합법은 병원·지하철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해 파업 때 업무 유지 수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쪽이 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을 결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파업이 예고되지 않았는데도, 4개 병원이 서울지노위에 필수유지업무 결정 신청을 냈다”며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가 사용자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등 지난해부터 파업권을 봉쇄하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서울지노위는 수술 업무를 70% 선에서 유지하라고 결정하고 있는데, 수술 뒤에 신규 환자가 병동에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병동 업무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병동을 필수유지업무에서 제외시켜 파업권을 보호한 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시행되기 전, 파업 때 수술 업무 수준은 30~50%였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반면 사용자 쪽인 대한병원협회는 필수유지업무 결정 비율이 낮아, 환자 진료에 지장을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대체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일부 결원이 생겨도 진료가 큰 차질을 빚고 수술도 늦춰져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필수유지업무제도 폐기 투쟁을 벌이고 이와 관련된 헌법소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