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기숙
한국에서 원로목사님 부부 15명이 이곳 팔라우 관광을 오셨다. 둘째 날 관광은 옵션으로 바다에 나가는 것이다. 선착장에서 구명조끼와 스노프안경 신발을 다 준다. 배 안에서 출발 전 사진을 한 장씩 찍어 주었다.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달리든 배가 어느 자그마한 섬에 닿았다. 내리기 전 가이드가 스노프안경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는 내려서는 얕은 물이니까 각자 물속 드나드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80세가 넘은 노인들이 절반이지만 모두들 열심히 연습을 해본다. 나는 열심히 그들 모습을 디카에 담았다.
그 사이 가이드는 바비큐를 굽고 있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가이드가 구운 닭고기와 LA갈비를 주며 준비해온 도시락 점심을 먹으란다. 우리부부 도시락은 궁전에서 따로 싸 주어 그것으로 먹었다. 식사 후에는 수박으로 후식을 만끽했다. 나는 비닐봉지 두 개를 놓으면서 고기종류 남은 것은 이 봉지에, 그 외 음식물은 이 봉지에 담으라고 하였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강아지 먹이를 위한 절호의 챤스를 지나칠 수가 없었기에...... 자동으로 빈 도시락과 나무젓가락까지 분리수거가 되었다. 가이드 와 보더니
“너무 깔끔하게 치우셨네요.”
라고 한다. 짐을 챙겨 배에 타라고 한다.
모두들 자기 짐 챙기기에 바쁘다. 수박 껍질과 빈 물병 쓰레기가 남아있다. 나는 옷가지와 수건이 든 비닐봉지 하나를 챙겨들었다가 놓았다. 남은 쓰레기까지 다 챙겨 쓰레기 소각 장소에 갖다 주고는 마지막으로 배에 올랐다. 이동 중에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배 안이지만 지붕만 덮였으니 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베에 탄 우리 팀 15명과 신혼부부 3팀은 모두가 비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이 되었다.
남편에게 옷 보따리에 큰 수건이 있으니 꺼내어 두르라고 하였다. 남편은 찾아보더니 그 옷 보따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순간 아찔하였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쓰레기 뒤처리 잘 한다고 그만 그 옷 보따리를 놓고 오다니...... 아! 나도 이제 별 수 없는 70대 할망구로구나
서울 생활 20년 동안 열쇠 꾸러미 한 번 잊어버리지 않고 한 열쇠고리를 사용했었는데 어디를 가든 일행이 빠뜨린 물건 찾아 주었는데 이게 무슨 망신이야 앞이 캄캄하다.
무슨 해결책이 없을까...... 고민하다 가이드는 일행을 안내하며 물속에 들어갔고 배를 운전하는 팔라우 원주민만 배에 남아있다. 나는 그에게 손짓으로 우리가 점심 먹은 자리에 옷 보따리를 두고 왔노라고 사정을 하였다. 그는 그곳에서 오는 다른 팀 배가 도착하니 뭐라고 물어본다. 그들은 모른다고 못 봤다고 대답한다. 난감하지 그지없다. 물속에 여러 가지 고기들과 산호를 본 일행들이 하나 둘 배를 타기 시작하더니 가이드까지 다 올라왔다.
가이드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그도 역시 난감해 한다. 그 곳을 가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 배에 기름이 모자랄 것 같으면 갈 수가 없단다. 기름 값 정도는 주겠노라 하였더니 선장이 기름통을 확인 해 본다. 기름이 넉넉한지 가겠노라고 한다. 배는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목사님이
“우리가 마치 간첩선을 탄 것 같네......”
라고 해 모두들 한바탕 웃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다.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는 비싼 보청기를 비롯해 비싼 핸폰이 들어 있었으니 이걸 못 찾으면 얼마나 경제적인 손실이 많은데 싶어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한 20여분 달렸는데 그 시간이 왜 그리 지루한지 답답하기까지 했다. 어느 사모는 맞은편에 앉은 신혼부부를 보면서 자기는 수영팬티만 입고 신부는 추울까봐 얼굴까지 싸 주고 자기 몸으로 감싸주는 신랑을 보면서 그 모습이 우습다고 배꼽을 잡으며 계속 웃어대는데 속 타는 내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그가 야속 할 정도이다. 드디어 배가 우리가 점심 먹은 장소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먼저 뛰어 내린다. 나도 뛰어 내렸다. 먼저 간 가이드 그 보따리를 들고 온다. 순간 나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외쳤다. 일행들도 와! 있구나, 찾았구나. 다행이다. 라며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였다. 나는 너무 기분 좋아 선장에게 20불의 팁을 주었다. 우리 팀 아닌 신혼부부들에게는 미안하다며 좋은 교훈으로 삼으라고 하였다. 괜찮다며 쾌히 웃음으로 이해해주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다시 배는 달리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의 차이가 났다. 다음 코스로 갔다. 그 곳은 일본 군함의 잔해가 있는 곳이란다. 오늘 나는 일행들의 태평양 관광모습을 남기기 위해 사진사로 입수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못 본 곳이라 나도 구명조끼를 입고 입수했다. 그야말로 큰 군함의 반쪽 정도가 물속의 옆으로 누워 있다. 그 주변의 물속 깊이는 제법 깊어 무서운 생각도 들었지만 보조 가이드가 아주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하며 안전하게 보여 주었다. 아마 약 10m 정도의 깊은 물이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아름다운 대 자연을 보면서 태평양 물속 관광을 하면서 천지 창조 조물주의 위대한 솜씨에 감탄하였고 80세가 넘은 네 분 목사님들의 용기에 놀랐다. 70이 넘은 사모님들 모두가 물속 관광을 즐겼으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허니문관광을 택하지 않고 일반 관광 그것도 특별 세일이라 항공료정도로 와 실속관광을 즐기는 부부들 참으로 사랑스럽고 기특하다. 항상 완벽한 사람이라고 자만하던 나 자신도 이제는 허점을 들어내고야 말았으니 믿을 수가 없음을 시인해야 할 시점인가 보다. 이 좋은 날 그 좋은 관광을 하면서 이런 실수를 하다니...... 오늘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나이 많은 분들의 실수를 이해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2007년 3월 13일
우리가 있어 팔라우에 오신 목사님 8분과 사모님 7분의 행복한 순간입니다.
![](https://t1.daumcdn.net/cafefile/pds80/15_cafe_2008_08_16_05_13_48a5e3586fe18)
한인교회 식당에서 거북이탕으로 포식.
![](https://t1.daumcdn.net/cafefile/pds83/4_cafe_2008_08_16_05_13_48a5e3588b1b5)
수요예배시 사모님들의 특송
![](https://t1.daumcdn.net/cafefile/pds82/8_cafe_2008_08_16_05_13_48a5e358b4c52)
교인들과 목사님들 가장 젊은 김유택목사님이 설교를....
![](https://t1.daumcdn.net/cafefile/pds84/10_cafe_2008_08_16_05_13_48a5e358de272)
예배를 마친 후 사택 대청마루에서 티 타임을......
![](https://t1.daumcdn.net/cafefile/pds86/2_cafe_2008_08_16_05_13_48a5e35913ce8)
팔라우의 공희당 마을회관 같은 곳 앞에서 한 컷
![](https://t1.daumcdn.net/cafefile/pds81/11_cafe_2008_08_16_05_13_48a5e35796f0e)
명색이 대통령 집무실.... 지금은 새로지은 정부청사에 집무실이 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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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에 중국인교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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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비취에 바다쪽으로 누운 나무가지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대형 요람.
이 곳에 누우면 천당에 온 기분을 맛볼 수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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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우선 먹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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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물 속에서 나누는 음료수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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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미쓰 코리아.... 에고 부끄러워라 사모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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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하러 간 홍천 목사님과 큰언니 마냥 행복하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