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기자의 ‘맛집’ 여행기]
<경기지역 맛집부문 우수상 일송정>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 질환이나 심장병 환자의 치료식으로 세계 각국에서 널리 애용되어 온 타조가 아직은 낯선 국내 먹거리 문화 한켠에 서서히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타조는 7년전 만 하더라도 국내에 이렇다 할 요리법이 대중화 되지 못해서 타조고기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타조는 몹시 질겨서 맛깔스런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단다. 최근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타조의 효능이 부각되며 국내에서도 점차 대중화되는 추세에 이르렀다.
그 흔한 제조공장 하나 없는 청정지역 포천 일동면 기산리에 위치한 타조요리전문점 일송정(대표 윤효숙 031-534-0422). 뽕나무, 헛개나무, 마 등이 풍부한 근처 청계산 자락 2009.92㎡ 넓은 부지에 터를 잡았다. 산책로가 이어지는 집 뒤편에는 100년 이상 된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버티고 서있다. 봄에는 분홍색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더욱 장관인 부지 내에는 19그루의 노송이 위용을 자랑한다. 노송 밑에 자생하는 꽤 여러 뿌리의 장뇌삼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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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요리 대중화를 선언하며 우리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에 앞장서온 일송정은 아직 국내에선 희귀해 비교적 고가의 타조요리를 대중홍보 차원에서 대폭 낮춰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여타 음식점에서 1인당 최하 5~6만원의 코스요리를 1인 2만5천원의 대중가격에 생회, 육회, 불고기, 전골 또는 샤브샤브 등으로 이어지는 풀코스 타조요리를 즐길 수 있다. 소인을 포함해서 4~5인 방문 시 3인 금액으로 충분한 양이 제공된다.
일송정 모든 타조요리는 다시마, 표고버섯, 양파, 마늘, 매실엑기스를 배합하여 만든 천연조미료만이 사용된다. 평일에는 꿩 만두 주말에는 해파리와 도토리묵 등의 특별음식도 준비돼있다.
뽕나무, 헛개나무, 감초, 당귀, 두충, 칡이 들어간 건강 엽차를 마시며 창문 밖 노송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첫 번째 코스인 타조 생회가 나온다. 적색육의 빛깔을 띈 생회는 어떤 양념도 가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름소금만을 찍어 먹는다. 타조 매니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다음은 순한 맛과 매운 맛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육회인데 얇게 썬 고기에 참기름, 설탕, 소금, 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으로 버무려 곱게 채 썬 배, 미나리 등과 함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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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배즙에 재워 부드럽고 허브향이 진한 타조 불고기. 바비큐 석쇠에 고기를 얇게 썰어 중불에 살짝 익혀 먹어야 제 맛으로 입에 살살 녹을 정도의 부드러운 맛이 살아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코스 이다.
다음은 코스요리의 하이라이트 샤브샤브. 샤브 육수는 타조 목뼈와 감초, 당귀, 황기 등의 각종 한약재를 넣고 고아낸다. 황태, 밤, 생강, 배, 양파 그 밖의 비밀재료가 첨가된다. 청경채, 부추, 미나리, 새송이 등의 다양한 야채를 끊는 육수에 살짝 담가 데친 다음 윤 사장이 직접 개발한 소스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꼭 던진다는 소스간장은 삵인 청양고추와 직접 담근 메실 엑기스, 양파, 마늘 등 그밖에 공개하기 힘든 여타 재료가 들어가 향이 좋고 소화가 잘된다. 기름기가 거의 없는 담백한 맛과 코스별로 각각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타조요리는 과식해도 위에 부담이 전혀 없다. 결코 체하거나 뒤탈이 없다는 것이 매니아들의 설명이다.
다음은 우러난 샤브샤브 육수에 쑥과 날 콩가루가 배합된 생면을 넣는다. 쑥으로 만든 면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제대로 만들어 진 곳이 드물다. 이곳 일송정에서는 1인분씩 그때그때 즉석해서 뽑아낸다. 직접 뽑은 쑥면은 유독 쫄깃한 식감과 쑥향이 풍부하다. 충청이나 강원도 지방에서 밀에 쑥과 콩가루를 넣어 먹었던 전통을 살린 것으로 구수하고 쫄깃한 맛이 배가된다.
전골은 타조 뼈를 10시간 이상 우린 육수에 시금치, 미나리, 쑥갓, 양파, 당근, 호박, 파, 다시마, 무를 넣고 끓인다. 이것을 간장, 마늘, 멸치, 된장, 물엿, 고춧가루 등으로 다시 간을 해서 조리한다. 깊은 맛이 일품이다. 타조 곰탕은 녹각, 황기, 인삼, 대추, 밤, 은행 등을 넣고 12시간이상 고아낸 것이다.
밑반찬은 새송이 짱아치가 눈에 띈다. 간장과 솔잎이 배합된 발효 소스에 새송이를 넣어 입맛에 착 감긴다. 직접 재배한 갓김치는 타조의 어떤 메뉴와도 잘 어울려 접시가 가장 많이 비워진다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일송정 또 하나의 별미는 꿩 요리 코스이다. 꿩 한마리 코스를 선택하면 간, 콩팥, 염통은 생회로 고기는 샤브샤브로 즐긴다. 뼈는 구이나 전골에 쓰인다. 7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샤브샤브 육수에 즉석해서 뽑은 생 메밀 사리를 넣는 것이 특색이다. 여기에 꿩 만두를 곁들이면 그만이다.
주류는 일송정 바깥사장님이 추천하는 상황버섯 발효주가 제격이다. 아무리 과음해도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 않다고 애주가들이 조언한다. 방갈로 2동이 마련되어 있고 노래방 등 연회시설도 갖췄다.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일동제일온천이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공식음식으로 지정되기도 한 날지 못하는 새 타조는 냉이, 씀바귀, 민들레, 쑥, 클로버 등을 주식으로 하는 채식 동물이다. 천적이 없고 자체 보호본능이 뛰어난 새로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이내 뱉어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평균수명은 80년 정도로 인간과 비슷하다. 120, 130세를 훌쩍 넘은 장수 타조도 간간히 보인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