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빅뉴스는 작년 11월 9일부터 ‘어른들이 모르는 비행 청소년의 세계’ 연재를 시작해서 초등학교생부터 고등학교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청소년들의 일탈 문제를 사례를 통해서 소개해 왔다. 청소년 비행 행위에는 폭력, 가출, 성폭행, 성인 범죄 가담, 게임 중독 등
각종 범죄 행위가 교내외 또래 학생이나 일반 사회인과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비행 청소년들의 폭력이나 성희롱 등
범죄적 행위의 대상이 스승인 교사인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 현황자료를 교육부로부터 받아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모욕적 욕설을 퍼부은 행동 등 교권 침해 사례는 1257건, 학부모에 의한 건수가 111건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일으킨
교권침해 사례 1257건 중 교사에 대한 욕설 등 언어적 모욕과 명예훼손 행위가 757건, 소란이나 교사의 지시 불이행 등 부당한
수업 간섭이 143건, 교사 상해 폭행이 95건, 교사에게 성적인 굴욕감을 일으킨 행위도 93건에 이른다. 이런 일을 학생이
스승에게 행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천사의 눈물을 누군가는 거두워 주어야 합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
학생과 학부모에 의해서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이 이렇게 무시되고 공격당하는 지경에 이르자, 한국교총은 지난
10월 20일부터 ‘교권 3법 통과 촉구 교원 입법청원 운동‘을 벌였다. 한국교총이 제시한 교권 3법은 ‘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 ‘아동복지법’ 등을 말한다. 이 중 아동복지법은
이미 11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됐으나, 나머지 2개 법안은 다음으로 개정이 미뤄진 상태다.
이들 교권 3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 과연 무엇이고, 개정안이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즉 교원지위법은 1991년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이 최근 흉악해진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에 대한 폭력적 위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기능
을 다하지 못하기에 개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에는 두 개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 등 23인이 2016년 11월 11일
에 발의한 개정안이다. 여기에는 ▲교원이 교권 침해를 당했을 때 교사나 학교장보다는 교육감이 주체가 돼서 관련자를
의무적으로 고발조치하도록 하는 조항, ▲교원 폭행 등에 가담한 학생의 학부모에게 특별교육과 심리치료를 부과하고 이를
이수하지 않은 학부모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 ▲교권 침해 행위에 피해를 입은 교원을 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법률지원단을 교육부나 교육청이 구성하고 운영해서 실질적으로 피해 교사를 돕도록 하는 조항 신설 요청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 교원지원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 등 11인이 2017년 2월 9일에 발의했다. 여기에는 ▲교원에게 폭행 등 위해를
가한 학생의 학급을 의무적으로 바꾸거나 전학시키는 조항, ▲교원 폭력 가담 학생이 전학되기 전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교육청
등이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조항, ▲교권 침해를 일으킨 학생에게 강력한 징계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가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충분한 의견을 진술하게 하는 권리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사를 폭행한 학생을 강제로 다른 학급으로 보내거나 다른 학교로 보내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피해 교사가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해 전근을 가거나 휴직하는 상황이 초래되기에 이런 개정안을 요청한 것이라고 교총이
밝히고 있다. 또한 피해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를 직접 상대해서 법적 대응하는 데 부담이 상당하므로 교육부나 교육청이
법률지원단을 만들어 교사를 대신해서 법적 대응에 나서줘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라고 교총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올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권 3법 중 두 번째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즉, 학교폭력예방법 혹은 학폭법 개정안이다. 이는 2018년 3월 5일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 등 10인이 발의했다. 현행 학폭법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학교 단위로 설치되어 있다.
더욱이, 학폭위에 형사 사건인 폭력 문제 해결의 법적 전문성이 부족한 교원, 학부모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해결방안이
부실하고, 추후에 가해 학생 측이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적 소송으로 확대되는 문제가 빈번했다. 이에 개정안은 학폭위를 각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폭력 행위 등 심각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 교육청의 전담부서에서 수사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행 학폭법에 따르면, 학생 간 폭력 행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경미한 사안이라도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면, 학폭위가
무조건 열려 이를 심의하게 되어 있다. 누가 보더라도 학생 간 경미한 사안인데도 신고가 들어오면 학폭위가 자동으로 열려야 하며,
학교가 사안이 경미하니 교육적 선도와 화해로 끝내려고 하면, 학교폭력을 학교가 은폐 내지는 축소했다는 비난으로 비화되곤
한다고 한다.
따라서 개정안은 경미한 폭력에 대해서는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일정한 법적 절차에 따라서 학교장에게 사안 종결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는 경미한 폭력으로 교육적 화해와 선도로 사안을 학교장이 종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신체 및 정신상 피해를 입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을 경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즉시 화해가
이뤄졌을 경우, ▲신고 사안이 오인 신고이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에 해당한 경우 등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폭법 개정안 역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교권 3법 중 세 번째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다. 과거 아동복지법에는 교원이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을 확정 선고받은 경우에는
어떤 예외도 없이(범죄의 무겁고 가벼운 정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10년간 취업이 금지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 법은 해당
교원들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개정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11월 23일 이번
국회 본회의는 법원이 아동 학대 관련 범죄자에게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을 10년 이내에서 정해서 선고해야 한다고
아동복지법을 개정했다.
문제는 교원지위법과 학폭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권 침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매달
174건, 매일 6건씩 일어나고 있는 교육현장을 지키는 교육자들을 잔인하게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교총이 남은 2개의
교권법 개정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그만큼 다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