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몽골 사람들은 걸음마보다 말타기를 먼저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들에게 말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친구이자 가족이며 생활의 일부분입니다.
하지만 최근 몽골의 급격한 성장으로 일상 생활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에도 마상 서커스에 모든 것을 걸고, 말 타기의 전통을 이어가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박석호 순회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침략자에게 빼앗긴 성물을 되찾아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몽골의 건국 신화를 공연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하이라이트는 마상술.
말과 한 몸이 돼 달리다가 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흔들리는 말 위에서 그림까지 그려냅니다.
공연에서 관객들의 박수갈채는 대부분 10 살에서 13 살 나이의 어린 단원들 차집니다.
화면전환 공연이 없는 날 연습 시간.
13살 이드레와 10살 토을은 친남맵니다.
마상 서커스를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에 집을 떠나 수도 울란바토르에 왔습니다.
<녹취> 토을(10살 여동생) : "(꿈이 뭐에요?) 말이요. (말? 왜 말이 꿈이에요?) 그냥 말 타는 게 꿈이에요."
10대 초반의 어린 청소년들이 이 서커스단에만 20여 명.
말을 잘 타서 서커스의 주인공이 되는 게 이들의 목푭니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은 집에서 응석을 부릴 나이.
서커스단 생활이 쉬울 리 없습니다.
<녹취> 토을 : "(스트레칭 하다가) 아파요, 그만해요."
말 타는 모습 오전에 기본 체력 훈련을 마치면 오후에는 마상술을 익힙니다.
<인터뷰> 이드레 : "나중에 큰 서커스단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자전거를 타는 것만큼이나 말 타는 게 자연스럽다는 몽골 어린이들이지만, 말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것은 그냥 말을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인터뷰> 차강후(선생) :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동물이라 갑자기 놀래서 멈출 수도 있고, 그럴 때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실 분장 서커스단의 귀염둥이인 10살 잉케.
여주인공 토야체치크가 엄맙니다.
토야체치크는 한국 제주도에서 6년 동안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에게도 어려서부터 말타기부터 가르쳤고, 결국 같은 단원이 됐습니다.
<인터뷰> 토야체치크 : "걱정하긴 하지만 계속 걱정하면 아들 다칠 수 있으니까. 아예 그런 걱정 안 해요."
다치지 않고 공연을 잘 마치면 그것으로 만족할 뿐, 아들에 대한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공연 준비 그렇게 또 공연이 시작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원형 무대를 빙빙 도는 묘기.
<인터뷰> 이드레 : "(말이 없으면 어떨 것 같아요?) 그런 생각 안 해 봤어요. 말이 없다고 생각하면 상상이 안 돼요. 저에게는 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말 발굽 소리에 자신의 심장 고동소리를 맞추는 희열.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던 선조들의 피가 마상 서커스 단원들의 심장 속에서 꿈틀대는 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