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하기 딱 좋은 계절이 되면서 주말 도로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별 준비 없이 다녀올 곳이 없을까’ 잠시 고민해보지만, 널리 알려진 명소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지난 주말 모처럼 식구들이 모였다. 서울 내에서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식구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곳은 없을까 싶었다.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그렇게 놀이공원을 얘기하다가 드림랜드는 어떠냐며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이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다가 너무 북적일테니 좀 한적한 곳을 물색했고, 그러다가 드림랜드를 찾던 길목에서 보았던 태릉으로 행선지가 정해졌다.
차 안에서 ‘태릉이 누구의 능이냐’는 질문이 나왔고, 이성계다, 성질이 나쁜 어떤 왕후의 능이다, 하는 분분한 의견들이 나왔다. 식구 중 태릉을 가본 적이 있는 한 명이 음식을 사 가지고 가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요일 정오, 그 근방에는 문을 연 분식집을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지하철 태릉입구역 부근의 큰 음식점을 제외하고, 피크닉 음식으로 먹기 적당한 김밥집이나 분식집은 일요일 다 문을 닫은 것이었다. 어렵게 어렵게 서울여대 앞의 유일한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사가지고 태릉에 도착했다.
‘조선 제11대 중종(中宗)의 계비 문정왕후(文定王后) 윤씨의 능’이라는 안내판을 읽으며 내부로 들어갔다. 초록으로 우거진 이 곳은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 돗자리를 깔고 식구들이 쉬어 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교회나 청소년단체에서도 왔고, 대부분은 가족단위로 놀러와 조용히 쉬다 가는 듯 했다. 마음의 여유가 저절로 생기는 공간이었다. 도시락을 먹고, 이야기도 하다가 능을 한 바퀴 돌며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모인 식구들이 다들 흡족해하며 시간을 보냈다. 태릉 옆에는 예전의 푸른동산, 지금은 이스턴캐슬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격장도 있고, 이 곳에도 나무그늘이 많아 돗자리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태릉을 나와서도 그 일대가 나무로 덮인 푸른세상이라 여기가 서울인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도심 한 가운데서 잠깐만 시간을 내면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구나 싶었다. 멀리 가기는 힘들 것 같고 잠깐 나들이를 하고자 한다면 태릉을 추천하고 싶다. 능 안에는 매점이라든가 먹을거리를 살 수 없으니 먹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고, 쓰레기통도 없으니 나올 때 쓰레기도 가지고 나와 각자 처리해야 한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이나 7호선 태릉입구역에 내려 버스 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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