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의 말밑
염시열
‘토박이말’의 ‘토’가 겨레말인지 한자인지를 알아본다.
‘토박이말’의 말밑 줄기말로 고장에 따라 ‘터박이, 토박이, 토배기’가 있다.
이들과 아랑곳한 줄기말을 살펴 고장에 따라 ‘터박이’의 ‘터’가 홀소리바뀜(모음변이)으로 ‘토박이’의 ‘토’로 쓰이는 겨레말임을 톺아본다.
먼저 토박이말의 ‘토’의 ‘ㅌ’과 맞닿는 본새(법식)를 알아본다. ‘터’의 옛본새꼴(고형古形))은 ‘더’가 된다. 고장에 따라 돗자리의 센말로 톳자리가 쓰인다. 여기서 ‘땅’과 아랑곳한 뜻을 가진 ‘ㄷ’과 ‘ㅌ’이 터수에 따라 쓰일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토박이말’과 아랑곳한 줄기말(연관어)을 내들면 다음과 같다.(밑감 낱말의 나온 곳은 표준국어대사전이고 씨가름은 토박이말로 뒤침하여 쓴다. )
(1) 터「이름씨」「1」집이나 건물을 지었거나 지을 자리. ¶ 터를 닦다/터를 다지다/터를 잡다/이곳은 예전에 절이 있던 터이다./그는 집 지을 터를 마련했다.「2」=공터. ¶ 터가 넓다/앞마당에는 커다란 터가 있었다./굴 안에는 사람 둘이 겨우 앉을 만한 터가 있다.「3」활동의 토대나 일이 이루어지는 밑바탕. ¶ 우리말 연구의 터를 닦다/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으로 통일의 터가 잡혔다.「4」((일부 이름씨 뒤에 붙어))‘자리’나 ‘장소’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낚시터/놀이터/일터/흉터.【<텋<석상>】관용구/속담 터를 닦아야 집을 짓는다[짓지] 기초 작업을 해야 그다음 일을 할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토(土)「씨가지」((일부 이름씨 앞에 붙어)) ‘흙으로 된’의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 ¶ 토담/토방/토성.
(3) 토박이「이름씨」=본토박이. ¶ 서울 토박이/그의 시선에는 토박이 농군답게 낯선 객에 대한 미심쩍은 불신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황석영,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경상도 토박이가 억지로 서울말 악센트를 흉내 낼 때의 그 거북스러움과 같이….≪이제하, 유자약전≫
(4) 본토박이「이름씨」 대대로 그 땅에서 나서 오래도록 살아 내려오는 사람. ≒토박이ㆍ토종01(土種)「2」. ¶ 서울 본토박이/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본토박이로 외지인들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본토박이들이 떠난 자리로 뜨내기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윤후명, 별보다 멀리≫「참고 어휘」토착민(土着民).
(5) 토박이「이름씨」 =본토박이. ¶ 서울 토박이/그의 시선에는 토박이 농군답게 낯선 객에 대한 미심쩍은 불신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황석영, 북망, 멀고도 고적한 곳≫/경상도 토박이가 억지로 서울말 악센트를 흉내 낼 때의 그 거북스러움과 같이….≪이제하, 유자약전≫
(6) -박이 「뒷가지」1(일부 명사 뒤에 붙어)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이라는 뜻을 더하는 뒷가지. 점박이, 금니박이, 덧니박이, 네눈박이, 차돌박이. 2(일부 이름씨 또는 움직씨 줄기 뒤에 붙어) 무엇이 박혀 있는 곳이라는 뜻을 더하거나 또는 한곳에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뜻을 더하는 뒷가지. 장승박이, 붙박이.
밑감 (1), (2), (3), (4), (5), (6)을 살펴 ‘토박이말’의 말밑이 한말글임을 밝히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터’의 뜻을 밑감 (1)에서 살피면 ‘자리’나 ‘장소’를 나태는 말로 많이 쓰이고, 한자어 ‘토(土)’는 밑감 (2)를 살피면 ‘흙으로 된’ 뜻을 나타는 말로 많이 쓰인다. 따라서 밑감 (1), (2), (3)을 살피면 ‘토박이(토배기)와 터박이’의 ‘토와 터’가 본디 밑감 (1)에서 살필 수 있는 뜻과 같이 ‘자리’나 ‘장소’를 나타내는 말뜻을 가지고, 고장에 따른 홀소리바뀜(모음변이)이 있는 말로 두루 쓰이는 절로 생긴 말임을 알 수 있다. 홀소리바뀜의 보기를 내들면 ‘어머니, 엄마, 어마니, 오마니, 오매’가 고장말로 두루 쓰인다.
둘째로 밑감 (3)에서 살필 수 있는 속살은 ‘본토박이’의 준말로 ‘토박이’ 낱말을 표준어로 종잡고, 그 말밑을 따라 ‘토박이+말’의 토를 토(土)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말모이(사전)를 만들 때 사람들이 밑감 (1)과 (2)에서 살펴볼 수 있는 낱말 뜻에 따라 절로 생긴 고장말이기보다는 그 적(당시)에 많이 쓰이던 본토(本土)와 아랑곳한 한자어 본데(지식)에 영향을 받아 ‘토박이’의 토를 토(土)로 쓰거나 풀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로 (3)과 (4)와 (6)에서 본토박이의 준말이 토박이라면 ‘외눈박이’의 준말로 ‘눈박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눈박이’는 없다. ‘쌍점박이’, ‘점박이’는 있다. ‘-박이’ 꼴은 ‘쌍점’은 ‘쌍+점’으로 겹씨를 이루는 꼴이다. 또 살필 일은 ‘쌍점박이’의 준말이 ‘점박이’가 아니다. 이는 점박이가 먼저 생기고 쌍점박이가 나중에 생긴 말이기 때문이다. ‘쌍점박이납작맵시벌’은 요즘 생긴 말이다. 그러므로 ‘본토+박이⇒토+박이’로 만들어진 것과 같은 차례로 보기 어렵다. 이는 ‘신문팔이’의 준말이 ‘문팔이’가 아닌 것과 같다. 따라서 ‘본토박이’의 준말이 ‘토박이’라는 가룸턱(논리)은 한말글 말본의 터무니가 여리다.
IC 분석을 바탕으로 ‘땅콩기름’과 ‘금귀걸이’ 낱말이 새생김 되는 차례를 살펴본다. 먼저 ‘땅+콩’이 이루어진 뒤에 ‘기름’이 맺어져 ‘땅콩기름’이 된다. ‘금귀걸이’는 ‘귀+걸이’가 먼저 맺어진 뒤에 이름씨 ‘금’과 맺어지는 차례를 가진다.
여기서 ‘터+박이’와 아랑곳한 줄기말을 내들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7) 터무니「이름씨」「1」터를 잡은 자취. ¶ 그렇던 숲이 부지중 터무니도 없어지고, 따라서 그들에게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이기영, 고향≫「2」정당한 근거나 이유. ¶ 말을 지어내도 터무니가 있어야지. 아무리 노는 년이라고 얕잡아 본들 그렇게 음해를 한단 말이에요.≪현진건, 적도≫/이러구러 하는 동안에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터무니를 갖추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유진오, 구름 위의 만상≫
(8) 터전「이름씨」「1」집터가 되는 땅. ¶ 부자 동네여서인지 집집마다 터전을 널찍널찍하게 잡고 있다./이 동리에서는 서기 집이 제일 터전이 넓었다.≪이기영, 서화≫「2」자리를 잡은 곳. ≒기지08(基地)「2」. ¶ 경주는 신라의 옛 터전이었다. 「3」살림의 근거지가 되는 곳. ¶ 터전을 잡다/터전을 마련하다/활동의 터전을 잃다/어부들은 바다가 삶의 터전이다./그는 타향에서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생업의 터전을 마련하였다./이 섬으로 들어온 다음에도 윤장쇠는 자기가 살 터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아들만 잃어버렸다.≪한승원, 해일≫ 「4」일의 토대. ¶ 문학의 터전/국가의 터전을 닦다/민주
(9) 터수[Ⅰ]「이름씨」「1」살림살이의 형편이나 정도. ¶ 터수가 나아지다/우리는 겨우 세끼 밥이나 먹는 터수이다./더군다나 안팎에서 받아 챙길 만큼 궁해 보이지도 않은 터수니 무슨 사연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박완서, 미망≫「2」서로 사귀는 사이. ¶ 술잔을 나눌 만한 터수/우리 터수가 남 유달리 친한 터이지만, 이 친한 것을 아주 대대로 비끄러매어 봄이 어떠하오.≪현진건, 무영탑≫[Ⅱ]「의존이름씨」 ((어미 ‘-은’, ‘-는’, ‘-던’, ‘-을’ 뒤에 쓰여))=터02「2」. ¶ 그는 점잖은 터수에 차마 욕을 할 수가 없었다./그는 어려서부터 온갖 고생을 다 해 온 터수였다./먹은 것도 별로 없는 터수에 어디에서 저런 기운이 솟아나는 것일까.≪이호철, 소시민≫/그들이 나타나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던 터수여서 나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윤흥길, 비늘≫/지금 우리가 웃을 터수가 아니다./포교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뭣이든 자진해서 거행해야 할 터수가 아니냐 말이다.≪서기원, 조선백자 마리아상≫/도대체 네가 대학에 갈 터수냐? 사지가 멀쩡한 놈이 남 위에 얹혀 지내면서 대학은 다 뭐냐.≪손창섭, 혈서≫「비」[Ⅰ]「1」가양03(家樣). 주의의 터전을 다지다/한국 출판계가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다.
넷째로 밑감 (7)의 ‘터+무니(무늬)’, (8)의 ‘터+전’, (9)의 ‘터+수’에서 ‘터’가 겹씨 낱말을 이루는 구실과 쓰임을 살펴 볼 수 있다.
다섯째로 ‘본디, 본새, 본데 본메’의 ‘본’의 말밑을 ‘본데’와 같이 ‘보아서 배운 범절이나 지식이나 솜씨’처럼 ‘보다’를 말밑으로 삼는 말이다. 이를 따르면 ‘본토박이’의 ‘본’도 ‘보아서 배울 수 있는 범절이나 지식이나 솜씨의 터전’과 같은 뜻을 가축하고 있다. 줄기말을 더 살피면 ‘본승’에서 ‘본’은 ‘태어 날 때부터’라는 뜻이 있으며, ‘본노루’의 ‘본’은 ‘오래 된’의 뜻을 가축하고 있다. 이를 미루어보면 ‘본마을’의 ‘본’도 토박이말로 짐작할 수 있다.
첫째와 둘째 터무니를 살피면 첫째 속살처럼 ‘터’를 말밑으로 한 ‘터박이’ 낱말이 먼저 생기고 말본의 홀소리어울림(모음조화)에 따라 ‘토박이나 토배기’로 굳어진 고장도 있고, 처음 생긴 말인 ‘터박이’ 그대로 쓰는 고장도 있다. 이를 둘째와 같이 ‘토박이’의 토를 토(土)로 쓰거나 풀이한 것은 한말글 본새(법식)보다는 그 적 때띠(시대)에 따른 말무리(언중)의 영향을 앞세운 한자어 본데(지식)에 터무니를 둔 민간어원으로 볼 수 있다. 또 ‘토박이’의 토를 토(土)로 쓰거나 풀이한 것은 이적(현재)에 고장말로 쓰고 있는 밑감 (1)과 (6)을 말밑으로 한 ‘터박이’에 대한 풀이를 하지 못한다.
앞에 내든 밑감 속살과 터무니를 미루어보면 고장말로 두루 쓰이는 ‘터박이>토박이(토배기)’의 ‘터>토’를 굳이 이웃나라 사전에 먼저 실린 한자어 본토(本土)나 토착민(土着民)의 토(土)를 말밑으로 삼아 풀이할 까닭이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토박이말’은 한말글 토박이말(고유어)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까닭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의 ‘민간어원’ 뜻풀이를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