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일│한국교육개발원 원장, henky@kedi.re.kr
가치관의 변화와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 그리고 1962년부터 약 30년 간 정부차원에서 추진되어온 가족계획사업에 의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저하되고 있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남여 2명당 1.22명의 수준으로, 과거 1960년에 출산율이 6.0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후 196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급격한 출산율 증가 세대인 베이비붐세대들이 노년층이 되는 2020년부터는 더욱더 급속히 고령화되어 역삼각형 인구변동 형태인 극심한 저출산고령화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사람이 자원’인 나라에서는 저출산고령화시대가 지속되다보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입학정원의 부족으로 많은 학교들이 폐교하게 될 것이고, 젊은 층의 노인부양 비용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의료비 및 사회보장비용도 증가하게 되어 국가나 개인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저출산고령화사회를 극복하는 1차적인 방안은 출산을 장려하고 아이를 낳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차원의 위원회를 조직하여 대비하고 이에 대한 법조항을 만들어 장려하고 있으나, 실상 현실적인 여건은 이러한 법조항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나라 사회·문화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그 가운데에 항상 ‘교육’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자신의 직업과 인생의 성취에 자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이, 자녀출산과 양육이 사회적인 성공에 어려움을 준다고 더 많이 응답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당장 아이를 낳으면 겪게 되는 보육·육아문제와도 연결선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저출산의 장애가 되고 있는 또 다른 교육문제로는 사교육비를 들 수 있다. 이는 물론 보육·육아문제보다는 한 걸음 뒤의 일로 인식되긴 하나, ‘한 명도 제대로 기르기 힘들다’는 인식의 팽배와 자녀교육비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 또한 출산율 저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로 야기되는 많은 문제들은 교육과 연관되어 있고, 교육의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사교육비와 보육·육아비로 대표되는 교육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육·육아를 국가차원에서 보조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교육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획일화된 교육과정에 의해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교육내용을 받는 시스템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적성교육과 창의적인 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을 개편해나가야 할 것이다. 일종의 수준별 맞춤학습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가사분담과 동등하게 일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성역할에 대한 인식변화 교육, 즉 양성평등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관심 틀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를 중심으로 한 학교교육시스템에서 교육의 관심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시스템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가발전에 주도적이었던 젊은 세대가 줄어듦에 따라 이들을 대신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동력은 기존의 사회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장애인, 주부, 실직자 그리고 정년퇴직자들’로, 이들이 원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명문대학에도 진학하여 교육받고, 고급의 능력을 육성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이 개혁되어야 한다. 단순히 18세만의 학령기 아이들이 입학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고, 대학은 교육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장애인도, 주부도 실직자도 그리고 정년퇴직자들까지도 정규의 대학을 통해 자신의 기존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인재를 함께 키워야 한다. 과거에 자녀양육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했던 시기는 이미 지났고, 노인의 문제를 가족의 책임으로 여기는 시대도 지났다. 저출산고령화시대가 도래한 이래로 국가와 사회가 인재를 키워가는 데 필요한 많은 여건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문제도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맞춰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