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소묘
거북등 솔 향에 취하여 걷노라니
춘당지 능수버들 물수제비뜨고
물오리 물살 가르는 한가로운 봄,
수강궁 주목 아래 선 어린이
고개 들어 작은 손 내밀어
오백 년 굴곡진 손 맞잡고 웃는다.
관천대에 올라 날씨를 재다 보니
하늘 이고 선 이끼 낀 기와 위에
은빛 비둘기들 삼삼오오 여유롭다
숭문당 영조 선정 논하는 음성
용마루 타고 종묘로 오르면
금천 위 옥천교에 시 짓는 개나리
벙긋벙긋 재잘재잘 따라 읊는다.
역사의 산 증인들 종묘에 모여들어
이끼 앉은 요람 만져보다가
세월 돌이켜 활짝 이국 여행객 맞이한다.
개불알풀
햇빛 눈부신 날 길을 가는데
톡!
누군가 우주 여는 소릴 내는 거야, 글쎄.
가만가만 다가가 들여다보자
지름 1cm 보랏빛 소우주가
쌍안경을 확 끌어당기는 거야, 글쎄.
넌 아무리 예뻐도
큰 꽃의 들러리다 했더니
쬐끄만 꽃으로 풀숲에 묻혀 살아도
오늘 하루도 당당히 남자로 산다며
불알 두 쪽을 척 내미는 거야, 글쎄.
-약력-
최정희(崔貞姬)
전남 영암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7년 화백문학 시부문 신인상
화백문학회원, 글길문학동인, 안양문협회원
카페 게시글
문학지에 실린 글
화백문학 봄호(2011년 43호)
산수국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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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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