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시대에서 인삼 농가가 살아남는 방법은 원가 절감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고품질의 인삼 재배로 수출에 승부를 거는 것입니다. 풍기인삼공사 역시 한·미 FTA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최근 뉴욕지사를 설립해 미국 동부지역에 대리점을 모집 중입니다."
영주시 안정면 신전리 풍기인삼공사 영농조합법인 김정환 대표(54)는 FTA 협상처럼 세계화의 흐름이 막을 수 없는 대세라면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는 등 변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986년 (주)풍기태극인삼을 설립해 99년 현재의 영농법인으로 사명을 바꾼 김씨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정환 홍삼' '김정환 홍삼절편' '김정환 홍삼정과' '김정환과 겨우살이 이야기' '김정환 홍삼액' 등을 생산할 정도로 제품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세계 최대 다국적 임상대행 전문업체인 코방스(COVANCE)로부터 식품 안전성 테스트까지 마쳤다. 지난해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 'KIM'S RED GINSENG'이라는 브랜드로 상표 등록을 완료, 대미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만 벌써 미국에 1억5천만원어치를 수출한 김씨는 대리점 모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올 연말까지 5억원어치의 수출은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영어를 전공한 큰딸 보미씨(28)가 통역 없이 상담이 가능할 정도여서 앞으로도 미국시장은 큰딸에게 맡길 계획이다. 93년 대만에 98만달러어치의 태극삼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본토에도 32만달러어치의 홍삼을 수출했다. 또 일본에는 5년 연속 도쿄식품박람회에 풍기인삼으로 참가하는 등 매년 수억원어치의 풍기인삼을 수출해 풍기인삼의 산증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씨는 자신이 가공하는 홍삼과 태극삼의 원료를 직접 재배한다. 중국산이나 북한산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인삼 재배에 바쳤기에 재배를 포기할 수가 없다고 한다. 현재 김씨가 직접 재배하는 인삼포는 영주와 풍기, 봉화, 예천 등 20만㎡에 달하고 있다.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아 16세부터 인삼 농사를 직접 지었으니 어느덧 인삼 재배만 38년이 된다. 풍기지역은 6년근 인삼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첫 번째로 6년근 수삼을 생산했으며, 경기도 포천 등지에서 사오던 묘삼의 직접 재배에도 성공하는 등 인삼 재배 기술 개발에 대한 그의 끈질긴 집념은 2005년 '경북도 농업명장'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또 같은해 영남일보에 실린 '2005년 우수농산물 30선' 중 최상위 5개 '명품브랜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 역시 다른 인삼농가처럼 중국산 인삼의 유통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가을 중국여행 귀국길에 ㎏당 5천원 하는 5년근 고급인삼을 구입해 잔류농약 검사를 의뢰한 결과 모두 허용치 이하로 나왔다고 한다. 저렴한 인건비에다 넓은 재배 면적이 강점인 중국산 인삼의 경쟁력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성분면에서만 고려인삼만 못하지 언제든지, 세계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
"안타까운 것은 풍기인삼시장에서 중국산 인삼이 유통된다는 보도가 나가자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는 가공공장마저 도매금으로 취급당한다는 사실입니다. 소수의 악덕 상인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상인들이 희생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 김씨는 "이 기회에 생산자 이력 추적제 등 투명한 유통시스템이 자리잡도록 관계당국이 앞장서 계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억원을 들여 첨단 위생식품제조(GMP) 시설을 준공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풍기인삼공사는 롯데백화점 등 전국 20여개 매장에서 '김정환 홍삼' 등 20여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054)638-2304, www.golds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