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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역동상담학회
사례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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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싸우는 의존적인 부인(현실역동상담 접근)
∎일시 : 2014. 10. 11.
∎발표자 : 장성숙(극동상담심리연구원)
∎토론자 : 이운기(강서심리상담센터)
유금숙(한울중학교상담교사)
1. 내담자 기본 정보
본인(37): 셋째 딸로서 친정에서 착한 딸로 정평 나있음. 결혼해서도 착한여자로 살다
어느 시점부터 폭발해 남편과 많이 다투고 있음. 현재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전공.
(중1때 死) 70 76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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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43): 6남매에서 위로 누나 세 명을 둔 다음 세 아들 중 장남. 욱하는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술을 매우 많이 마셔서 아내를 불안하게 함. 직장에서는 일을 매우 잘해 인정받고 있음.
아들(12): 아버지의 욱하는 성격에 짓눌려 틱 증상을 보여 상담을 받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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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작고): 서울대에 합격하고서도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갖고 술을 마실 경우 분노를 폭발했음. 내담자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심.
친정어머니(70): 남편이 죽은 후 사기를 당하기도 하였으나 다시 살림을 일으켜 세움.
특히 아들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음.
첫째언니(41): 철딱서니 없고 아직도 노모에게 의지하는 경향을 보임.
둘째언니(39): 뚱한 성격으로 말도 잘 안 하고 자신의 삶에만 관심 있음.
남동생(35): 어머니의 총애를 받는 입장으로 무난함.
2. 내방 경위
본 상담자가 실시하는 집단상담(10주 프로그램)에 참석했다가 개인상담을 신청함. 집단상담에서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거기에 수긍하고, 저런 말을 하면 또 거기에 수긍하는 중심 없는 태도를 보여 본 상담자가 쓴 소리를 하였고, 그 말에 자극받아 상담을 신청했던 것으로 보임.
3. 주호소 문제
남편이 술을 마시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셔 몹시 불안하다. 어떻게 해야 남편이 술을 적게 마시도록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또 본인도 남편과의 싸움이 너무 힘들어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 정도다.
4. 내담자 인상 및 행동관찰
적당한 키에 날씬한 몸매를 지녔고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이었음. 뭔가 많이 지쳐보였기 때문인지 힘이 없어보였고, 말하는 목소리는 아우성치듯 큰소리로 말하였으나 일목요연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음.
5. 내담자 문제의 이해
내담자의 문제는 남편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결혼 이후 모든 것을 남편에게 맞추고 살아왔으나 더 이상 그렇게 살 수가 없어 남편과 싸우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딸 셋 중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내담자는 원하지 않는 아이의 전형이었고, 더구나 남동생의 출생으로 가족에게서 거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남에게 맞추는 식의 생존전략을 구사했던 내담자는 남편에게도 그렇게 했으나 더 이상 그렇게 하고는 살 수 없었다. 하지만 힘이 약했던 내담자는 남편을 이길 수 없었고 제대로 된 조율도 하지 못했기에 지친 나머지 우울한 상태를 보였다.
이러한 내담자에게는 어떻게든 자신의 합당한 목소리를 내어 남편과 조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6. 상담 목표 및 전략
1)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이 드는지를 명료하게 이해시킨다.
2) 자신의 합당한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다.
3) 남편의 상태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며 심리적 독립을 이룩하게 한다.
* 전략: 상담의 초점을 가급적 현재의 불편함에 두고, 상담자가 어른으로서 내담자가 어느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도편달해주는 식의 현실역동상담 접근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매 회기마다 내담자가 가져오는 내용을 들어주며 명료하게 인식하도록 정리를 돕고, 동시에 그때마다 내담자가 현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지를 일러주곤 했다. 이런 식의 지지적인 전략을 통해 상담자는 대리모가 되어주듯 처신했고, 그 과정에서 내담자는 다시금 성장하는 기회를 접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7. 상담내용(총 35회: 2013. 11. 1 ~ 2014. 8. 25.)
1회 (2013. 11. 1.)
-고슴도치처럼 살고 있어요. 아들에게도 확인하며 달달 볶고, 남편과도 부딪치면 화내고 비난을 퍼부어요. 지금까지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무려 10년이나 열심히 받는다며 돌아다녔는데 달라진 것이 없어 세월이 아까워요.
-지금도 시험시간이 끝나 가는데 문제를 다 못 풀어 불안해하는 꿈을 자주 꾸곤 해요.
(뭔가 풀리지 않는 게 있는가본데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어떤 것이지요?)
-남편에 대해 답답해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남편과 엄청 싸우며 살고 있어요.
-아들에게 눈을 뒤집어 까거나 턱을 내미는 tic이 왔어요. 그래서 상담을 받는데, 남편은 ‘네가 그렇게 만들어놓고 상담이나 시킨다.’며 저를 비난해요. 비난을 들으면 엄청 불안해지며 버림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남편과의 갈등이 주된 문제인가본데, 그런 상황에서 아들에게 문제가 나타났군요. 아들의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지요?)
-작년 6월에 미국으로 여행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여행을 하던 중 남편이 아들에게 짜증을 내면서부터예요. 차 안에서 남편이 아들을 막 몰아붙였어요.
(어머니도 옆에 있었을 텐데 옆에서 남편의 짜증을 막아주기가 어려웠나요?)
-그렇게 하지를 못했어요. 저 역시 제가 알고 싶은 것만 아들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식이었지 상황을 원활하게 해주지 못했어요.
-제가 상담공부를 시작한 것은 남편에게 짜증을 너무 많이 내는 자신에 대해 불안해졌기 때문이에요.
(짜증을 내는 자신에 대해 불안해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요?)
-남편이 저와 대화를 점점 덜 하기 시작하니까 많이 불안해지더라고요.
(남편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싸우기 시작했으면서도 남편에게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지는가보군요. 그런 부모 틈새에서 아들에게는 tic이 나타났고.......)
-저는 셋째 딸인데 큰 언니는 사고뭉치였고 둘째언니는 이기적이었어요. 18개월 아래인 남동생은 귀한 아들이어서 제가 울거나 아우성쳐야 겨우 한번 쳐다봐주는 딸이었어요. 어려서 별명은 울보였어요.
(서열상 아주 불리한 위치였네요.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지요?)
-제가 중학교 1학년이고 남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가 22살 때는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24살 때 양가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는데, 그때 살림살이를 다 남편의 카드로 샀어요. 그 카드빚을 제가 학습지 교사로 일해 갚긴 했지만 꿀리는 면이 있었어요. 어머니는 미안했는지 3년 뒤에 3천만 원짜리 소나타 차를 사주시더라고요.
(상담에서 무엇을 다루고 싶지요?)
-남편이 자상하기는 한데 잔소리가 너무 심해 제가 의욕을 잃어버리고 의존적이 되어 살아왔어요. 늘 맞추고 살다가 결혼 후 5~6년 정도 되었을 때 어느 순간 참을 수가 없어 걸레질을 하다 남편 얼굴에 걸레를 집어던졌어요. 그때부터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제가 소리 지르며 싸우기 시작했어요. 참기 어려워 소리를 지르며 덤비고서도 심장이 떨리고 말이 엉켜요.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동시에 자신감을 키우도록 합시다.)
-답답한 마음에서 왔는데, 뭔가 정돈이 되는 것 같아 시원한 마음이 들어요.
2회 (2013. 11. 8.)
-남편이 낚시를 갔다가 늦은 밤에 사람들을 끌고 온다고 전화를 했어요. 크게 반발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번에는 안 된다고 소리 질렀는데 전처럼 불안하지가 않았어요. 희한하게도 남편은 그러한 저에게 아무런 욕도 안 하고 그냥 들어와 자더라고요.
(남편과 소리치며 싸우는 것은 평소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살다 폭발하듯 터트리는 것인데, 그러한 방식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아요. 그러므로 감정을 실어 터트릴 게 아니라 할 말을 그때그때 하는 식으로 남편과 소통하는 것을 상담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요?)
-예, 그렇게 하지요. 남편과 싸우지 않고 잘 지냈으면 정말 좋겠어요. 싸우면 저도 무척 힘이 들어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되어요.
(저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근본적인 갈등을 이해하자는 게 아니고 현재 함께 사는 남편과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최우선 적인지에 역점 두는 상담을 해보도록 하지요.)
-사실 상담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위로를 받긴 했어요. 그러나 그때뿐이고 풀리지 않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아 무섭다고 소문난 장 교수님에게까지 오게 된 거예요.
-어머니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찬밥으로 살았고, 그래서였는지 딸들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을 해버렸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들에게 상담을 받게 한다든가, 상해보험을 든다든가 하면 남편은 꼭 언젠가 그런 것을 가지고 트집 잡아요. 그런 비난을 듣기가 너무 싫어요.
(그나저나 저와 이야기 하는데 왜 그리 소리치듯 크게 말하지요?)
-아, 그래요? ........ 아들도 제게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소리치거나 울고불고 악을 써야 남편이 귀를 기울이는데 이제는 이렇게 사는 게 저도 지겨워요. (울음)
3회 (2013. 11. 15.)
-시댁에 다녀왔는데 남편이 그곳에 가서 안하무인격으로 굴어 보기가 싫었어요. 시아버지는 일체 말을 하지 못하며 지내는 사람이고, 시어머니는 샤머니즘에 치우쳐 지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에요.
(남편이 어디까지나 아들인데 왜 부모 앞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처신하지요?)
-남편이 시어머니의 히스테리로 엄청 불안하게 자랐고, 튕겨져 나오듯 일찍이 홀로 상경해 무지무지 고생하며 산 사람이기 때문에 울분이 엄청 많아요.
(남편도 응어리가 많은 사람이군요. 자수성가한 사람에게 시집가면 고생한다고 하던데, 남편에게 고생한 사람의 모진 면이 상당히 있는 듯합니다.)
-미국에 있다 들어온 시누이가 저와 매우 가깝게 지내다 저를 아주 못된 년으로 만들어 힘들었고, 남편도 술을 마시면 고주망태기가 되어 들어오는 문제로 너무 힘들어 코칭을 20회기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러다 도대체 뭐가 그리 힘든지 알고 싶어 사이버 대학 상담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것에 재미를 붙여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예요.
-아들이 tic을 고치기 위해 다른 곳에서 7회째 상담을 받고 있는데, 아들의 마음만 공감하며 얼러주기만 하는 게 매번 똑같아 답답해요. 아들도 극동상담심리연구원으로 옮길까 하는데 그 말을 하기가 겁나요. 5학년인 아들을 겨울방학에 뉴질랜드에 보내기로 했는데, 그 전에 옮기는 게 좋겠지요?
(본인이 돈을 쓰는 일에서도 자꾸 을의 위치에 서려하는군요. 옮기더라도 저쪽 상담사에게 잘 말하고 옮기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해요. 그리고 방학 중에 아들을 보살피지 않아도 되면 남편과 함께 집단상담에 참석하는 게 어떨까요.)
-말은 해보겠지만, 남편이 죽어라 남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이어서 갈지 모르겠어요.
4회 (2013. 11. 28.)
-남편이 떡이 되도록 술을 마시면 그럴 때마다 보호받지 못 하는 것 같아 엄청 불안했어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게 어떤 의미이지요?)
-남편이 저를 많이 의지해요. 남편이 회사사람들에 대해 저에게 일일이 다 이야기를 해주고 회사모임에도 저를 많이 데리고 다녀 저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아요. 저에게 엄청 자상하게 해주고 경제적으로도 아무런 걱정 없이 살도록 해주는 사람이 바로 남편이에요. 남편이 혹시 잘못되면 안 되니까 그가 술 마시는 것에 엄청 불안해 화가 나는 게 아닐까요?
(글쎄, 무엇 때문에 그리 화가 나는지, 또 남편과 싸우는 게 어떤 면에서 그리 불안한지 좀 더 살펴봅시다.)
5회 ~ 7회 (2013. 12. 7. ~ 2013. 12. 21.)
-얼마 전에는 남편이 자신의 음주에 심각성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가 알코올중독에 대한 약 처방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몸에 안 받는지 약을 먹고 고생을 많이 한 다음에는 약을 먹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이번에 남편이 또다시 술을 마셨는데 제가 전처럼 많이 불안하지가 않아 신기했어요. 왜 그런 것일까요?
(버림받는 것에 불안해했는데, 아무래도 상담자가 뒤에 있으니까 든든했나 보지요?)
-아, 그런 것 같네요. 이 정도면 살만하다는 편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시부모님이 매일 싸우다 남편이 젖을 뗄 무렵 시어머니가 도망을 갔다가 일주일 만에 들어온 적이 있었대요. 남편이 엄청 다혈절적이라 집안에서 누구하나 제지를 못하는데 저에게는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하게 다 챙겨주어요. 심지어 프라이팬도 자기가 사주어요.
(남편이 자신의 불안이나 울분을 술로 풀면서 아내에게 기대는 마음이 엄청 있나봅니다.)
-부부관계가 잘 맞고 또 서로 좋아하는 편이예요. 그런데 근래에는 남편이 위축되어있어서 그런지 부부관계도 덜 해요.
(불안할수록 부부관계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나저나 근래에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어요?)
-전과는 달리 제가 소리 지르며 싸우지를 않고 그냥 그때그때 할 소리를 하니까, 희한하게도 남편이 도리어 제 눈지를 보는 것 같아요.
-남편이 곤드레만드레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마다 알 수 없는 분통이 치솟았었는데, 그것이 아버지로 인한 제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친정아버지도 술 문제를 가지셨던 분이예요. 그동안에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사고라도 나면 저에게 보호막이 사라질까봐 불안해서 그토록 화를 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남편의 잔소리나 벌컥거리는 태도 자체에 짜증이 많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이해가 정교해지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그런데 친정아버지에게 어떤 술 문제가 있었지요?)
-아버지는 서울대를 합격하고서도 돈이 없어 진학하지 못 했던 분으로 책이나 가까이 하며 주로 술을 드시고 세상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며 살았던 분이에요. 그러한 아버지가 저에게는 무서운 존재였는데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그러한 아버지에게 원망보다 측은함을 많이 가졌어요.
-남편이 제가 돈 쓰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 잔소리를 하지 않아 그런 점에 대해서는 매우 고마워요. 그러나 꼼꼼하게 다 챙겨주는 식으로 저를 컨트롤하려하기 때문에 갑갑했어요. 오랫동안 포기하듯 살았는데 이제는 참기 어려워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 엄청 싸워요.
(남편이 제 정신일 때는 말을 못하다 남편이 술을 마셨을 때 폭발하는군요.)
-남편은 자기 성에 안 차면 내가 숨이 막힐 정도로 잔소리를 해 주눅 들어 살았어요. 걸레를 남편얼굴에 내던진 이후에는 아우성치듯 살았지요. 특히 시어머니가 엄청 악악대는 타입으로 시댁에 내려가면 많이 부대껴요.
-독불장군 식인 남편이 자기가 세워놓은 원칙에 모순되는 행동을 하면 제가 많이 깔봤어요. 제 말이 관철되도록 악다구니를 부리기 시작하자, 남편은 처신을 조심한다기보다 자기를 무시한다고 여겨 서로 싸워왔지요. 사실 저도 남편의 말에 귀를 틀어막고, 여봐란 듯이 아들을 우선시 하는 식으로 울화통을 풀며 살은 게 사실이에요.
8회 (2013. 12. 26.)
-남편이 자기 계획대로 빨리빨리 움직여주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아이에게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쌍욕을 해요. 특히 작년부터는 모든 게 싫어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그러한 심정을 남편에게 솔직히 말해봤나요?)
-말을 하니까 남편이 버럭버럭하는 게 줄긴 했어요. 하지만 그가 소리를 지르면 저는 여전히 깨갱깨갱해요. 그래도 제가 뭐라 하면 남편은 자기를 무시한다고 난리를 쳐요. 아무튼 저 자신도 소리를 지르고 나면 지괴감이 생겨 무척 힘들어요.
-남편이 자신의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병을 인정하지 못하니까 제가 남편에 대해 꼬투리 잡는 게 음주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 드는군요.
(약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는 사람이 힘들게 성장해 자신을 일궈내느라 힘들었던 남편과 맞추고 사느라 무척 힘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담을 받는다며 밖으로 돌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상담을 받으면서 남편에게 당신과는 대화가 안 된다고 하였더니, 호강에 초치는 소리를 한다고 남편이 말하더라고요.
(그래도 바람나지 않고 산 게 다행이에요.)
-기독교 신자라서.......
9회 ~ 11회 (2014. 1. 2. ~ 2014. 1. 21.)
-예전에 남편이 자신의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버럭버럭해 소리 질렀고, 저는 두통이 심하게 와 머리를 들 수가 없어 병원에 가서 CT를 다 찍었어요. 그때부터 여기저기 상담을 받으러 다녔고 그나마 남편에게 퍼부으면서 두통이 없어졌어요.
-싸우게 되면서 남편의 푸닥거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무기력하게 지냈던 세월이 꽤 길어요. 그런데 선생님과 상담하고부터는 그래도 남편의 아우성을 귀담아 들으려하니 속에서 불이 나 남편에게 자꾸 날카롭게 대하게 되어요.
-아들이 어렸을 때에는 가정살림을 억지로라도 했는데 많이 커서 혼자 놀게 되니까 점점 살림에 재미가 없어요.
-근래에 흥분을 절제하고 할 말을 하니까 남편이 부대끼는지 밤일을 안 하고 쓱쓱 피하는 것 같아요.
(밤일을 안 해 많이 서운해요?) (웃음)
-뭐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나저나 남편이 아내와의 부부관계를 갈등의 무마용으로 썼었나보지요?)
-아,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게 싫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그렇게 싫지도 않았어요.
-전에는 안개 속에 있는 느낌으로 무력감, 자괴감, 허함이 심해 빨리 늙고 싶었었는데, 요즈음엔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친정어머니에게는 힘든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려하면 어머니는 뭣 하러 그런 소리를 하냐고 구박을 주었어요. 어머니는 주변의 시선에 굉장히 예민한 분으로서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분이지요. 큰언니는 철딱서니 없고 거짓말을 하거나 가출을 하기도 했었고, 작은언니는 말을 안 하고 자기 삶에만 관심을 쏟고 사는 유형이에요. 반면에 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힘들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드려 속이 꽉 찼다고 칭찬을 해주시곤 했어요.
-남편은 제가 화를 낼 때까지 잔소리를 계속하는 타입인데 요새는 남편이 소리를 지르면 저도 소리 지르는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어요.
12회 ~ 19회 (2014. 2. 4. ~ 2014. 4. 5.)
-아들이 방학 동안 뉴질랜드에 가 있는 동안 잠잠했는데 엊그제 남편이 술을 마시고 소란을 벌렸어요. 늦게 귀가를 하다가 택시 기사에게 욕을 해 경찰서에까지 갔던 일이 있어 엄청 싸웠어요. 남편회사가 10월에 부산으로 내려가는데 저는 안 내려가겠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당연히 같이 갈 줄로 여겼던 남편은 의기소침해하더라고요. 남편은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 여기는 사람이에요.
-남편에 대해서는 내려놨는데도 그에게 끊임없이 틱틱 거리는 제 자신을 봐요.
-남편은 늘 불안하다고 말하며 행복한 순간에도 그것이 박살날까봐 무서워 불안하대요. 그래서인지 제가 팔에 로션을 바르라고 10번 이상을 말했는데도 이번에 처음 그 말을 듣는다고 하여 어이가 없었어요.
(온통 정신이 다른데 가있는 모양이군요. 대체 무슨 불안에 그렇게 휩싸여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젖먹이 때 시어머니가 너무 악악대니까 시아버지가 때려서 시어머니가 일주일 정도 도망갔다가 돌아왔다고 해요. 그 후에는 또 시어머니가 동생이 태어난 지 몇 개월 후 간경화로 판정을 받아 곧 죽는다고 했었데요.
(남편에 대해 견디기 힘들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불안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남편을 제대로 살펴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겠어요.)
-서로 반복되는 패턴을 징그럽도록 지속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정신 차리고 남편과 싸우는 것을 절제하려하니 그에 대해 불쌍한 마음이 자꾸 들기도 해요.
20회 (2014. 4. 12.)
-남편이 회사에서 홍보팀장으로 있는데 새로 부임한 실장이 엉뚱한데 일을 맡기게끔 종용을 해 남편이 극도로 예민해있어요.
(일이 잘못되면 상사인 실장이 책임을 질 것 아니에요? 회사생활에서 상사에게 너무 뻑뻑하게 대응하는 것도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은데…….)
-제도가 바뀌어 이제는 일을 시킨 상사가 아니라 실무자가 문책을 당한다고 해요. 그래서 남편은 실장의 압력을 버티느라 죽을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참 난감한 상황인 것 같은데, 상사의 주문에 아랫사람으로서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적당한지 지금 우리 원장님(철쭉님)에게 여쭈어 봐도 될까요?)
-저야 철쭉님에게 여쭈어 봐주시면 좋지요.
【철쭉님에게 자문을 받으면 어떠냐는 제안에 내담자는 반가워했으나 그 당시 철쭉님과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전화통화가 되는대로 자문을 받아 내담자에게 연락을 해주겠다고 상담자가 말했다.
철쭉님과 통화가 된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하지만 다음 상담 약속기간을 불과 2~3일 남겨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자문 받은 내용을 전화로 알려주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가 말해주기로 했다.】
21회 (2014. 4. 18.)
(철쭉님과 상의했더니, 다른 부서도 아니고 홍보부에서 책임질 일이 뭐 그리 크겠느냐며 남편이 지나치게 경직된 것 같다고 하십니다. 상사가 아니라 아랫사람이 부탁을 해도 한 번 쯤은 들어주어야 한다고 해요. 그렇게 하는 게 인간관계의 예의라네요.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그곳에서 일을 잘하면 서로 좋은 것이고, 만약 시원찮게 일을 하면 그것을 근거로 다음 청탁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 남편이 이미 사고를 쳤어요. 남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실장에게 폭발하며 자기에게 그런 부탁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러자 실장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런 것에 화가 났기 때문인지 이사에게 실장자리를 내놓겠다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러자 이사는 우리남편이 일을 잘하긴 하는데 너무 뻑뻑하다며 실장에게 위로의 말을 했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전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일을 그렇게 터트리고 남편도 퍽 힘이 드는지 집에 일찍 들어와 누워 있곤 해요. 남편이 엄청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나와 아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이 지내고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양대 축이 업무능력과 관계능력이라면, 남편에게 관계능력이 부족하니까 더더욱 업무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가는 오래 버티지 못할 텐데 안타깝네요.)
-이미 일을 쳤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요? 수습할 방법이 없을까요?
(글쎄, 실장에게 그렇게 치받아놓고 수습이 될는지……. 다시 회사의 조직생활에 눈이 밝은 철쭉님에게 여쭈어볼까요?)
【내담자를 앞에 앉혀 놓고 철쭉님에게 전화를 걸자 마침 통화가 되어 수습책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철쭉님은 실장을 공개적으로 그렇게 망신을 줘놓고 이제 와서 무슨 수습을 하려드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리하여 나는 그 부인에게 직접 말씀하시라며 얼른 수화기를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철쭉님은 그 부인에게 대뜸 ‘뭐 그런 남자와 결혼했어요?’라고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부인은 당황해하며 순식간에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런 부인에게 조직에서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화합이라고 철쭉님은 말했다. 만약 자기가 사장이라면 그런 남편을 어떻게든지 뽑아낼 궁리를 할 것이라며, 관계를 못하고 일만 잘하는 직원에게는 포상은 줄지언정 자리를 주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식으로 쓴 소리를 한참 한 뒤 그래도 한마디 일러주기를, 회복은 불가능하더라도 그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니까 남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실장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적으로도 찾아가 생각이 짧았다고 백배 사죄하는 몸짓을 취하라고 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개적으로 실장을 망신 주었던 만큼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쭉님과 통화를 마친 부인은 얼얼한 표정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남편이 타인에게 그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게 자존심 상했을 것 같고, 나아가 남편의 직장생활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에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22회 (2014. 4. 25.) ― 축어록 일부
-짜증이 많이 나요. 본래의 패턴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남편의 일로 예민해진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요? 저번에 상담 받고 나서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철쭉님의 말을 전했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자기가 실장에게 들이대는 행동을 한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사과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아, 아내의 말을 잘 듣던가요?)
-그렇긴 한데 사과를 하지 않고 그냥 유야무야 넘기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무래도 짜증나고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그 실장이 인사부 실장과 가깝다고 해요.
(신경이 많이 쓰이겠네요.)
-예, 뭔가 아주 불편해요.
(사과를 해서 해로울 게 없는데........)
-남편이 근래에 여자가 있는 술집 바에 가는 것에 짜증이 올라와 있기도 해요.
(어차피 실장과 회복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같은 직장 내에서 앙금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낫다고 철쭉님이 일렀는데, 그것을 안 하는가 보군요.)
-아, 그래서 저도 불안하고 짜증이 나는가 봐요.
(들이박았던 사람에게 사과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일까?)
-이번에 시댁부모님을 방문하는 건이 있었는데 아들이 사촌과 만나기를 엄청 기대해도 남편은 시동생과 함께 내려가려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하려했어요.
(아휴, 남편의 고집도 꽤 있는 편이지요?)
-그래서 제가 따지니까 할 수 없이 맞춰주더라고요. 이러한 남편에게 자꾸 맥이 팔리고 늘어져요. 제가 방향을 제시해주어도 남편이 안 따르니까 제가 짜증을 내는 것일까요?
(그런 점도 있겠지요.)
-.......
(그러나 어쩌겠어요? 실행에 옮기고 안 옮기고는 남편의 몫이니까요.)
-남편은 자기가 엄청 잘났다고 여기며 제 말을 안 들으니까 늘 답답했어요. 이번에 또 그런 답답함이 올라와요.
(뭐든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변하는 거니까 너무 휘둘리지 말고 지켜봅시다.)
-그래도 남편이 좋게 변한 게 있으니까 자족해야 되지요? 전에는 아들의 tic을 제 탓이라고 여겼는데, 여기서 상담하고부터는 아들에게 소리를 덜 지르고 맞춰주는 노력을 해줘요.
(어떻게 남편이 노력을 하지요?)
-전 같으면 자기 식대로 가족을 끌고 자기가 좋아하는 캠핑계획을 추진할 텐데, 이번에는 그래도 아들의 뜻을 받아주더라고요.
(회사 일에 있어서 가족으로서 단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게 남편의 그릇 같은데 어쩌겠어요. 있는 그대로 수용하도록 노력해야지.)
-전처럼 화가 많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다시금 남편의 한계를 보니까 무기력해지고 기운이 빠져요. 그렇다고 그의 행동을 비난하면 싸움이 커지니까 목소리를 키우다 얼른 접기는 하고 있어요.
(아, 이제는 얼른 접기도 하나요?)
-제가 발전하고 있는 거지요?
(상담자와 일주일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지내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의지가 되고 든든하니까, 그런 과정 속에서 안정되어가고 있는 게 사실 아니에요?)
-그렇지요. 많이 안정된 것은 사실이에요.
(이번 일로 당장 어떻게 되는 것 아니니까 지켜보도록 하지요.)
-결혼하기 전에는 남편이 큰 사람인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런 기대가 결혼하면서 너무 와장창 깨지니까 실망이 컸어요.
(그때는 무슨 일 때문에 실망을 했는데요?)
-결혼하자마자 남편은 승진을 앞두고 매우 예민해 있던 차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살았어요. 결혼 전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을 더 크게 봤고 그래서 더 크게 실망을 했었던 것 같아요. (울음)
(그렇게 속고 사는 게 인생이 아닐까 해요. 그런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는 속에서 비로소 우리가 커지는 것 같단 말이에요. 그리고 남편이 얼마만큼 아내의 말을 듣느냐 하는 것은 본인의 몫도 있겠고 동시에 아내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일단 본인이 크는 것에 주력합시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남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아내가 중심을 잡고 있으면 점점 남편이 아내를 든든하게 여기지 않겠어요?)
-4~5년 전에 남편이 저를 의지대상이 아니라 보살펴주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도 얼마나 허약한데! ㅎ ㅎ ㅎ)
-(웃음) 그러고 보니 제가 요즈음 덜 악악거리니까 조금씩 제 말을 듣기는 하는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아내에 대해 좋은 인상이 누적되어야겠지요.)
-남편만 탓할 게 아니라 제가 저를 되돌아보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요. 어려운 때일수록 굳건히 지내야 해요.)
-남편이 술 먹고는 함부로 나대곤 했던 사람인데, 그래도 이번에는 남편이 실장에게 술을 먹지 않고 맨 정신으로 나댄 것이에요. 그러니 그것으로라도 위로를 삼아야 하지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좋지요.)
-한편으로는 그래도 당사자인 남편이 저보다 더 답답하리라는 생각을 하기는 해요. 그동안 남편은 회사가 자기에게 천직이라고 만족해했는데, 이번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는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할 정도에요.
(사실, 남편들이 밖에서 일하며 사는 것은 여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박하고, 특히 서열관계에서는 에누리가 없다고 해요. 한마디로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하지요.)
-철쭉님의 말씀대로 자기도 처음부터 실장의 말을 거부한 것이 아니고 한 두 번은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고 해요. 그러나 한도 끝도 없이 그러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그렇겠지요. 남편이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도 힘이 드니까 그랬으려니 하세요.)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들이박은 것은 잘못되었는데 그렇다고 사과를 하면 실장이 또 다시 그럴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아무튼 남편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면 더 이상 고집 피우지 말고 오히려 남편을 위로하는 식의 비위를 맞춰주는 게 좋겠어요. 가령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 만들어준다든가. 남편 역시 화가 많은 사람이라 잘 구슬려야 될 사람 같아서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뭐라 하면 튕겨나가는 스타일 이예요. 시어머니나 시동생들은 남편의 성격을 나나 되니까 맞춰 산다고 해요.
(약하다는 거예요 아니면 성격이 좋다는 거예요? ㅎ ㅎ ㅎ)
- (웃음) 그래도 남편의 좋은 점은 돈 버는 것에 대해 유세를 피우지는 않는다는 점이예요. 이런 점에 대해서는 늘 고맙다고 말해요. 또 남편은 제가 집에 없으면 으레 자기가 집안일을 다 해주어요. 화요일에는 제가 저녁 때 슈퍼비전을 받으러 가는데 그는 대학원(경영대학원) 수업을 바꿔서 일찍 와줬어요.
(사람마다 다 일장일단을 갖고 있지요?)
-그런데 남편이 실장의 청을 한두 번은 들어주었다고 말하는 게 그냥 제게 하는 변명 같지 진실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어떻게 하지요?
(변명일지라도 아내가 전해주는 말을 수긍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시지요.)
-알았습니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씀인 것을 알아듣겠어요.
23회 (2014. 5. 2.)
-교육 지원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에 가서 Holland검사를 해주러갔는데 거기에서 화난 감정으로 강의를 하고는 교사눈치를 봤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가 지적받는 것에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어요.
-남편이 아들을 다른 집에 맡기고 놀러가자고 들볶아대어요. 전에는 어린애 같이 구는 남편에게 짜증을 많이 냈는데, 오늘은 그만 좀 보채라고 담박하게 말해주었어요.
(밖에서 인간관계를 잘 못하는 남편인 것 같으니 아내라도 좀 받아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상담하면서 편해졌던 것은 전에는 싸움을 종식하는 열쇠가 남편에게 있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제게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화나 있으면 남편은 늘 sex로 풀려했고, 저는 그러한 것이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지금은 적당히 맞추면서 지내니까 둘 사이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서로 화를 내긴 해도 일주일 이상 가지 않고 금세 풀어요.
(서로 순해지고 있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남편이 실장하고 또 붙었다고 해요. 한두 번은 봐줬기 때문에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제게 말했어요. 저번에 공개적으로 대든 이후 실장에게 계속 전화를 했는데 실장이 받지를 않았다고 해요. 남편이 이제는 되는 대로 하겠다며 처음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고 하네요.
(아무튼 남편에게 아내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주었다고 봐요. 그런 말을 해준 다음에는 그것을 따르라고 고집을 피울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고 함께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게 남편에게 도움이 될 듯싶어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으니 편해요.
24회 (2014. 5. 17.)
-시댁에 갔더니 시어머니가 울고불고하며 시아버지와 못살겠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안쓰러운 마음이었다면 이번에는 짜증나는 마음이 컸어요. 3년 전에도 두 분이 크게 싸웠는데 시아버지는 자식들을 걱정시키지 않고자 살겠다고 하는 반면, 시어머니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거예요. 그래서 아들이 이혼을 하라고 하니까 뒤로 쑥 빠지시더라고요.
-한동안 감정조절이 잘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인지 남편이 집안에서 삼겹살을 구어 먹으며 튀긴 기름을 제가 닦아내다가 화를 폭발하듯 냈어요. 곧바로 남편과 아들에게 제가 너무 히스테리 컬하게 굴었다고 사과를 했어요. 곧바로 수습을 하긴 했지만 감정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또다시 실망했어요.
(그래도 화내는 사이의 간극이 길어지고 있다고 봐요.)
-하루 만에 안정을 찾긴 했어요. 늙어서 시어머니처럼 감정조절이 안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퍼 붓게 될까봐 걱정되어요.
-아, 그러고 보니 남편이 시댁에 가서는 소리를 막 질러대었었는데 이번에는 소리를 거의 안 지른 것 같네요. 희한한 게 상담은 제가 받는데 남편의 소리 지르는 게 많이 줄었어요.(웃음) 남편이 억지로 참는 것 같지 않고 아들에 대해서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요즈음 아내가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남편이 어떠한 태도를 보이지요?)
-이번에 아들이 몸이 아파 자고 있어 상담을 한주 쉴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으니까 남편이 어지간하면 깨워서 데려가라고 했어요. 얼마 전에 남편이 저도 상담 받고 아들도 상담 받도록 제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게 잘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의식주에 있어서 대통령이나 일반인이 별반 다르지 않고, 차이가 있다면 대화의 질이겠지요. 상스럽게 부부가 이빨을 드러내고 싸우면 보기 흉하지 않아요?)
-전에 우리가 악을 쓰고 살았기 때문에 아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제 이해되어요. 남편이 아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라고 소리치니까 아들이 그런 욕을 들으면 자기 존재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말을 제게 하기에 그 말을 남편에게 전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그 이후 아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는 물론 이 자식 저 자식이라는 표현도 안 하려들어요.
-시어머니가 하도 소리소리 지르며 푸념이 많아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이제는 실망감을 넘어 그러한 시어머니가 너무 싫고 짜증나요.
(시어머니를 환자려니 하고 가족의 한 사람으로 여겨주어야지 어찌 하겠어요. 몸이 고달 퍼도 사람을 넉넉하게 품어가며 사는 사람이 승자인 것 같아요.)
-그 말씀이 퍽 감동적으로 들려요.
-전에는 시어머니가 무서워서 벌벌거리다가 상담공부를 시작하고 저 자신을 찾는다며 탁탁 내치기 시작했어요. 시어머니가 시이모들에게 저에 대한 칭찬을 엄청 하시기도 했던 분인데…….
25회 (2014. 5. 23.)
-처음에는 제가 불안해서 시어머니에게 잘했고, 상담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솔직하자며 대들었는데, 배운 자로서 베풀듯 살아야 한다고 상담선생님이 일러주었다는 말을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이 매우 좋아했어요.
-남편도 고향에 내려가서 자기 어머니에 대해 진저리를 치며 막 대들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아들에게 풀곤 했어요. 그러다 아들에게 tic이 오니까 자제를 하기는 하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결혼 당시 시도 때도 없이 소리 지르는 남편이 개차반 같이 느껴졌어요. 제가 아무리 말해도 안 들었는데 아들이 6살 때, 원래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이냐고 묻자 충격을 받고 자제하려 애썼어요. 하지만 술만 먹으면 반복했는데 아들에게 tic이 생기고 또 제가 상담을 받으며 나름 아버지상을 세워주려고 하니까 남편도 좋아지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도 좋아졌어요.
(아버지상도 세워주다니 반가워요.)
-남편은 짜증과 애교, 양극을 오가던 사람인데 요즈음에는 그런대로 적당히 해요. 간혹 싸워도 며칠 씩 가지 않고 금방 푸니까요.
-서로 한참 싸울 때는 돈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저 남는 것을 모으자는 식이었어요. 세달 전부터 남편이 돈을 모으자고 했어요. 뭔가 삶에 계획성이 생기고 틀이 잡히는 것 같아요.
(상담도 무작정 받으려 하지 말고 줄이거나 종결을 생각하는 게 어때요?)
-1년 정도는 차분히 받으면서 중심을 잡고 싶어요.
(그러면 좋지요. 그런데 상담하는 동안 주체적이기 보다 자꾸 저에게 맞추는 것 같아요. 동조하거나 전보다 좋아졌다는 말을 주로 하는데 아니라는 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해요.)
-아직은 대상과 불편해지는 게 겁나 눈치를 보게 되어요.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할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그렇게 겁을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어떻겠어요?)
-겁을 내기는 해도 가식적으로 맞추지는 않고 솔직하게는 하는 편이에요.
26회 ~ 27회 (2014. 5. 29. ~ 2014. 6. 7.)
-저번에 교수님의 말을 듣고 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반대하는 말을 못하고 하더라도 구차하게 변명을 하게 되어요.
(교육의 목적은 ‘아니요’라는 말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남편에게 할 소리를 하면서부터는 점점 불평불만이 없어진 것 같아요.
-20살 때부터 모든 용돈을 제가 벌어 썼는데 그 당시에 누가 저를 지적하면 멘붕이 왔었어요. 사실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얼마 전 남편 회사에서 직원 가족들을 모아놓고 지방 여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거기에서 나온 질문 내용들을 듣고 어찌나 지리멸렬하던지 더 이상 그런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자기가 저를 힘들게 안 해서 행복하다며 자기 자신이 까칠하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남편이 요즈음 많이 변해가고 있어요.
-아들도 전에는 반응이 없었는데 요즈음에는 즉각 반응하는 식으로 왜 화를 내느냐고 반응해요.
28회 (2014. 6. 13.)
-며칠 전에 친정어머니가 저에게 교회에 안 다닌다고 잔소리를 해 매우 불편했어요. 그러면서 동생에게만 한라봉을 사준다고 하기에 왜 엄마는 동생만 챙기느냐고 싫은 소리를 처음으로 해봤어요.
(나이가 그만큼 들었어도 친정어머니에게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군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잘 안 되어요. 제게는 힘든 것을 다 이야기 해 놓고 좋은 게 있으면 남동생에게만 주려해 불편한 마음이 솟아요.(울음)
(정 서운하면 어머니에게 솔직담백하게 말해보세요.)
-아직도 남동생을 시샘하는 마음이 있어요. 사실 우리가 간다고 하면 엄마가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잘 차려주시긴 하는데......
-요즈음 남편이 대학원 학기 종강을 해 술 마실 기회가 늘었는데도 꼭 2~3잔만 마시고 귀가를 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아들하고도 사이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아들은 혼자 있으려는 것을 탈피해 친구들과 놀려고 해요.
29회 (2014. 6. 27.)
-아들이 혼자 일어나 축구도 보고, 라면도 끓여먹는 등 스스로 행동하는 게 늘고 있어요.
-지난밤에는 새벽 2:00시에 남편이 술을 마시다 친구를 데려온다고 전화했는데, 다행히 그 친구가 도망쳤어요. 그래서 제가 그 매너 있는 사람을 정식으로 초대하겠다고 남편에게 말했어요.
(그 야밤에 술 취한 친구를 집에 데려오다니! 그동안 격이 떨어지게 산 것 아니에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요.
30회 ~ 32회 (2014. 7. 10. ~ 2014. 7. 26.)
-세월호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제가 금방 쫄 더라고요. 아직은 그 자리에서 화가 나기보다 위축되고 말아요.
-남편에게 야밤에 사람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말했더니, 남편이 자기가 잘 몰랐다며 얼른 수긍을 했어요. 남편이 말할 때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으려고 하는 등 다듬어지는 것 같으니까 점점 남편과 대화하게 되어요.
-가만히 살펴보니 남편의 성격보다 제 성격이 더 안 좋은 것 같아요. 피곤하거나 예민해지면 제가 자꾸 짜증을 내더라고요.
(그나저나 아내가 밖에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고 지내는 것을 남편이 알면 마음이 어떨까요?)
-그렇게 사는 것을 남편이 알면 제가 무척 창피할 것 같아요.
(남편과의 관계가 진정되고 보면 본인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보이게 되지요. 이제부터는 좀 더 본인에 대해 집중해봅시다.)
-어려서 할머니를 비롯해 모든 식구들은 저를 앞세워 아버지에게 말을 하게끔 했는데, 저는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매우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그런 두려움을 느끼나 봐요.)
-뭔가 말해야 할 상황이 되면 발발 떨려요.
(그 벌컥거리는 남편도 평정했는데, 이제 와서 못할 게 뭐 있어요? 이제 밖에서도 집에서처럼 말하는 사람이 되자고요.)
-아, 얼마 전에 제가 언니에게 피드백을 막 했더니 언니가 놀라며 저에게 쪼그라든 옛날의 모습이 아니고 중심이 접혀있다고 말했어요. 어제는 올케가 본인이 운동하겠다고 20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기에 애를 잘 키워야 한다고 한마디 했어요.
-남편에게 걸레를 집어던진 후부터는 남편에게 공격적으로 짜증을 냈었어요. 그런데 근래에 3일 내내 술을 마신 남편이 에어컨 트는 문제로 아들에게 큰소리를 치기에 제가 말렸더니 남편이 처음으로 때릴 기세를 취하더라고요. 일단 피했다가 다음날 차분하게 언급했더니 남편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어려서 아버지가 술 사오라고 소리치거나 실려 오는 식으로 늘 주사를 부려 극도로 긴장하며 살았는데 아직도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 무척 긴장되긴 해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올 때마다 ‘아, 이 시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살았었지요.(울음)
33회 (2014. 8. 7.)
-전에는 싸울 일이 있을까봐 겁을 냈는데, 요즈음엔 싸울 일이 없나하고 찾는 싸움쟁이가 되어가고 있어요. 뷔페에 갔는데 망고스틱이 떨어졌는데도 빨리 자져다주지를 않아 직원에게 떨면서도 항의하자 즉각 가져다주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자기는 요즈음 불의를 봐도 참는다고 웃더라고요.(웃음)
-일이 잘 안 풀리는지 남편이 다시 술을 마셔요. 전에는 남편에게 의지했었기 때문에 남편의 기분에 엄청 좌우되었었는데, 이제는 무슨 일 때문인지 시시콜콜 알려고 안 하고 남편도 회사 일을 집에 와서 다 말하지 않아요. 서로 각자 자리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남편 잔소릴 때문에 옷도 제 취향대로 못 샀었는데, 이번에 제 만족을 위해 비키니를 샀어요. 남편이 그것을 보고 놀라긴 해도 잔소리를 안 했어요.
(늘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지요?)
-......
(자신감이란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것인데, 관계하기가 어려우니까 부인들과 어울리기보다 공부한다며 도망을 다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까요?)
-그러지 않아도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던 차였는데 그런 말씀을 듣게 되는군요. 4명의 부인이 어울렸는데, 누가 자리에 없으면 자꾸 그 사람 흉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 공부 핑계를 대고 그들을 잘 안 만났어요. 그런데 이제 인턴공부를 하며 제법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하고 있어요.
(남편에게만 매달려 사는 형상을 벗어나 자신의 독자적인 세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시야를 넓게 못보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만 갇혀있으니까 자신의 문제를 확대해 심각하게 보고 남편과 더 아옹다옹했던 것 같아요.
34회 (2014. 8. 13.)
-남편은 이사 가는 근무지를 따라 11월 초에 지방으로 내려가고, 저는 아들이 졸업을 하는 2월에 내려가고자 해요.
-남편이 제게 상담공부를 잘 한 것 같다며 그 덕에 자기도 성장하게 되었다고 해요. 저는 지방에 가서라도 대학원에 가고 싶어요. 밖으로 나가게 되니까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에 덜 집착하게 되고 활기도 생긴 것 같아요.
-전에 10년 가까이 헤매며 상담을 받았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때는 항아리 안에 갇혀 자신만 살피는 상담을 하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상담자들은 저와 같이 헤매며 각각의 사안을 다 별개로 취급했지 하나로 줄기를 잡아 저를 인도해주지는 못했어요. 눈 밝은 상담자를 만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울음) 지금은 항아리 밖에서 당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모색하며 틈틈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식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본인이 상담을 받은 방식대로 상담을 하게 마련인데, 어떠세요?)
-저도 내담자를 일단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데 왠지 제 내담자에게 상담을 해 줄 때 자꾸 말이 많아지며 설교 식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설교식이 된다는 것은 무르익기도 전에 용쓰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조금 힘이 생겼는지 수련감독자에게도 굳이 잘 보이려고 꼬박꼬박 차를 대접했는데 요즈음에는 정말 하고 싶을 때나 해요.
-며칠 전에 엄마가 전화를 해 제가 교회에 안 간다고 또 화를 내어 다 큰 딸에게 그러지 말라고 성질을 내며 전화를 끊었어요. 그러고 보니 이제껏 엄마에게 화낸 것이 지난 6월에 남동생에게만 한라봉 사준 것과 이번에 교회 가라고 잔소리 해 성질을 낸 게 전부예요.
35회 (2014. 8. 25.)
-같이 공부하는 언니가 공감을 중시하는 사람인데 내게서 공감 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하며 자신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쭉 이야기 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같이 울었는데, 일주일 뒤에 내가 울어서 자기가 안 좋았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수치심을 저에게 전가했어요. 그 뒤 점점 기분이 언짢아지면서 그 언니가 보기 싫을 정도로 불편했어요.
(흐드러지게 공감하다 땅벌에 쏘인 기분이겠군요.)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돌 맞은 기분이에요. 미국에서 시누이가 왔을 때도 2~3주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뒤늦게 저를 죽일 년 만들어 많이 속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이제 정신 차리고 실없는 짓을 그만 하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시누이에게 그렇게 데이고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니....... 그렇다고 그 언니에게 썰렁하게 대하자니 그 언니가 안쓰럽기도 해요.
(정 그 언니가 안쓰러우면 기분 나빠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지 않아요?)
-....... 부끄럽네요. 남의 비위 맞추는 버릇이 참 쉽게 고쳐지지를 않아요. 무서우니까 자꾸 그런 습성이 올라오는데 언제쯤이나 그런 짓을 멈출지.......
(좋은 상담자가 되기 위해서는 필히 본인이 성장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쪽 공부를 하는 묘미라고 봅니다. 앞으로 정말이지 부지런히 성장하도록 하셔야겠어요.)
-그동안 장 교수님에게 쓴 소리를 많이 듣긴 하였지만 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어요.(울음) 아무튼 그 덕에 제 시야가 넓어진 것이 사실이고 상담 덕분에 우리가정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남편도 소리를 지르고 나서는 곧 바로 시인하고, 아들은 아직 위축되면서도 자기 이야기기를 하며 유모어스러워지고 있어요.
(상담에 들인 돈이 얼마인데 좋아져야지요.)
-몇 백만 원 정도에 좋아지는데 뭐가 아깝겠어요?
(다시금 발표하는데 동의해주신 점에 감사드리고, 발표 자료가 나오면 보여드릴게요.)
-예, 저도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