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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당연히 나는 진해의 집에서 아산 본가로 올라가게 되었다.
올라가는 동안 이래저래 복잡한 심정이었다. 세상을 다 집어삼킬려 하는, 기타 여러 매체에서 많이 본 나치 독일의 악당,
그리고 그에 맞서야 하는 나, 정확히는 충무공 이순신이라는 어마어마한 위인을 모시며 맞서야 한다는
그런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하룻밤 안에 다 들었다. 내가 과연 이 큰 일을 맡을 자격에 대한 의문, 기껏해야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내가 정말 그런 일을 맡을 수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과, 30년분이 넘는 마술각인을 이식받을 때의 큰 아픔에 대한 두려움,
한편으로는 내가 부릴, 정확히는 모실 분에 대한 기대감과 벌써부터 드는 공명심 등 별별 감정이 혼재되어 있었다.
물론 불안, 초조, 긴장이 다른 감정을 압도하고 있었고 본가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그게 더 커져가고 있었지만.
덧붙이자면, 마술각인의 이식은 세계적으로 가문을 이어가는 적장자에게만 대물림된다는 게 공통적이었다. 하지만 아산 백씨 일문은 여기서 특이함을 보인다. 각인을 적장자에게 물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각인을 복제하여 다른 가문의 일원들에게도
이식시킬 수 있다는, 심지어 관계 없는 사람에게도 이식이 가능한 놀랍기 짝이 없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적장자와의 차별을 두기 위해서 각인의 복제 방법은 적장자에게만 계승된다. 나중에 들어 보니 마술사의 숫자가 늘어나기를 바라지 않는 협회에서는 가문의 각인 이식 수법에 여러 번 제재를 가하고 싶어 했고 여러 번 권고와 경고를 보냈지만, 할아버지는 언제나 무시로 일관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내 조수석에서 나만큼이나 긴장과 초조함이 뒤섞여 안절부절 못하며 앉아 있었다.
사실 아버지의 그 모습이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그걸 아버지에게 말씀드릴수는 없었다.
대조적으로 할아버지는 내 옆에 비교적 느긋하게 앉아서 그 특유의 카이젤 수염을 다듬고 있었고
심지어 잠깐 눈도 붙이지까지 했다. 그날 밤 내내 잠 제대로 못 자고도 잠이 도무지 오지 않던
나와 아버지를 생각하면 도대체 그 느긋함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오후 늦게 본가에 도착했을 때, 눈 앞에는 야트막한 산들과 농가 몇 채가 모여 있는 마을,
눈이 조금 덮여있던 가을겆이가 끝난 지 오래 된 논 밖에 없었다. 물론 그 마을 안에 본가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푸른 산밖에 보이지 않는 마을 경계인 야산 기슭에 99칸 기와집이 자리잡고 있다는 건 그 누구도 몰랐다.
신라 말기, 아산에 독자 세력을 구축한 시조 때부터 있었고 세월이 흐를수록 계속 증축되고 보수되어서 말 그대로 '고래등 같은' 99칸 기와집을 이룬본가는 철저한 마술적 은폐로 그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위세를 감추고 있어 왔다. 6살 추석 때 본가에 올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그저 보이는 건 시골 마을이라 본가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아버지에게 물어 보고 있었는데
예고 하나 없이 그 큰 기와집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 농촌의 주민들이 비밀을 알아채지 않느냐고 물어 봤는데 알고 보니 그 마을 사람들은 본가의 은폐를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었고 농사일은 부업으로 하고 있었다고 했다.
본가에 도착하니 할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냉큼 온 여러 친척 어른들이 몰려와 있었다. 하나같이 내 오른손의
령주를 확인하고 혀를 끌끌 차거나 고개를 흔들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는 등
모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반응을 보였다. 나는 한껏 주눅든 채로 아버지 옆에 꼭 붙어서 그저 친척어른들의 표정을 살필
수 밖에 없었다.
어른들이 모두 본당 사랑채로 몰려가고 나는 다른 큰 방 하나에 혼자 남겨진지 얼마 되지 않아 할아버지가 나를 사랑채로 불렀다. 아버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친척들은 사랑채 앞 마당에 나와 있었고 사랑채에는 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 첫째 큰아버지를 비롯한 가문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 친척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채 안에 네 줄기의 희고 튼튼한 천 줄기가 놓여져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게 무슨 역할을 하는 건 지도 대번에 깨닫고는, 거기서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들어와 앉거라."
할아버지가 근엄하게 명령했다. 나는 그 말에 따라 사랑채로 들어갔다. 중간에 아버지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작은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듣는 것을 본 듯도 했다. '이게 시작이구나.'하는 심정으로 사랑채에 들어섰다.
"각오는 되어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네가 누굴 뫼셔야 하는지 잘 생각하고 있거라.
이 정도야 우리 가문의 일원으로서 버텨 내야 하는 것이라는 것 또한 말이다."
할아버지가 그러더니 재차 명령했다.
"웃옷을 벗고 엎드리거라."
내가 그러자마자, 친척 어른들은 내 사지를 그 천에 칭칭 동여매었다.
그러고는 대못을 하나 둘씩 꺼내더니만 각 천 줄기 한가운데에 쿵쿵 박아대는 것이었다.
그 '쿵' 소리를 하나하나 들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른다.
흡사 그게 내 손발에 박히는 듯 했다.
"정신 바짝 차리거라. 무척 견디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
사랑채의 여닫이문이 닫히고 빛 하나 못들어오던 방이 어두컴컴해지는 동시에 할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입 안으로, 그리고 혀 위로 수건 하나가 들어 오는 걸 느껴야 했다.
혀를 깨물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임은 모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몇 초 흐르지 않아. 할아버지의 영창이 시작되었다.
"가이없는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아산 백씨 일문은 대게 마술각인에 기록된 마술을 무음영창으로 전개하지만 필요할 때는 영창을 한다.
영창음의 대부분은 동양 경전에서 따온 것이다. 경전 전체를 영창으로 삼거나
아니면 한 구절만 영창으로 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마술사들의 인식과 다르게 백씨 일문에서는 영창이 길 수록 술자의
미숙함을 의미하고 짧을 수록 그 숙련됨과 경지를 짐작 할 수 있다 여긴다. (그 강대함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내 23대 조는
임제 의현의 '할!'하나 만으로 수많은 적수들을 제압 했다 한다.) 어느 경전에서 빌려오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내 대에는 대게 불경에서 많이 빌려왔다.
할아버지는 그 중 불교 법회가 다 끝날 때 외는, 뭇 보살들의 공통된 네 가지 비원이라는 '사홍서원'을 영창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첫 소절 영창이 끝나더니 등줄기에 뭔가 닿았다는 느낌이 든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몸을 뒤틀어 댔다.
초열지옥에 온 느낌이었다. 몸의 모든 관들, 혈관이고 신경이고 할 것 없이 모든 관들에 정체불명의 것이 급격히 밀려들어와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아픔이 온 몸을 맴돌았다. 이를 악물면서 참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되뇌였지만, 그건 이미 내 몸에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입에서 저절로 고통에 겨운 격한 신음이 나왔다.
"다함없는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두 번째 영창이 전개되자 고통은 더 커져갔다. 몸 속에 온통 불같이 뜨거운 게 흐르면서 나를 다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손발을 움직여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미 온 몸이 튼튼한 천에 묶여 있었다. 처음에 그나마 남아 있던
버텨 보자는 생각은 이 두 번째 소절이 진행되면서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모두 끔찍하게
뜨거웠다. 순간 뭇 보살들의 원과 달리 이 상황은 내 번뇌를 끊기는 커녕 훨씬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한 건
기이한 일이었다.
"끝이 없는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세 번째 영창이 전개되고 그 진저리나는 것들이 몸 안으로 쏟아지자 나는 더 버틸 수 없었다. 그저 날 이렇게 끔찍하도록 아프게 하는 모든 것들을 다 끝장내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그 무서운 의지는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날 심각하게 보고 있던 작은할아버지에게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본디 몸 안에 일부 넣어져 있었던 각인이 반응하면서 작은할아버지에게 마술로
무슨 위해를 가하긴 커녕 되려 내 머릿속의 뇌세포 하나 하나를 태워버리는 듯한 고통만을 선사했다.
이미 얼굴은 눈물로,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됬는지 액체가 쉴세 없이 몸 안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느낌마저도
뜨거웠다. 지옥 중 하나라는 열탕지옥이 있다면 내 경험과 같을 것이리라.
"위 없는 불도를 다..."
영창음이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더 많은 뜨거운 것들이 몸 안으로 밀어닥쳤다.
그저 그만하라고 악을 쓰고 있었지만 수건이 물려 아무 말도 못하던 나는 이걸로 더 이상
악을 쓸 힘조차 잃어버렸다. 순간 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다 타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더니
머리부터 힘이 다 빠졌다. 그리고 내 의식은 이미 희미해져서 마지막 영창이 끝나는 것만 듣고
더 이상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이루오리다!"
눈을 떠 보니, 다른 방이었다. 손목에는 링거 주사 바늘이 밖혀 있었고 머리 위에는 젖은 수건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아버지가 지긋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처음 한 소리는 이거였다.
"이거 없앨 수 있는 거죠?"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끝나면 반드시 해체해 주마. 이건 네가 품기에는 너무 무거우니까."
나는 그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힘없이 웃었다. 아버지 말 대로 30년 넘게 묵었다는
이 각인은 내가 품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할 수 있다면 당장 없애고 싶었다.
적응을 위한 약물의 적절한 처방과 몇 가지 마술적 조치를 취한 끝에 나는 생각보다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대신 아직 몸이 각인을 버텨주지 못할 것을 감안해서 만든
특별하고 쓰디쓴 환약을 매일매일 복용해야만 각인 이식 이전처럼 살 수 있었다. 하루라도 빼먹는 날에는
급격한 고통이 엄습할 것이고 그러다가 내가 스스로 각인을 제어 못하면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물론 '정상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었다. 이식 당시의 잠깐 지옥에 갔다 온 듯한 고통은
자주 악몽 속에서 재현되었고 그 때마다 내 침구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가끔 가다가 그게 생각이 나면
수업 중에도 정신이 아득해지고 그 동안 도무지 무슨 일을 저지를 건지 몰라 곤란한 일을 자주 겪었다.
환약은 너무 써서 처음에는 삼키지 못하고 뱉어 버리며 겨우 겨우 복용했다.
그럼에도 어쨌든 나는 매일같은 환약 복용을 참아 가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최대한 정상적으로 보일려고 노력하며 말이다. 물론 평범한 주변 아이들 눈에는 늘 말이 없고
가끔 멍 해 있으며 시간 날 때마다 도서실에 있었던 내가 그쪽 기준으로 정상적일 리는 없었지만.
그날 겪었던 고통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식 이후 각인의 무게에 적어도 1년간은 눌려 왔던 나는 중학교 1학년 시절에 누구와 말을 나누기도 무척 힘들었고 그건 나를 말 없으며 재미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겨우겨우 각인의 제어가 가능했던
1년 후에야 괜찮아 졌지만 이미 나는 학년 전체에 친구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 시절의 유일한 낙이라면 끝 없는 독서와 한 일본인 친구와의 서신 교환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홈 스테이를 왔다 간 그 친구는 그 때의 내 유일한 친구라고 말 해도 무방했다.
그 때의 서신 교환은 더 커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환약으로는 모두 차단할 수 없었던 지끈거리는 증상을 없애는 데는 뭐든 읽는 게 좋았다.
쉬는 시간이고 점심 시간이고 도서실에서 보내며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된 곳에
그가 있었다. 이미 비교적 대중화가 된 그의 일기, 그리고 그를 소재로 한 소설들, 다소 읽기 어려웠던
연구서들, 일명 '지뢰'를 밟아가며 읽고 또 읽었다. 그럼으로서 그에게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덤으로 읽은 게 아버지 서재에 많이 있던 무기체계나 전쟁사 관련 책자들이었다.
물론 이해가 많이 가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그런 남이 많이 모르는 지식을 쌓는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상황은 한결 나아졌다. 아는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지만 모르는 사람들과는
스스럼없이 좋은 사이가 되었다. 환약에도 상당히 익숙해졌고 몸을 짓누르는 것 같던 느낌들도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느낀 것은 내 마술의 무서운 증폭이었다. 영창음을 동원해서 마술행사를 해 무거운 책 하나를
떠오게 하던 옛날과 달리 눈에 띄는 대부분의 것들을 단순히 '들어올리고 싶다.'라는 생각 만으로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그 어떤 것, 길가에 정차되 있는 자동차까지 눈 높이 이상으로 들어올리고 원하는 위치에 날려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내 마술은 크게 증폭되었다. 비록 환약으로 제어하고 있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각인에 숙련된 듯 했다.
없애버리고만 싶던 것이 이렇게 괜찮게 되자 제법 놀라웠고 기쁘기도 했다.
몇년 간 계속된 이식이 낳은 정신적 피해는 어느 정도 나은 듯 했지만 신체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각인이 내 온 몸을 누르면서 난 또래에 비해 무척 더디게 성장했다. 지금 내 중학교 1학년 시절 사진을 보면 정말 안쓰러울 수준이다. 140센티미터를 겨우 넘은 키에 저체중 판정인, 빼빼 마르고 전신에 항상 힘이 빠진 채 헐렁한 교복을 볼썽사납게 펄럭이며 다니는, 키 순서로 항상 1,2번인 무기력한 아이가 바로 나였다. 또래에 비해 작은 키에 계속된 저체중 판정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 계속됬다. 고등학교 2학년 들어 가서야, 키는 여전히 작았지만 그래고 저체중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입학한 지 2년이 흐르고, 겨울방학이라 쓰고 겨울자율학습이라 읽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모두
치르는 그 힘든 시기가 시작될 1월 초에 할아버지의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는 동안 꿀꺽 침이 넘어갔다.
상투적으로 말하듯이 '때가 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깐깐한 담임 선생을 설득해서 어찌 어찌 시간을 낸 직후, 나와 아버지는 본가로 올라갔다.
집에서는 군복을 벗고 간편한 복장을 입던 아버지는 중령 견장이 번쩍이고 꼼꼼히 다림질 한 해군 정복 차림이었다.
"정말 곳곳에서 본가로 몰려 올거다."
아버지가 운전하면서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몰려올 당원들에, 시계탑 측 관련자와 교회 측 관련자, 그리고 미국의 미스캐토닉 대학인가 하는 곳에서 오는 교수들. 본가가 그렇게 외국인들로 들끓는 날은 없을 껄."
"시계탑과 교회는 왜요?"
"각각 대영박물관과 바티칸에 보관 된 일기(소환 촉매 말이다.) 2부를 가져오는 동시에 이번 성배전쟁의 생각하지도 못할 변수인 통상 영감의 소환과 활동을 감시한다는 명목이지. 법칙을 깨고 제8의 서번트를 소환한다는 것을 저쪽에서는 엄청나게 심각한 일로 받아들이고는 소환 계획이 알려 졌을 때 급구 반대하고 나섰다는 구나. 쟁론 끝에 우리 가문에서 독단적으로 통상을 소환하는 걸 막기 위해 7권의 일기를 우리 가문에서 2권, 당에서 레닌 도서관에 2권, 그리고 협회에서 1권, 교회에서 1권, 그리고 그 미국 대학에서 1권을 보관하기로 약조 하고 시행했단다. 내가 네 할아버님 생각에 많이 동의는 못하지만 협회와 교회가 참 쓰잘데기 없는 짓은 잘 한다는 것은 정말 동의한다."
"저도요."
나도 동의했다. 그쪽 사람들에게 금과옥조로 받드는 뭔가가 깨진다고 복잡한 절차를 만드는 건 우습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이 닥쳐올 지 거기서는 인식을 잘 못하나 보죠?"
"현대전이나 무기체계에는 문외한인 사람들인데다가 라인하르트 폰 호엔슈타우펜이란 이름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시계탑에서 지워졌으니까. 뭐 빅 밴에 순항미사일이라도 한 대 맞으면 정신 차릴지도 모르겠구나."
통제사에 소환 여부를 둘러 싼 당과 시계탑 사이의 대논쟁에 대해서는 아직 알 지 못했고 후에야 안 일이다. 어찌 되었건 협회와 교회는 통제사의 소환과 활동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려 들은 것은 그 쪽 대표자들이 본가에 온 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해 질 때였다. 그 권위를 자랑하는 본가가 눈 앞에 나타날 때, 다소 이질적인 물체 하나도 본가와 함께 나타났다. 전세 버스였다. 그 버스가 다른 전세 버스와 다른 것은, 차체에 큼지막하고 선명한 붉은 별이 그려져 있었다는 거엿다.
"당 동지들이 먼저 온 모양이구나."
우리가 대문 앞에 도달했을 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쩌렁 쩌렁 울리며 담벼락 밖에까지 퍼지고 있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 가 사랑채로 통하는 중문을 통과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붉은 마도당 사람들을 보았다.
당 사람들의 인종은 다양했다. 슬라브 계통으로 보이는 백인이 반 이상이었고 동남아 쪽 혈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 다음으로 많았으며, 아랍인, 중국인, 인도인, 흑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복장은 두 가지였다. 슬라브 계 사람들이 차려 입은, 견장과 훈장을 번뜩이는 철저히 다린 구 소련군의 지상군, 해군, 공군, 방공군, 전략로켓군 정복이거나 아니면 다른 인종의 사람들도 입은 셔츠 위에 검은 조끼를 껴 입은 양복이었다. 공통점이라면 전부 그 유명한 붉은 바탕에 샛노란 낫과 망치가 엇갈려 있는 완장을 차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 서기장, 당 중앙위원회 의장, 당 사상-마도 교육 대표, 당 세포 지부장 등 거창한 이름들을 단 이 당의 간부들이 사랑채 마당에 열성적인 눈으로 보고 듣는 대상은, 다름 아닌 할아버지였다.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해군 정복에서 별 3개를 번뜩거리면서, 할아버지는 한옥에서 청중들보다 높은 곳에서 연설 하려 했는 지 사랑채 마루 위에 올라가서 유창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어로, 가끔 과장 섞인 손동작까지 해 대며 열의에 가득 찬 연설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듣기 시작한 부분부터 끝까지의 녹취된 연설 내용을 우리 말로 번역하면 이렇다.
"서기장 동무께서 제 32차 소비에트 대의회에서 말씀하셨듯이, 자본주의의 가장 추악한 형태인 저 제국주의 파시스트 세력의 몰락은 우리 손 안에 달려있었으며, 달려있고, 달려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오늘 밤, 우리 당은 저 극악한 인민의 적, 폰 호엔슈타우펜과 그의 파시스트 간당들을 영원히 무너트릴 모든 준비를 끝마칠 것이며 또 그 이후를 위한 철저한 준비에 착수할 것입니다!
동지들이여, 1945년 5월의 그 위대한 승리의 날 같은 파시즘의 철저한 파괴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관과 가장 위대한 군대가 파시스트 세력의 멸망을 위해 다시 전장에 강림함으로서 당은 1945년 이래로 가장 값진 승리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 마지막 준비를 끝냄으로서 저 겁 많고 소심한 프티 부르주아 계급의 결정체인 시계탑과 착취계급의 착실한 대변자이자 십자가 뒤에서 중상모략 꾸미길 좋아하는 바티칸이 우리 당을 우러러보게 할 것이며, 또한 끔찍한 세상이 되어 버린 저 나치의 세계로부터의 침략을 완벽히 분쇄하여 종국에는 1918년 10월 그 영광스러운 날, 맑스-레닌 주의의 승리의 날을 마술사 계층과 비 마술사 계층을 막론하고 실현시킬 것입니다!
동지들이여, 제가 간청하건데, 우리의 위대한 승리가 끝날 때까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온 힘을 다하여 파시스트 세력의 분쇄를 마지막까지 이끕시다! 최후의 승리는 우리 손 안에 달려 있습니다! 당 만세! 인민 만세! 소비에트 만세!"
"우-라!(만세!)"
당 간부들이 환호작약하며 두 팔을 쳐들을 때, 아버지로부터 대강 무슨 연설인지 들은 나는 이 상황에서 웃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다 알다시피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위 연설은 대한민국 해군 예비역 중장이 할 연설은 전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국시와 정 반대에 선 사상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어떻게 국군 내에서 그렇게 승승장구 할 수 있단 말인가?
"전부 쇼야."
아버지 입에서 할아버지의 연설을 극히 냉소적으로 해석한 한 마디가 튀어 나왔다. 연설이 끝났을 때, 할아버지가 날 봤다.
"왔구나."
할아버지가 껄껄 웃고, 당 간부들의 눈길이 전부 나에게 쏠렸다. 그 중간에서 벗겨진 머리에 인상 깊은 턱수염을 기르고 몽골 계통의 갸름한 얼굴을 한, 억센 인상을 주는 양복 차림인 한 러시아인이 내 앞에 나섰다. 근엄한 그 얼굴에 난 순간 위축됬는데 할아버지가 그를 소개했다.
"서기장 동무시다."
좀 인상적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수수한 인상을 주는 그 사람이 당의 최고 지도자인 안드레이 일리치 볼콘스키 서기장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난 어떻게 처신해야 할 줄 몰라 했다. 난데없이 그가 자본론의 한 파트를 외우고 레닌의 주석에 따라 해석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 같았다. 쩔쩔매던 내가 날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는 서기장에게 한 말은 우습게도 이거였다.
"레닌 동지를 닮으셨습니다."
무리 중에 우리 말을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 내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건 내 솔직한 생각이었다. 정말 볼콘스키 서기장은 생김새나 차림새나 모두 그 레닌을 꼭 빼닮았던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그의 후계자를 빼닮은 것 처럼 말이다. 할아버지는 껄껄 웃었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서기장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뭔가 말하고 있었다.
"서기장 동무는 그런 과분한 말은 처음 듣는다고 한단다. 어떻게 자신을 위대한 레닌에 비유할 수 있냐고 말이다."
라며 할아버지는 내게 속삭이며 덧붙였다.
"이런 센스 있는 녀석. 말 한 마디로 사람 환심을 사는 능력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그러며 할아버지는 만족스럽게 웃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난 서기장의 억센 손을 마주잡으며 악수해야 했고 거기 모인 모든 당 간부들과 한명씩 악수를 나누었다. 맹목적이고 이념에 경직되 있을 거라 생각한 당 사람들은 생각보다 기게적이지 않고 친절한 미소를 띄고 있어서 긴장한 내 마음을 풀어지게 했다. 대게 러시아어나 아니면 다른 언어로 덕담 한 마디씩-행운을 비네 젊은 동무, 대업을 잘 이루길 바라네, 부디 대성하게나, 등- 하며 악수를 했다. 그리고 난 한 인상 깊은 러시아인과 마주쳤다. 그 러시아인은 흰 터럭이구렛나루에 내려오고 얼굴에 수염이 북실북실한, 살집 좋고 유쾌하고 혈색 좋아 보이는, 러시아 해군 정복위에 코트를 걸치고 붉은 별이 박힌 털모자 차림을 한 사람이었다. 다소 냉소적인 얼굴로 당 사람들을 대하던 아버지는 그 앞에서는 반색을 했다.
"미샤, 와 줬군요."
"이 중요한 날에 내가 오지 않을 수 없지 않소?"
놀랍게도 그 러시아인은 정확한 발음의 우리말을 하고 있었다. 그 유쾌한 인상의 러시아인은 나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젊은 동무가 백 동무의 아들이자 그 놀라운 분을 소환한다 이 말이구려."
"이 분은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키로프 대령이란다. 당에서 나와 유일하게 안면을 튼 사람이지."
"이런, 섭섭하오. 우린 단순히 안면만 튼 사이가 아니잖소이까."
그 키로프란 러시아인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는 이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키로프란 러시아인과 친분이 있어 보였다.
"흠, 이처럼 젊은 동무에게는 좀 중한 과업이 아닐까 하지만, 하여간 행운을 빌겠네. 물론 백진원 동무의 아들이니 무리 없이 수행할 것이라 믿고 있네."
"덕담 감사합니다.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이런, 우리 식 예의범절을 아는 건가? 모르는 사람들은 날 항상 미스터 키로프라고 하는데 이 동무는 다르군!"
내가 기뻐하는 키로프 대령에게 슬쩍 웃으며 말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푸시킨, 투르게네프, 그리고 막심 고리키의 도움을 받았죠."
"젊은 동무가 읽은 것도 많군! 하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지말고."
키로프 대령이 껄껄대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직 나는 이 사람 좋아 보이는 러시아인과 아버지가 내 이야기와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을 지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 간부들과 친척들을 제외하고 본가에 온 외부인은 두 사람이었다.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는 시계탑에서 파견된 윌리엄슨 씨와 성당교회측 대표인 기이한 인상의 나이 신부였다. 윌리엄슨은 불안해 미치겠다는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영어로 뭔가 떠들어 대다가 잠자코 있었다는 모습 이외에는 큰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나이 신부는 달랐다. 아랍계나 북아프리카계로 보이는 검은 피부의 갸름한 얼굴을 한 이 수상쩍기 짝이 없는 나이 신부는 시종일관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희미하지만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고 있었는 데 그 모습이 웬지 모르게 소름끼치고 불길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웃음은 웬지 모르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했다.
좀 늦은 시간에 미국의 미스캐토닉 대학에서 왔다는 아미티지 교수가 나타났다. 백발과 흰 수염이 텁수룩한, 걱정 많아 보이는 이 노 교수는 할아버지와 서기장과 악수를 하고는 상자 하나를 할아버지에게 넘겨 줬다. 그 때 할아버지는 의기양양하게 상자를 받았지만 아미티지 교수가 영어로 뭐라 하자 갑자기 안색이 확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잠깐 할아버지는 아미티지 교수와 독대했는데 갈 수록 얼굴이 심각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대화를 끝내긴 했지만.
나이 신부의 수상쩍은 시선을 피하려 애쓸 때, 할아버지의 고용인 한 명이 비단 보자기에 곂곂이 싼 한 상자를 가져오자 삽시간에 전부 기립 자세가 되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난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밤을 기점으로 모든 일이 본 괘도에 오를 터였다. 할아버지는 그 상자를 집 뒤의 사당으로 가져가게 했다. 그 뒤로 모인 사람들 모두가 따라갔다. 할아버지가 앞장섰고, 내가 바로 그 뒤였다.
가문의 사당 앞의 마당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곳에 수은으로 그려진 기이한 문양, 소거(消去) 안에 퇴거(退去), 퇴거의 진을 4개 새기고 소환진으로 감쌌다는 할아버지가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를 수식어로 설명한 큰 문양을 보았다. 그 기이하기 짝이 없는 형태 정 중앙에 보자기를 풀고 풀어서 나온 상자 안에서 무척 낡은, 적어도 몇 백년은 되어 보이는 듯 한 책 2권을 꺼내 놓는 것 내 몫이었다. 볼콘스키 서기장이 2권, 나이 신부가 1권, 윌리엄슨 씨가 1권, 아미티지 교수가 1권을 내게 넘겨 주었다. 나이 신부는 으례 그 수장쩍은 웃음을 흘렸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희미한 빛을 통해서 그것들의 첫째 권이 '임진일기'라고 한자로 쓰여 있는 걸 보고 그게 무엇인지 확신했다. 이미 번역본은 몇 번이고 읽어본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그 성배전쟁에 대해 아는 한도로 설명해 주었다. 원하는 서번트의 소환에는 그 서번트의 소환을 위한 촉매가 필요하다. 그 촉매가 소환하고자 하는 서번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7권의 책, 정확히는 7권의 초서체로 쓴 오래 된 일기를 이용해 내가 소환하고자 하는 그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었다.
"소환 주문은 다 외워 났겠지?"
할아버지가 물었다.
"한 소절이라도 틀리거나 주저한다면, 좀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할게다. 아무쪼록 조심하거라."
할아버지의 당부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아산 백씨 일문의 모든 어른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 있었다. 실수란 없었다.
나는 제법 여유 있게 아버지에게 웃어 보이고는 영창을 시작했다.
"고한다."
이 한 마디와 함께, 내 온 신경이 진동했다. 마술각인과 연동된 내 고유의 마술회로가
감응하며,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였다. 그 문양, 그러니까 소환진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대의 몸은 나 있는 곳에
나의 운명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인도에 따라,
이 뜻, 이 이치에 따른다면 대답하라."
수백번을 외워 온 문구가 울려퍼지자 더 많은 일이 일어났다. 단순히 빛나기만 하던 소환진의 빛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마술회로는 더 뜨겁게 반응하며 용솟음쳤다. 뇌에서부터 이어지는 모든 신경들이
발 끝까지 진동하며 흡사 내 몸이 내 것이 아닌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이물감을
발산했다. 이때 잠깐 딴 생각이 들었다. 각인을 이식 받을 때, 세상의 모든 고통이란 다 받은 것 같았던
그 상황이, 지금 몸에 느껴지는 이물감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맹세를 여기에.
나는 상세 전부의 선이 되는 자
나는 상세 전부의 악을 펴는 자"
여기까지 오자 숫제 소환진은 물론이고 내가 딛고 서 있는 땅 전체가 흔들리는 듯 했다.
내가 흔들리는 지 아니면 땅이 흔들리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는, 이 술식의
마지막 영창을 최대한 크게 전개했다.
"그대 3대 언령을 두른 7천,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이 소절은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3대 언령을 두른 7천' 같은 뭔가 있어 보이기만 하지
실제로는 전혀 의미 없는 말을 누가 영창음으로 삼았는지 모르겠다.), 이 마지막 소절과 동시에
나는 주저 없이 주머니칼을 들고 손가락을 베었다. 요동치다 못해 천공으로 끝 없이 솟구치던 빛 속으로
내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정확히 일기 위에 떨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모두 끝났다.
그 엄청난 빛 속에서 나는 누군가가 솟아오르는 걸 보았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의 생각은, 그가 무척 크다는 것이었다.
족히 1미터 80센티미터는 넘어 보이는 키, 그것도 투구를 쓰고 있어서 훨씬 커 보이는 키가
고작 170 센티미터 될까 말까 한 당시의 내 키는 그냥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빛이 사리지고 그의 윤곽이 드러났다. 작은 달빛에도 번뜩히는 간주형 투구와
두석린갑의 비늘들이 그를 덮고 있었다. 현충사에서 본 그 커다란 칼로 보이는
두 자루의 칼이 칼집에 넣어져서 칼자루를 뒤로 한 채 그의 허리에 차져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형형한 안광이었다. 흡사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본
호랑이의 안광도 이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광을 마주하자 산 채로 벌겨벗겨져 온 몸을 관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가 내 몸을 쓰윽 흝어보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묻겠다. 그대가 내 주인인가?"
첫댓글 ㄷㄷㄷ 그분이 오셨군여 ㄷㄷㄷ
갑자기 이 이미지가 생각남 ㅋㅋㅋ
ㄲㄲㄲ.
난 이게 생각나던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