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클리 벨리 우정의 길 답사기
캐나다는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국토가 큰 나라에 속하고
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며 공기가 가장 깨끗한 나라중 하나에 속한다.
오늘 한국은 한글날인데 여기는 추수감사절--,<옥토버 훼스트> 축제날이다.
토요일에다가 내일은 일요일 , 우리 나라 추석과 같은 연휴 첫날이었다.
모처럼 나선 해외 여행길 아침은 햇빛이 내리쬐는 청명한 가을 날씨다. 영상 17도란다.
아침 10시 정각 집을 나선 우리 3부자는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신이 났다. 콧노래를 부르며
주유소에 들러 기름부터 채우고 팀 호톤에서 2달러 짜리 따끈한 커피를 사서 먹으며 모두
기분이 날아갈 듯 401번 하이웨이를 타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100 킬로 속도로 질주, 어제
밤에 미리 뽑아놓은 구글(google)위성 지도를 보며 달린다.
차는 베리를 지나 400번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캐나다의 디즈니랜드라는 어린이 놀이터 <원더랜드>를
거쳐서 10시 40분에 옥수수 밭이 펼쳐진 대평원을 가로지른다. <오렌지빌> 방향으로 나가서 10번
도로로 쉬지 않고 달려 호클리 벨리 길을 찾았으나 쉽게 나오지 않는다. 상세한 교통지도
를 가지고 갔는데도 캐나다는 워낙 큰 땅덩이라 그리 간단하게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11시 30분이다. 출발한지 1시간 반이 지났는데 아직 정확한 이정표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삼거리 LCBO가게에 들어가 방향을 물어 이제야 제 길을 찾았다....
7번 지방도로 < 더훠린> 방향으로 달려가 겨우 12시 정각에 < 호클리 벨리> 주차장에 다았다.
2시간만에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하니 먼저 온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해 있었다.
캐나다의스트릿 싸인과 이정표식은 너무나 작고 간단하다. 우리나라처럼 요란하게 큰 간판도 없고
안내 지도도 안 보인다. 참 이상한 나라다. 나무가 많은 나라인데도 아주 작은 크기로 글자를
써 놓은 것이다. 자연을 이용하되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자연으로 돌려준다는 자연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나라가 캐나다다. 이런 산림보존정책과 문화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입구에 올라가니 출발점에 청색 조랑말(간세)모형과 작은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브루스 트레일........'
여기가 지난 9월 10일 제주 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관계자 300여명이 모여 개장식을 한 장소다.
이번 우정의 길은 (사) 제주 올레가 3번째 자매결연을 맺는 행사인데 첫번째 개장은 스위스 <라본
와인>길이고 두번째는 영국의 <코츠월드 웨이>였고 캐나다에서는 가장 멋지고 가장 긴 < 브루스 트레일>
총길이 850km의 메인 트레일 중 이부인 이 곳 <호클리 벨리> 길을 지정한 것이다.
드디어 한국과 캐나다의 역사적인 우정의 길을 밟는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안내 지도를 보니 총길이 9.6km를 <톰 이스트 사이드> 길과 <글렌 크로스 사이드>길과 메인 길을 연결했다.
우리는 한참동안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하다가 먼저 < 톰 이스트>로 가서 돌아올 때 <글렌 크로스>로 원대복귀하기로
결정, 12시 10분 등산을 시작하였다. 왼편으로 들어서니 약간 오름길로 10분후 전망대가 나오고 물푸레
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소로를 올라갔다. 구불구불한 구릉 길을 오르고 내리고 하다가 처음 개울 물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여러 사람이 내려와서 쉬고 있다. 우리도 손을 담그고 직진해서 길을 찾아갔더니 낙엽이 떨어진
초지에 길 표시가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길을 잃은 걸 깨닫고 뒤로 백--하였다.
우왕좌왕 길을 찾다가 나무에 표시된 <블레이츠>(흰 페인트 칠한 안내) 를 보고 아---여기로 구나! 쾌재를 불렀다.
우리나라는 리본을 달거나 아니면 화살표시를 세우지만, 여기는 나무 줄기에 흰색으로 간단히 오른쪽이냐 왼쪽
이냐를 가리키게 해놓은 것이다. 바로 개울가 옆에 고사목으로 장벽을 세운 것이 길이 아니라는 표시였다.
결국 우리는 20분을 허비하고 나서 다시 도전한다.
등산객도 많지 않았고 개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가끔 지나치는 정도고 가이드 안내원도 없어서 생긴 실수였다.
다시 원점에서 뒤로 돌아가보니 거기에 건너가는 다리가 보였다.12시 40분 건너편 오름길로 다시 붙어 킹킹
메며 넘어가고 3-4번 개울을 건너간다. 주변에는 전나무와 노간주나무,오리나무,단풍나무가 울창한 숲속
길을 지나 두번째 휴식을 취했다. 통나무로 만든 벤치 의자다. 1시 10분 아직도 먼 길이 남아있다. 하늘만 보이는
깊은 계곡에서 헤매는 것 같았다. 날씨가 덥지 않지만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목이 마른다. 페트병의 물을
마시며 가니 두번 째 제주 올레 표시가 나오고 < 화이트 웨이>가 끝나고 <불루 웨이>로 접어든다.
여기가 반환점이다. 우리는 기념 사진을 박고 다시 출발, 주변에 리기다 소나무가 우거진 오름길이 나타났다.
고목이 쓰러진 곳이 많고 허리를 구부리고, 아니면 위로 넘어가면서 한참을 가다가 연리목(두개의 다른 나무가
가지를 사이좋게 껴안고 붙은 나무)을 지나갔다.
등산한지 2시간만에 작은 계류를 만나 여기서 중식을 하기로 하고 습지에 둘러앉아 과자와 빵간식을 먹었다.
이 길이 <불레이츠>가 청색인 블루 웨이--<글렌 크로스 사이드> 길이다. 하늘을 가린 자작나무 숲길, 솔송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겨울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쓰러진 고사목이 보인다.
그 위에 올라가 타잔 흉내를 내며 동심으로 돌아간 3부자는 사진을 박으며 웃으며 장난치며 시간가는 줄 모른다.
캐나다는 북부의 툰드라 지역을 제외하고 남부는 아열대, 한대식물이 공생하며 자란다. 캐나다 오대호
부근에 버드나무가 가장 많고 가문비나무와 벚나무가 번성하고 참나무, 스트로브잣나무, 히코리나무, 솔송나무
가 많다. 2시 20분에 메인 언덕 길을 올라서니 지금부터는 길고 곧게 난 일자길이 보인다.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
둥근 자갈 돌무더기가 보여 가까이 가보니 혹시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운석이 아닌가? 의심하며 한개씩 골라서
배낭에 기념으로 넣고 달린다. 곧 말을 방목하는 목장이 나오고 하산길이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철조망을 친 울타리를 넘어가고 다시 넘어오며 개인 사유지가 일부 트레일 길에 들어간 것임을 짐작케 했다.
어느 목장 주인이 자기 소유 땅을 등산길로 내준 것이다. 이런 자연보존과 배려정신은 아주 부러운 일이다.
3시 40분 갑자기 등산객이 몰려와서 말소리를 들으니 모두 한국인 분들이다. 반갑게 인사하며 길 안내를 해주고
고갯길을 올라가니 등산 출발점이 나왓다. 처음에는 3시간이면 주파하리라 생각한 것이 무려 4시간이 소요되었다.
오늘 캐나다 <브루스 트레일>---<호클리 벨리> 우정의 길은 간단하게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점심도 거르고 기진 맥진해 7번 도로에서 감동적인 해외 트레킹을 마치며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남기느라 부산하다.
오늘 한글날 멀리 캐나다 등산은 역사적인 길을 답사했다는 뿌듯함에 피로를 잊고 일행은 다시 토론토로 엑셀을
세게 밟았다. 제주 올레의 우정의 길 --명성에 어울리는 왕복 18km 코스에서 한국의 국위가 그만큼 선양되었음을
실감했다. 아--대한민국.
코리아 화이팅!!!
2011, 10.15 런던에서 일죽 씀.
첫댓글 김양래선배님, 국경과 대륙을 이웃집처럼 넘나들며 좋은 글 주셔서 많이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 보여 주세요.
어이쿠---또 실수를 하네여....여기서 채 선생을 만날 줄이야!!!! 벤쿠버 리치몬드에서...양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