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해와 수현은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다. 같은 반이었지만, 처음엔 서로의 존재조차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수현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었고, 영해는 장난기 많고 활발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수현이 힘들어할 때마다 영해는 그녀의 곁에서 아무 말 없이 머물러 주었고, 그렇게 둘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에 가면서 그들은 공식적으로 연인이 되었다. 영해는 늘 수현에게 “넌 내가 본 중에 가장 예쁜 별이야”라고 말했다. 수현이 웃으며 “무슨 별?” 하고 묻곤 하면, 영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별”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밤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수현이 갑자기 병을 얻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상태는 나빠졌고, 영해는 매일 병원에 찾아갔다. 수현은 아픈 와중에도 영해를 걱정하며 “나는 떠나도 넌 나를 잊고 행복해야 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해는 그녀 없이 사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수현은 마지막 힘을 다해 영해와 함께 병원 옥상에 올랐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별 중 하나가 나라고 생각해 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현은 영해의 곁을 떠났다.
그 후 영해는 오랫동안 그녀를 잊지 못했다. 때로는 그녀를 원망하기도 했고, 가끔은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어딘가 혼자서, 나처럼 저 달을 볼지도 몰라. 저 별을 보면서 울지도 몰라.”
세월이 흘러도 영해는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수현을 기다렸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그녀를 사랑했던 그날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갔다.
“아마 난 평생을 못 잊을 것 같아, 너를.”
산속의 스님, 영해의 마지막 사랑
수현이 세상을 떠난 후, 영해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권유로 그는 결국 한 여자를 소개받았다. 그녀는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었고, 영해는 자신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결혼을 결심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수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도, 아내를 바라보면서도, 그는 항상 수현을 떠올렸다. 밤이 되면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수현아, 넌 지금 어디에 있니? 저 별 중 하나가 너라면, 나를 보고 있는 거니?”
결국 그의 아내는 이혼을 결심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영해의 마음속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운명이었나 봐요. 부디, 당신이 원하는 길을 찾길 바라요.”
그렇게 혼자가 된 영해는 더 이상 세속의 삶을 살 수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깊은 산속의 절로 들어갔다. 그리고 스님이 되었다.
그리움의 길을 걷다
스님이 된 영해는 ‘혜수(慧秀)’라는 법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수현을 잊지 못했다. 스님이 되어야 할 사람이 세속의 인연을 잊지 못하는 것은 수행에 방해가 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살기로 했다.
새벽마다 그는 산속에서 홀로 명상을 하며 수현을 떠올렸다. 밤이 되면 절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빛날 때면 어김없이 그녀를 부르며 중얼거렸다.
“수현아, 너는 정말 저 별이 된 거니?”
어느 날, 꿈속에서 수현이 나타났다. 그녀는 예전과 똑같이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다가와 영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는 날 놓아줘도 돼.”
하지만 영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너를 평생 잊을 수 없어. 널 기다리며 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수현은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나를 그리워할 때마다 하늘을 봐.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테니까.”
그 후로도 영해는 여전히 그녀를 떠올리며 살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슬프게 울지는 않았다. 이제 그는 그녀가 늘 자신과 함께한다고 믿었다.
마지막 순간, 다시 만나다
세월이 흘러 영해는 늙고 병들었다. 어느 날, 그는 산속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별 하나가 유난히 밝게 빛났다. 그리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수현아, 이제 나도 너를 만나러 갈게.”
그렇게 영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먼 곳에서 수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한 번 너였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