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정보화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21세기를 올바르게 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가 달라져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등 모든 분야 중에서도 특히 교육분야가 깨끗해지고 변화해야 한다. 최근 일선중학교에서 진학지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그동안 인문계고교 진학자는 선발고사에 의하여 신입생을 선발하고 실업계고교(상업·공업·농업·수산해운고)는 학교장 추천에 의하여 선발하던 방식을 인문계고교 응시자의 대부분이 선발고사에 합격함으로써 선발고사의 의미가 퇴색하고 중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내신에 의한 선발로 바뀌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올해 중3생부터 서울시내 모든 고교가 내신에 의하여 선발하게 됐다.
일선중학교에서는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일선에서 실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한 정책, 즉 중학교 성적 및 교육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국민의 교육에 대한 의식수준이다. 내 자식만큼은 인문계고교를 거쳐 명문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교육행정에서도 대학교육과 인문계 고교중심으로 정책이 집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대부분의 국민은 믿고 있다.
인문계 고교, 대학중심의 교육으로 변질하는데 일차적 책임은 언론과 대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잘못된 부분을 그대로 선도하고 주도하지 말고 올바르게 계도하는 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TV 드라마 속에 비친 모습은 머리를 싸매고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고교는 일류대학 진학 숫자가 교육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풍토를 고쳐야 한다.
대기업도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을 출신대학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선발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다고 믿기 때문에 국민은 자신은 고생하지만 자식만큼은 고생하지 않고 대접받으면서 살기를 바라기에 매년 16조∼17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수하면서 자식이 명문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60∼70년대 교육여건은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을 했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특히 실업계고교는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단순히 분필에 의해 수업받던 시절이있었지만 최근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학교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서울시내 실업계고교 대부분 멀티미디어를 통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모든 학사분야가 데이터베이스 구축및 소프트웨어 개발·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와 학교간, 교원상호간의 정보네트워크 구성을 촉진하고 교사는 자체교육용자료를 개발하여 교육함으로써 정보화·산업화의 방향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의 인식은 실업계고교에 다니는 학생은 단지 실력이 부족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으로 인식하고 탈락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실업계고교에 대한 홍보부족과 인식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관심있는 학부모께서는 자기 자녀가 진학하려고 하는 학교를 미리 방문하여 교육여건을 확인해보는 것이 어떨까.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학교현장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아쉽다. 일부 학교의 문제점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우리나라 전체고교생의 38.2%는 실업계고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모두의 의식변화를 촉구한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실업계고교에 진학하여 산업사회가 필요한 기능인력양성에 실업계고교 출신자가 기여하게 될 때 바로 국가경쟁력은 살아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 金昌鶴.39·신정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