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물론 변화는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함에도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너무 빠르게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지경이다. 인공지능이니 기계학습 같은 불과 수년전만 해도 들어보기 힘들었던 말들이 이제는 일상어가 되다시피 했다. 산업의 생태계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우리 삶의 모습도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런던 시가지의 말똥이 사라지고 청결해짐으로써 시민들의 삶이 변화한 것 이상일 것이다. 20세기 초 전기와 생산조립 라인의 출현이 대량생산을 불러왔다거나 반세기 전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한 삶의 변화 이상일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그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상당한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고 있으며 앞으로 그 폭과 깊이는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이를 새로운 산업혁명이라 불러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클라우드 슈밥은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그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가히 혁명적이라는 점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정리한 저서를 같은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이러한 변화들은 과학기술과 디지털화가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 슈밥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이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세계경제포럼은 1971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민관협력을 위한 국제기구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전 세계에 결처 비즈니스, 정부, 시민사회까지 다양한 이해 그룹의 리더들이 세계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함께 공동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플랫폼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세계경제포럼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저술할 것인데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그런 변화들은 우리들이 언제쯤 생활 전반에서 실감할 수 있을까? 하기는 아직도 세계의 구석구석에는 초기의 산업혁명의 영향도 받지 못한 곳도 있을 터이다. 슈밥은 거시적 관점에서 그 영향은 저성장, 고령화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노동의 대체 등으로 인한 노동력의 위기를 겪을 것이며, 과거의 산업혁명과 달리 개발도상국에도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2025년까지 일어날 티핑 포인트에 관한 것인데 2025년이 되면 인구의 10%가 인터넷에 연결된 의류를 입고 생활할 것이며, 인터넷이 연결된 안경을 쓸 것이며, 자율주행차량이 운행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기차가 엔진의 개념을 무너뜨린 것처럼 자율주행차량은 운전면허를 무색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내부의 모습도 상당히 달라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자동차 내부가 우리 집의 거실처럼 될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를 섬뜩하게 하는 것은 생물학 분야의 기술이다. 그 중 특히 유전학 분야의 혁신은 놀랄 정도다. 특정 유전변이가 어떻게 유전적 특성과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규명하고 이를 맞춤 치료가 가능해 진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현재 발병하지도 않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 여자의 상장과도 같은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 그녀의 수술 선택은 그녀의 가계력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모두 난소암으로 일찍 사망했으며 그녀의 이모 역시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것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떻든 유전학 분야의 성장은 인간 생명의 연장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셈이다. 이를 한발 더 나아가면 가계력 같은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의 개별적인 건강 이상이 있을 경우 혈관에 극소한 로봇 칩을 삽입하여 병균을 죽이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수명을 다 한 장기를 대체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3D 프린터 기술이 발전하면 간을 만들어 이식하는 기술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를 확장하면 뼈의 이식도 불가능할 일은 아닐 것이다. 마치 오늘날 백내장 수술을 받는 것처럼 간단한 절차를 거쳐 인간은 사이보그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다. 이러한 일은 공공의료와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비용 감당이 가능한 일부 계층에서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초인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어떻든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제기된 제4차산업혁명이 오늘날 우리 생활 전반을 집어삼킬 듯이 다양한 곳에서 회자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실제적인 일로 들어가면 과연 우리나라가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도 발전을 지속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이르러서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의 제4차산업혁명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기득권층의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각종 규제는 가히 압권이다.
최근 ‘유전자 가위’기술로 수정란에서 비대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비대성 심근증은 심장의 좌심실 벽이 비이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유전질환이다. 이 실험 성공으로 심장병을 포함, 1만 가지가 넘는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인간배아 실험을 규제하고 있어 유전자 교정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의료에 적용할 수가 없다. 이러한 규제는 모두가 기득권 보호, 개인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 등과 연관되어 있다. 더구나 교육 현장은 아직도 예전 방식의 수업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이 수능 개정안 공청회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본질은 어디로 가고 포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모두가 열을 올린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제4차산업혁명은 빠른 추적자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이다. 어느 한 영역이라도 선도자가 되지 않는 한 2류 국가의 처지를 면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는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기술식민지로 전락하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제4차산업혁명을 그저 장밋빛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