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 편으로"
'낮은 곳' 택한 법조인 2명
<검사에서 변호사로 '변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장서연 변호사>
시인 도종환은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강')라고 노래했다.
그렇게 장서연 변호사(29·사법연수원 35기)는 검사 법복을 벗고
공익변호사의 길로 '흘러갔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지난 2월까지 근무했던 장 변호사는
퇴직하자마자 아름다운 재단의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을 찾았다.
그는 30일 한달남짓한 수습기간을 마치고 정식 '활동가'가 된다.
서울에서 태어난 장 변호사가 대학에 들어갔던 1997년의 대학은
더이상 해방구가 아니었다.
장 변호사는 학생운동을 멀리서 바라보며
막연히 '함께사는 세상'을 꿈꿨다.
연수원시절 '여성법학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꿈의 밑그림이 분명해졌다.
최저임금을 떼먹히고 우는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의 눈물을 보면서
장 변호사는 세상을 배웠다.
2004년 연수원 1년차 때 글로 흠모하던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의 강연을 직접 들은 것도 계기가 됐다.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라"는 박 변호사의 말은
장 변호사의 머리에 '가시'처럼 박혀 빠지지 않았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졸업을 앞두고 고민 끝에
'검사도 공익의 대표자'라는 생각에 검사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로 할 수 있는 일은
장 변호사의 포부에 비해 너무 작았다.
장 변호사는 "공익소송을 전업으로 하는 곳은
'공감'이 유일하기 때문에 선택했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부모님이 처음엔 서운해하셨지만 지금은 지지하신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욕심' 포기/ 민주노총 법률원/ 여연심 변호사>
올해 사법연수원을 4등으로 졸업하고
지난 2월 민주노총 법률원에 들어간 여연심(30·사법연수원36기)변호사도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보다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더 어려웠다.
97학번인 여 변호사는 대학시절쪽방촌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책에 안 나온 세상을 '읽었다'.
여 변호사의 '세상읽기'는 연수원에선 노동법학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4등 성적표는 여 변호사에게 되레 '시험지'가 됐다.
그는 "판·검사나 대형 로펌에서도 배울 일이 많아 욕심이 났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며
아침부터 밤까지 '노동자를 위한 법률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법률원을 택했다"고 밝혔다.
여 변호사는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할 법적수단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인 도종환은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강')며
함께사는 세상에 무관심한 '당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장 변호사와 여 변호사는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기사등록 : 2007-04-29 오후 08: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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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곳법조인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