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계는 커다란 광풍에 휩싸였다. 인수위가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학부모들은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걱정이 앞선다. 영어교육으로 말미암아 기러기 아빠가 생기고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교육비를 주여 보겠다는 고민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계의 폐단이 오직 영어 교육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성공을 위한 무한경쟁과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력 개발은 뒷전에 두고 당장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입시위주의 암기교육이 더 큰 문제 아닐까?
타운뉴스는 아파트에 어린이를 위한 작은 도서관 건립과 다양한 교육 품앗이 운동이 사교육을 잠재울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인식으로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 탐방을 시작한다.
창동 북한산아이파크는 25개동 2061세대가 입주해 있는 중대형 아파트로 도봉구에서는 비교적 부자 아파트에 속한다. 단지 내 깔끔한 정원과 스포츠센터가 자랑이다. 그러나 이런 외양보다 관리사무소 옆에 있는 독서당이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다. 아파트내 독서당은 2005년 4월 1일 개원 했다. 오후 2시에 개방해서 저녁 6시까지 아파트 주민들에게 수시로 책을 빌려주는 독서당은 만여권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 ,
-주민 1/3이 이용
처음에 독서당을 열 때는 주민들이 기증한 책 2천여권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매달 70만원씩 지원해줘 지금에 이르렀다. 2중으로 되 있는 책장도 빈곳이 별로 없어 몇 달만 더 지나면 3중 레일을 설치해서 새 책장을 설치해야 할 판이다.
회원은 1세대 당 1개의 카드만 발급한다. 현재 750세대가 회원으로 등록 되어 있으니까 아파트의 1/3세대 2천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회원이 되려면 만원의 가입비만 내면 모든 식구가 책을 빌려볼 수 있고 한번에 2권까지 책을 빌려볼 수 있다.
19명의 자원봉사자가 하루에 3명, 4시간씩 돌아가면서 지키는 독서당은 언제나 아이들과 주부들로 넘쳐 난다. 하루 평균 150명의 회원들이 독서당을 이용한다. 날마다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도 꾀 되고 평균 일주일에 1.5번 정도는 빌려가는 편이다.
-작은 공간으로도 쉽게 시작 가능
독서당을 만들고 가꾸는데 처음부터 함께했다는 북한산아이파크 안병진 총무이사는 "아파트 내 도서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워요. 30평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처음에는 주민들에게 책을 기증 받아서 시작하고 매달 책 구입비로 7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추가 부담은 거의 없어요. 한 달에 70만원이면 한 아이 과외비 보다 적은 돈으로 7천여명의 주민들이 책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남는 장삽니까?"라고 한다.
독서당 자원봉사자 전미숙 총무는 "어린이 독서모임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지만 토론 장소가 좁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빈공간을 이용해 독서토론모임, 원어민 영어교실 등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한다.
안병진 총무이사는 "아파트 내에 빈공간이 많지만 구청에 용도 변경에 따른 절차 등 실무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문제가 풀리면 책과 관련된 사업을 펼치고 싶다"라고 했다.
-과외는 링겔, 독서는 찰밥
아이가 5살 때부터 함께 독서당을 이용했다는 고애진씨는 "어른은 물론이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와서 지금은 스스로 책에 묻혀 산다. 단지 내 독서당이 아이들 공부 습관에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했는지 모른다. 과외는 당장 성과내기는 좋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을 갉아 먹는다. 반면 독서는 스스로 행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과외가 링겔 같은 것이라면 독서는 찰진 밥 같은 것이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