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다스리는 법을 배우자
보통 사람들도 일상 생활에서 화를 낼 때가 많다. 운전을 하다가도 화를 내고,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다가도 화를 낸다. 또 충동적인 범죄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기의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안다면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에게 화가 나지 않도록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보자.
■ 화를 잘 내는 것도 유전
남보다 화를 더 잘내는 사람은 ‘유전’적인 영향이 있다.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감소시키는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로 인해 성급함, 충동적인 분노, 그리고 자극 등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함을 유발시킨다는 증거가 보고되기도 했다.
분노는 여러 종류의 신경질환, 불안, 성격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세이다. 또 내향적인 성격인 사람은 평소에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한다.
질환으로 인해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우울증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우울증을 ‘세로토닌’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충동성과 관계있는 호르몬이다. 따라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으면 항우울제인 세로토닌을 처방한다. 뇌신경세포 속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니 인위적으로라도 이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다.
■ 뇌 손상이 분노 일으킨다
또 뇌졸중을 앓은 뒤 뇌, 특히 전두엽이 손상되면 충동조절기능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뇌졸중은 대개 뇌혈관이 막히거나 출혈이 일어나 뇌조직이 손상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원인에 따라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체적 재활요법을 쓴다.
위기를 넘겨 회복기에 들어가더라도 예기치 못한 정신적 후유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가장 흔한 것이 우울증과 성격변화이다. 우울한 기분과 불면증, 식욕부진, 불안과 비관, 짜증이나 분노, 감정의 기복이 특징이다.
성격변화는 주로 뇌의 앞부분, 즉 전두엽이라고 부르는 부위가 손상될 때 잘 나타난다. 성격이 급해지거나 몹시 고집스러워지고, 참을성이 없어져 충동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니면 반대로 아무런 의욕이나 감정의 변화 없이 무감각한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언뜻 보아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평소와 너무 달라진 모습에 가족들은 답답해진다.
■ 인지치료로 다스린다
화를 절제할 수 없거나, 자신이 낸 화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파괴시킨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상담치료는 화를 잘내는 부모, 남편, 공격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 폭력적 범죄자, 마약 중독자, 공격적인 운전자 등에게 도움이 된다. 현재 대부분의 분노 억제치료법은 인지행동 치료법에 바탕을 둔다.
첫번째는 의사가 환자의 분노에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는 전제를 갖고 환자가 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 살펴보고 치료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두번째는 인식 단계. 이 단계에선 의사는 환자가 스스로 부적절한 화를 내게 되는 상황, 당시의 생각이나 감정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세번째 단계는 인지 재구성과 행동변화이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환자들이 비합리적인 생각이 아닌 합리적인 생각이 떠오르도록 지도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반응을 보이도록 훈련을 한다.
화를 잘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일들이 자기의 생각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을 배워야 한다.
또 심호흡이나 마음이 안정을 찾도록 이미지를 떠올리는 훈련을 해야한다. 이 같은 기분전환 요법들로 화가 날 만한 긴장된 상황에서 분노, 폭발을 자동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화를 내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자기 주장을 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분노 표출로 인해 손상된 인간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시작한 8∼10주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개인치료보다 집단치료가 더 효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ompom@fnnews.com정명진기자
품격있게 화 내는법
걸핏하면 화를 내는 아들 때문에 고심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아들에게 못을 한 자루 주면서 화가 날 때마다 울타리에 망치질을
하라고 했다. 아들은 첫날 못을 30개 박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못의 수가 줄어들었다.
못 박는 것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화를 참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함부로 화를 내는 버릇이 점점 사라졌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이제 못을 그만 박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제 자기 감정을 잘 추슬렀을 때마다 못을 하나씩 뽑으라고 했다.
울타리의 못을 모두 뽑은 날, 아버지는 아들을 보고 말했다.
"장하구나. 그런데 울타리에 선명한 못 자국이 보이니?
네가 화나서 내뱉은 말들이 이 자국처럼 누군가에게 흔적을 남긴단다.
말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3월이 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은 인사나 보직 변경으로 색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다.
낯선 사람과도 잘 적응하면 별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화나 스트레스는 누구나 경험을 한다. 그러나 결과는 천지차이다.
화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출세 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또 화를 잘 다스리는 직원들이 많은 기업은 경쟁력이 강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화를 잘 내는 경영자와 직원이 많은 기업은 왠지 모르게 불안정해 보이고 이는 결국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화나 스트레스는 너무 참으면 울화가 치밀어 화병이 된다. 화를 너무 잘 내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나빠져 외톨이가 되고 우울증마저 생긴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스트레스센터소장)는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멘탈 피트니스 마음력(위즈덤하우스 출판)'을 통해 지혜로운 극복 방법을 알려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김 모씨는 좀 유치한 방법이지만 미운 사람의 캐리커처를 골프공에 그려놓고 골프연습을 했다. 그는 한참 스윙을 하다가 보니 그려놓은 것이 다 벗겨져 나갔다고 했다. 김씨는 순간 괜히 죄를 지은 것 같고 미안해지면서 화난 감정이 다 풀렸다고 말했다.
"감정을 털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입니다. 격렬할수록 더욱 좋습니다. 샌드백을 미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두들기거나 공을 화나게 한 사람 얼굴이라 생각하고 힘껏 던집니다."
한국인에게 '화'는 가장 흔한 스트레스 증상이다. 백병원 스트레스센터가 성인 남녀 약 700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반응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지 조사한 결과,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분노'가 많았다. 외국은 우울이나 불안 반응이 많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열 받는다' '화가 난다'는 반응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뒷목으로 뭐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든가, 속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화끈거리고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 같다는 증상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정신과 병명 중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딱 하나 있는 데, 그게 바로 '화병'이다.
화가 나면 인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우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신경질을 내거나 책상을 꽝 치며 성을 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에 응고물질이 증가한다. 심장에 불을 지핀 셈이다.
불길은 심장에 머물지 않고 뇌로 올라간다. 분노 반응이 생기면 기억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을 입는다. 2004년 하버드의대 연구에 따르면 가장 화가 났던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순환이 감소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뇌세포 활성이 떨어지고 손상이 온다. 결국 화를 자꾸 내면 뇌세포가 파괴돼 뇌가 쪼그라들게 된다.
분노(화)는 다른 감정과 달리 중독성과 전염성이 있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분노 중독자는 분노를 끊지 못한다.
그렇다면 분노를 어떻게 해야 조절할 수 있을까. 분노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a형은 불같이 폭발하는 스타일이다.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스타일로 a형은 혈압이 올라가거나 갑자기 쓰러지기 쉽다. 다혈질의 장비도 툭 하면 화를 내다가 비명횡사했다.
b형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울화가 쌓여 신경성 질환에 잘 걸린다. 화병이나 소화불량, 두통이 많다.
화를 느끼지만 적절히 조절하고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 c형이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분노를 잘 표현하는 것은 저수지에 물길을 잘 내는 것과 같다. 저수지에 물이 많으면 비가 조금만 와도 넘칠 수 있다. 범람을 막으려면 미리 물길을 열어서 수량을 조절해야 한다.
반대로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이다. 감정도 오래 묵혀 두지 말고 그때그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화를 낼 때는 세 가지 포인트에 해당하는 '분노해결지도'를 통해 화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첫 번째 포인트는 화를 낼 때 '내 건강과 바꿀 만큼 중요한 일인가'다.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없는 사소한 상황인지, 내 건강과 맞바꿔서라도 화를 내야 할 상황인지 판단한다.
별거 아니라면 "흥, 웃기네"라고 힘차게 소리내 비웃어 본다. 아니면 분노 대신 진한 동정을 보내보라. 화나게 한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에이 불쌍한 녀석!"하고 혀를 찬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정당한 분노인가'다. 과연 그렇게 생각한 것이 정당한지, 정당하다면 증거가 무엇인지, 틀렸을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본다. 사실 화가 난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인데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강자에게 화가 난 것을 약자에게 푸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화는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분노라는 감정의 노예가 되면 그 순간에는 그게 꼭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대개 어리석은 본능이 부채질한 한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세 번째 포인트는 '그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다. '화를 낸 것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나에게 어떤 이득과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유리한 행동인가' 등 손익계산을 해보는 것이다.
■ 도움말=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