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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로또레]

[달맞이 비박산행 | 르포 | 덕적도 비조봉] 폭염 속의 종주 산행과 별빛 잔치 속의 비박

덕적도 비조봉(飛鳥峰·292m)의 여름밤은 꿈 같은 추억을 남겨주었다. 수평선 위에 검은 띠를 이룬 해무가 용광로 쇳물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둥근 해를 집어삼키자 파랗던 하늘과 바다는 새카맣게 변했다.

그믐을 며칠 앞둔 밤하늘은 둥근 달 대신 수많은 별로 장식했다. 새까만 벨벳이었다. 벨벳은 수많은 보석으로 더욱 아름다웠다. 북두칠성은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고, 그 옆으로 수많은 별들이 비단 자락이 하늘거리듯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은하수였다. 간간이 유성들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새카만 밤바다로 떨어졌다. 순간 빌었다. 올 추석 둥근 달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 둥근 해는 열정적으로 불타올랐다. 온 세상을 시뻘겋게 물들일 듯했다. 하지만 바다 띠를 두른 듯한 구름은 불덩이를 날름 삼켜버렸다. 비조봉 부근의 바위지대에서 비박 준비 중인 제인악우회 회원들.

비조봉 팔각정에 올라 덕적군도 한눈에 조망

말복을 사흘 남겨놓은 8월 초, 덕적도는 후텁지근하다 못해 몸을 움직이기 무섭게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인천연안부두를 출발한 쾌속선이 진리바다역이라 이름지어진 도우선착장에 도착하자 피서객들은 손수레에 먹을거리를 담은 쿨러(cooler)와 텐트, 낚싯대 등을 싣고 싱글벙글 웃으며 각자 정해놓은 바닷가로 흩어지고, 제인악우회 회원들과 취재팀은 밧지름해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복중에 무슨 산행을 해요. 우리 바닷물에나 들어갑시다.”

밧지름해변 도로변의 송호펜션 앞 아스팔트길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서자 불구덩이로 들어선 기분이다. 제물포고등학교 출신 중 골수 산꾼들의 모임인 제인악우회 정명호(68) 회장은 쾌속선을 타고 오는 동안 “일단 비조봉에서 벗개고개까지 산행하고 비박 산행은 나중에 하자” 해놓고 “아무리 산이 좋고, 취재가 중요하더라도 이렇게 더운 날 무슨 산을 오르느냐? 그냥 바닷물로 뛰어들었다가 닭 잡아 술 한잔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며 취재팀의 마음을 흔들어댔다.

산길(비조봉 0.9km)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덩굴이 휘감은 소나무 무성한 숲길은 한여름 무더위를 집어삼킨 채 맑은 숲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세월에 몸을 맡기며 해풍을 맞고 자란 소나무들은 군무를 추듯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매미 울음소리만 들리는 고즈넉한 숲을 벗어나 너럭바위에 올라서자 바다와 고래등 같은 섬이 반겨주고, 숲이 감춰놓았던 바람이 허공을 가르며 파고든다.

▲ 밧지름해수욕장을 출발해 남동릉을 따라 비조봉 정상으로 향하는 제인악우회 회원들.

“요즘은 산기슭 바닷가 해당화가 좋아요. 가을엔 단풍이 좋고요.”

제물포고등학교 출신인 덕적도 토박이 송순호(60)씨의 안내를 받으며 40분쯤 올랐을까, 제법 커다란 팔각정이 올라앉은 비조봉 정상에 섰다. 산정에 오르려 애쓰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싶은 멋진 풍광이 펼쳐졌다. 해발 140m 높이의 너럭바위에서는 먹도 섬 하나만 보였으나 해발 292m 높이의 비조봉 정상에서는 덕적군도 일원의 섬들이 죄다 들어왔다. 왼쪽 소야도와 소이작도, 대이작도에서 오른쪽 굴업도에 이르기까지 덕적도 서쪽과 남쪽, 동쪽에 파노라마로 펼쳐진 섬 17개가 고래등이나 돛단배처럼 다양한 형상으로 바라보였다. 동으로는 인천 앞바다, 서로는 서포리해안 그리고 북으로는 국수봉(國壽峰·314m)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눈에 들어왔다. 

“자, 정상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우리가 정상에 오른 것은 다리가 튼튼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 산신령이 받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정명호 회장은 회원들이 정성스레 싸온 주먹밥과 과일을 신문지 위에 펼쳐놓고 회원들과 함께 제를 올렸다. 골수 산꾼 17명이 모인 제인악우회는 8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에 불수사도북 무박종주산행에 나선다. 불암산에서 수락산~사패산~도봉산을 거쳐 북한산까지 잇는 대종주 코스다. 올해 68세인 정명호씨는 이 산행을 위해 벌써 여러 달 동안 몸을 만들어오고 있다. 몸무게를 3kg 이상 뺐다. 후배들에게 회장으로서의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제상에 올려놓았던 주먹밥과 막걸리 한두 잔씩 마신 뒤 정오경 벗개고개를 향한다. 매미울음소리 들으며 짤막한 바위구간을 지나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자 진리 갈림목(진리면사무소 2.2km). 부드러운 능선으로 접어들자 더위도 잊은 채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춤추는 듯한 형상의 소나무들은 내 어깨에 힘을 빼내 덩실거리게 하고 풀숲에 비죽 튀어나와 주황색 꽃을 피운 말나리는 얼굴에 미소를 띠게 했다.

백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멋진 풍광

“옛날 서포리 아이들이 이 고개를 넘어 진리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비조봉이 다 잡아먹었나 봐요.”

▲ 1. 밧지름해수욕장 기점 비조봉 등산로 기점. 송호펜션에서 서포리 방향으로 약 100m 거리다. 2. 비조봉 정상에 세워진 비조각. 쉼터이자 조망대이다. 3. 비조봉 서릉. 덕적군도 일원의 섬들이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4.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자란 나무숲은 맑은 공기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불어댔다.

송순호씨의 어릴 적 추억을 들으며 망재를 지나 운주봉(雲햵奏峰·231m)에 올라서자 진2리 바닷가가 그림처럼 내려다보인다. ‘구름을 불러모은다’는 이름의 운주봉 정상은 우거진 숲 한쪽으로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개’라 불리는 진2리 목섬 조망대였다. 자그마한 포구해안은 모래밭으로 반짝이고 쪽빛 연못 같은 포구 바로 옆에 목섬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운주봉에서 능선 길을 따르기 위해 방향을 틀자 이번에는 서포리 일원이 펼쳐졌다.

“정기자, 이거 한 번 잡아봐요. 정말 백만금 줘도 못 잡을 풍광이죠?”

바다에 낮게 깔려 모닥불 연기처럼 엷게 퍼지던 해무는 서서히 떠올라 파란 하늘 아래 구름으로 바뀌고, 바닷바람이 쌩하며 불어대니 반갑기 그지없다. 요란스럽게 울어대던 매미들도 바람이 불어대는 순간만은 시원함 때문인지 조용해진다. 그 모습에 감탄한 정명호 회장은 정정현 기자에게 “멋진 사진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맨발 지압장을 지나자 비조봉에서 멀리 보이던 서포리해수욕장이 이제 뒤로 밀려나 있고, 능선은 점점 깊어지고 소나무는 여름 바람이 좋은지 나뭇가지를 흔들어댄다. 제법 규모가 큰 무선기지국 철탑을 지나치면서 산길은 한결 좁아지고, 풀이 우거져 팔다리를 슬쩍슬쩍 긁어댄다. 송순호씨는 “비조봉 등산로는 개발한 지 이제 2년밖에 안 됐다”며 “그 짧은 기간에 길이 이 정도 뚫린 것을 보면 제법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산길은 벤치가 있는 조망대 쉼터를 지나 뚝 떨어졌다 다시 솟구치더니 숲이 걷히면서 남서쪽 서포리뿐 아니라 동으로 이개 일원이 바라보인다. 이제 우리가 등정식을 가졌던 비조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바다는 짙푸른 빛으로 한층 깊어진 느낌이다. 여기에 서포리해수욕장 모래밭이 반짝인다. 한폭의 멋진 풍경화였다.

“똥고개라 불렀어요. 서포리에서 덕적면으로 넘어 다니던 주민들이 하도 힘들어 붙인 이름이에요. 그래서 이 일대를 똥고개공동묘지라 불러요.”

숲이 완전히 걷히더니 햇살이 내리쬐고 그 아래 동산 같은 능선 곳곳에 무덤이 들어서 있다. 비조봉 능선은 교통 사정이 나빴던 옛날 섬 주민들에게 고생스런 추억을 준 곳이지만 섬내 최고의 명당자리든지 혹은 주민들은 죽어서도 비조봉 능선을 잊기 싫어 후손들에게 이곳에 무덤을 써달라 했나 보다.

복중(伏中)에 누린 호사로운 복(福)

“아, 정기자와 한기자는 국수봉에 올라갔다 와요. 여기서 기다릴 테니. 누가 안내할래? 송사장?”

▲ 낙엽송이 울창한 비조봉 북릉. 그 동안 경험한 섬산에 비해 숲이 매우 좋은 산이었다.

진2리와 서포리를 잇는 아스팔트길이 가로지른 벗개고개에 내려선 시각은 오후 2시30분. 아직 한나절 더 산행해도 될 만큼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나 4시간 산행에 흘린 땀은 평소의 열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정명호 회장은 송순호씨에게 취재팀과 함께 고갯마루에서 능선길 따라 1km쯤 떨어져 있는 섬내 최고봉인 국수봉까지 산행하고 오라 하지만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땀으로 뒤범벅된 일행 모두 활짝 핀 백일홍과 해당화 빨간 꽃으로 향한 채 서포리 방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모든 욕심을 실어보내고 있었다. 마음은 이미 밧지름해변 솔밭과 바닷물에 가 있었다.

밧지름해수욕장 바닷물에서 더위를 식힌 뒤 옹진농협 덕적지점을 출발해 진리 갈림목(면사무소 2.2km)을 거쳐 다시 비조봉 정상에 올라선 것은 오후 7시 반, 막 해가 떨어질 무렵이었다. 하루종일 대지를 숨김없이 밝혀주던 해는 서서히 서쪽 바다로 내려앉으며 더욱 강렬한 빛과 색을 띠었다. 그러나 바다 위에 두텁게 깔린 구름은 바다를 송두리째 끓어오르게 할 듯 강렬한 기세를 보이던 저녁 해를 날름 삼켜버렸다.

해가 떨어지자 비조봉 정상에 자리잡은 팔각정은 부르르 떨었다. 남쪽에서 불어대는 강한 바람은 태풍을 몰고 오는 듯 불안케 했다. 그 어수선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 게 밤하늘의 별이었다. 북두칠성뿐 아니라 은하수까지 비단자락을 펼쳐놓은 듯 밤하늘을 아름답고 곱게 장식하고 있었다. 간간이 유성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덕적군도를 형성한 10여 개 섬들의 갯마을에서 새어나온 불빛이 밤바다에 수를 놓아 아름답고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 1. 비조봉 서릉 상의 조망대. 2. 벗개고개에서 서포리로 향하는 제인악우회원들. 일흔을 눈앞에 둔 정명호 회장(앞줄 오른쪽)이 활기차게 걷고 있다.

“산을 8년 동안 다니면서 가지고 있던 로망이었어요, 꿈. 앞으론 퇴근길에 청계산이라도 올라 해봐야겠어요.”

음력 6월 26일. 달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믐에 접어들고 있지만 수많은 별들이 새카만 밤하늘을 수놓은 비조봉 정상은 박병욱씨가 여러 해 동안 간직해 온 비박 산행에 대한 꿈을 현실로 이루게 해주었다. 거기다 우리는 복중(伏中) 에 호사로운 복(福)을 누리고 있었다. 산 아래는 ‘열대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비조봉 정상은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오히려 온몸이 오싹오싹할 정도로 시원했다.

“아무래도 단단히 대비해 놓는 게 낫겠는데. 이러다 한바탕 퍼부으면 난리 아니겠어?”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처음에는 시원하다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게 아니다 싶어졌다.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대고 동쪽 하늘이 마른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곧 비바람이 몰려올 분위기다. 베개삼았던 타프를 펼쳐 팔각정 난간과 기둥 여기저기에 묶고 바싹 당겨놓았다. 타프 높이는 누운 상태에서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 바람이 강하게 들이칠 때면 코에 닿을 정도로 낮아지고 펄럭이는 소리는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다. 그런데도 옆에 누운 정정현 기자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눕자마자 코를 드르렁거리면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1. 비조봉 능선에는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다. 2. 해당화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벗개고개 도로. 3. 비조봉 팔각정. 새벽녘 내린 비가 팔각정 안까지 퍼부어 타프 밑까지 적셨다. 4. 밧지름해수욕장 솔밭 캠프장.

깜빡 잠이 들었다가 타프 펄럭대는 소리에 일어나 보면 밤하늘에 은하수는 소리 없이 잘도 흘러간다. 그렇게 서너 번 깨었다 잠이 들었을까, 새벽 5시가 조금 넘자 타프를 툭툭 건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리고, 20분쯤 지나자 바람에 날아온 빗줄기가 팔각정 안으로 파고들어 타프를 호되게 두드려댄다.

새벽 3시경 하늘이 새카맣다 싶었을 때 탈출할까 망설이다 그냥 침낭을 뒤집어쓴 게 후회스러워졌다. 이제 어찌하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런데도 무겁게 눌러대는 눈꺼풀 무게에 또다시 깜빡.

“부럽습니다. 이렇게 시원하게 여름밤을 지내시고. 여기서 비박하시는 걸 보니 전문 산악인들이신가 보네요.”

한 마리 새 등에 올라앉아 밤하늘을 날아다닌 셈

새벽 6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는데 벌써 우산을 쓴 채 산정을 올라온 등산객이 팔각정에 천막 쳐놓고 자는 우릴 보곤 “좋겠다” 한마디한다. ‘누워 보세요. 정말 좋은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정말 좋은 밤이었다”고 지극히 상투적인 답변을 한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 아닌 오보무중(五步霧中). 그래도 해무(海霧)가 걷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버티기를 두 시간. 그러다 포기하고 오전 8시 하산길에 들어간다.

풀과 나뭇잎은 새벽녘 내린 비를 듬뿍 묻히고 있다가 팔과 다리에 뿌려댈 때면 반갑고, 안개 속에 핀 여름꽃은 유난히 싱그럽고 아름답다. 그런 분위기를 누리다 앞을 가로막은 바위에 올라서자 안개가 슬며시 걷히고 섬 바깥쪽 바다가 드러난다. 슬며시 드러났다 사라지고, 또다시 나타나곤 하는 섬들은 하나 하나 이어도요 파랑도였다. 안개는 도술을 부리며 몽환적 풍광을 연출했다.

▲ 1. 산길 곳곳에 화사하게 피어 산객의 마음을 빼앗은 말나리 꽃. 2. 능동 자갈마당. 3. 서포리해수욕장 오토캠프장.

부연 안개를 헤치며 능선을 따라 서포리 갈림목을 지나 암릉에 올라서자 발아래 노란 코스모스와 달맞이꽃이 만발해 있다. 하늘이 구름꽃이요, 땅 위의 우리도 꽃이다 싶어지자 얼굴에 미소가 맴돈다.

오전 9시에 접어들자 하늘이 터지고 해무도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산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소나무 우거진 산릉은 선경의 극치를 보여주고, 바다는 덕적군도의 섬들로 치장한 비단 치마폭인 양 반짝인다. 비조봉 팔각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리 새가 나는 형상, 우리는 그 새 등을 타고 밤새 바다 위를 날아다니다 이제 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 산행 길잡이 ]

벗개고개서 능선 종주 후 정상 팔각정에서 달맞이
정상 북쪽 진리 갈림목에서 진리 쪽 10분 거리에 샘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덕적도는 8개의 유인도와 34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덕적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이름 또한 물이 깊은 바다에 위치한 섬이란 뜻의 ‘큰 물섬’이란 우리말에서 비롯되었다 전한다. 덕적도는 13개 마을 1,200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아 왔고, 이후에도 서해 해상의 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섬이다. 30~40년 전까지 조기와 민어 파시가 열렸을 만큼 큰 섬이었다

면적 20.87㎢, 해안선 길이 37.6㎞의 덕적도 남쪽에 솟아오른 비조봉(飛鳥峰)은 해발 292m 높이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 주변으로 접근도로가 잘 나 있어 짤막한 코스로는 30분 안팎이면 오를 수 있고, 덩치도 그다지 크지 않아 비조봉에서 북쪽의 섬내 최고봉인 국수봉(國壽峰·314m)까지 능선을 따라 가는 데에도 3시간이면 가능하다.

비조봉 등로는 여러 가닥이다. 인천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이 닿는 진리바다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등로는 덕적면사무소를 지나 옹진농협 덕적지소에서 산허리로 올라붙는 코스로, 면사무소에서 덕적지소까지 약 10분 거리이고, 이후 들머리를 거쳐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라서는 데 약 30분 걸린다.

남쪽의 밧지름 기점 코스도 인기 있다. 사람이 많이 사는 진리 부락(면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밖줄음’으로 불리다 ‘밭지름’ 또는 ‘밧지름’이라 불리는 이곳은 소나무숲가 모래밭이 좋은 해안을 끼고 있어 여름 피서철 인기 있는 곳이다. 산행은 도로변 송호펜션에서 서포리 방향으로 30m쯤 걸어가면 오른쪽에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정상까지 약 40분 걸린다.

▲ 인천과 덕적도를 오가는 쾌속선.

서포리해수욕장 기점도 인기 있다. 해수욕장에서 약 10분 거리인 서포리운동장에서 시작되는 산길은 비조봉 서쪽 능선 안부로 이어지고, 서포리해수욕장에서 밧지름해수욕장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300m쯤 가다 서포리선착장 갈림목을 지나 도로 왼쪽 등산로 안내판에서 시작되는 암릉은 능선을 따르다 서포리운동장 기점 코스와 만난 뒤 정상으로 이어진다. 약 1시간 소요.

당일산행객은 대부분 서포리와 진2리를 잇는 도로가 가로지르는 벗개고개에서 출발해 비조봉 정상에 오른 뒤 남쪽 밧지름해수욕장 쪽으로 하산하거나 또는 비조봉 직전 안부에서 왼쪽 길을 따라 농협 쪽으로 하산한다. 어느 쪽이든 20~30분이면 도로까지 내려설 수 있으며, 밧지름해수욕장에서 부두까지는 30분, 옹진농협 덕적지소에서 부두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달맞이 산행시 비박지로는 비조봉 정상 팔각정이 적당하다. 조망을 즐긴 다음 아늑한 곳에서 야영하고 싶다면 북쪽 바위지대를 지나 진리 갈림목의 널찍한 능선에서 지내도록 한다. 비조봉 동쪽 암릉 끄트머리의 조망대(약 160m)에 설치된 데크도 달맞이 비박 장소로 적당하다. 주변에 남쪽 바다가 빤히 바라보이는 너럭바위 지대도 세 곳 있다.

섬 안에 묵을 경우 펜션이나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하면 대부분 선착장까지 차를 몰고 마중나오고 귀가시 선착장까지 태워다 준다. 밧지름 송호펜션 032-833-9096.

덕적도는 서포리해수욕장과 밧지름해수욕장 외에 섬 북단 북리 능동자갈마당과 같은 아름다운 해안이 여러 곳 있다. 서포리해수욕장에는 솔밭에 오토캠핑장이 마련돼 있으며, 밧지름해수욕장의 솔밭도 멋진 야영장이다. 주변에 개수대와 샤워장, 화장실이 마련돼 있어 불편함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교통

인천항연안부두터미널과 안산 방아머리여객선터미널에서 덕적도행 정기여객선이 운항한다.

인천항연안부두터미널 고려고속훼리 09:30(덕적도 출발 11:00), 15:00(16:00) 출항. 정원 274명. 1시간 10분 소요, 왕복 4만2,300원(인천시민 2만1,900원). 문의 032-884-4967. 인천시 중구 중구청길 100.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12번·24번 버스, 제물포역에서 14번·33번 시내버스 이용. 인천고속터미널 부근 신세계백화점 버스정류장에서 36번 시내버스 이용.

▲ 모래사장이 곱기로 이름난 서포리해수욕장.

인천항연안부두터미널 대부고속훼리5호 08:00(15:00) 출항. 정원 430명. 2시간30분, 왕복 2만3,200원. 도선료 경차 왕복 8만8,000원, 중소형차 9만9,000원, 승합차 11만8,000원. 문의 (유)대부해운 032-887-0602~3.

안산 방아머리여객선터미널 대부해운 08:00(10:00), 12:30(16:00) 출항. 약 2시간, 편도 9,000원. 도선료(편도 기준) 경차 4만5,000원, 중소형차(RV카 포함) 5만원, 승합차 5만5,0000원. 대부해운 032-886-7813.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1955번지.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방아머리행 790번 시내버스 운행.

진리바다역(도우선착장)에서 여객선 도착 시각에 맞춰 서포리행과 북리행 덕적공영버스가 1일 9회 운행한다. 선착장에서 08:30, 농협에서 12:40 출발하는 버스는 북리 능동 마을까지 간 다음 벗개고개를 넘어 서포리와 밧지름해수욕장을 거쳐 진리바다역으로 돌아온다. 1일 5회 운행하는 서포리행 버스 중 08:40, 12:50 발 버스 역시 섬을 순환한다. 요금 1,000원.

섬내에 개인택시가 운행한다. 강응석 010-2055-5855. 032-831-5855.

숙식(지역번호 032)

▲ 밧지름해안에 위치한 송호펜션.

진리 밧지름해수욕장 부근의 밧지름 송호펜션(833-9096, 011-298-9096)과 블루비치(832-0408, 016-795-2845), 서포리 테마펜션(832-1121, 010-9856-3877)은 주민들이 권하는 숙박업소다. 4인실은 휴가철 10만원·비수기 6만원, 8인실 15만원·10만원 받는다.

면소재지의 농협마트와 부근의 섬마을유통에서 어지간한 생필품이나 먹을거리를 마련할 수 있다.

도우선착장 부근의 여수횟집(832-9390)과 도우회가든(831-8704)은 장어매운탕과 우럭매운탕(2만5,000~4만원) 전문점이다. 광어·우럭·놀래미 회 한 접시 5만원, 바지락칼국수 6,000원. 이개고개의 이개백숙(832-4658)은 보신요리 전문집이다. 보신탕 1만원, 닭백숙·옻닭 4만5,000원.

[쎄로또레]

형님은 가셔야 할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