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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그의 사후 발견된 세 통의 편지에서 기인한다. 발송되지 않은 이 편지에는 여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편지를 쓴 장소에 대한 아무런 힌트도 없다. 다만 여성의 정체를 고의로 모호하게 흐렸고 유일한 지리적 표시 또한 K라는 이니
셜로 은폐되어 있다. 그녀의 결혼 여부나 부모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만 편지의 어조로 보아 그녀가 베
토벤의 사랑에 응답했으며, 그와 결합하기 위해 커다란 희생을 치룰 자세가 되어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편지는 1812년
여름에 쓴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베토벤은 2년 전 테레제 말파티로부터 거절당했을 때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베토벤은 사랑과 가정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바램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던 편지의 주인공과 맺어질 수
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또다시 홀로 된다는 것은 죽음과도 같은 암흑이었을 것이다.
그 ‘불멸의 연인’은 1799년부터 베토벤으로부터 레슨을 받아왔던 테레제 폰 브룬슈빅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테레제의
여동생이며 다음 백작의 미망인인 요제피네 폰 브룬슈빅이나 괴테의 청년 시절의 친구였던 베티나 브렌타노의 사촌인 안토니에
브렌타노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안토니에 브렌타노의 경우는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비교적 베토벤의 입장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스토리에 해당한다. 미국의 음악학자인 메이너드 솔로몬은 1977년에 펴낸 베토벤 전기에서 안토니에 브렌
타노를 ‘불멸의 연인’으로 지목했다. 베토벤은 매번 여자들에게 거절당하는 역할이었지만, 브렌타노와의 경우엔 전무후무하게 베
토벤이 스스로 ‘결정적인 순간’에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마흔 즈음의 베토벤의 연애사를 낱낱이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엘리제가’가 누구이든 ‘불멸의 연인’이 누구이든
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베토벤에게 있어서 이 두 인물은 사랑이라는 관념 안에 자리잡은 동일
한 대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불어 끊임없이 마음의 안식을 갈구하고자 했던 베토벤은 매번 상처를 입고 정신적 불안에 시달
렸지만, 그 고통이 인류 최고의 음악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만이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