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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시면 엄청난 한국의 이공계 박사들이 중국으로 유입되는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cerpt : "중국의 도약과 한국 의생명과학의 기회", 김우재교수, 하얼빈공업대학교 : 한국분자 세포생물학회
중국의 도약과 한국 의생명과학의 기회
김우재하얼빈공업대학교(생명과학센터)
“국가경쟁력 순위는 미국 3위, 중국 14위, 한국 28위로 중국이 미국을 뒤에서 추격하고 있지만, 대등하게 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중 국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과학경쟁력에서는 미국 1위, 중국 2위, 한국 3위로 중국이 미국을 바짝 따라가고 있고, 기술경쟁력에서는 도리어 중국이 2위, 미국이 6위, 한국이 22위로, 중국이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과학과 기술경쟁력에 달려 있다. 과학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은 무서운 질주를 계속 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전세계 언론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갖가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언론은 중국발 뉴스가 없었으면 어떻게 생존했을지 모를 정도로 중국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도, 중국발 뉴스는 이제 한국사회 구성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우리 안의 현실이 되었다. 2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렵던 일이다. ‘중국산’이라는 딱지만 붙으면 냉소하던 한국 사회는, 이제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모습을 마주하며, 인정하기 어렵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하나의 국민정서가 되어버린 혐중의 분위기로 혼란스럽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다. 물론 여러 지표에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다. 하지만 과학논문의 양과 질에 있어서, 이제 미국은 더이상 세계 1위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얼마전 공개한 ‘글로벌 미중 과학기술경쟁 지형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과학기술 각 분야의 피인용 최상위 10% 논문 수를 비교한 결과, OECD 분류 기준 10대 분야인 컴퓨터 및 정보과학, 물리학 및 천문학, 화학, 생명과학,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나노기술, 임상의학 대부분에서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과학기술 논문의 양에서 미국을 추월했고, 당시 네이처는 2025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과학기술 논문 기여도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은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미국의 과학기술력을 추월해버렸다.
그림 1. KISTI 보고서의 미중 과학기술경쟁 지형도 붉은색이 진할 수록 중국이 우세, 푸른색이 진할 수록 미국이 우세한 분야다. 원의 크기는 논문 수에 비례한다. 그림출처: 권혁미. (2022). 글로벌 미·중 과학기술경쟁 지형도. KISTI DATA INSIGHT 제17호. https://www.kisti.re.kr/post/data-insight/5589?t=1649033061754#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 과학기술 인재 경쟁
2021년부터 중국의 하얼빈공업대학 생명과학센터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캐나다를 거쳐 네 번째로 연구를 위해 안착한 국가다. 지난 1년여 동안 중국의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익숙한 미국 등 서구 시스템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중국이 과학기술강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여러 징후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첫번째 징후는 사람이다.
2019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은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라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국내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향후 과학기술 관련 연구 및 산업 현장에서의 인재 부족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국가 경쟁력 양화로 직결되며, 실제로 향후 10년간 과학기술인력은 약 1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전세계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 인력을 유치 및 확보하기 위해 세계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고급 인재가 들어오는 미국과 달리, 일본의 학술진흥회, 영국의 뉴턴 국제 펠로우십, 독일의 훔볼트재단 등은 높은 수준의 연구비 및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박사급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 중이다.
이 중 21세기 들어 가장 극적으로 과학기술 우수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유치정책은 30년 전인 1990년대 ‘백인계획’을 시작으로 2008년의 ‘천인계획’과 이를 확장한 2012년의 ‘만인계획’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매우 공격적으로 진행중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첨단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펼쳐지는 중국의 인재유치 정책에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등, 양국 외교갈등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여러 교수들을 감시하고 기소했으며, 중국이 자국 과학기술인을 통해 기술을 유출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대만은 중국이 고급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모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다.
두 번의 세계 대전으로 초토화된 유럽에서, 미국은 ‘페이퍼클립’이라는 작전명으로 패전국 독일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자국으로 이주시켰다. 이렇게 유럽에서 이주한 수천명의 과학기술인들 덕분에, 미국이 20세기 과학기술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지 유신 시기 일본은 과학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엄청난 숫자의 외국인 교사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최고급 대우를 제공했다. 1874년 이들이 받던 급여가 정부 예산의 30%에 이를 정도였으니, 일본이 과학기술을 위해 얼마나 큰 투자를 감행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역사 또한 1960~70년대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하던 해외과학기술자들의 귀국을 통해 과학기술의 중흥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확보는, 한 국가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최우선 정책이다.
아시아 과학기술 인재의 용광로, 중국
중국은 바로 이런 한미일의 역사를 반복이라도 하듯, 공격적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KISTEP 보고서의 ‘박사학위자의 국가간 이동성 분석’에 나타난다. 한국 박사학위자가 졸업 후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현재 아시아권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대부분의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해외 과학기술인력의 유치 뿐 아니라, 자국의 교육시스템을 통한 우수인력 육성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네이처가 작년 발표한 아태 기초과학 우수 연구소 상위 200위에 중국은 무려 119개의 연구기관을 올려 놓았다. 한국은 15개에 불과하다. 과학기술강국으로서의 중국은, 이제 결코 비웃을 수 없는 우리 앞의 현실이 되었다.
그림 2. 중국은 아시아권의 박사급 과학기술인력을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그림출처: “유준우. (2019). 이공계 인력의 국내외 유출입 수지와 실태. KISTEP 과학기술종합조정지원사업 최종보고서. 종조2019-022”
중국이 과학기술 인력을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있다면, 한국은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고급두뇌의 유출로 고민 중이다. 언어의 장벽이 타분야보다 덜하고, 국가간 이동이 상당히 자유로운 이공계 인력은, 국가적으로 이들을 붙잡아 둘 정책적 유인책이 없으면 반드시 더 좋은 환경으로 물처럼 흘러간다. 국내 이공계 고급두뇌의 해외유출 가속화는 심각한 수준이며, IMD 및 WEF 두뇌유출지수 모두 4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 몇 십년간 해외 유학생을 엄청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국내에 유입된 유학생 졸업자 중 한국에 체류하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다. 즉, 한국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이지만, 이들이 잔류할 만한 유인책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공계 고급인력에게 그다지 매력이 없는 국가라는 뜻이다.
한국은 지난 반 세기동안 과학기술분야에서 분명 뛰어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성장과 대학 및 연구소의 성장 속에서도, 한국사회는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과학기술인에 대한 존중을 사회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단기간에 고도로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인들은 국가발전을 위한 하나의 부품으로 취급되었으며, 다른 선진국처럼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체류시키려는 노력 없이, 과학기술인을 혹사시키고 내팽개쳤다. 이공계 고급두뇌의 유출은 바로 이런 정책이 지속된 결과다. 그리고 과학기술인재를 등한시하는 이런 정책적 기조는, 과학기술을 국가경영의 핵심철학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의 계속되는 정책적 실패를 통해 악화되었다.
중국의 과학기술발전 동인을 연구한 김상규는, 지난 반세기 중국에서 “마오쩌둥부터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지도자 시기별 정책의 목표와 방법론은 각기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우수 인재의 영입과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와 정책을 단행”했다는 점과 더불어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단계별, 시기별로 목표”가 수립되었음을 지적한다. 물론 국가 주도의 정책이 지닌 한계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년 과학기술인 중 최고의 영예직인 ‘원사’ 수백명을 선발하고, 국가 지도자가 이들에게 공손히 배우는 모습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본보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중국에서 발견한 과학기술강국의 징후 중 두 번째는 바로 과학기술을 이끄는 사람, 즉 과학기술인에 대한 국가 리더의 존중이다.
한국의 기회 - 의생명과학
중국이 분명 대부분의 첨단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른건 사실이지만, 유독 뒤쳐져 있는 분야가 있다. 중국은 생명과학 분야에선 2위로 미국을 바짝 추격 중이지만, 임상의학 분야는 9위로 크게 뒤쳐져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뇌과학, 게놈, 유전자조작기술, 정밀의학, 제약기술, 재생의학, 합성생물학, 농업장비 등의 생명공학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백신개발에서 드러나듯이 기초 생명과학에서 임상의학으로 이어지는 바이오분야 산학협력의 플랫폼은 아직 중국에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생명과학 외에도 중국이 여전히 반도체 개발 분야에서 빠르게 한국, 대만, 일본, 미국 등의 기술력을 쫓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분야가 오랜 ‘축적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이 말은 언젠가 중국이 충분한 축적의 시간을 겪은 뒤엔, 의생명과학과 반도체 분야에서도 우리를 추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중국의 각 성은 앞다퉈 최첨단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있으며, 연구소에서 일할 고급인력의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몇십년 동안 한국의 의생명과학 분야는 빠르게 성장해 왔고, 2000년대부터는 LG와 삼성 같은 대기업이 바이오산업 분야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산업에 10조를 투자해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을 정도로, 의생명과학과 바이오산업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로 진입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의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중국 생명과학계의 상황이 2000년대 중반 한국을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인간유전체계획의 성공으로 생명과학대학원은 문전성시였고, 대학과 연구소의 숫자가 크게 늘고 국가연구개발예산도 BK21등의 사업으로 이공계 대학원에 집중 투자되면서, 한국은 생명과학의 전성기를 맞이했었다. 물론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겪었지만, 한국 생명과학계는 이를 계기로 연구의 질을 재정비하고, 산업계로 지평을 넓히며 치열한 국가 경쟁 속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루어냈다.
이제 한국 생명과학계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을 현실로 마주할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 지난 20세기, 한국 생명과학이 미국 유학파에 의해 주도되며 미국을 따라잡는 추격형 연구에 매몰되었다면, 중국이 과학기술의 패권을 주도하는 21세기에 한국은 중국이라는 실체를 도약의 기회로 반드시 활용해야만 한다. 한국 생명과학계가 추격형 연구에서 선도형으로 체질전환을 하고 싶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의 연계를 통해 그 목표에 더 크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은 지난 20세기 미국으로 엄청난 숫자의 고급두뇌 유출을 경험했지만, 두뇌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 대신, 더 많은 유학생을 내보내고, 이들 중 뛰어난 고급인재를 흡수하는 전략을 통해 유출된 두뇌의 재흡수까지 이루어냈다. 한국의 정치인과 과학기술관료도 단기간의 두뇌유출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과학기술 인력이 향후 50년 어떻게 한국의 과학기술생태계에 혁신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의생명과학 분야의 고급 일자리 대부분은 이제 중국에서 제공되고 있다. 지난 1년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박사후 연구를 지속하려는 많은 한국의 생명과학자들이 중국을 적극적인 연구의 터전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중국은 정부가 100% 후원하는 대학원생 제도는 물론, 풍족한 연구비와 안정적인 물가 등으로 미국이나 서구 선진국과 차별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한국사회에 만연한 것과는 별개로, 과학기술인에게 중국은 엄청난 기회의 공간일 수 밖에 없다. 이 현실을 마주하고 과학자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박성현 교수의 말처럼, 중국은 이미 과학기술력에서 동아시아의 맹주이며 결국은 세계의 맹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중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로는 중국 정부가 R&D 투자를 계속 늘리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연구원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학의 교육과 연 구의 질이 좋아지고 있고, 그동안에 비교적 소홀하였던 기초연구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중국은 과학기술력에서 동아시아의 맹주로 부상할 것이 며, G2 국가로서 미국과의 경쟁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 중국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미국을 제쳤지만, 생명과학과 보건의료분야에선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림출처: 권혁미. (2022). 글로벌 미·중 과학기술경쟁 지형도. KISTI DATA INSIGHT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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