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서피랑 가보셨나요?
문학예술적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벽화마을
몇일 전 1박2일 일정으로 거제도 및 장사도 다녀오는 길에 통영에 위치한 서피랑도 둘러봤다. 통영에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벽화마을로 동피랑이 유명하다. 전에는 달동네로 불리워지던 산비탈 동네를 벽화로 아름답게 꾸며 관광여행지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우리나라 벽화마을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통영 서쪽 산비탈마을을 다시 벽화마을로 조성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치 서울에 북촌과 대비되는 서촌을 개발한 식이다. 서피랑은 주로 벽화로 꾸며져 있기는 해도 동피랑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문학예술적 측면에 주안점을 둔 게 특색이다. ‘마을이 문학이다’라는 표현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통영이 낳은 대표적 문학인인 박경리 소설가를 중심으로 윤이상 음악가, 백석 시인 등 유명 문학예술인들의 발자취와 대표작들을 벽화 등으로 꾸며놨다.
서피랑의 하일라이트는 99계단이다. 계단이 99개나 돼서 오르기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은 전혀 어렵지않게 서피랑을 돌아보는 방법이 있다. 충렬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조금 만 걸어올라가면 ‘서피랑 문학동네’라고 쓰여있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는 사거리를 만난다. 그곳에서 우측 큰 길을 따라가다보면 서피랑 정상인 ‘서포루’ 정자가 보이고, 서포루 정자에서부터 아래로 99계단을 따라 훑어 내려가면 된다.
서포루 정자에 서면 통영 강구안 포구 풍경이 그림같이 안겨온다. 99계단에는 박경리 소설가의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통영을 소개하는 글 등 박경리 소설가의 주옥같이 아름다운 시와 산문들이 여기저기 벽화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99계단으로 내려와 큰 길에 이르면 다 봤다고 그냥 돌아가면 안된다. 이곳에서부터 충렬사에 이르는 큰 길 좌우 골목 역시 서피랑의 볼거리가 가득하다.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기도 하고, 좁은 골목의 무지개색 돌계단, 골목 벤취에 앉아 쉬고 있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정겨운 모습들도 한 폭의 그림이다.
마을주민들에게 사진 좀 찍겠다고 하면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주신다. 서피랑을 관광지로 살리기 위한 마을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인 것 같다. 심지어는 가로수에도 나비 모형 등 앙증맞은 조형물들을 걸어놓아 볼거리로 만들어 놓았다.
큰 길 옆에는 천재시인이라고 하는 백석 시인의 시 <통영2> 전문을 새긴 시비도 보인다. 백석 시인은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18세의 통영 아가씨 ‘란’에게 첫 눈에 반해 몇 번이나 통영에 왔다가 만나지 못하자 낮술을 마시고 충렬사 계단에 앉아 이 시를 썼다고 한다.
백석시비 건너편에는 이곳 서피랑의 행정지명인 명정동의 유래가 된 명정샘이 자리잡고 있다. 이 우물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무찌르기 위해 이곳에 진을 쳤을 때 팠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어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않는다고 한다. 두개의 샘(日井, 月井)이 나란히 있는 명정샘 두개 중 '일정 물'은 충무공 향사에 사용하고, '월정 물'은 민가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명정샘은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김춘수의 시 <명정리> 및 백석의 시 <통영2> 등에도 나온다. 백석 시인은 그의 시에서 맹정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전략)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 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 만 같고..."(후략)
통영 서피랑 - 마을이 문학이다. 19.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