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도는 연밭의 정경을 그리고 있다. 실제의 연밭이 아니라 상상 속의 연밭을 그리고 있다. 그림에 나오는 각
소재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여유로운 삶과 다산의 욕망의 표현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각 소재가 지닌
구체적인 의미와 상징성을 살펴본다.
........................................................................................... 연꽃의 생태적 특징 ∥ 연꽃의 상징적 의미 ∥ 작품내용 및
소재의 상징성 ∥ 감상
연꽃의 생태적 특징
연꽃은 한자로 연화(蓮花), 하화(荷花) 또는 부용(芙蓉)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에, “연화는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오니(汚泥)에 물들지 않는다. 수중에 서 있지만 물에 잠기지 않는다.”라고
하고, 또 “강하고 굳세어 영구히 살며, 씨앗은 생의(生意)를 간직하고 있다. 뿌리는 끊임없이 싹을 틔워
퍼져 나가니 그 조화가 쉼이 없다.”라고 했다. 근대에 와서 중국 하남성 신정의 태하촌에 있는 신석기시대의 앙소문화(仰韶文化)
유적지에서 두 개의 연화 씨앗이 발견되었고, 산동성 제남의 백작산 지하 탄층에서 다량의 연꽃 씨앗이 발견된 적이 있었다. 1918년에 손문이
씨앗 하나를 일본에 보내어 정성껏 배양한 결과 놀랍게도 그 씨앗에서 싹이 트고, 싹이 튼지 3년만에 꽃을 피었다고 한다. 《본초강목》에서 연꽃은
영구히 살며, 씨앗은 생의(生意)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 말이 고고학적 발굴로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연꽃의 상징적 의미
고대 인도에 있어서 연꽃은 여성의 생식 능력, 다산, 생명 창조의
상징물이었다.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연꽃이 생명 창조와 생식 번영의 의미를 가진 꽃으로 애호되었다. 민간에서 많이 제작되었던
전지(剪紙:종이를 오려 내어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드는 지공예의 일종) 도안에서 여성의 생식기를 연화 모양으로 표현하고 있는 예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연화가 생명 창조와 생식 번영의 상징물로 간주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한편 불교에서는 연꽃을 청정, 불염(不染), 초탈,
불타 탄생의 상징물로 인식하였다. 관음보살이 연꽃 위에 앉아 손에 연꽃을 들고 있는 것은 탈속과 청정무염의 경계를 상징한 것이다. 보살이 이
세상에 있으나 세속에 물들지 않는 것을 진흙탕 속에서 자라지만 그것에 물들지 않는 연꽃에 비유한 것이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묘법연화경》의
이름도 이런 연꽃의 청정과 불염의 성질에 비유한 것임은 물론이다. 석가모니 탄생시 일곱 발자국을 걸을 때 걸음마다 연꽃이 피었다는 것은
연꽃이 탄생의 징조로 해석되었음을 뜻한다. 중국 감숙성 돈황석굴의 북위, 서위, 북주시기의 벽화 중 천장을 장식한 그림 가운데서 동자가 연꽃
위에 앉아 있는 ‘연화화생(蓮花化生)’ 도안이 많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파주 보광사 대웅전
후면 벽화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것은 불교의 극락세계, 즉 연화장(蓮華藏) 세계에 탄생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연꽃을 불국토에서의 탄생, 청정무염, 초탈의 상징으로 여겼으며, 불·보살·경전·불국토 등 불교 세계의 모든
것을 연꽃과 관련시키는 불연일치(佛蓮一致) 관념을 보였다. 이와는 달리 유교에서는 연꽃의 ‘연(蓮)’과 ‘염(廉)’의 발음이
중국식으로 같은 점을 인용하여 청렴의 상징으로 보았다. 이 경우에는 주로 단독 문양으로 그려지는데, 이 때 연꽃은 일품청렴(一品淸廉), 또는
염결봉공(廉潔奉公)의 의미를 가진다. 송나라 선비 주돈이는 그의 〈애련설〉에서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그것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의 모습을
칭송하여 “꽃 가운데 군자(花之君子者也)”라고 하였다. 이것도 연꽃의 순결하고 고상한 품격을
말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연꽃은 유학자들의 극한적인 정적(靜的) 풍류의 대상으로 애호되기도 하였다. 조선의 정약용은 당대의 선비들과 함께
죽란시사(竹欄詩社)라는 모임을 만들어 계절에 따라 정적인 풍류를 즐겼는데, 연꽃 피는 계절이면 이른 새벽에 연지(蓮池)에 나가 꽃피는 소리를
듣는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유교에서는 연꽃을 선비다운 태도나 풍류의 상징형으로 바라보기도 했던 것이다. 또, 연꽃은 글자의 발음과
연관되어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예컨대 한 송이 연꽃은 한 마리의 백로(鷺)와 함께 하게 되면 일로연과(一路連科)라는 단어가 성립된다.
한 마리의 백로, 즉 일로(一鷺)는 일로(一路)와 발음이 같고, 연밥, 즉 연과(蓮顆)는 연과(連科)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일로연과’는 단
한 번에 문무과(文武科)의 과거 시험에 합격한다는 뜻이다. 한편, 도교에서는 연꽃이 신선의 지물(持物)로 나타나고 있다. 도교 팔선(八仙)
중 하선고(何仙姑)는 사람으로 천도(天桃)를 먹고 선녀가 되었다고 하는 신선인데, 이 신선은 항상 연꽃을 들고 다닌다. 이 때 연꽃은 고결함과
선(仙)의 경지를 상징한다. 이처럼 연꽃은 꽃 자체의 아름다움은 물론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시대나 종교, 계층을 초월하여 널리 애호되었다. 그러나 연꽃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상징성은 그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 어떤 특정한 의미가
강조되기도 하고 반면에 나머지 다른 의미들은 무시되기도 한다. 이것은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화 〈연화도〉의 경우는 어떠한가? 
작품내용 및 소재의 상징성

서민들이 주로 그리고 서민들 간에 애호되었던 민화 〈연화도〉의 연꽃은 청정· 불염· 초탈 등 불교적 의미나,
청렴·고상함 등 유교적 의미보다도 인간의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의 상징물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연화도〉의 화면 구성과
소재, 그리고 화의(畵意)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 〈연화도〉는 현존하는 연꽃 그림 중 대작에 속하는 그림으로 12폭
병풍으로 꾸며져 있다. 진채를 사용하여 그렸으며, 경물 묘사에서 비교적 세련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연화도〉의 각 화폭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으나, 이웃하는 화폭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전체가 한 장의
그림처럼 보인다. 각 화면에는 연꽃을 중심으로 위아래에 제비와 학, 새, 그리고 메기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게, 새우 등이 그려져 있다. 연잎은 잎의 앞쪽을 그린 것과 뒤쪽을 그린 것이 혼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수면 위 일정한 높이에 배열되어 있다. 연꽃 뒤에 숨은 듯 보이는 것이 갈대인데,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것은 이 그림의 화의를 뚜렷이 드러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수면 위에는 수련과 수초가 그려져 있고,
물고기나 게, 새우 등도 수면 위에, 그것도 전체 모양을 드러낸 상태로 그려져 있다. 이것은 그렇게 그리는 것이 일반인들이 지닌 통속적인 시각적
완전성의 관념에 합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면 새가 연밥의 씨앗을 쪼아먹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그 아래 수면 위에는
새가 떨어뜨린 연꽃잎이 이리저리 흩어져 떠다니고 있다. 이 꽃잎들은 새가 꽃이 상할 정도로 정신없이 씨앗을 쪼아먹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표현에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순진한 장난기와 어린이 같은 애교스러움이 깃들어 있다. 씨앗은 곧 종자(種子)이고, 종자는 곧 아들이다.
그러므로 그림에서처럼 새가 씨앗을 쪼아먹는다는 것은 곧 아들을 잉태하는 것을 뜻하며, 그것도 한 두 명에 그치지 않고 연밥 속에 든 씨앗의
수만큼 많은 아들을 잉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연꽃의 ‘연(蓮)’은 곧 ‘연(連)’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연이어 계속’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것이 연밥을 쪼는 새의 의미와 결합하여 ‘연생귀자(連生貴子)’, 즉 귀한 아들을 끊임없이 낳는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또한 물고기는
한 번에 수천 수만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예로부터 다산의 상징물로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메기는 그 형태가 남자의
성기와도 닮았다는 이유로 남아 생산의 상징성을 부여받았다. 한편으로 물고기는 연꽃과 결합하여
‘연년유여(年年有餘)’, 즉 해마다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연(蓮)’이 ‘연(年)’과 발음이 같고, 물고기 ‘어(魚)’가 중국식 발음으로 ‘여(餘)’와 같기 때문이다. 가장 왼쪽 화폭에 새우와
게가 한 마리씩 그려져 있다. 새우는 등이 굽어 있는 모양이 마치 노인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해로(海老)’라고도 불린다. ‘해로(海老)’의
발음이 ‘해로(偕老)’와 같기 때문에 새우는 부부가 노후의 시간을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리고 게는 한자로 쓰면 해(蟹)가
되는데, 이것이 갈대와 결합하면 ‘해로(蟹蘆)’가 된다. 이 경우도 발음이 ‘해로(偕老)’와 같다. 
감상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화도〉는 연꽃을 그렸으되, 불교의 정신세계와 관련된 청정·초탈 등 형이상학적 관념이나 고상한
유교 정신이 아니라, 길상 행복·생명 창조·자손 번창 등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원초적 욕망을 표현한
붓질에는 고상함은 없지만 순정이 있고, 격은 높지 않으나 천진함이 있고, 깊고 오묘하지는 않으나 무구(無垢)함이 있다. 이것이 〈연화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우리 백성들의 생활 철학이요 심성이요 미의식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