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수동 '민들레 국수집'을 찾아서>
“주원씨 머리 많이 까매지셨네. 또 술 드실 거예요? 이젠 안 마실 거죠? 식사는….”
인천시 동구 화수동. 민들레국수집의 하루는 오늘도 분주하다.
2003년 4월 1일에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은 배고픈 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주고 있다. 나이, 성별, 종교 등을 따지지 않는다. 미국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처럼 가난한 이들이 언제든지 찾아와도 환대를 받는 열린 공간이다.
하루에 많게는 300명 정도의 노숙인들이 민들레국수집에 찾아온다. 그런데 이름은 국수집이지만 국수는 없다. 노숙인들이 많이 먹을 수 있는 밥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국수 대신 밥과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뷔페식으로 몇 번을 가져다 먹어도 좋고 하루에 두세 번 와도 좋다.
이곳의 주인인 서영남씨가 교도소로 교정 사목을 하러 가는 목요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언제든 와서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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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의 정갈한 반찬들. 여느 식당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
그들의 입장에 서서
서영남씨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 알음알음 후원해주는 돈으로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한정되며, 하루 한 끼밖에 제공을 못하고 쌀의 양도 1인당 155g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부러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일반 무료 급식소는 하루에 한 끼 밖에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디 한 끼 먹고 살 수 있나요? 그래서 노숙인들은 또 다른 곳을 찾아가 한참을 줄을 서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밥을 먹는 데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사람들은 게을러서 일을 안 한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한참 줄을 서다 중간에서 끊겨서 못 먹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지만 여기는 먹고 싶을 때 와서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거지요.”
일반 쉼터는 공휴일과 연휴에는 쉬기때문에 밥 먹을 곳이 없는 노숙자들은 또 다시 주린 배를 안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민들레국수집은 밥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밥이 필요한 노숙인들의 입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민들레국수집은 밥만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도와주면 자립할 수 있는 노숙인들에게 근처에 월세로 방을 얻어 ‘민들레의 집’ 식구로 초대한다. 현재 30여 명 정도 노숙인들이 혼자 혹은 가족과 같이 민들레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민들레집은 느슨한 가족처럼 기다려준다.
봉사는 좋은 일이 아닌 당연한 것
노숙인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할 때 사람이 빨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면서도 자꾸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고 그것만큼 못 미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망하기 쉽다.
“사람들은 욕심이 많습니다. 조금 주고 많이 얻으려고 하죠. 사람은 천천히 변하고 또 변하고 싶어야 변합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를 하고 티를 내려고 합니다. 그러면 주고 받는 관계가 성립하는 거죠. 얼마나 끔찍합니까? 주는 사람은 으스대고 받는 사람은 잘못하면 주는 이에게 종속 됩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해지고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봉사는 좋은 일일까요? 아닙니다. 봉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이웃이기에, 사랑을 가진 사람이기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나누는 삶에 대해서 물었다.
“사랑이 바로 나누게 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동정과는 다릅니다. 동정은 겉포장은 마치 그럴듯하나 결코 같지 않습니다. 죽은 것도 살리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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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 대표 서영남(55)씨와 자원봉사자 최정옥(73) 할머니 |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어려운 점은 없고 오히려 손님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서영남씨. 그가 한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는다.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대접입니다.”
민들레국수집
홈페이지 : http://mindlele.com
주소 : 인천시 동구 화수동 266-61
전화번호 : 032-764-8444
후원계좌 : 농협 147-02-264772 서영남
[글,사진_허윤민/해피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