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지봉(麻中之蓬)
삼 마(麻), 가운데 중(中), 마중 이라함은 ‘삼밭 가운데’를 의미하고, 어조사 지(之), 쑥 봉(蓬)은 ‘~의 쑥’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마중지봉이라 함은 “삼밭에 자라는 쑥”을 말한다.
선량한 사람을 만나면 그 영향을 받아 착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삼은 하늘로 곧게 뻗으면서 크게 자란다. 쑥은 보통 무릎정도까지 자란다. 그런데 쑥이 삼밭에 났을 때에는 삼과 똑같이 자란다. 쑥은 꾸불꾸불한 식물인데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매주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
쑥이 결국 삼의 환경을 받아 곧게 자라듯이, 麻中之蓬이란 말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그 영향을 받아 좋아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등산을 좋아해서 매주 산행을 거르지 않는다. 국내의 100대 명산을 다 올라 보았다.
산행을 하는 과정에서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을 걷게 된다. 소나무,단풍나무, 고로쇠나무, 피나무,생강나무, 박달나무, 상수리나무등이 저마다 자랑하고 있다.
큰 나무를 타고 칡넝쿨이 솟아오르고 있다. 소나무같이 큰 나무를 만나면 칡이 몇 길을 하늘로 솟아오르지만, 잡풀 속에 엉키다 보면 석자의 높이도 가지지 못한다.
본래 칡은 높이 솟는 나무는 아니지만, 드높은 나무사이에 자라다 보면 나무를 타고 함께 솟아오르는 것이다. 마치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매지 않아도 곧게 자라는 것과 같다.
사람 역시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친구를 사귀다 보면 그들을 닮게 되고, 나쁜 친구를 사귀다보면 함께 물들어간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격이다.
공부 잘하는 친구와 사귀다 보면 자기도 성적이 올라가게 되고, 놀기만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지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적이 뒤지게 된다.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면 그가 접하는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동물도 끼리끼리 어울리고 있다. 서양에서도 “같은 날개를 가진 새들이 같이 어울린다“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라고 유유상종(類類相從)을 표현하고 있다.
비슷한 말로 “검은 석탄 만지면 손이 검게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한다. “붉은 인주를 만지면 손이 붉게 된다” 이를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고 한다
사람이 성장해 나가는 데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맹모삼천(孟母三遷)에서도 알 수 있다. 여기서 맹모(孟母)는 맹자의 어머니를 뜻하고, 삼천(三遷)은 세 번 옮김의 뜻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세 번이나 이사하였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전에 어린 맹자는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맹자는 처음에 묘지 근처에서 살았다. 맹자가 묘지 파는 휴내만 내며 노는 모습을 본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의 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시장 근처로 이사 갔다. 그러자 맹자는 물건을 팔고 사는 장사꾼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이 곳 역시 안되겠다고 생각한 맹자의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그러자 맹자는 공부를 하며 제사를 지내는 흉내를 냈다. 서당에서는 유교에서 가장 중히 여기는 예절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런 곳이야 말로 자식을 가르치는데 좋은 곳이라고 했다는 데서 맹모삼천이 유래되었다 예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식이 잘 되었다면, 그 어머니의 정성과 보살핌이 지극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문공부를 하는 분들에게 삼중지봉의 원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삼중지봉은 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다
蓬生麻中不扶而直 (봉생마중불부이직)
: 쑥이 곧은 삼 가운데에서 자라면 돕지 않아도 저절로 곧아지고,
白沙在涅與之俱黑 (백사재열여지구흑) :
: 흰 모래도 검은 진흙 가운데에 있으면 그와 더불어 모두 검어진다.
*不扶(불부)라 함은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또는 ‘잡아주지 않아도’로 해석하면 된다.
*涅(열)은 진흙, 개흙같은 검은색 염료로 쓰이는 검은 흙을 말한다.
*之(지)는 앞에 나온 涅(열)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인생 길에서는 친구가 필수적이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친구로 사귀면, 자기도 활력이 붙고 기분이 밝게된다. 그 대신 모든 일에 비판적이고 불평 불만을 하는 사람을 사귀면 그들의 불만과 불행이 그대로 전염되어 자기 까지 우울하게 된다.
그래서 영국의 Richard Templar는 다음과 같은 사람을 친구로 사귀라고 했다.
-열정을 되살려주고 긍정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
-매사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
-만나기 전부터도 만남을 기대하게 되는 사람
-당신을 끝없이 격려해주고 뭔가 유익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
내가 현재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지?
麻中之蓬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202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