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람의 일생을 마디 짓는 한자
3. 결혼 – 시집 가고 장가 갈 때 쓰는 한자
l 부조 扶助 봉투에 쓰는 한자들
우리는 청첩 혹은 ‘모시는 말씀’을 받고 예식장에 갈 때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 돈이나 선물을 가져가기도 한다. 이처럼 돈이나 선물을 가져가는 경우를 부조 扶助라고 한다. 부조는 도울 부 扶, 도울 조 助이니,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보통 보조 補助라고 쓰고 있지만, 그 뜻은 우리와 같다.
우리가 축하 祝賀한다고 할 때, 축 祝은 말로 빌어주는 것이고, 하 賀는 돈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賀의 아래는 돈을 뜻하는 조개 패 貝가 있고, 위에는 더할 가 加가 있으니, 돈으로 보태준다는 뜻이다. 그러니 예식장에 가서 말로만 잘 살라고 한다면 축객 祝客이 되는 것이고, 하객 賀客이란 말을 들으려면 돈 봉투를 가지고 가야 한다.
봉투에는 보통 ‘축 결혼 祝 結婚’, ‘축 화혼 祝 華婚’ 혹은 ‘축 화촉 祝 華燭’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화는 빛날 화 華이므로 화혼 華婚은 ‘빛나는 결혼’이라는 말이 된다. 화촉 華燭은 혼례식에서 등불을 켜는 일이나 그 등불을 가리켰는데, 이 말의 뜻이 넓어져서 혼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 것이다.
이 밖에도 축의 祝儀, 축 성전 祝 盛典, 축 성혼 祝 聖婚, 축 화촉성전 祝 華燭盛典, 축 화촉지전 祝 華燭之典 등이 있다. 축의 祝儀 라고 할 때의 儀는 어떤 행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봉투나 선물을 받으면 일일이 기록해 둔다. 기록한 글을 예전에는 ‘부주끼’라고 하였는데, 이는 부조기 扶助記 라는 말이다. 지금은 예식장에 가면 방명록에 기록하는데, 방명 芳名이란 향기로운 이름이라는 뜻이다.
l 기념 紀念과 기념 記念
결혼하고 인생을 살다 보면 기념할 만한 일을 많이 만나게 된다. 기념을 한자로 쓸 때에는 紀念이라고 쓰는데 다르게 記念이라고도 한다.
원래 기 紀란 작은 실 끈을 말한다. <禮記>에 보면 ‘큰 실을 강 綱이라 하고, 작은 실은 기 紀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紀는 실마리를 푸는 무슨 일의 단서를 가리킨다. 일의 단서란 적어 놓아야 하기에 이 글자는 적을 記로도 쓰이고 있다.
우리는 흔히 紀綱이라는 말을 잘 쓰는데, 원래 이 말은 ‘작은 실과 큰 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실의 머리인 실마리를 잘 가다듬어 놓아야 일이 순조롭게 되기에, 작은 실과 큰 실을 서로 세워 놓아야 한다. 말하자면 ‘기강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념의 기를 記라고 쓰는 경우에도 적을 기의 뜻이므로 뜻은 같다. 원래 記와 紀는 같은 계열의 글자인데, 記는 왼쪽에 말씀 언 言이 있어 말을 조리 있게 기록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l 결혼 기념일
결혼한 남자들이 모이면 가끔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려 혼났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 모두에게 생일은 기념할 만한 소중한 날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생일보다 소중한 기념일로 결혼한 날을 들고 있다. 그래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데, 이는 핵가족 사회가 되면서 아주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듯 하다.
예전에는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양 사회에서는 부부 사이에 이러한 기념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대가족 제도의 안정적 구조에서는 부부 사이의 기념일을 해마다 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 선조들이 이를 무시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서양처럼 해마다 그런 기념식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혼한 지 60주년이 되면 기념식을 하는데, 이를 ‘회혼례 回婚禮’ 라고 하였다.
그러나 돌아올 회 回를 써서 예순 번째의 혼례 기념일을 맞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회갑연 자리에서 간단한 회혼례 의식을 치르기도 하였다.
서구에서는 결혼 기념일의 이름이 정해져 있어서 일 주년은 종이 혼식, 이 주년은 짚 혼식, 삼 주년은 사탕 혼식 등으로 점점 단단한 물건을 딴 기념식을 한다. 그래서 60주년이나 70주년에는 다이아몬드 웨딩 이라는 금강석 金剛石 혼식을 치른다. 물론 우리가 이를 무턱대고 따른다는 것은 그렇지만, 좋은 기념일은 많으면 많을수록 즐거움이 넘쳐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에도 근래에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은혼식 銀婚式’과 ‘금혼식 金婚式’ 등은 기념으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결혼을 하고 25주년이 되면 ‘실버 웨딩 silver wedding’ 이라는 은혼식, 50주년이 되면 ‘골든 웨딩 golden wedding’ 이라는 금혼식을 한다.
<김대현 박사의 ‘테마가 있는 생활 한자’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