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계연극의 날 이라고 대학로에선 무료공연이 한창이었다.
그중 예술극장 나무와 물 에서 <줄리에게 박수를!> 보기위해 줄을 길게 선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다.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표를 받아왔었는데, 정작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은 -_- ;;;;;;;
결국 나이차 좀 나는 오라버니와 공연을 보게 되었다.
좌석은 중앙 세번째 열, 잘 보이는 좌석이었지만
소극장이어서 그랬던 건지 영화관 의자에 익숙한 내겐 조금 불편했다.
무료공연이었지만, 프로그램은 이천원 주고 샀다.
내가 연극이란 경험을 해서일까? 언제부터 프로그램 사는 게 아깝지 않게 된건 ,,,
무튼, 공연진행자 설재영씨가 무대에 나왔다.
자신있는 목소리로 <줄리에게 박수를!> 의 그동안 역사와 대강의 줄거리를 , 그리고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열정을 받쳤는지, 더 나아가 관객에게도 그 감정이 함께 나오길 바란다며 끝인사를 마쳤다. 참, 말 잘 하더라.
경쾌한 우유송과 함께 시작된 <줄리에게 박수를!>는 우유배달하는 햄릿, 과거 로미오를 사랑했던 줄리엣이자 오필리어, 지하철 플랫홈에 떨어져 죽은 로미오, 가슴에 한 맺힌 유모역 전문 줄리엣.
이 네 사람의 사랑과 꿈, 그리고 어중간한 우리들을 이야기 한다.
무엇보다 신선했던건 음악이었다. 우유송을 비롯, 가요, 동요, 만화주제가 까지 다양한 음악의 재구성이 재미있었고 지루하지 않아 참 좋았다.
단순한 무대였지만, 참 인상 깊었던건 깜박거리는 가로등 -_- ?? 때문이었을까?
배우의 연기가 아닌 가로등 땜에 웃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재미있는, 기발한 장치들이 빼곡히 숨어있었던 <줄리에게 박수를!> 였다.
특히나 대사들이 얼마나 살아있던지, 공연 아닌 대본만 봐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햄릿의 말은 정말 모두다 대박 ㅋㅋㅋ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유모역만 하는 줄리엣이 술먹고 꼬장 아닌 꼬장을 부릴때 ?
줄리엣이 말한다. (오필리어에게)주인공만 하는 네년은 모를거라고, 자기의 집에서 만큼은 자기가 주인공 이니 대사도 많이 쳐야 하니까 너는 구석에 찌그러 있어라는 - 그리고 주인공 줄리엣의 연기가 시작된다. 독약이 든 병 대신 소주병으로 , 로미오의 입술 대신 곰돌이 인형의 입술에, 로미오의 칼 대신 라면먹던 젓가락으로 그녀는 줄리엣이 된다.
많은 관객들이 이 장면에서 폭소를 터뜨렸지만, 난 왠지 이 장면이 슬프고, 또 슬퍼 눈물까지 맺혔었다.
정말 이 한 맺힌 줄리엣 없었으면 이 연극은 그야말로 밋밋했을 거다.
그러면서도 이 연극이 내게 큰 감흥을 준건 아니다.
어중간한 당신에게도 박수를 보낸다는 메시지가 그다지 공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사랑이 왜 어중간한 사람들과 연관되는 걸까?
어중간한 사랑을 한다는 줄리는 도대체 뭐가 어중간한 걸까?
연극에서는 말한다. 연극을 하던 사람들이 연극만이 아닌 다른 길로도 갈 수 있다는 것을 ,
하지만 그게 왜 어중간한 사람들과 무슨 관계일까? 혹 연극하는 사람들이 어중간한 사람들이라는 걸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걸까?
아니면 아직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걸까?
어중간이란 단어처럼 조금은 어중간한 메시지를 전달받은 느낌이다.
유쾌하고 즐거웠던 <줄리에게 박수를!> 였다. 뭔가 가득 차 있긴 한데, 머리속으로 다 들어오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그런 극이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보고싶다.
첫댓글 재밌냐>?
재밌어요 ㅋㅋㅋ 진짜 웃김. 완전 코믹은 아니지만 강추할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