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 2023년 봄편, 단짝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왔다. 교보빌딩 광화문글판 2023년 봄편을 살피니, 김선태 시인의 시 ‘단짝’에서 발췌한 문구와 디자인이 아름다운 내용과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이 지난 시대의 동심을 울린다. 아장아장, 어린 손자와 할아버지가 팔장을 끼고 걸어간다. 그냥 아름답고 평화롭다.
다사로운 봄날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꼬옥 팔짱을 끼고
아장아장 걸어간다
김선태(1960~)시인은 현재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뒤 시작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동백숲에 길을 묻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한 사람이 다녀갔다’, '짧다' 등을 펴냈다고 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다가오는 새봄을 희망차게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문안을 선정했다”며 “희망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걸어간 뒤로 발자국이 남고, 그곳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봄처럼 따뜻하고 생명력이 살아 움틀 것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다사로운 봄날 돌담 길을
늙은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꼬옥 팔짱을 끼고
서로 뭐라 뭐라 주고받으며 아장아장 걸어간다
순진무구의 시작과 끝인 저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다
-김선태(1960~)의 '단짝' 전문(『짧다』, 천년의시작,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