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 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우리는 정좌명상법 또는 간단히 말해 정좌가 공식명상법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호흡을 하면서 앉아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다. 우리가 모두 별로 하는 일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있다. 그러나 주의집중을 하고 호흡을 관찰하면서 앉아 있는 것과 일상적으로 앉아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좌명상법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정좌를 실천할 때는 의식적으로 주의를 집중하고 이완된 자세를 취하여 움직이지 않은 채 평안함을 느껴야 하며, 어떤 대상에 끌려가지 않고 '지금' 이라는 순간을 조용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이러한 훈련은 호흡훈련을 연습할 때 했던 것과 같다.
이 명상을 할 때는 머리, 목, 그리고 등을 똑바로 세운 채 꼿꼿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런 자세는 호흡을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가 키우려고 하는 자신감, 자아수용감, 주의집중력과 같은 내면의 자세도 높여준다.
우리는 정좌명상을 의자에 앉아서 하든 또는 바닥에 앉아서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만약 의자에 앉아서 하려면 등을 똑바로 펴서 앉고 다리는 바닥에 놓고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능하다면 등을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지 말고 척추를 똑바로 세워서 하는 것이 좋지만 등받이에 등을 기대도 괜찮다. 바닥에 앉아서 하려면 엉덩이뼈를 바닥으로부터 7~15센티미터 정도 높일 수 있도록 방석을 엉덩이에 받치면 좋다(서양식 침대에 쓰는 베개 한두 개를 엉덩이 밑에 깐다든가 방석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잘 쓰는 자세는 소위 '버마식' 자세인데, 먼저 한쪽 다리의 발꿈치는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고 다른쪽 다리는 먼저 접은 다리 앞에 오도록 하는 것이다. 무릎은 바닥에 붙이든 떼든 상관 없다. 허리, 무릎, 발목의 움직임에 맞춰 편한 자세를 취하면 된다. 발목과 발목 사이에 방석을 끼워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바닥에 앉으면 '기초가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내 스스로 명상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다. 그러나 반드시 땅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아 명상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을 바닥에 앉기를 좋아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쪽을 택해도 좋으나 노력하는 자세가 명상에 있어서는 더 중요하다.
바닥에 앉아서 하든 의자에 앉아서 하든 상관없지만 중요한 것은 명상의 자세다. 명상의 자세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참을 성을 가지며, 자기를 수용하는 내면적 태도를 키워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신의 마음속에 새겨두어야 할 명상의 자세는 등, 목 그리고 머리는 꼿꼿이 세우고, 어깨의 힘은 빼고, 손은 편안하게 취하는 것이다. 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은 약간씩 여유 있게 벌리고 앉는다.
어떤 자세를 취해 앉더라도 우선 호흡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리고 숨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숨이 몸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느낀다. 숨을 쉬면서 지금 현재라는 이 순간에 의식을 머물게 한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 매우 간단한 것이다.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의식을 집중한다. 가만히 호흡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를 지켜보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까지 느끼도록 한다.
이것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러분은 TV 앞에서나 여행 중 자동차 안에서 특별한 생각 없이 몇 시간씩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자신의 호흡이나 신체 또는 마음만을 관찰하면서 오랜 시간 앉아 있기가 그렇게 편한 일은 아니다. 3~4분만 지나면 마음이나 몸이 이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느끼고 다른 자세를 취하고 싶어하거나 무언가 전혀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싶어할 것이다. 이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바로 이 시점부터 자기관찰이 특히 흥미거리가 되고 유익한 것이 된다. 일반적으로 마음이 움직이면 몸도 따라서 움직여서 마음이 안정을 잃어버리면 몸도 안정을 잃어버린다. 만약 마음이 갈증을 느끼면 몸은 냉장고로 향해 간다. 만약 마음이 '이것은 재미없는데'라고 느끼면 몸은 마음이 재미있어 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작용한다. 만약 몸이 약간의 불편감을 느끼면 무언가 좀더 편한 것을 찾거나 마음이 명령하여 무언가 할 수 있는 다른 일거리를 찾고, 당신이 의식하기도 전에 몸을 벌떡 일으키게 된다.
만약 당신이 평화로움과 이완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어째서 당신 마음이 그처럼 안정된 존재에 대해 쉽사리 싫증을 느끼고 또 당신의 몸도 불안정감과 불편감을 느기게 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매 순간순간을 무엇으로 채우려 하고 충동 뒤에는 무엇이 있으며, 또는 마음이 '비었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마음이 도약하는가 하면 뒤를 향해 되돌아가도록 하면서 계속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떤 일인가? 마음과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하게 충동질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명상을 수련하는 동안 우리는 위에 든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해답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오직 저절로 솟아사는 충동과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관찰하면 된다. 마음속에서 일어난 것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려고 뛰어들지 말고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복부와 호흡 쪽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호흡관찰을 계속하면 된다. 마음이 왜 이처럼 순간순간 흔들리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지 말고 오직 매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수련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만히 앉아 호흡을 관찰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