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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여를 안고 살아왔던 왼쪽 무릎의 고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원에 입원하는 날 아침, 집안이 유난히 부산하다.
얘들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고 간단한 짐 챙겨서 집사람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군에 있을때 왼손인대 수술 하느라고 일주일간 입원했던 것이 유일한 경험인데 일주일 동안 병상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몹시 걱정스럽기만하다.
또한 이놈의 무릎 상태가 어떤 지경인지 카메라를 넣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 두려움이 앞서는데...
이미 수속은 다 밟아 놨던 것이라 병실을 배정받고 간단한 설문을 작성한 뒤에 낮 12시가 넘어 수술실로 향한다.
병실에 들어선 녹색 수술복 차림의 직원이 옆에서 팔을 끼고 수술실로 안내하는데 마치 저승사자가 길을 인도하는 것처럼 낮설고 두렵기만 하다.
전신마취로 깨끗이 잠들어 있는 것이 신간은 편하겠는데 ....
수술을 위한 준비과정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손이 많이 간다.
몇곂으로 천을 뒤집어 씌우고 다리도 몇차례에 걸쳐 소독하고 카메라며 장비들도 셋팅하고서 척추를 통한 하반신 마취가 시도된다.
고양이처럼 등을 구부리고 옆으로 누워서 등에 주사액을 주입하는데 6~7년전 산이 녀석이 어릴때 뇌수막염 검사를 받던것과 똑같은 자세이다.
'어린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갖가지 준비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 마취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여전히 감각은 그대로 살아 있다.
그런대도 마취가 잘 된것이란다.
이제 곧 칼을 들이대고 째고 쑤시고 할 것 같은데.....으~
시선은 벽에 걸려있는 네장의 엑스레이사진에 고정되어 있고 다른 곳은 쳐다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내시경카메라가 다 셋팅되고 최종적으로 몸속에 삽입되기 직전에 이곳저곳을 비춰가며 확인작업이 이루어진다.
"자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어보세요!"
원장님 말씀인데 지금 이 화면이 중계되고 있으니까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웃어보라는 것이다.
'에구~웃음이 나와야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이 관절경카메라가 잠시 통로를 지나더니 관절속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동안 여러차례 다른 분들의 수술모습을 화면으로 보아왔기에 보는 눈이 돌팔이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원장님이 설명하는 내용을 알아 들을만 하다.
천만다행으로 이곳저곳 샅샅이 돌아다닌 카메라 속의 관절은 모두 O.K! 최상의 상태이다.
인대도 괜찮고...
연골도 모두 괜찮고...
안도의 한숨이 휴~하고 뿜어져 나온다.
이제 내부는 잠시 그대로 두고 본게임이 시작된다.
물혹이 생겨난 부분을 외부에서 메스로 자르고 혹주머니를 제거 해내는 작업인데 시간이 제법 소요된다.
지혈을 위해서 졸라맨 허벅지가 답답해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혹주머니가 모두 제거되었다.
이제 다시 안쪽에 심어진 카메라로 확인해보는 작업,
미로를 따라 연골과 활액속을 더듬어 가던 카메라에 비친 낮선 풍경!
활액이 어느 부분에선가 기포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그곳이 바깥으로 세어나가는 부분이라는 원장님의 설명
이어서 카메라를 심었던 쪽에서 물을 부어 본다는데 바깥에서 촬영한 화면에 뽕알뽕알 세어나는 물줄기가 선명하게 화면에 잡힌다.
'아니! 저렇게나 많이 센단말야?'
활액막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저처럼 내부활액이 세어 나간다는 것이다.
'완전히 밑빠진 독에 물붙기였네!'
2년동안 10여차례에 걸쳐서 빼고 빼고 또 빼었지만 운동부하에 큰 관계가 없이 삐져나오곤 했던 악순환의 원인이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또다시 한참 동안 내부 막을 꾀메고 다시 피부를 꾀메고 난 뒤에 수술이 끝났다.
연골이나 인대의 상태가 너무도 좋다며 원장님이 더 기뻐하신다.
운동을 하는 분이라서인지 운동하는 사람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리는 것 같다.
갈때와는 달리 침대에 누은채 병실로 돌아오지만 마음은 아까보다 한결 가벼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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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끝나고 침대생활이 시작된다.
마취가 깨어나면서 극심한 통증이 시작된다는 것을 과거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에 첫날밤을 지낼 일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번엔 '무통주사'가 있으니 좀 도움이 될랑가???'
입원환자가 있으면 당사자 보다도 가족들이 더 불편한 법인데 집사람이 맘에 걸린다.
엊그제 까지는 시어머니 뒷수발,
이번엔 남편 뒷치닥거리에다가....
며칠 후면 풀코스대회까지....
얘들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그래서 가능하면 혼자힘으로 병상생활을 꾸려보려고 나름대로 맘을 먹었다.
첫날도 수술후에 과감히 '귀가조치'를 시켰고 마취가 깨어나며 생기는 기분나쁜 통증을 '농구챔피언전 5차전'을 보면서 달랜다.
이제까지 2승2패이고 전주에서 열리는 마지막 게임인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빅게임이 펼쳐지는 와중에 병상에선 '이색도전'이 계속된다.
하반신 마취를 한 사람은 마취성분이 완전히 없어지는 24시간 동안 상체를 일으켜 세우면 곤란하단다.
(마취약이 올라와서 극심한 두통이 일주일이나 지속된다고)
또한 전신마취한 사람이 회복되는 기준을 '깨스'로 하듯 '소변'을 봐야 한다는데...
방광에 마취가 덜 깨어서 소변을 배출하지 못한채 계속 부풀어 오르면 강제로 튜브를 삽입해서 빼내는 일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럴 경우는 두고두고 후유증에 시달린다나?)
환자용 소변기를 곁에 두고서 시나브로 소변보기에 도전하지만 발가락이랑은 꼼지락 거려지면서도 방광과 그 주변은 아무런 감각이 없다.
'이러다가 고자되는 것은 아닌지????'
서너차례 소리없는 실랑이를 하는 동안 TV화면에는 농구경기가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2쿼터까지 한참 열세이던 KCC가 3퀴터때 대폭 따라잡더니 4쿼터에서 드디어 역전, 점수차를 점점 벌려간다.
시간은 저녁7시를 넘겼다.
다시한번 소변보기 도전!
'아! 이번에도 실패인가 보다!' 하는데 오줌통에 노란물이 고이는 것이 보인다.
'어찌된 일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없으면서도 분명히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팀이 한골을 넣을때마다 오줌발은 점점 힘을 받는다.
기분좋은 승리와 배출(?)이 이루어지고 밤을 깊어간다.
하지만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어디가 구체적으로 아픈 것 같지도 않으면서 영 기분나쁜 통증은 이어진다.
게다가 돌아눕기도 힘든 여건속에 허리가 너무 불편해진다.
'이렇게 아플리가 없는데...'
'무통주사가 별 효과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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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을 완전히 뜬눈으로 보내고 날이 밝았다.
4인 병실에서 두명의 고참 장기입원환자 사이 창가침대에 자리잡은 내가 밤새 한일이라곤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을 정도로 뒤척이는 것 뿐이었다.
허참, 못참을 정도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의 것도 아닌것이~
아침까지는 몸을 일으키면 안된다는 것 때문에 번거로워서 건너뛰고 빵조각으로 대신한다.
둘쨋날 오전에 완수형이 첫번째로 문병을 온 뒤에 두분의 강철수형님이 다녀가시고 계속해서 회원님들의 병문안이 줄을 잇는다.
점심때 비로소 첫 병원밥을 먹고 오후 들어서 처음으로 목발에 의지한채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전까지는 계속 소변통에다가....)
병실과 문 하나 사이인 화장실이 그렇게 먼 거리일줄이야.
저녁을 먹으면서 같은 병실의 두 고참이 폭탄선언을 한다.
병실을 옮기겠다는 것인데 그것도 두양반이 함께~
장기 입원환자끼리 한 병실에서 오봇하게 지내겠다는 것인데 이 양반들이 찾아가는 병실은 이병원의 왕고참으로 넉달째 군림하고 있는 나의 깨복장이 친구녀석이 혼자 있는 방이다.
4인실에 갑자기 혼자 있게 되어서 시원섭섭하게 되었다.
하룻동안 아침저녁으로 엉덩이주사 2방씩 두번 맞고 또 항생제 혈관주사를 두차례 그리고 수액(링거)주사를 두차례...
주사 맞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둘째날 저녁때가 되어서도 그놈의 무통제는 전혀 줄어들지가 않는다.
간호사에게 말하니 뭐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새것으로 바꿔 달아준다.
그동안 아플것 생짜로 다 아프고 나서...으!
저녁땐 무더기로 한꺼번에 문병들을 오셨는데 마침 고참 두분이 병실을 옮겨간 직후가 되어서 아주 타이밍이 딱 맞았다.
저마다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풀어놓고 바닥에 둘러 앉은 모습이 소풍을 온 어린이들과 같아 보인다.
모두들 돌아가고 난 다음에 텅빈 병실에서 온 식구가 각자 편할대로 자리를 잡고 콘도에 놀러온 사람들 처럼 잠을 청한다.
아픈 시기가 지나서인지 무통제가 효과를 발휘해서 인지는 몰라도 이제부터는 살맛나는 침대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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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집사람은 얘들과 함께 부지런히 서둘러 집으로 가고 텅빈 병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다.
침대를 이리저리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최대한 편한 자세를 잡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일이라면 일,
때되면 주사가 나오고 또 때되면 밥 나오고....
그러다가 10시가 좀 넘었을 무렵 빈 침대에 시트가 씌워진다.
그것도 두군데나?
한분은 나처럼 무릎수술을 하는 분이고 또 한분은 교통사고 환자라고 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을 무렵엔 교통사고 환자 또 한분이 입원을 해서 4인실이 꽉 차 버렸다.
병원 최고참 재식이가 화장실에서 만났을때 한마디 한다.
"야! 넌 하루사이에 젤 쫄따구에서 방짱이 돼버렸다?"
점심을 먹고서 집사람과 함께 1층 로비에 가서 방금전 입원한분의 수술 장면을 구경한다.
이제 반 돌팔이가 다 되어서 '척! 하면 @!'
오늘 수술하시는 분은 연골이 많이 상했다.
이리저리 카메라를 비추는 곳마다 너덜거리고 떠돌아 다니는 연골 부스러기가 널려있다.
집게가 동원되고 가위가 나서고 청소기가 부지런히 빨아들이며 무릎속 세상을 깨끗이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 본다.
무릎수술환자 둘 교통사고 환자 둘로 이루어진 병실의 분위기는 아주 좋다.
저녁 먹고 농구6차전을 보면서 한바탕 소리를 치고 열받고 ...
그렇게 저렇게 또 하루가 간다.
4월 9일(금)
병원에서 하루 일과는 7시에 시작한다.
주사통을 든 간호사가 병실을 찾고 수액주사, 혈관주사, 엉덩이주사를 가려 놔주고 간 뒤, 잠시 뒤엔 아침밥이 배달되어 오고 밥을 먹고 식판을 치울 즈음이면 드레싱이 다녀가고 그러고 나면 회진이 이어진다.
회진이 끝나면 9시가 넘고 잠시 뒤엔 또 주사가 나오고...
또 밥먹을 시간이 되고 ... ...
어제 저녁엔 코고는 소리땜에 잠을 못 잤다고 투덜거리는 분이 있다.
어제 수술한 분이 코를 요란하게 골긴 하던데 신경이 둔한 나는 별 지장이 없던데...
이제 퇴원하는 일정에 관해 이야기가 나온다.
실밥을 뽑으려면 2주일이나 있어야 한다니까 어차피 퇴원을 해도 계속 통원치료는 받아야 하지만 월요일부터 출근을 해야되니까 토요일 오후쯤에 퇴원하기로 맘을 먹는다.
회진때 원장님 말씀도 흔쾌히 O.K!
병원생활이 하는 일 없이 그저 푸~욱 쉬기만 하면 밥값을 다하는 것이라 더없이 좋았는데....
입원하기 전에는 그냥 우드커니 누워있는 것이 가장 힘들것이라고 걱정했었는데 너무도 쉽게 환경에 적응을 한것 같다.
틈틈이 집사람이 오갈때마다 쌓여 있는 음료들을 회수(?)했지만 아직도 많이 쌓여있다.
토요일 오전까지 대충 짐정리를 다하고 퇴원수속까지 밟았다.
점심을 먹고 3시부터 농구챔피온전 최종7차전을 구경하며 병원생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결과는 통쾌한 역전승!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근 일주일만에 병원밖으로 나가게 된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정들었던 한방사람들과 헤어지려니 서운하고 잘 대해주던 병원직원들도 보고 싶을 것 같다.
한달음에 뛰다시피 걷던 길을 거북이 걸음으로 절뚝거리며 한발한발 떼어놓으며 '느린미학'을 예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