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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광장에 日 ‘쾌응환호조난 기념비’조성
주민들 반발에 제막식 ‘캄캄’…대책마련 부심
포항시가 대보면 호미곶 광장에 일본 수산강습소 실습선 ‘쾌응환호조난 기념비’를 조성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대보면의 은빛풍어 조형물 논란에 이어 발생한 것으로 포항시의 정체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항시는 대보면 호미곶의 관광객 유치와 볼거리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호미곶 광장 연오랑세오녀상 앞에 높이 275㎝, 폭 60㎝, 기단 가로세로 3m의 일본 수산강습소 실습선인 ‘쾌응환호조난 기념비’를 시비 850만 원을 들여 조성했다.
하지만 대보면민들은 일본 수산강습소 실습선 명칭을 딴 ‘쾌응환호조난 기념비’는 정서상 맞지가 않다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조성된 기념비는 관광객들에게 선도 보이지 못한 채 당초 제작된 위치에서 행방불명이 된 상태가 됐다.
포항시는 대보면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막식은 고사하고 지난달 27일 제작된 기념비를 급하게 모처로 옮기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행정보다는 혈세를 낭비하는 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포항시가 추진한 ‘쾌응환호조난 기념비’는 현재 대보면 구만리에 위치해 있는 위령비와 유사한 형태로 한문으로 활자를 새겨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보면 구만리에 위치한 쾌응환호조난 기념비는 일본이 청·일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 본격화될 무렵 당시 1907년 9월 9일 일본 수산강습소 실습선인 쾌응환호(137톤 급)가 수산실험(해류·어족분포 연해수심 증 조사)을 위해 동해안에 내항했다가 구만2리 앞 해중에서 좌초되어 교관 1명과 하생 3명이 조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일 이후 일본의 요청으로 바위와 파도 및 조류가 심한 교석초 앞에 해상안전을 유인하는 수중등대가 세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 후 1926년 9월 9일 당시 이 배의 승무원과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기념비를 세워 해마다 참배를 해 오다 해방 후 현지 주민들이 훼손하여 방치해 오다가 1971년 10월 재일교포 한영출 씨의 주선으로 비를 다시 세우게 됐다.
지금은 구만2리 까꾸리계에 해안도로가 개설되고 도로변에 다시 세워 주변을 단장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일본의 후손들과 관계자들이 해마다 방문해 참배하고 매년 10만 엔을 관리비 명목으로 ‘구만2리 마을회’에 기탁해 오고 있다.
대보면민 이모(62)씨는 “현재 이 비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또 호미곶 광장에다 설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인지 포항시에서 이 사업을 추진한 사람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고 비난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기념비는 대보면민들의 정서상 맞지 않는다는 반대로 다른 곳에 보관 중에 있으며 여기에 사용된 시비는 시설물 정비예산이다”고 밝히고 “이 사업을 추진한 이유는 호미곶 광장의 볼거리 제공을 하기 위해 기획됐다”며 “제작된 기념비는 다음에 활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관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최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