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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다는 금산사로 기억될, 어머니의 산 모악
1. 일자: 2012. 9. 22 (토)
2. 장소: 모악산 (794m)
3. 행로 및 시간
[금산사(11:55-12:20) -> 부도전(12:31, 정상 4.4km) -> 심원암삼거리(12:40) -> 심원암(12:52) -> 북강삼층석탑(13:05) -> 북봉헬기장(13:53-05) -> 정상삼거리(14:10) -> 정상(14:22) -> 전망대/정상석(14:27) -> 하산길 삼거리(14:39) -> 전망바위(14:48) -> 케이블카(15:10) -> 모악정(15:19) -> 금산사(15:40)]
4. 동행: 홀로
< 모악산 산행을 준비하며 >
산을 다니다 보면 거리도 멀고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으나 기회가 닿는 산이 있는 반면, 거리도 멀지 않고 산악회에서 자주 안내하는데도 불구하고 인연 맺기가 쉽지 않은 산이 있다. 모악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작년 4월 어느 볕 좋은 봄 날, 봄 꽃 여행 삼아 가려다 내 존재를 잊은 모 산악회 버스가 먼저 출발하는 바람에 바람을 맞은 아픈 추억이 있는 산, 올 3월에는 봄비로 인해 산행이 취소된 산, 그리고 8월에도 인연을 맺지 못했던 그 모악산을 다시 찾으려 한다. 이번에는 인연의 끈을 굵게 동여매려 아예 차를 몰고 간다. 인연이 닿지 않으면 내가 만들고 말 테다.
전주시 남서쪽에 위치한 모악산은 광활한 만경평야를 굽어보고 솟아 전형적인
평지 돌출형 산세를 이룬다. 이 산을 중심으로 북쪽은 금남정맥, 남쪽은
호남정맥이 흐르고 있어 마치 어머니가 양팔을 벌려 사방 너른 들녘을 감싸 안고 있는 형상이다. 산의
앉음새에서 산 이름을 연상할 수 있다.
호남 4경 중 하나인
모악산 기슭에는 금산사를 비롯하여 무려 80여 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모악산이 명산 반열에 든 것은 수려한 산세에서 기인하겠지만 산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도 한 몫을 했다. 사진으로 본 금산사와 유서 깊은 부도 밭이 눈 길을 끈다.
산행 코스를 머리 속에 그린다. 차를 가져 가는 관계로 원점회귀 코스를 택해야 한다. 금산사를 출발하여 심원암을 지나 좌측 능선을 타고 정상 밑 헬기장에 도착할 것이다. 정상은 특이하게도 KBS 중계탑의 옥상이며 최근에 개방되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만경평야의 풍경이 압권일 것이다. 하산 길은 장근재와 모악정을 거쳐 다시 금산사로 이어질 것이다. 오르는데 2시간, 내려오는데 넉넉잡아2 시간, 금산사를 둘러 보는 시간을 포함하여 총 산행시간은 4시간을 예상해 본다.
도시 근교에 산은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 길이 복잡하여 가고자 하는 길을 잃을 우려가 많다. 종이 지도와 더불어‘e산경표’에서 디지털 지도를 구입하여 궤적추적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안전장치 하나를 더 마련한다.
모악산이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선정된 사유는 ‘진달래와 철쭉이 유명한 호남 4경의 하나이며,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신라 말에 견훤이 이 곳을 근거로 후백제를 일으켰다고 전해짐. 국보인 미륵전을 비롯하여 대적광전 혜덕왕사응탑비, 5층석탑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 금산사가 있음. 특히 미륵전에 있는 높이 11.82m나 되는 미륵불이 유명’ 이다. 봄 꽃과 금산사로 유명한 산인데 계절은 내 마음대로 못해도 절만은 충분히 둘러 볼 요량이다.
< 희망사항 >
생각해 보면 등산은 작은 완성이다. 불확실함의 연속인 삶에서 성취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도 등산은 작으나마 성취를 맞볼 수 있는 완성의 장(場)이다. 인연이 닿지 않아 휴가에 시간을 내어 기회를 만든다.
모악산 우리 말로 하면 ‘엄뫼’이다. 히말라야의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현지 표현 ‘초마룽마’가 ‘여신의 산’임에서 알 수 있듯이, 산과 여인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9월, 가을, 엄마, 여신 모두 밝은 기운이 돈다. 모악산이 위치한 김제, 전주 일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고장이다. 지평선 위로 비취는 높다란 하늘, 만경강과 동진강이 흐르는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 정상에 서면 시원하게 펼쳐진 전주 시가지 풍경, 산 주변의 많은 것들이 풍요롭고 희망의 기분을 들게 한다.
사진으로 본 어느 산행 들머리에 고은 선생의 ‘모악산’ 이라는 시구가 새겨진 커다란 비석이 서 있다. “내 고장 모악은 산이 아니외다”로 시작하는 글 귀 밑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친근함과 함께 반가운 느낌이 왔다. 새로워진 기분으로 시를 음미한다. 오늘 모악에 입산하며 고스락 정상에 올라 바람진 골에 온갖 생명들이 숨 쉬는 전경을 나도 느껴 보고 싶다. (불행하게도 이 코스는 대원사 코스로 차량 회수 관계로 오늘 오를 수는 없다. 아쉽지만 다음을 도모해야겠다.)
김제에는 모악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견훤의 유폐지로 유명한 금산사는 미륵신앙 즉 법상종의 대표 사찰로 돌무지개문, 국보 미륵전 등 유서 깊은 문화재가 많아 이를 둘러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오늘 산행의 키워드에는 모악산, 금산사, 드라이브, 전주 한정식이 포함되어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길 막힘 없이 전주에 닿고, 산행을 마치고 잘 차린 한정식을 먹고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귀경하고 싶다.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가능할 일일 것이다.
고은 선생의 모악산 싯구를 음미하며 토요일 아침을 맞는다.
[내 고장 모악산은 산이 아니외다.
어머니외다
저 혼자 떨쳐 높지 않고
험하지 않고
먼데 사람들마저 어서 오라 어서 오라
내 자식으로 품에 안은 어머니외다.
여기 고스락 정상에 올라
거룩한 숨 내쉬며
저 아래 바람진 골마다
온갖 풀과 나무 어진 짐승들 한 핏줄이외다.
세세생생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도 한 핏줄이외다.
이다지도 이다지도
내 고장 모악산은 천년의 사랑이외다.
오 내 마음 여기 두어]
(여기까지는 출발 전 준비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 산행은 이와는 달랐다.)
< 김제 가는 길에 >
7시 40분 집을 나선다. 판교를 지나 톨게이트로 접어드니 길이 막힌다. 먼 길을 떠나는 이는 여정, 즉 길을 가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했다. 마음 편히 먹고 길에 나를 맡긴다.
11시경 전라도 땅에 들어선다. 풍광이 달라진다. 눈에 지평선이 들어온다. 너른 들에 황금빛 벼가 넘실거린다. 택리지 산수 편에 이런 말이 있다. “산수는 정신을 즐겁게 하고 감정을 화창하게 하는 것이다. 살고 있는 곳에 산수가 없으면 사람이 촌스러워진다. 그러나 산수가 좋은 곳은 생리가 박한 곳이 많다. 사람이 자라처럼 모래 속에 살지 못하고, 지렁이처럼 흙을 먹지 못하는데, 한갓 산수만 취해서 삶을 영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름진 땅과 넓은 들에 지세가 아름다운 곳을 가려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십 리 밖, 혹은 반나절 길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생각이 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시름을 풀고, 혹은 유숙한 다음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둔다면 이것은 자손 대대로 이어나갈 만한 방법이다.” 지금 가고 있는 전주와 김제는 산수가 좋고 생리도 좋은 길지(吉地)이다. 차 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들녘과 우뚝 솟은 산이 이를 대변해 준다.
12시가 다 되어 금산사에 도착했다. 계획보다 2시간이 늦었다. 다시 마음이 바빠진다.
< 금산사에서 모악산 정상 >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금산사 바로 밑 주차장까지 차가 올라왔다는 것이다. 매표소 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면 15분 이상을 걸어야 했을 것이다. 행장을 꾸리고 금산사를 향해 길을 나선다. 길가에 붉고 매혹적인 꽃이 바쁜 나그네의 시선을 잡아맨다. 상사화, 우리 말로는 꽃무릇이다. 이맘때 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 꽃이다. 그 붉은 유혹에 못 이겨 잠시 발 길을 머문다. 작은 계곡 위로 무지개 다리가 놓여 있다. 그 다리를 건너 금산사 경내로 들어선다.
금빛 글씨가 인상적인 금강문을 지난다. 금강문을 통해 본 대웅보전은 웅장하기 그지없다. 내가 산행을 하면서 보아온 대웅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잘 다져진 반석 위에 솟은 검은 팔작지붕이 한 눈에 보아도 잘 생겼다.
< 꽃무릇 / 금강문에서 >
그 우측에 흔치 않은 3층 건물인 미륵전이 서 있다. 늘 단층인 절 집만 보아온 터라 특이하게 다가 온다. 조형미도 뛰어나 국보로 지정된 유명한 건물이다. 조형에 문외한인 내게도 인상적이다. 각 층마다 각기 다른 현판이 붙어 있다. 미륵전 안에 모셔진 부처님의 불상은 대웅전의 불상과 마찬가지로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 미륵전 전경 / 대웅전의 불상 >
대웅전 뒤편으로 보물로 지정된 5층 석탑이 서 있다. 올려다 보는 고도감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간다. 금산사는 문화재의 보고(寶庫) 인 절임에 틀림없다. 탑을 내려서다 꽃무릇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밭을 지나간다. 붉은 기운에 못 이겨 결국 사진 한 장을 찍는다.
< 금산사 5층 석탑 / 꽃무릇 밭에서 >
금산사를 나와 산 길로 접어든다. 부도전을 지나자 삼거리가 나타난다. 직전은 정상 우측은 `청룡사로 가는 길이다. 혹시나 하여 길을 물으니 하산하는 산객 왈 “이리로 정상으로 가면 길이 험한데” 한다. 심원암을 물으니 잘 모른다. 일단 내 생각대로 행로를 잡는다. 들머리에서 올려다 보는 모악산 정상부가 아스라하다. 날씨가 맑은데도 연무가 있다. 심원암 삼거리에 도착했다. 해발은 201미터이다. 우측은 모악정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이 심원암 길이다. 키 큰 나무들이 좌우로 솟은 포장도로 숲 길을 천천히 오른다. 숲의 기운이 서늘하다. 걷기에 그만인 길이다. 그 길 끝에 심원암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별 무리 없이 올라왔다.
심원암을 지나며 길이 가팔라진다. 한 무리의 산객들이 내려오며 “왜 이리 험한 길로 오르려 합니까?” 한다. ‘산 길이 다 이렇지 별로 힘들지도 않은 길에 웬 호들갑’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물로 지정된 북강삼층석탑이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우측 길을 택해 고도를 높여간다. 길에 참나무 열매가 달린 가지가 무수히 떨어져있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소행이다. 도토리 열매에 알을 낳고 안전한 부화를 위해 가지를 잘라내어 땅에 떨어뜨리는 그 놀라운 모성애에 머리가 숙여짐과 동시에, 이리 참나무를 잘라내면 나무 생장에 악영향을 줄 것임이 틀림없기에 걱정도 들었다. 세상사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에는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 들머리에서 본 모악산 / 북강삼층석탑 >
정상이 2.4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난다. 손목에 찬 고도계가 제멋대로다. 오늘따라 숫자의 오르내림이 크다. 정확한 고도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눈에 보이는 봉우리가 북봉이겠거니 하고 올라보면 저 만큼 높이에 다른 봉우리가 서 있다. 기대하고 속고를 반복한다. 1시 30분 무렵 정상부의 통신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지나 나무계단을 여러 개 올라서서야 북봉헬기장이 나타났다. 2시가 다 되어가니 점심을 해결해야겠다. 헬기장 옆 그늘에 자리를 편다. 정상부근의 전망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오랜만에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다. 매양 먹는 빵과는 다른 맛이다. 짭쪼롬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역시 한국인은 밥 힘으로 살아가나 보다.
정상을 향해 길을 나선다. 걷기에 무리 없는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세워진 안내지도를 보니 장근재 방향으로의 길은 등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무언가 이상하다. 정상 삼거리를 지나 긴 계단을 오르니, 정상 150미터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군부대 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향한다. 계단 중간에 금줄이 쳐져 있다. 군부대 옥상인 정상은 출입을 금하고 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군대가 하는 일이니 말이다. 작은 전망대에서 넘실거리는 이웃 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 모악산 정상에서 >
짧은 정상 조망을 마치고 다시 송신소 삼거리로 내려왔다. 시야에 장근재 방향이 들어오나 안내 표시판이 없다. 무리를 해서라도 가볼까 하다가 발 길을 돌린다. 대원사 방면에서 올라오는 이가 있길래 그쪽 길 사정을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정상석이 있는 정상 전망대가 있단다. 기쁜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간다. 송신소 쪽에서 본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시가지와 만경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못보고 지나쳤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풍경이다. 택리지에 언급된 ‘기름진 땅과 너른 들’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황금빛 들녘 넘어 커다란 저수지도 보인다. 구이저수지이다. 오면서 차에서 본 금평저수지 보다 크다. 너른 김제평야에 농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일 것이다. 큰 저수지를 보니 풍요로운 마음이 더 커 진다.
< 모악산 정상에서 본 풍경 >
정상 전망대 한 켠, 스텐리스 난간 뒤로 모악산 정상석이 초라하게 나 뒹굴고 있다. 무엇을 잘못하였기에 철창신세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세우지 말든가 잘 관리하든가 참으로 볼쌍사나운 광경이다. 담당 공무원은 이 광경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멋진 풍광에 취했던 좋은 기분이 순 십간에 싸늘하게 변해 버렸다. 자! 이제 내려 가야겠다.
< 김제 들과 저수지 풍경 >
< 모악산 정상에서 금산사 >
왔던 길로 다시 돌아 내려간다. 지나온 길인데도 낯설다. 2시 40분 모악정으로 내려가는 계단 길 앞에 섰다. 왠지 그냥 내려가기가 허전하다. 4시간여를 달려 이곳까지 왔는데, 계획한 장근재/배재로의 하산은 물건너 갔고, 기대만 못한 산세에 실망감이 든다. 그래도 귀경 시에 길 막힘을 고려한다면 지금 이 길로 내려가야 한다.
계단 길이 참 예쁘다. 인공도 정성만 들인다면 자연과 어울림에 무리가 없음을 다시 확인한다. 하산 길의 풍경은 심원암 등산 길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원한 건너편 능선과 그 밑을 지나는 케이블카, 가히 낭만적이라 할 것이다
< 전망바위에서 본 풍경 >
범상치 않은 바위가 군락 지어 놓여있는 곳을 지나다. 길을 멈춘다. 깎아지는 절벽 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그만이다. 반대편 능선에 솟은 암름이 쉰질바위인가 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신선대라는 이정을 지난다. 고도는 568미터, 금산사는 3.6km 더 가야 한다. 길 사정이 심원암보다는 좋지만 대부분 계단 길이어서 이쪽으로의 등산도 만만치는 않겠다.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난다. 길가에 차가 세워져 있다. 흙 길은 여기서 끝나나 보다. 모악산 산행이 아쉬웠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도로 길이 많다는 것이다. 사찰로의 접근과 케이블 카 탑승장까지의 이동을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소수의 편의를 위해 잘 관리되지도 않는 도로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산 길을 따라 30여분 걷는 것은 차를 타고 5여분 가는 것보다 분명 심신의 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니 더욱 그렇다.
모악정을 지난다. 커다랗고 인파에 붐비는 정자를 기대했는데 작고 새로 지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정자가 나타났다. 잠깐 눈 길을 주고는 가던 길을 내처 걷는다. 심원암삼거리를 지나 왔던 길을 다시 걸어 금산사에 도착했다. 3시 40분, 귀경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오전에 금산사를 미리 들른 것은 잘한 일이다. 하산 후에 볼 생각으로 지나쳤다면 마음에 하산 길에는 여유가 없어 대충 보거나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마음에 생각이 있으면 일단 저지르는 것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더 낮다는 것을 최근 자주 경험한다.
이것으로 3시간 45분만에 모악산 등산이 아쉽게도 마무리 되었다. 오전 극심한 차 막힘을 경험했기에 여유롭게 전주 한정식을 먹을 여유는 없다.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 하산 길에 본 모악산 / 금산사 초입 풍경 >
< 에필로그 >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산 길을 걸었다. 산을 탈 때 발생하는 뇌파는 운동을 할 때의 베타 파가 아니라 명상을 할 때의 알파파 즉 근육이 이완되고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의식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라 한다. 등산은 운동이 아니라 명상이다. 어머니의 산 모악을 걸으며 이 말이 허언이 아님을 확인했다.
오늘 모악산 산행은 97번째 백대명산 등산이었다. 여러 차례의 취소를 반복한 끝에 그리고 장시간 운전한 한 것에 비하면 산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다만 문화재의 보고인 금산사의 여러 풍경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 믿는다.
계절이 가을로 향해 달려 가고 있다. 귀경 길 차를 몰고 오면서 여러 차례 아찔한 광경을 목격했다. 좀더 신중하게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삶을 살라는 암시임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