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은 기천의 법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전통무예로서 이것을 세상에 알렸다.
진인이 하산할 즈음은 일본과 중국의 무술들이 한국무술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틈바구니를 뚫고 전통무예의 씨를 뿌리고 토대를 쌓아올린 것은 당시로서는 무모할 정
도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진인은 그러한 역할을 해냈다. 해방후 한국의 무술계는 일
본계인 당수도(공수도 혹은 가라데), 합기도(혹은 유술), 검도와 중국계인 당랑권, 태극
권, 소림권 등이 세를 나누어 장악하고 았던 시절이었다. 국기로 일컬어지던 태권도는
60년대에 만들어져서 겨우 이름이 정착된 정도였고, 정도술, 정각도, 수박도 등이 순
수 고유무술로서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에 민족전통을 내세우는 것은 전혀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외국 어느 문파의 누구에게서 배웠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우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일본검도의 누구에게서 직접 전수 받았다거나
중국인 누구에게서 전수받은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혹독한 시절
에 진인은 민족의 전통무예를 내세웠고 많은 압력과 회유를 뿌리치며 기천의 대의를
지켜나갔다.
진인은 기천무예를 제자들에게 가르치면서 차츰 기천무에 담긴 기천의 본령을 소개하
여 주었다. 제자들을 가르침에 있어 먼저 민족의 얼을 강조했고, 나라와 민족을 지킨다
는 마음으로 수련에 임하라는 말을 무수히 반복해 주입하였다. 또한 참다운 삶과 바른
자세를 지킴은 기천인의 목표이고 그것이 지킴이라는 것을 일러주었다. 이러한 가르침
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고 기존의 무예인에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당
시의 무예인들은 무예들의 위력이나 비교우위, 정교성등에 빠져있을 뿐 그 뿌리나 정신
에 대해서는 힘들여 찾지 않았던 것이다. 수는 많지 않으나 제자들이 진인의 그런 가
르침에 깊은 감복을 하였고 수련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으며 기천과 배달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차올랐었다. 이들은 진정한 지킴이로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이들은
오늘날 수련계, 무예계, 학술계, 무용계 등 각계 각층에서 지킴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
다.
진인은 우리에게 전통무예를 소개하였다. 달마대사의 고사를 참고하면 진인의 참뜻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달마는 중국에 선종을 알리기 위해서 먼저 무예를 보급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지 못하고 무예만을 전부로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인의 참뜻은 무예의 기(技)와
수에만 있지 않았다.진인의 참뜻은 무예 속에 담겨진 정신이요 얼이었으며 혈맥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수와 기의 화려함에 반하고 권과 검의 위력에 혹해서 그것에만 집착
하여 갖으려고 할 뿐 그것이 함유한 정신과 얼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진인에게 있어
서 기와 수는 한낱 재주에 불과한 것이었고 그가 정작 전하려고 한 것은 딴 것이었건
만 이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나 분명 진인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무예의 기
술로서만 말한다면 기천무는 수법, 신법, 보법 등의 술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이 기법
은 심연(深淵)한 도의를 근본으로 한 바, 이 도의가 없이는 공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
다면 도대체 기천무에 담겼다는 도의는 무엇이고 도의에 의해 쌓여지는 공이란 또한
무엇인가? 그동안 제자들은 이러한 의문은 있으되 묻거나 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이나 글에 집착하지 말고 몸으로만 수행하라"는 진인의 가르침에 의해서이다. 듣거
나 보아서 쉽게 알려하지 말고 수행에 의해서 스스로 깨달으라는 가르침으로 알고 더
욱 부지런히 수행함으로써 문제를 풀고자 하였다.
기천의 힘든 고행을 하면서 몇몇 제자들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빨리는 수개월에서
늦게는 십수년에 걸쳐 수련을 하고서 수련자들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깨달음에 이르
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환난을 겪었고 그것들을 딛고 일어나서야 겨우 그것들이 깨달
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개 죄었다. 그러한 깨달음을 얻고서야 기천武에 담긴
도의와 진인의 참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조용히 지킴이로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진인은 기천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어떠한 기법이던지 정신을 넣지 않
는 기법은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천무는 기법의 생명력 뿐만아니라 무도인
의 인격과 배달민족적 정신을 기초로 하는 대국가적 혈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진인이 전하는 기천의 본질은 대단히 함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