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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햄 시내 한복판에 성 마틴(St. Martin) 교회가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폐허화된 상태로 방치해두어 낮이면 쓰레기를 버리고 저녁이면 술에 취한 사람들이 그 주변에 오줌을 깔기고 등등 했다는디..지금은 문화를 매개로 한 도시개발을 산뜻하게 하여, 멋지게 단장하여 시민들을 향하여 버밍햄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교회 안은 평일에도 상시 개방되고, 그 아래 건물은 예술카폐(art caffee)라 하여 점심과 커피를 서빙하면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곁들여 진행하고 있다. 물론 주일에는 예배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노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교회 안 회랑에는 23살 흑인 예술가(이름은 애미)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찍고, 잡지를 뒤지고,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의 해석을 붙인 이미지를 찾고 있었다
교회 입구와 장엄한 스테인글라스(교회 안에서 찍은 사진) 교회 문화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매주 금요일 점심(12:30-13:00) 때마다 작은음악회(Friday Lunchtime Concert)가 교회 안에서 열린다. 누구나 대환영이고 물론 입장료는 없다. 다만 출연자를 위해 기부를 부탁하는 메시지가 광고판에 있기는 하지만, 돈을 내는 사람은 못 보았다. 그저 마음 편하게 점심 한 때를 시내에 나왔다가 보고 가면 그만이다. 우리나라도 덕수궁 옆에 있는 성공회 성당에서도 매주 수요일 주먹밥 콘서트가 있다. 점심요기로 주먹밥도 주면서 실내 음악회도 하는 것이다. 주로 시내 직장인들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작지만 멋진 음악회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선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전남 화순 어느 두부집에서도 매월 넷째주 토요일 저녁이면 작은음악회가 열린다. 물론 따로 표를 팔지는 않는다. 밥 한끼 먹으면 그만이다. 음악회는 그냥 덤이다.
작년에 스페인에 갔을 때 점심때 손님들을 위해 그 지역의 대학에 있는 동아리패들이 민속의상을 입고 전통악기로 전통음악을 연주하면서 손님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음악 CD를 파는 것을 보았다. 고급예술만 예술이 아니다. 우리 일반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피어나는 문화, 시민에 가까이 열려있는 문화가 나는 더 좋다. 우리네 고단한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문화로 마음을 순화시키고 품격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교회 전면 ‘최후의 만찬’ 조각 위 스테인글라스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기타연주회
오늘은 버밍햄에 사는 Liz Larner라는 아가씨(www.theguitarcircle.com/larner.aspx)의 클 클래식 기타연주회가 있었다. 다음 주는 피아노 연주회란다. 프로그램은 Johann Kasper Mertz의 Hungarian Fantasy, Jeorge Cardoso의 Milonga, Jorge Cardoso의 Milonga, Carl Domeniconi Variations on a Turkish Folk Song. 평소 음악에 문외한이니 곡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모르는 레파토리들이 주로 나오니 당체 알 수도 없는데다 느낄 수는 더더욱 없었다.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기에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래도 처음과 마지막에 들려주는 민속음악 변주곡은 역시 수천년 오랜 세월동안 한 민족의 정서가 녹아있어서인지 기타 연주자의 빠른 손놀림을 타고 흐르는 애잔한 선율에 마음이 울렸다. 마음이 따라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음악의 문화적 맥락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타연주회를 마치고 연주자와 함께..
사방이 초록물결이다. 봄이 되니 초록빛 싱그러움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오늘 그저 공짜로 듣는 기타연주회도 연한초록빛 같이 마음 편안하게 듣는 신록의 향연이라고 할까 ? |
첫댓글 교수님 저는 무척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