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는 얼어붙어 있는데도 부유층의 해외호화관광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년 1월부터 10월까지 골프채를 갖고 해외로 나간 사람은 작년보다 거의 배로 늘어났고 이들 여행객이 국내로 들어오려다가 적발된 고급 카메라나 술도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다.
저축보다는 우선 쓰고 보자는 일부 부유층의 사치성 소비는 사상 최대의 여행수지 적자폭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연말연시에 사치성 해외관광이 더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은 앞으로 우리 경제전망치를 더욱 어둡게 한다. 더구나 부유층의 소비성향은 우리사회에 위화감마저 조성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골프채를 휘두르며 해외에 나가 여가를 즐긴다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또 "내 돈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고 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여행수지 적자폭이 확대된 가운데 "나 몰라라식" 사치여행은 자제해야 한다. 관세청은 이에 대비해서 지금부터 내년 1월까지 휴대품 검사를 강화한다고 한다.
더욱이 안타까운 소식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일이 공휴일이라 해서 여기에 맞춰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앞으로 5년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날인데도 골프채를 메고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입만 열면 정치를 지탄하고 흉을 보면서 정작 대통령을 뽑는 날 여행을 떠난다면 국민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때를 만난 듯 해외에서 외화를 물쓰듯 쓰고 다닐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차분하게 정치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
( 2002/12/16 18:14 )
"투표 대신 해외여행 선택" 2002-12-18
<8뉴스>
<앵커>
내일(19일)은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날입니다만 마치 남의 일인양 무관심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오늘 공항에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유영수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 세관 신고대입니다. 출국하기 전에 미리 골프채를 신고하는 사람들로 크게 붐빕니다.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해외 여행객}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급히 (골프여행) 가게 됐습니다."
30여개가 넘는 단체여행객들의 골프채가 한꺼번에 수속을 밟기도 합니다.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나흘의 연휴가 되기 때문에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항공사 수속담당직원}
"하루에 3-4백개 처리해요, 방콕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방콕과 마닐라 같은 동남아 유명 휴양지로 떠나는 비행기는 대부분 모든 좌석을 꽉 채운채 출발했습니다. 이들 노선은 이미 한달전에 예약이 끝난 상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