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제주아침(31)
큰 밀물 작은 밀물
꽃 벌어지듯 모여드는
목요일 밤
산지항 해상호 오리온좌 따라
어디론가 불현듯 떠난다
출항의 팡파레 울리면
모두 갑판에 서서
거룩한 불꽃 불 밝힌다
남지나해 먼 곳까지 간다
그 이어도처럼 젖어드는
시의 꽃밭 같은 바다 속 흐르다 온다
100번째, 산지항에 오늘도 해상호는 없다
-나기철의 ‘산지항에 해상호가 없다’ 일부
매주 목요일, 제주시의 밤은 외롭지 않다.
하루 일과를 마친 발길들이 저녁 불빛들처럼 산지천 해상호로 모여 들면 사랑 고백하듯 시 읊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제주시사랑회가 있어 제주의 불빛이 더 아름답고 정겹다.
배는 항구에 매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배를 항구에 매어 두기 위해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가 이 시에 잘 나타난다. 시인은 지난해 말 100회를 맞은 시낭송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나보다. 시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시사랑회가 거센 풍파를 헤쳐 남지나해 먼 곳으로 갔으니 제주항에 해상호가 있을 리 없다. 제주 땅에 시심을 낚아 올리는 그들의 풍어를 위해 푯대 끝에 터져라, 출항의 팡파레여.(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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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심을 낚아 올리는 풍어, 산지항에 가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