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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나그네길의 라이딩>은 그 출발점이 완도가 되어 완도-청산도-완도-신지도-고금도-강진읍에 이르기까지 배를 3번이나 탔고 또 4개섬을 넘나들며 막걸리를 마셔 보는 여행이 되어 버렸다. 청산도의 경우 그 이름이 너무도 유명한 만치 다른이에게는 추천은 하면서도 일부러 외면해오다 이번에 드디어 탐방을 한 셈이지만 역시 인간적인 조우를 기대하는 이 노 여행자에게는 별로였으나 확트인 바다의 전개가 새 생명을 깨우치는 느낌을 줬다.
<>청산도행 철부선에서 내다 본, 완도와 신지도를 연결하는 신지대교.-전날 낮 12시가 넘어 분당을 출발해 고속버스로 광주와
강진을 거쳐 밤늦게 완도에 도착해서는 24시 해장국집에 들어 갔는데 오랜 여행 노하우 때문인지 버스터미널 안쪽 길에서 바로
골라 들어 간 이 식당이 왕년에 마라톤 선수로 유명한 주인장이라선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뼈해장국밥 맛도 괜찮았다.
우연히 옆자리의 40대중반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그는 해저 케이블관리 전문 잠수부, 그의 특이한 직종에 호기심이 발동해 2차
로 인근의 허럼한 선술집으로 옮겨 서울막걸리보다 훨씬 맛이 좋은 이 곳의 쌀 막걸리와 잠수업에 관한 얘기에 홀려 새벽 1시까
지 마시다 찜질방을 찾았다.
이래서 이튿날도 이 식당서 소내장탕으로 아침을 먹고는 부두가를 거쳐 느지막하게 이 청산도행 철부선에 올랐다.
<>청산도의 '서편제'와 '봄의 왈츠' 촬영장과 세트장까지 몰켜 있는 언덕위에서 내려 다 본 청산항이 원경으로 들어 온다.
앞쪽의 바다는 도락리 마을 앞의 포구다. - 사실 청산도의 촬영지는 이미 너무도 많이 소개되어 일부러 외면했지만 그 유
명한 돌담길은 그 곳 일부 지역에만 있고 또 실제로 가 보면 빈약한 느낌이어서 비로소 카메라의 메이킹술을 깨닫게 된다.
이날도 이 곳에 전용버스까지 동원한 한 촬영그룹이 촬영을 무사히 끝낸 성취감에 좀 흥분해선지 떠들썩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래서 이 노 여행객은 그동안 매체로 볼수 없었던 정반대의 앵글-즉 이 촬영지서 내려 다 본 그림같은 풍치를 소개한 것이다.
<>맞은 편의 두 섬이 사연도 많고 일화도 많은 대모도와 소모도.- 관광 안내소 직원 아줌마의 강력 추천을 받아 촬영지를 통과해 화랑
포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마주 보이는 위 두 섬 중 대모도는 엊저녁 그 잠수부의 고향동네다. 섬 이쪽은 모동리, 너머 쪽는 모서리인
두 동네는 인구가 합해도 기백명에 불과한데 옛날 관공서가 들어 올때 두 동네 대표가 가위 바위 보로 유치를 결정, 그 통에 모서리
는 4개의 기관 중 농협지소만 차지케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또 그 옛날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았던 때는 동네 부인들 거의 모두가 배부른 임산부여서 가가호호의 자녀수가 최고 10남매에 최하 5
남매였다는 것이고 선거때면 흔히 한주일 가량은 출마자들이 베푸는 선심성 돼지 고기와 술을 즐기느라고 놀고 먹는 축제를 벌였다
는 얘기도 나온다.
<>화랑포의 절경.-섬 입구 여객선 터미널의 관광안내소에서 준 청산도 관광안내 팜프릿을 검토해봐도 쉽게 알 수 있지만
사실 청산도는 볼거리가 별로다. 이런 빈약한 관광 요소를 보완이라도 하겠다는 의도에선지 군 당국은 이 촬영지 안쪽의 바
닷가 돌출 부위의 낭떠러지 언덕에 수십억 이상의 거액을 투자, 3km정도 길이의 '화랑포'라는 이름의 드라이브 코스 겸 워
킹 코스 길을 조성해 놨다.
화랑포를 나와 서편제 촬영 초가집을 둘러보고 좀더 청산도 속으로 좀 들어 가봤으나 별다른 특이점도 없어 되돌아 나왔다.
청산항은 여행객들이 몰리면 매우 산만하기만하고 아늑한 맛이 없어 식당이나 민박조차 찾아볼 맛이 나지도 않아 등대끝에
앉아 비상식량으로 점심을 떼우고 하오 4시 배로 완도로 복귀했다.
<>땅거미가 시작된 완도섬 서쪽의 화흥포항 선착장-이 곳은 몇년전 해남과 노화도 일대에 라이딩을 갔을 때 철부선으로
이 곳에 도착해 완도섬 서쪽 해안도로를 타고 북상, 남창을 거쳐 해남으로 간 길목이다.
원래 이날 하오 청해포구 촬영장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좀 늦어져서 곧 어둠이 내릴것 같아 포기, 최근에 세워진 듯한
터미널 건물의 팬션가게서 또 그 순곡 막걸리 한병과 스넥 자갈치 한 봉을 사서 왼쪽의 등나무밑 벤취에 앉아 그 맛을
음미하며 목을 축이고 저녁 노을을 보며 상념에 젖기도 했다.
<>완도읍 항에 도착, 하선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만선의 멸치잡이 어선.-이 날 밤의 잠자리인 24시 찜찔방이 있는
완도읍으로 되돌아 와보니 화흥포항에서 마신 막걸리 탓인지 저녁먹기는 좀 이른것 같아 부두에 나가 봤는데 정말
엊저녁 그 잠수부 말대로 항구의 밤경치는 예상외로 휘황찬란할 지경이다. 그도 그럴것이 부두가 상가건물들의 옥
상 광고탑 불빛도 요란하고 맞은 편의 신지대교 교각의 오색 불빛도, 그리고 부두 맨 오른쪽 언덕위의 탑에서 읍내
하늘에다 좌우로 내려 쏘고 있는 레이즈광선이 화려함을 더욱 돋구고 있어 입이 벌어질 정도다. 말하자면 이런 시
골서는 상상도 못할 현란한 야경이 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선지 부두가의 분수대까지 조성되어 있는 걷는 맛
이 나는 공원 산책길에는 젊은 아베크족도 심심찮게 눈에 보였다.
<>등대도 없는 천혜의 미항.-아침에 다시 본, 해안을 따라 길죽한 시가지에 따라 조성된 어항은 밤 못지않게 아담하고 정겨웠고
해변의 선착장 앞 길을 거쳐 맨 남쪽 끝의 현대식 건물의 여객선 터미널까지 잔차 타기도 딱 좋다.
맞은 편 신지도 사이의 바다는 풍랑이 좀 심한 날씨에도 격랑이라고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잔잔하기만 한 바다여선지 남쪽 해상
에 방축이 있을 뿐 등대는 없었다. 여기에다 해안 선착장은 넓게 조성돼 이 지방출신 세계적인 골퍼 최경주의 동상도 있는 공원등
을 겸하고 있어 우선 시원한 느낌이다. 이래선지 외부의 투자가들이 이 곳에 많이 들어오는 바람에 해안가의 10여 모텔가운데서
완도 사람 소유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가장 친 인간적인 신지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 완도섬과 신지대교로 연결되는 신지도는 경사가 심한 도로가 별로 없어
잔차타기에 좋은 곳인데 우선 섬 풍경을 만끽할겸 신지대교를 잔차로 넘는 맛도 상쾌하다. 미리 대교에서 멀지 않는, 강진군의
고금도행 선착장이 있는 포구로 들어가 막배 편 시간을 알아 놓은 뒤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들어섰다. 일반인
들은 읍에서 1천1백원을 받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바로 갈수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첫인상부터 바로 마음에 와닿는 느낌
인것은 철저하게 친 인간적인 설계로 조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정말 연인과 함께 머물고 싶은 해수욕장.-이 곳은 차량따위는 철저히 해수욕장 배후의 주차장들에만 주차케 해 해변
접근을 아예 차단했고 대신 해변에는 이처럼 걷기에 촉감도 좋은 목제로 된 산책길을 해수욕장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아늑하고 편안한 휴식의 장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정한 휴식을 즐기려는 도시민들에게 이 곳은 그 지겨운 차량들과 그 소음을 잊어 버릴수 있게 해줬고 짚으로
만든 파라솔이 이국 정취를 느끼게하는 모래사장의 벤치에 누워 한적함을 즐기는 데이트족들도 가끔 눈에 띄었다.
해수욕객이 붐비는 한 여름철에는 잔차라이딩은 곤란하겠지만 요즘같은 비수철은 한가롭기 이를데 없어 그 라이딩 맛을
만끽할 수 있었다.
<>볼거리는 없다해도 이번에는 끝까지 가 볼 작정을 하고는 중간 곳곳에 있는 광어 양식장등을 거쳐 신지도 맨끝인
방죽포항에 거진 다 갔을 무렵 얕은 고개 길 입구에서 이런 벽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을 듯한, 그럴듯한 레스토랑풍의
민물장어구이 집이 등장했다. 마침 점심때도 된 만치 또 이곳의 특산물도 한번쯤은 먹어봐야 할것 아니냐는 생각에
들어 가보니 뒷편에 거대한 양식장까지 있는, 그래서 시음장 격인 곳으로 1kg에 3만원이란 가격표가 눈에 들어 온다.
혼자니 반만 먹어보자는 말에 주인 아주머니가 흔쾌히 응해 줬고.. 큼직한 장어 두 마리를 화덕에 구워 주는데 살이 톡
톡하고 맛이 좋아 입새주 한 병까지 시켜 모처럼 식도락을 즐겼다, 야채는 벌레먹은 잎사귀여서 반가웠고 이 곳은 무 항
생제의 특화 양식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분당서 살았다는 사장은 유통업으로 돈을 좀 번 다음 귀향, 기십억을 이 곳의 민물장어 양식사업에 올인했다는 것인데
현재는 고전 중이라는게 장어를 구워주는 부인의 얘기다.
<>신기루 같은 강진군의 마량 항.- 모처럼의 정력식을 먹고는 새 힘이 솓는듯 해 방죽포항까지 갂다가 되돌아 나와
강진군의 고금도로 건너가기 위해 오전에 미리 둘러 본 송곡나루터로 부지런히 달려 갔고 배삯 1천원으로 철부선에
올라 지척인 고금도에 도착해서는 강진반도 맨끝인 마량을 향해 패달질을 해대는데 어느새 땅거미가 시작된다.
고금도 한 가운데 쯤에 있는 좀 큰 동네에 이르니 길가에 양조장 간판이 보인다. 이제 시장끼도 생길때여선지 참새
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어 들어 갔드니 동네 양반 셋이 소금과 김치를 안주로 마시고 있다. 거침없이
끼어들어 나두 한 병을 청했는데 완도 막걸리와는 맛이 좀 달라 확인해보니 이 곳 제품은 '모과향 추가'란 글이 덧 붙
어 있다. 주인장과 막걸리 품평을 하다보니 금방 날이 어두워져 서둘러 나와 라이트를 켜고 가로등 따위는 없는 적막한
밤길을 달렸다. 드디어 이 섬을 다 관통해 해발 1백m는 조히 됨직한 높다란 고금대교를 건너는데 갑자기 도깨비 불 같
은 헛 것을 본것이 아니냐는 혼돈스런 생각이 들 정도로 왼쪽 건너편 해안일대가 불야성이다, 평소 듣도 보도 못한 마량
이란 어촌이 이렇게 번화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가까이 가 본 즉 마량항은 신도시 어촌격으로 30여 개소에 이르는 횟집과 호텔 빌딩등의 숙박업소가 번다하고 어항의 조
형물등의 시설도 요란해 놀랄 지경이었다.
<>밤도 늦은 만치 서둘러 파출소뒷편에 있는, 좀 손님이 많은 곰탕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주인집 아들의 컴퓨터 작업을
좀 도와 줬드니 모두가 이 노인의 실력(?)에 놀란다. 이 통에 주인 아줌씨의 소개와 서울 가락시장 경매사직을 그만두
고 유방암에 걸린 부인을 가료할겸 이 곳으로 휴양차 와 방을 얻어 한 달 가까이나 머물고 있다는 50대초 부부의 안내로
2만원에 장급 여관에 숙박했는데 그동안 주로 찜질방 같은 곳에서만 자다가 모처럼 포근한 이부자리서 단잠을 만끽했다.
이튿날 새벽에는 공짜로 이 장급 여관이 함께 운영하는 공중욕탕까지 활용, 남은 피로를 말끔히 씻고는 해변으로 나와보니
마침 5일장까지 열려 있어 장터국밥을 찾다가 팥죽국수로 대신했다.
해변에는 강진군 당국의 열의가 엿보이는, 각종 조형물까지 있는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정말 신도시같은 느낌이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시골 어촌이었던 이 곳이 몇년사이에 이렇게 번화해졌다는 것이다.
<> 모처럼 구경하게 된 시골 장터는 무엇보다 우선 산 동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귀여운 강아지들,
갑자기 붙잡혀 와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의 오리들, 그리고 톡톡하게 살이 오르고 윤기가 흐르는 흑염소들과
토종 닭에 주로 유난히 큰 생감, 장어등의 해산물이 대종을 이룬다. 욕심 같아서는 토종닭이라도 한마리 잡아서 갖고
가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으나 잔차여행자로서는 곤란해 반쯤 말린 장어 몇마리를 사는 걸로 참는 수밖에.
그리고 미항 건어물 가게서 카드로 멸치 두 종류(국물용과 볶음용)와 미역과 다시마등을 좀 사서 택배를 의뢰했는데 덤
으로 맛좋은 갈치 젓갈 한병도 받았다. 귀가해 시음해 뵨 결과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 그 맛도 뛰어나 마누라로 부터 점
수를 좀 딴 것은 물론 그 반찬덕에 집에서 먹는 요즘의 밥맛도 좋아졌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