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으다, 마음을 모으다
(학급 문집으로 열매 맺는 학급 농사)
1. 국어교사
국어교사라는 이름이 참 좋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글을 읽고, 쓰고,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학생들의 생각과 느낌, 삶이 담긴 글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글을 모아 학급 문집을 내는 것은 농부가 결실을 맺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 결실을 생각하며 일 년을 계획하며, 땀을 흘리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학급문집
담임이 되어 학급 문집이란 결실을 맺은 해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해도 있었습니다. 농부의 마음으로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다음 한 해를 기대할 수도 있었습니다. 학급 문집을 만들 생각을 하자, 학생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학급 문집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실·부실장 선거 연설문, 지각에 대한 반성문, 벚꽃 피는 4월의 단체 사진, 수업 시간 활동지, 자녀에게 보내는 학부모님의 문자, 10년 뒤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 모든 과정이 꽃이며, 열매였습니다.
학급 문집의 내용으로는 학급 일기, 감사 일기, 수업 일기 등 일기를 잘 활용하였습니다. 학급 일기에는 하루에 한 명씩 번호대로 돌아가며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간단히 답글을 달아 다음 번호 학생에 넘겨주었습니다. 하루에 한 명이니 부담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서로 돌려보며,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였습니다.
감사 일기와 수업 일기는 수업 시간에 사용하였습니다. 감사 일기는 수업 활동지 중 한 줄 정도 감사한 일을 적도록 한 부분입니다. ‘오늘도 잘 일어나 등교해 준 나에게 고맙다, 금요일이라 좋다, 많은 시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예지에게 귤을 받았다(2개나!!ㅎ)’ 등 아주 작은 일이라도 감사한 일을 생각하여 적도록 응원했습니다. 학생들도, 저도 조금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수업 일기는 지난 수업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지난 수업의 내용을 복습할 수 있었고, 저는 저의 수업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급 문집을 만들 때 필요한 돈은 학급에 배정된 예산이나, 학교 예산, 출판사의 문집 만들기 이벤트 등을 활용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거나, 적게 발생하는 자가 출판의 형식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3.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처음 학급 문집을 만들 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무하는 학교와 만나는 학생들은 다르지만, 학생들과 함께 글을 읽고, 쓰고, 삶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고, 감사한 마음은 같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좋아하는 한 선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글쓰기를 권면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글을 쓰면 순간순간이 의미있어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의 기쁨을 학급 문집이란 결실을 통해 우리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