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 의사에 관한 이야기 41.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경우를 심근경색이라고 하였습니다. 관상동맥도 세 갈래로 가지를 칩니다. 그리고 세 개 중에서 어느 하나 또는 둘이나 심지어는 셋 다 침범될 수 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도 각각 다르겠지만, 어느 것이나 뇌출혈, 뇌경색만큼 초응급상태입니다. 바늘로 손 딴다고 집에서 엉뚱한 짓 하면 안됩니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증상은 협심증과 비슷하나, 흉통의 강도는 더 심합니다. 휴식을 취해도 흉통이 가라앉지 않으며, 지속시간도 30분을 넘어갑니다. 혀 밑에 약을 넣어도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다 산다는 보장도 없지만, 안가면 죽는 것은 확실합니다. 급성 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 AMI)이 발생하면 심장근육이 혈류공급을 받지 못해서 해당영역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심장이 피를 짜내는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바로 대학병원급의 응급실로 가야합니다. 119에 전화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더 골 때리는 것은 증상이 없는 급성심근경색(silent MI)입니다. 그냥 호흡하기 힘들어하며, 식은땀만 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가버립니다. 일반인들이나 심지어 의사들도 전문분야가 아닌 경우 심장병임을 눈치 채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체한 것으로 오해합니다. 병원에서 환자가 갑자기 이유 없이 죽어버렸는데, 부검결과 이 병으로 나오면 법적으로 의사에게 책임 지울 수도 없는 병입니다.
고혈압과 이상지혈증은 같은 병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즉, 이상지혈증은 고혈압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혈압이 있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흔합니다. 그래서 혈압약 먹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핏속의 기름기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혈압약은 제 용량을 제대로 잘 복용하면서도 기름기를 소홀히 하면 혈압약 먹는 의미가 반감됩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기름기가 높거나 좋은 기름기가 낮거나 모두 이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3대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을 꼽습니다. 그리고 탄수화물과 지방은 같은 것으로 여겨도 됩니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이 몸속에서 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방이 다시 탄수화물로 바뀌는 메카니즘은 신체에 없습니다. 그래서 풀만 뜯어먹는 소도 몸에 기름기가 많습니다. 기름기(지방, 지질)도 동물성(포화지방산)과 식물성(불포화지방산)으로 나누며, 동물성이 더 나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물성도 온도가 올라가면 동물성으로 성분이 바뀝니다. 달걀프라이 하려고 콩기름을 부을 때는 식물성이지만, 먹을 때는 동물성이란 얘기입니다. 심지어 식물성 지방이 공기와 접촉하면 포화되면서 서서히 동물성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식용유도 되도록 작은 병의 것을 사서 다 먹지 않았어도 한 달 정도 되면 버리고 새것 사라고도 하지만, 이런 것까지 지키면서 살려면 피곤해서 못삽니다. 그래서 이 말은 안들은 것으로 해주세요.
고지혈증이 있다고 고기먹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백질인 고기와 지방은 관계없습니다. 다만 삼겹살이나 족발처럼 비계가 일정부분 뭉쳐있는 것은 조금 삼가 하면 더 좋습니다. 원래 의사들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먹지 못하게 합니다. 설렁탕, 갈비탕 드실 때 국물을 많이 남기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중성지방 같은 경우에는 달게 먹거나 술 많이 마시는 것이 더 큰 원인입니다. 지방간도 술이 원인이라고 하니 술은 의사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고혈압이란 병이 심부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불편한 증상이 없듯이 이상지혈증도 허혈성 심질환이나 뇌경색 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개 증상이 없습니다. 한쪽 팔다리가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어지럽거나, 심한 두통, 구토, 복시현상(물체가 둘로 보이는 것) 등이 생기는 것도 일부분에 한할 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기의 증상들은 이미 뇌경색이 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 TIA)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갑자기 환자가 한쪽을 쓰지 못합니다. 누가 봐도 중풍입니다. 그런데 늦어도 24시간 내에 완전 회복됩니다. 이럴 때 양방이든 한방이든 아무데나 데리고 가면 그 의사는 명의가 됩니다. 내버려둬도 저절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향후 닥쳐올 수도 있는 진짜 중풍의 전조증상으로 보면 됩니다. 다 나았다고 안심하고 추적관찰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 당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24시간 내에 돌아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 병으로 진단 할 수도 없습니다.
각각의 지질에 대한 정상값은 매우 복잡합니다. 여러 가지 조건(위험인자가 몇 개냐)에 따라서 정상값이 다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나열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중요한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콜레스테롤이나 LDL은 하한값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야말로 낮을수록 좋습니다. HDL은 상한값이 있지만 이보다 더 높아도 괜찮습니다.
이상지혈증에 대한 약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콜레스테롤과 LDL을 주로 낮추는 약, 둘째 중성지방을 주로 낮추는 약 그리고 셋째로 HDL을 주로 올리는 약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주요 작용을 기준으로 이렇게 나누지만, 다른 기름기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들을 모두 가지고는 있습니다. 보험적용은 한 가지만 또는 두 가지일 경우에는 첫째와 둘째 또는 첫째와 셋째를 같이 처방하는 것만 인정됩니다.
콜레스테롤이나 LDL을 낮춰주는 약은 특별히 중요한 면이 있습니다. 원래 이 약은 전술한 두 가지를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투여하였습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작용이 새로 알려졌습니다. 나쁜 기름기를 감소시키는 효과는 물론이고 그 외에도 내피세포의 염증완화작용, 항산화작용, 중풍이나 허혈성 심질환의 감소 내지는 예방 등 추가적인 작용이 증명된 것입니다. 이처럼 원래의 목적 외에 부수적인 이로운 작용을 부가적 효과(pleiotrophic effect)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부가적 효과의 이로움이 나쁜 기름기를 낮추어서 생기는 이로움보다 훨씬 큽니다. 결론은 콜레스테롤이나 LDL의 값에 관계없이 대사증후군 환자에게는 무조건 사용하라는 것이 확립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중풍예방약으로 먹는 아스피린보다 몇 십 배의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퍼아스피린'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입니다. 현재의 보험체계에서는 콜레스테롤 값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일반으로 처방하거나 숫자를 거짓으로 과장해서 표기하고 보험적용을 시키는 방법뿐입니다.
중성지방에 대해서 주의해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만일 중성지방이 400mg/dl 이상이 되면 급성 췌장염(acute pancreatitis)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급성 췌장염의 주 증상은 복통이며, 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일단 이 병에 걸리면 대학병원급의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며, 3일 안에 반타작하는 병입니다. 주요 원인은 술이라고 하며, 중성지방의 상승도 술이 주범이니 이해되실 것입니다.
◆ 병, 의사에 관한 이야기 42.
이상지혈증약의 부작용으로는 간효소치(GOT/GPT or AST/ALT)의 상승과 근육융해효소(CPK)의 상승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해야 합니다. 항상 의사들이 피검사하라고 하면 두말없이 하라는 뜻입니다. 최근에는 간효소치의 상승이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에 꼭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교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기름기(HDL)를 올리는 약은 그 외에도 또 다른 부작용(flushing)이 3-4% 정도에서 있다고 합니다(제 환자의 경우 2/3에서 3/4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복용하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그러한 부작용들은 의사들이 알아서 관리합니다.
복습하고 갑니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는 각자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구량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장기는 예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여 요구량이 증가해도 해당 장기는 예비력을 동원하여 처리합니다. 요구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면 장기는 풀가동을 해서라도 그것을 맞춥니다. 더 증가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지쳐갑니다. 그러면 총동원량의 감소가 수반됩니다. 즉, 최대능력의 저하가 온다는 뜻입니다. 드디어 충족량이 요구량을 감당하지 못하면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래도 잘났다고 계속 버티면 장기가 '차라리 날 잡아 죽여라' 하면서 공장문 닫아버립니다. 이 정도가 되고도 살아있다면 치료방법은 중고일망정 괜찮은 것으로 장기를 교체하는 것뿐입니다. 즉 이식수술이죠. 그래서 옛말에도 '의사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 얻어먹는다'고 합니다.
장기가 어떠한 방법을 쓰든지 아직은 요구량을 다 감당하고 있는 상태를 대상(compensation) 상태라고 합니다. 당연히 이 단계에서는 증상이 없습니다. 그리고 요구량이 더 증가하거나 충족량이 감소하여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하는 상태를 대상부전(decompensation) 상태라고 하며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병으로 정의하는 때는 대상상태에 속할 때입니다. 그래서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불편한 증상이 없는 단계가 존재하며, 이 시기가 치료에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의사의 충고를 무시합니다. 불편한 증상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장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심장이 평소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면 산소의 필요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관상동맥의 혈류량이 증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 월급은 오르지 않더라도 직원수가 많아지면 어차피 총 급여량은 증가합니다. 먹고살아야 하는 심장근육의 양이 늘어나도 더 많은 혈류량을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일전에 말했던 고혈압으로 인한 심비대의 경우입니다. 즉, 다른 조건은 동일할지라도 심비대가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협심증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고혈압은 해당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심비대만 있는 단계는 대상상태(compensated state)이며, 드디어 심부전까지 오면 대상부전상태(decompensated state)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슐린이 부족하면 당뇨가 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인슐린의 요구량이 증가해도 몸에서 그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당뇨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확실하고도 제일 좋은 방법은 부족한 만큼의 인슐린을 외부에서 공급해주는 것입니다. 단지 환자 스스로 매일 한두 차례씩 자신의 몸에 주사를 놔야하기 때문에 환자나 의사나 주저할 따름입니다.
당뇨병이란 한마디로 혈액 속의 당(혈당)이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원래 혈당도 필요에 따라서 신체가 알아서 올리고 내리고 합니다. 그리고 혈당이 낮을 때 올리는 호르몬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높을 때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한 가지뿐이라는 것이 비극의 씨앗입니다. 하느님이 가난해서 못 먹는 사람들만 예뻐하고, 항상 배부른 부자들은 미워해서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전 창조론자가 아닙니다), 의학에서는 기아가설(starvation theory)로 설명합니다. 인류가 영양과다로 고생한 것이 100년이 못됩니다. 주구장창 배고픈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기아에 대한 적응을 한 것이라고 한답니다.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도 전 모릅니다.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100년은 '눈 깜짝할 새'에 해당합니다. 앞으로 인류가 배부른 상태에 적응할 때까지 멸망하지 않고 살아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당뇨에 대해서 알기 전에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의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시리즈 28편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고혈압, 이상지혈증, 당뇨 모두 인슐린 저항성이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체내 인슐린의 양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인슐린이 얼마나 되나 검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검사는 보험적용이 안됩니다. 환자들은 일반으로 검사하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합니다. 돈 아까우니까. 그리고 의사새끼들이 돈 벌려고 그런다고 생각하니까. 시리즈 28편에 나오는 불량품의 인슐린이란 것도 양품의 인슐린과 화학적인 구조는 같습니다. 몸에 작용하는 효율의 저하를 의미하는 뜻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며, 책에 불량품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당뇨병도 고혈압이나 이상지혈증처럼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SILENT KILLER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단어는 원서에도 그대로 적혀있습니다. 급성 심근경색증(AMI)으로 용궁 문 앞까지 갔다온 사람들은 평생 동안 몸에 폭탄 하나 안고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언제 터질지 모릅니다. 터지면 죽습니다. 이 폭탄의 뇌관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은 의사가 시키는 것을 잘 따르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당뇨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급성 심근경색증을 앓고 있는 사람과 동급으로 취급합니다. 그만큼 당뇨는 무서운 병입니다. 한마디로 고혈압은 당뇨에 비하면 병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 중에 한 분이 당뇨조절에 실패하여 현재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투석을 받는다는 것은 신장이식수술의 대상자라는 뜻입니다. 그분이 워낙 연로하여 그냥 투석으로 지탱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세상에 나온 좋은 약을 못 써봤겠습니까, 실력 있는 의사를 못 만났겠습니까? 당뇨는 의사가 고치는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고치는 병입니다. 그리고 의사가 환자에게 친절하면 100% 치료에 실패하는 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정도입니다.
환자의 노력에 따라 병의 예후가 달라질 경우에는 의사들이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주로 하고 싶은 것은 못하게 하고 하기 싫은 것만 골라서 하라고 합니다. 그래도 죽기 싫으면 할 수 없습니다. 의사들은 환자에게 100을 원할 경우 150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겨우 100이라도 합니다. 100만 요구하면 70밖에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150을 하는 환자가 있다면 그것은 더욱 좋은 것입니다.
사족) 아직 당뇨는 없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도 간수치 검사(GOT/GPT)는 중요합니다. 간수치 검사에서는 GOT보다는 GPT가 더 의미 있습니다. GOT는 정상상태에서 GPT만 높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간질환이 있을 경우에도 그럴 수 있지만, GPT가 높은 고혈압 환자들은 정상 GPT의 고혈압 환자들보다 후에 당뇨로 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더욱 열심히 피검사하면서 관리 잘 하라는 뜻에서 덧붙입니다. 당뇨에 대해서는 좀 간략하게 서술할까 합니다. 의학강의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길어지면 재미없습니다.
◆ 병, 의사에 관한 이야기 43.
당뇨는 고혈압과는 차원이 다른 병이라고 하였습니다. 자기 맘대로 하면서 약만 열심히 먹는다고 조절할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생활습관의 개선 없이는 절대로 치료효과를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술 담배 못하게 하는 병이 당뇨병입니다. 사실 혈당이 높다는 자체로 몸에 해로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고혈당이 지속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비참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그 방법이 당을 조절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결국 혈당을 정상상태로 조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임의의 시간에 측정한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공복이란 10시간 정도 굶은 상태를 말하며, 물은 마셔도 상관없습니다. 정상인의 공복혈당은 100mg/dl 이하입니다. 그리고 임의의 시간에 측정한 값도 160mg/dl(140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을 넘는 법은 없습니다. 당연히 당뇨병에도 정상과 당뇨 사이에 중간 단계가 있습니다. 이것을 내당능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 IGT)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뇨의 진단은 혈액으로 합니다. 당뇨환자는 거의 대부분 소변에서 당이 나옵니다. 하지만 정상인도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당(glycosuria)이 있다고 전부 당뇨병은 아닙니다.
손가락 끝에서 재는 혈당은 식사여부에 따라 변동이 심합니다. 그리고 의사에게 꾸중들을까봐 병원에 오기 3-4일 전부터만 열심히 노력해서, 의사 앞에서 체크하는 수치만 정상으로 보이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혈당이 어느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화헤모글로빈(HbA1c)이라고 합니다. 혈액 속의 당이 높으면 헤모글로빈(hemoglobin, Hb)이 당화되는 비율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채혈 시를 기점으로 과거 1-2개월 전까지의 혈당상태를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의 혈당보다 더 중요한 수치입니다. 이것은 소수점으로 나옵니다. 예전에는 최소한 7.00% 이하로 유지하라고 했지만, 금년부터는 6.50% 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정상은 그보다 더 낮습니다. 정상까지 내릴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검사하는 기계에 따라서 정상값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제가 의뢰하는 검사실에서는 정상값이 3.50 - 6.20%로 책정되어있습니다. HbA1c의 값이 7.0과 6.5 사이에 무슨 차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만,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의 연이율에 비유하면 감이 잡힐 것입니다. 0.1의 차이도 크다고 봐야합니다.
원래 당뇨가 시작될 때는 식후혈당의 증가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공복혈당이 정상이라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식후혈당을 더 중요시해야합니다. 그래서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당뇨의 소인이 있거나 고혈압 환자(이 자체도 당뇨의 소인입니다)들은 가끔씩 식후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에 혈당을 재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식후 몇 시간이 지났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160을 넘으면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인슐린의 농도(C-peptide)를 측정해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C-peptide가 높다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는 뜻이며, 확실한 당뇨로 갈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검사이지만, 이런 돈 아끼면 안됩니다. 사실은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는 정상이면서 식후혈당만 증가할 때도 완전한 당뇨병으로 봐야합니다.
당뇨병(diabetes mellitus, DM)을 분류하면 1형 당뇨병(type I DM) 또는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insulin-dependent DM, IDDM)과 2형 당뇨병(type II DM) 또는 비인슐린 의존형 당뇨병(non-insulin-dependent DM, NIDDM), 임신성 당뇨(gestational DM)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드문 유형이 조금 더 있지만 모르셔도 됩니다. 임신성 당뇨란 임신기간 중에 없던 당뇨가 생기는 것으로서, 출산 후에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자들은 나중에 진짜 당뇨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원래 당뇨를 가진 여자가 임신을 한 것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1형 당뇨병은 대부분 20세 이하에서 발병하며, 2형보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병세도 더 중합니다. 췌장(이자)의 인슐린 분비세포가 거의 다 파괴되어버린 경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부에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합니다. 고혈압에서처럼 2차성(속발성) 당뇨도 있으며, 이것은 2형 당뇨(원발성)와는 전혀 별개의 병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대사증후군에 속하는 당뇨병은 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형)입니다.
당뇨도 고혈압처럼 증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당뇨도 60% 정도에서는 증상이 있습니다. 3다증상이라고 합니다. 다음(polydipsia), 다식(polyphagia) 그리고 다뇨(polyuria)입니다. 많이 마시고, 많이 먹고, 소변을 많이 봅니다. 그러면서도 체중은 줄어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는 불편한 증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병원에 갈 필요성을 느끼는 증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총이 두 자루 있습니다. 하나에는 실탄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총은 빈총입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면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총은 난리가 납니다. 자 왜 난리가 났습니까? 사람들은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맞는다면 왜 빈총은 방아쇠를 당겼어도 얌전합니까? 진짜 이유는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닙니다. 약실에 실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탄이 없는 총은 방아쇠를 당겼어도 조용했던 것입니다. 이런 경우 진짜 이유는 안에 있는 실탄이고, 방아쇠를 당긴 것은 유발요인일 뿐입니다. 이 유발요인을 의학에서는 방아쇠인자(triggering factor)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탄이 장전되어 있는 상태를 '소인이 있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소인은 유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조상 잘못 만난 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질병에 대한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질병이 발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잠김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항상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알러지성 질환(allergic disease)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내당능장애(IGT)부터 보겠습니다. 이것은 지금 곧 치료받아야 하는 당뇨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시해야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당뇨가 발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도 방아쇠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생길지도 모르는 당뇨를 예방하기 위하여 의사가 시키는 것은 이유 불문하고 따라야합니다.
부모 중 한쪽이 당뇨일 경우 자녀가 당뇨가 될 가능성은 25-30% 정도 됩니다. 양쪽 다 당뇨일 경우에는 75%까지 올라갑니다. 이런 사람들은 혈압이나 이상지혈증이 없어도 당뇨의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방아쇠인자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해서 주의해야 합니다. 즉 체중조절하고, 금연하고, 술은 적게 마시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혈압체크도 자주 해보라는 당부입니다. 하기 싫겠지만.
추신) 약실, 방아틀뭉치, 안전장치, 잠김상태 등의 뜻을 모르시는 여자분들은 남편에게 물어보세요. 수구꼴통네 며느리들은 남편에게 물어봐도 모르겠지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