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과 임진강 도보(다섯 번째-4, <完>)
(적성면자장리∼탄현면성동리, 2022년 11월 26일∼27일)
瓦也 정유순
임진각평화누리공원 입구에 있는 임진강역(臨進江驛)에서 약 4㎞쯤 떨어진 반구정으로 향한다. 반구정이 있는 <방촌 황희선생 유적 >에 당도하여 재실인 소명재(昭明齋)와 매표소를 지나 문으로 들어서면 너른 정원 우측으로 방촌기념관이 있다. 방촌기념관(厖村紀念館)은 재상으로서 일구어 온 방촌 황희((厖村 黃喜)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황희의 유품과 서책, 글씨도 전시되어 있으며, 나랏일에는 엄정하고 남들에게는 온유하며 자신에게는 엄격했던 황희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임진강역-2017년5월>
<방촌기념관>
방촌기념관 맞은편의 청정문 안으로는 좌측으로 고직사, 월헌사, 방촌영당, 경모재, 황희동상이 있고, 우측으로 앙지대와 반구정이 임진강 절벽 위에 우뚝 서있다. 청정문(淸政門)은 삼문(三門) 맞배지붕으로 평상시에는 가운데 문은 닫혀 있다. ‘청정(淸政)’이란 방촌 황희가 청백리로서 정치를 했다는 의미로 재상으로서 바르게 정사를 돌보았던 방촌의 인품을 담았다. 월헌사(月軒祠)는 황희의 현손 황맹헌(黃孟獻)의 부조묘(不祧廟)다.
<청정문>
<월헌사>
우선 청정문을 지나 우측에 있는 반구정으로 먼저 간다. 반구정(伴鷗亭)은 조선 초기의 명재상 방촌 황희가 87세의 나이로 18년간 재임하던 영의정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다. 반구정은 임진강이 내려 보이는 기암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푸른 물이 아래로 굽이쳐 흐르고 송림이 울창하여 좋은 풍경을 이룬다. 한국전쟁 때 불타 버린 것을 후손들이 복구하였으며, 1967년 6월 옛 모습으로 다시 개축하였다.
<반구정>
반구정 위쪽으로 앙지대란 정자가 있다. 앙지대(仰止臺)는 원래 반구정이 있던 자리다. 반구정을 아래로 옮기면서 원래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육각형의 좀 더 화려하게 보이는 앙지대라는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앙지(仰止)’는 ‘덕망이나 인품 때문에 우러르고 사모’한다는 뜻이다. 반구정이나 앙지대에서는 맑은 날 정자에 오르면 멀리 개성의 송악산을 볼 수 있다.
<앙지대>
계단을 타고 맞은편으로 내려가면 방촌영당과 황희동상 등이 있다. 고려의 유신(遺臣) 황희는 조선이 개국하자 두문동에 들어가 은거(隱居)하였으나 태조 이성계의 부름으로 다시 조정에 나와 여러 관직을 거쳤으며, 태종 때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에 극구 반대하여 귀양을 가기도 했다. 적당히 시대와 타협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도 했으나 자신의 원칙과 소신에 따른 강직한 성품으로 영의정을 18년간 봉직하였다.
<황희 동상>
방촌영당(庬村影堂)은 황희(黃喜)의 유업을 기리기 위하여 후손들이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황희의 호를 따서 방촌영당이다. 1452년(문종 2) 황희가 세상을 떠나자 세종의 묘정(廟庭)에 배향(配享)하고 1455년(세조 1)에 유림들이 그의 유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현재의 위치에 반구정(伴鷗亭)·앙지대(仰止臺)·경모재(景慕齋)와 함께 이 영당을 짓고 영정을 모셨다. 영당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불에 타버렸고, 1962년 후손들이 복원하였다. 내부 중앙에 감실(龕室)을 두고 그 안에다 영정을 모셨다.
<방촌선생영당>
조선의 많은 선비들은 안분지족(安分知足)을 생활의 제일의 덕목으로 삼았다. 아마도 청백리(淸白吏) 칭송을 받는 방촌 황희는 “자기 분수에 맞게 생활”하기 위해 임진강변 오지에 반구정을 지어 갈매기를 벗 삼아 안분지족하며 여생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돈과 권력에 노예가 되어 한없이 욕심을 채워나가는 현대인들에게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반구정이 되었으면 한다.
<방촌 황희 영정 - 국립중앙박물관>
이왕 파주에 온 김에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에 있는 <율곡선생유적지>로 이동한다. 이원수(李元秀)와 사임당 신씨(師任堂 申氏)의 사이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외가인 강릉 오죽헌에서 출생했지만 아버지의 고향인 파주의 율곡리에서 성장하고 학문을 익혔다. 부모의 용꿈으로 점지된 율곡은 수재(秀才)의 재능이 있었으며, 과거에 응시 9번 장원급제를 차지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이런 율곡이 과거를 보러가며 걸었던 길이 <율곡 이이 구도장원길>이다.
<율곡선생유적지>
<율곡선생유적지> 삼문으로 들어서면 우측으로는 <율곡기념관>이 있고, 그 옆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동상이 나란히 서있다. 좌측으로는 신도비와 자운서원이 있으며, 중앙 좌측 위로 올라가면 율곡과 부모 등 가족묘원이 있다. 율곡기념관(栗谷紀念館)은 율곡 이이(1536~1584)를 봉안하고 있는 자운서원 경내의 율곡교육연수원 제1연수관에 설치한 율곡과 신사임당의 유품을 112점을 전시하고 있는 전시실로 파주시청에서 관리한다.
<율곡기념관>
<율곡(좌)과 신사임당(우) 동상>
<율곡 신도비각>
자운서원(紫雲書院)은 1615년(광해군 7) 지방 유림의 공의로 율곡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하여 창건되어 1650년(효종 원년) 자운(紫雲)이라는 사액(賜額)을 받았다. 1713년(숙종 39) 김장생(金長生)과 박세채(朴世采)를 추가로 배향하여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을 담당하다가 1868년(고종 5)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 1969년 지방 유림의 기금과 국비보조로 복원하여 1975년과 1976년에 보수하였다.
<자운서원 문성사>
높은 대지 위에 사당을 앉히고 사괴석 담장을 둘러 삼문 앞 계단으로 오르도록 설계하였다. 사당은 6칸으로 익공계(翼工系) 형식 팔작지붕이며 그외 신문(神門)과 동서 협문(夾門)은 양측면을 박공(牔栱)으로 마감한 솟을대문 모양이며, 묘정비(廟庭碑)가 세워져 있다. 매년 8월 중정(中丁)에 향사를 지낸다. 경기도기념물(제45호)로 지정되었다가, 2013년 2월 사적(제525호)으로 승격되어 <파주 이이 유적>에 포함되었다.
<자운서원 강인당>
서원 우측의 언덕으로 올라가면 율곡을 포함한 가족묘원이 나온다. 율곡의 직계 가족이 중심 묘역에 나란히 잠들었다. 가장 윗자리에 율곡과 부인 곡산 노씨의 묘(경기도 기념물 제15호)가 전후합장 묘의 형태로 자리했다. 그 아래 맏형 이선과 부인 곽씨의 합장묘가, 그 아래에 모친 신사임당과 부친 이원수의 합장묘(경기도 기념물 제14호)가 있다. 가장 아래쪽은 율곡 선생의 맏아들인 이경림 묘다.
<율곡 이이 묘소(후면)>
가족묘원의 특이한 점은 율곡의 묘와 맏형 부부의 합장묘가 부모의 합장묘보다 위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시대 종종 있었던 역장묘(逆葬墓)의 형태로 풍수를 중요시했던 당시의 풍습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충효(忠孝)를 더 중시했던 당시 상황으로는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율곡 부부의 묘가 전후 합장 방식으로 조성한 것은 부인 노씨가 왜인을 꾸짖다 살해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율곡 부모 묘소>
율곡 이이가 1583년 병조판서 재직 때 <시무육조(時務六條)>를 바치며 십만양병설 등 개혁안을 주장하였으나, 당시 반대파의 “당쟁을 조장”한다는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났다가 이듬해인 1584년 정월에 4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시무육조에는 “창업(創業) 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고, 수성 보다 경장(更張)이 더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다. 율곡의 정신으로 시대를 개혁하는 마음을 다짐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율곡 이이 영정 - 한국은행>
이제 한탄강-임진강 도보답사 마무리를 위해 파주시 탄현면 성동IC 부근으로 이동한다. 탄현면(炭縣面)은 원래 교하군(交河郡)에 속해 있던 탄포면(炭浦面)·현내면(縣內面)·신오리면(新五里面)을 통합하여 파주군에 편입시키면서 탄포면의 탄(炭)자와 현내면의 현(縣)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조강(祖江)이 되어 김포 애기봉 아래로 하여 서해로 흘러 들어간다. 철조망 옆으로 다다갈 수 없어서 먼발치로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철책 넘어 항강과 임진강의 합류>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엄연한 한반도인 북녘 땅이 왜 철조망으로 가로 막혀 있을까? 언제쯤 남북을 가로 막은 철조망이 걷히고 북녘 땅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고구려의 혼이 서린 압록강 너머 만주 땅까지 마음 놓고 갈 수 있을까? 바람도 구름도 새들도 자유로이 넘나들고, 지금은 철길이 북으로 쭉 뻗어 있는데 달리고 싶은 녹 슬은 화통만 남아 있다. <完>
<북으로 달리고 싶은 증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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