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유현준의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을 읽었습니다.
건축에 문외한인 제게 이 책이 새롭게 다가온 건 아마도 다음의 구절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건축물은 인간의 생각과 세상의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결정체다. 건축물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일치할 때만 완성되기에 그 사회의 반영이자 단면이다. 건축물을 보면 당대 사람들이 세상을 읽는 관점, 물질을 다루는 기술 수준, 사회 경제 시스템, 인간을 향한 마음, 인간에 대한 이해, 꿈꾸는 이상향, 생존을 향한 몸부림 등이 보인다. 건축은 이렇듯 그 시대와 사회의 반영이다." p6
"사람의 생각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은 '공간'이다. 공간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7미터 천장고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3미터 천장고에서 공부한 학생의 창의력이 두 배 높게 나왔다는 미네소타대학교의 연구 결과가 있다. 굳이 이러한 실험을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집에서 공부가 안될 때 카페에 가서 분위기를 바꾸면 공부나 보고서 작성이 잘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울할 때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산 정상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일상의 고민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간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한다. 그리고 어떤 공간은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p483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 송당 성당 건축물의 의미, 성당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송동 성당 건축물의 모든 것 하나하나가 모든 교우분들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각자의 의견이 하나로 일치하여 우리 본당 공동체를 드러내는 반영이자 단면이라는 생각. 이 건축물을 보면 우리들의 세상을 읽는 관점, 하느님을 바라보는 시선, 나를 대하는 마음들 모두가 보이고 드러난다는 사실. 인간을 향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이해,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공동체의 모습이 본당이라는 건축물을 통해 드러난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공간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공간의 창조로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말이 우리 본당 공동체의 앞길을 일러주는 말처럼 다가옵니다.
저는 꿈꾸어 봅니다.
우리 송동본당이 모든 이의 '영혼의 우물가'가 되어
언제든 찾아와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누구든 찾아와 시원한 우물에서 샘물을 길어 영혼을 촉촉히 적시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특별히 무거운 짐을 지고 삶의 여러 이유로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좋으신 하느님으로부터 따뜻한 위로와 편안한 쉼을 얻는 공간이 되기를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깊이 만나고 그 만남으로 변화를 이루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첫댓글 요즘 왕배푸른숲 도서관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절로 공부가 되는 분위기가 좋기도 하지만
도서관을 너무 이쁘게 잘 지어서 그냥 책 냄새만 맡아도 행복해집니다.
또한 여행 갈 때도 경치와 더불어 건축물에 대한 감상도 한 몫을 하지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저도 이책을 구입하여 읽고 있습니다.
신부님의 글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