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봄비
씨감자를 심고 보름이 지났다. 영농 실습장에 스물네 개의 구획마다 두 줄로 길게 비닐이 덮여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모두가 감자 파종을 위해 애쓴 흔적이다. 우산을 받쳐 들고 내가 파종한 두 개의 이랑을 바라본다. 고랑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어 걱정이 앞선다. 물이 모자라 말라 죽는 것도 속이 타는 일이지만 비가 너무 잦아 밭고랑에서 물이 빠질 일이 없는 것도 답답하기는 매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겨울비가 내렸다. 지난 겨울철, 우리나라에 내린 강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수일수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측정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전국 강수량은 237mm로 평년의 3배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 강수량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었다. 강수일수도 31.1일로 역대 겨울 중 가장 길었다고 한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평년보다 1.9도 높은 역대 2위의 덜 추운 겨울이었다는 뉴스를 접하니 걱정스럽다.
벚꽃이 만발한 봄날에도 비가 와서 걱정이다. 봄나들이나 꽃구경은 고사하고 맑은 하늘에 양떼구름이 그리워진다. 황사로 뿌연 하늘이거나 구름이 낀 흐린 날이 아니면 안개구름으로 하루 종일이 축축하다. 그러다 이삼일 비가 내린다. 쨍하고 해 뜰 날을 기다리다 치질 것만 같다. 이제 맑고 밝은 봄날이 그리워진다. 비가 추적거리는 오늘도 개일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봄비를 소재로 하는 노래가 많다. 물론 모두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현인의 <서울야곡>에는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 그라스엔 눈물이 흘렀다”라며 눈에 보이는 빗물을 눈물로 감정 이입한 사랑 이야기다. 비 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이은하의 <봄비>.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라는 가사는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시작하면 자동 반복되는 노래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봄비를 좋아하냐고 묻는 배따라기의 봄비는 어떤가.
떠난 사랑도 좋고,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도 상관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비닐에 덮여 땅속에 묻혀있는 내 씨감자의 싹이 걱정스럽다. 혹 싹도 못 틔운 사랑의 추억이 될까 걱정스럽다.
첫댓글 출근길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내가 뱉은 탄성인듯 들린답니다
년간 31일이 비가 왔다니 장사가 훨씬 덜 된것이 당연한듯합니다
아울렛 특성상 비오면 사람들이
찾질 않아요 그대의 감자 싹 만큼 속이 타들어갑지요
인간이 만들어낸 일이라면 벌이라 생각하고 반성하고 노래나 불러야 하나 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