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33강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세 분 시인의 디카시 감상 평설을 소개한다.
울산의 대표적인 상징, 태화강을 소재로 한 백로와 갈까마귀떼의 강한 모천본능,
가시밭길 위로 피워 올린 열정의 탱고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내장산의 그랜드 케니언의 사유가 두드러졌다.
#디카시
모천회귀(母川回歸) /강옥
폭포를 거슬러 오르고
곰의 먹이가 될지라도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가
종(種)의 미래를 생산하리.
-감상-
물이 빠져나간 모래톱에 스며든 물결 흔적이 회귀를 위해 거친 강물 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떼와 어쩌면 저렇게 딱 맞아떨어졌는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태어난 곳을 벗어나 넓은 바다를 마음껏 돌아다니다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기필코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강한 모천회귀 본능은 사람에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울산 태화강도 연어 떼가 회귀하고 백로와 수만 마리 갈까마귀 떼도 찾아오는 아름다운 곳이 되었지요. 고향을 떠나온 지 삼십년이 넘어 울산이 제2고향이 되었는데도 모천회귀하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며 이 디카시에 흠뻑 빠져봅니다.
글=이시향 시인
#디카시
사노라면 / 이민화
가시밭길만 걸어온 줄 알았다
살다보니 꽃 피운 날 있었다는 걸
꽃 지고나니 알겠다
-감상-
이미화 시인의 디카시 '사노라면'을 마주하는 순간 탄식이 나왔습니다.
"아이고야 힘들었겠다" 하지만 지금 민들레는 가장 숭고한 일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이 순간 행복한 민들레는 지나온 그때 그 시절 힘들어하던 자신의 처지를 떠 올릴 것입니다.
태어나보니 가시 밭길. 이리저리 열심히 살아보아도 온통 가시 덤불. 나비인들 벌인들 제대로 찾아와 주었겠습니까?
그래도 묵묵히 제 할 도리를 책임감 있게 다해준 민들레가 대견합니다.
이 시간에도 삶이 힘들어 좌절하면서 한숨짓는 사람들이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그래도 돌아보며 우리는 말합니다. 그때가 참 좋았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 시절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힘들어도 하루하루를 열정 넘치게 살다 보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 후회 없이 살았노라 당당하게 자신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때가 좋았다는 건 분명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 순간도 언제가는 그때가 될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냅시다.
글=박해경 시인
#디카시
버스 타고 미국 가다 / 양성수
아메리카 대륙 미 연방 합중국 서부 내장산에 있는
그랜드 케니언에 가다
마음이 길이다
-감상-
세월이 만들어낸 흔적은 딱딱한 껍질을 만들고 그 속에 역사를 숨기고 있다.
대륙의 광활하고 웅장한 자연이 빚어낸 시간의 두께는 쌓인 만큼 인고의 역사가 느껴진다.
그 웅장한 역사가 내장산 어디쯤에도 있는 것이다.
중국으로 유학을 가던 원효 스님이 해골에 고인 물을 아주 맛있게 먹은 것처럼 대상만 다를 뿐이지 그 속에 품은 원재료에는 변함이 없다.
불교에서 나온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처럼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의 가까운 곳에 우리가 바라는 무엇이든 존재한다.
우리가 마음먹기에 대상은 멀리 있기도 가까이 있기도 한 것이다.
나무 껍질에서도 그랜드 케니언을 연상할 수 있는 시인의 유연한 사고가 디카시를 읽는 사람마저 공간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한다.
글=박동환 시인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시인 세 분의 평설을 통해 태화강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모티프를, 혼탁한 가시밭길을 극복한 자화상을, 내장산 나무껍질을 통해 그랜드 케니언을 연상시키고 있다.
디카시는 가장 짧은 한편의 영화다. 작가는 영화감독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영화의 축소판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대신 전달해주는 시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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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 벼리영 님의 <꿈, 낚다>를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꿈, 낚다 / 벼리영
벼리영 님의 '꿈, 낚다'는 한마디로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무를 가지고 유로 창조해내는 디카시 창작 역량이 무척 놀랍다. 크레인을 초릿대로 비유하면서, 고래 모양의 '구름을 낚는 것'을 '꿈을 낚는 것'으로 진술한 시적 언술이 디지털 공감대를 확보하는 근간이 된다.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를 연동시켜 본질과 허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관찰은 사유를 만든다. 섬세한 시적 안목이 생활문학의 가치를 구현해 주고 있다.
구름에 불과한 시적 대상을 고래로 재생시켜 사유의 초릿대로 낚고 있다.
"디카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유영하는 극순간 예술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 생활문학을 낚을 수 있는 디카시 강태공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