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북경대에선 무슨 일이?
중국이 세계 경제 무대에서 주목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 국가가 경제성장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유가 있지만, 현재 세계 경제의 맏형인 미국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먼저 2009년 7월 1일 북경대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가늠해보자.
중국을 방문한 믹구의 재무부 장관 티모시 가이스너가 북경대 경제학부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중국의 인재들이 죄다 모였다는 북경대, 그곳에서도 실력이 만만치 않은 경제학부 학생들중 한 명이 가이스너에게 질문을 던졌다. "달러는 믿을만합니까?" 그러자 가이스너가 대답했다. "문제 없습니다."
그 순간 북경대 강당이 폭소로 뒤집어졌다. 왜 북경대 학생들은 가이스너의 대답에 배꼽을 잡고 웃었을까? 이미 달러는 문제가 있었고, 그 점에 대해 북경대 학생들은 모두 공감하고 있었던것이다. 그럼 도대체 미국 달러의 문제는 무엇일까?
달러, 흔들리는 기축통화
미국 달러의 문제점은 미국의 본원통화의 증가와 금리 변화를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본원통화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에서 찍어내는 돈, 즉 시중에 공급되는 현금을 말한다. 따라서 본원통화가 증가했다는 것은 미국 연방은행에서 달러는 엄청 찍어냈다는 얘기인데,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기존보다 딱 두 배 많은 달러를 찍어냈다. 경기가 어려우니까 그냥 달러를 찍어뿌렸다고 보면 된다.
미국의 현재 금리는 어떤가? 제로. 금리가 제로라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가 돈을 공짜로 빌려줄까? 친구와의 돈 거래는 물론이요, 부모 자식 간에도 웬만해선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예수와 부처가 거래한다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금리가 제로라는 것은 국가가 100% 규제에 들어갔고, 쓰러져가는 기업과 은행을 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가 달러를 마구 찍어 돈을 풀었다는 얘기다. 바로 미국의 현실이었다.
그렇게 마구 찍어낸 달러의 가치가 '문제없음' 일 수 있을까?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미국의 재무부 장관 앞에서 북경대 경제학부 학생들이 폭소를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그들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간파했을 뿐 아니라 미국 경제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과 미국의 역전된 경제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에피소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