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주의 정밀성과 현장 감각
미(微)에 신(神)이 있느니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소설을 쓰며, 우리가 한국디카시인협회의 미주지역 공동대표로 위촉한 홍영옥 작가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주지역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행사에서 디카시공모전을 열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어서, 흔쾌히 수락하고 상장명의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요한 사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와 같이 디카시 창작의 저변이 눈부신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여러 지역에서 우리 협회나 한국디카시연구소와 상관없이 공모전 또는 시상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필자는 '식당도 모여 있어야 영업이 잘 된다'는 언사와 더불어 이를 수긍하고 흡족해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 지역에 자생의 다카시 단체가 결성되어 우리협회와 상호 협력의 길을 모색해 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드넓은 초원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큰 나무들로만 그 경색(景色)을 채울 수 없다. 소박하고 조촐하지만 끈기 있고 전파력 있는 '풀뿌리'들이 풍성해야 한다. 일찍이 김수영 시인이 그의 대표 시 「풀」에서 묘사한 것처럼. 이 민초(民草)와도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디카시인이 너무도 소중하다. 또한 그간의 계간 《디카시》와 더불어 새롭게 계간으로 창간된 《한국디카시학》이 발표 지면을 늘리는 공(功)을 이루었고, 도서출판 '작가'에서 디카시집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디카시 공모전도 전국 각지에서 사뭇 활발하다.
한국디카시인협회에서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홈페이지를 완비하고, 이를 통한 활동에 들어갔다. 앞으로의 여러 계획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디카시는 '작은 문필'들의 '시 놀이' 생활문학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그런 연유로 그 작은 숨결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글의 제목을 이병주 소설에서 그 수사(修辭)를 빌려 '미(微)에 신(神)이 있느니라'라고 했다. 그와 같은 마음으로 이 세상의 남녀노소, 갑남을녀 모두가 일상의 예술이요 예술의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든 상상력과 창의력의 발현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함께 손잡고 나갈 것을 간곡하고 정중하게 요청한다. 어느 누구의 가슴 속에나 여리고 따뜻하며, 또 강고하고 예민한 시심(詩心)이 숨어 있는 까닭에서다.
김종회교수의 디카시 강론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 중에서
2024. 10. 17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