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는 공존, 갈등은 본능: 연상 ④/4, 트랙돌기와 시공차원
트랙돌기의 논리
인간이 반시계 방향으로 트랙을 달리는 것을 선호하는 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제일 설득력 있는 설로서 지구 자전에 따른 인간의 본능설이다. 지구는 하루에 한 번씩 자전축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동쪽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물론 인간은 지구가 도는 것을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몸에 배어있어 지구처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이 지구 자전 연관설은 북반구의 왼쪽 돌기(자전방향인 반시계 방향)는 설득력이 있지만, 남반구에서는 좀 다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지구의 자전 방향은 남반구나 북반구에서 똑같다. 다만 인간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북반구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면 분명히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남반구에서 지구를 올려다 보면 그것은 분명히 시계 방향으로 돈다. 지구본을 위에서 내려보고 아래서 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지구 자전방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보는 위치가 바뀐 것이다.
둘은, 세상에는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오른발잡이들이 트랙의 곡선주로를 달릴 땐 곡선 안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한다. 달리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안쪽 팔다리는 작게, 바깥쪽 팔다리는 크게 움직여야 한다. 직립 동물은 일반적으로 왼쪽 다리는 받치는 기능이 강하고, 오른쪽 다리는 차고 미는 힘(spurt)이 강하다고 한다.
셋은 뇌 과학 이론이다. 우뇌가 좌뇌보다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왼쪽 눈을 통해 공간을 더 잘 볼 수 있다.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지배하기 때문에 트랙을 왼쪽으로 돌 때 더 편하고 빠르게 돌 수 있다.
넷은 인간의 심장이 왼쪽에 있기 때문에 달릴 때 심장이 트랙 안쪽에 있어야 구심력이 원심력보다 커져서 가속된다는 말이다.
다섯은 역사적 전통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전차경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관행설이다.
여섯은 자연적인 현상에서도 볼 수 있다. 이론이라기보다는 관행으로 여기는 것이다. 동네 산의 올레길이나 공원의 둘레 길도 자연히 왼쪽 트랙 돌기이다. 욕조 물 내리기, 무역풍, 편서풍, 전향력(轉向力, Coriolis force) 등도 좋은 예이다. 반시계 방향(counterclockwise, anticlockwise)은 단순한 뜻보다 시간의 흐름을 타거나 거스른다는 양면의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인과 집단, 방향성과 세계화
‘왼발 먼저, 좌횡서, 우측통행’이라는 문제는 인간의 습관과 생존에 관련된 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차원을 달리하면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개인과 집단, 정태(靜態)와 동태(動態)라는 차원에서는 방향성이 주요한 의미를 갖는다(김동렬, 방향성을 판단하라, 2020.11.22).
개인은 행동이 집단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억제되고 잠재될 뿐이다. 정태적 차원에서 볼 때 개인과 개인의 차이가 비슷하더라도 집단을 형성하면 막강한 힘을 갖게 되고 집단 간 경쟁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엄청난 것이 된다(한국사람 vs 일본사람).
동태적으로 보면 경쟁에서 밀리면 때를 기다려야 하고, 때가 다가오면 새로운 주류로서 기준을 바꾸게 된다. 예를 들어 국제표준에 안 따르는 것도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게 된다. 미터법이 주류인데 척관법이나 야드파운드법을 고집하면 당연히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디지털이나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이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도 마찬가지이다.
다차원의 결정에서 적어도 시간 차원(時系列, time series)과 공간 차원(橫斷面, cross section)의 조화를 지향해야 한다. 시대적 차원의 역사적 흐름과(동태관) 공간적 차원에서 협력의(정태관) 방향성은 존재의 존망과 직결되는 것이다. [초고 2022.01.22.]
* 더보기: 심의섭, 곰곰이 생각하는 수상록 4, 거울의 헛기침, 한국문학방송, 2022.05.10.: 20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