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 한의학 뿌리 내린 한규언 박사
나는 ‘가난한 지구촌 사람들을 사랑한 한국의 슈바이쳐들’이란 책을 준비하기 위해 <정부파견의사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현장조사 방문을 하였다. 여러 가지 제약상 겨우 두 나라, 스리랑카(한규원, 2010.12.7~12.11), 네팔(이용만, 2010.12.11~12.15)를 방문하였으며 김호균 교수와 동행하였다. 공식적인 기록은 책으로 발간하였다.(한국국제협력단(심의섭 외), 가난한 지구촌 사람들을 사랑한 한국의 슈바이쳐들, 2011, 256쪽). 여기에는 당시의 여행낙수를 남기고자 한다.
스리랑카의 허준 한규언 박사, 한의학을 스리랑카에
한규언은 대한민국 한의사로, 정부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스리랑카에 파견된 것을 계기로 현지 의료봉사에 평생을 바친 의료인이다. 정부 파견 기간이 끝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스리랑카에 남아 한의원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에게 한방진료와 침 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다. 특히 농촌 주민과 노약자, 만성 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헌신적인 진료를 펼쳐 현지인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 또한 스리랑카 의료인들에게 한의학의 기본 원리와 침술을 소개하고, 한국 전통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하였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한국과 스리랑카를 잇는 우호의 가교가 되었으며, 한국인의 나눔 정신을 국제사회에 알린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언론과 교민사회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오랜 기간 변함없는 봉사정신으로 많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스리랑카 첫 방문의 기억
2010년 12월 7일 (화), 매서운 겨울 새벽 3시 50분 집을 나섰다. 안성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은 처음이라 아내가 대림동산역까지 함께해 주었다. 공항버스는 평택과 오산을 거치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 둘 올라 타면서 만원이 되었고, 약 3시간 만인 오전 7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9시 20분 캐세이퍼시픽 항공편으로 김호균 교수와 함께 출국하여 홍콩에서 6시간을 기다린 뒤 타이베이를 거쳐 방콕으로 향했다. 방콕에서도 한 시간가량 기내에서 대기한 끝에 다음 날 새벽 0시 20분, 마침내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도착했다. 걱정했던 입국 절차는 도착비자 스탬프 하나로 간단히 끝났고, 정부 파견 한의사였던 한규언 원장 부부가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2010년 12월 8일 (수), KOICA 스리랑카 사무소를 방문해 조상우 지사장과 남영숙 부소장을 만났다. 한규언 원장은 파견 기간이 끝난 뒤에도 현지에 남아 한의원을 운영하며 침과 뜸 치료를 통해 비만 치료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의료기기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진표를 하였으며, 영어 침구학 교재를 집필하고 의학 논문을 발표하는 등 스리랑카 한의학 보급에 헌신하고 있었다. 남영숙 부소장은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어 교육과 한국 취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전하며, 산업연수생 선발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에 20만 명이 응시할 정도로 '코리안 드림'의 열기가 뜨겁다고 소개했다.
비록 타밀 반군과의 내전은 그해 종료되었지만, 시내 곳곳에는 무장 경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고, 온화한 기후와 따뜻한 인심은 '미소의 나라'라는 인상을 남겼다. 첫날의 긴 여정과 낯선 풍경 속에서도 스리랑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따뜻한 나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스리랑카에서 만난 사람과 문화
12월 9일 (목) 아침, 호텔 뷔페에는 우리나라 찰떡을 닮은 우유떡과 큼직한 고추, 통마늘이 놓여 있었다. 고추는 보기와 달리 순했고, 마늘도 생으로 먹을 만큼 부담이 없었다. 비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규언 한의사가 근무하는 국립 아유르베다병원 내 Korean Clinic을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한 원장은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침과 뜸으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으며, 특히 20년 동안 딸꾹질에 시달리던 환자를 완치해 병원 의료진까지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병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의 의료봉사 활동에 대한 높은 신뢰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스리랑카는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를 배출한 나라답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곳곳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설명도 들었다. 저녁에는 전통음식점에서 KOICA 파견원들과 식사를 하며 현지 문화를 체험했는데, 고개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드는 동작이 '예(Yes)'를 뜻한다는 사실은 가장 흥미로운 문화적 차이였다.
12월 10일 (금) 세계보건기구(WHO) 스리랑카 사무소를 방문하였다. 당시 인도인 소장은 한국이 지원한 이종욱 박사 기념기금(Korea–Lee Jong-wook Memorial Fund)과 말라리아, 뎅기열 퇴치 사업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과의 협력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 KOICA를 방문한 뒤 인도양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 식당에는 다람쥐와 까마귀가 자연스럽게 드나들었고, 해안에는 무궁화를 닮은 붉은 히비스커스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거리에는 우측 핸들 자동차와 삼륜택시인 '뚝뚝'이 분주히 오갔고, 흰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도로를 한가롭게 거니는 소와 개가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모기를 함부로 죽이지 않고 쫓아내는 생활습관과 가로수로 심은 대나무도 인상적이었다. 저녁에는 중국 음식점에서 마지막 만찬을 가진 뒤 호텔을 체크아웃하며, 짧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스리랑카 방문을 오래도록 추억하게 될 것임을 실감했다.
< 더읽기 >
‘스리랑카의 허준 한규언 한의사, 한의학을 스리랑카에’, 가난한 지구촌 사람들을 사랑한 한국의 슈바이쳐들, 한국국제협력단(심의섭, 김호균, 최영로, 박장원), 휴먼드림, 2011.03.14.: 138~143 참조
첫댓글 심 교수님, 2010년 스리랑카 방문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덕분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스리랑카에서 현지인들의 뜨거운 '코리안 드림'을 확인하셨던 그해 2010년, 저 역시 몽골을 방문하고 있었던 터라 당시의 기류와 인상들이 더욱 남다르고 깊게 다가옵니다.
오늘 아침 신앙 칼럼을 쓰며 우리 대한민국의 번영과 위상에 대해 다시금 묵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한류와 국력의 성장은 결코 우리가 잘나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과 섬김의 기회'이자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번영을 구원처럼 붙들지 않는 지혜"를 품고, 교만에 빠지지 아니하며 지구촌의 이웃을 겸손히 섬겨야 한다는 마음을 되새기게 됩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의학을 통해 묵묵히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며 참된 한국인의 귀감이 되어준 한규언 박사님의 발자취,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고 따뜻하고 정갈한 기록으로 담아주신 심 교수님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소중한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