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
20세기 최고의 정치 풍자 소설로 평가받고 있는 동물농장이 소설은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소설 속에서 인간의 폭압에 항거하여 반란을 일으킨 동물들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하지만 동물들이 꿈꾸는 세상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무엇이 그 꿈을 이룰 수 없게 했는지 생각하며 함께 읽어보자.
-----------------------------------------------------------------------------------------
예언자 메이저 영감
매너 농장의 주인 존서 씨는 밤단속을 하기 위해 닭장에 자물쇠를 채우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술을 퍼마신 탓일까. 깜빡 창고 문 잠그는 것을 잊어버린 채 비틀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가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존서씨 침실의 불이 꺼지자 농장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농장의 동물들은 미리 약속했던 대로 주인 존스 씨가 잠들자말자 재빨리 농장 큰 창고로 모여들었다. 큰 창고 한 구석, 단상에는 메이저 영감이 편안히 자리 잡고 있었다. 메이저 영감은 나이가 열두 살인 수퇘지로 풍채 좋고 인자한, 농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동물이었다. 어느새 큰 창고에는 농장의 거의 모든 동물들이 각기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짐마차를 끄는 말 복서와 클로버, 흰 염소 뮤리엘과 늙은 당나귀 벤자민 그리고 새끼 오리들과 고양이까지 농장의 거의 모든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메이저는 모든 동물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한 번 큰 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동지 여러분, 나는 아무래도 여러분과 오래 같이 살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내가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여러분들에게 전해 주고 가는 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자, 여러분, 우리들의 생활을 한 번 돌아봅시다.우리는 평생 고생만 하다가 죽을 때에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합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저 인간들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다가 마침내 도살장으로 끌려가 최후를 맞지 않습니까. 인간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알도 낳지 못하고 쟁기도 못 끕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인간들을 위해 쓰여지는데 막상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뭐가 있습니까? 우리 삶의 모든 괴로움이 인간의 폭정에서 생겨난다는 것은 너무나 뚜렷한 일이 아닙니까? 우리 모두 일어나 인간을 몰아냅시다. 동지 여러분, 반란을 일으킵시다! 언젠가 정의가 실현될 그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적입니다! 모든 동물은 동지들입니다." 잠시 동물들을 둘러본 후 메이저는 말을 계속했다. "이제 간밤에 내가 꾼 꿈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 꿈은 인간이 사라진 세상, 바로 낙원에 관한 꿈이었습니다. 그 꿈속에서 나는 어렸을 적 어머니와 아주머님들이 즐겨 부르던 그 노래를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 노래는 오래 전에 우리 조상들이 불렀다고 합니다. 이제 내가 그 곡조와 가사를 가르쳐 주면 여러분들은 스스로 더 잘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곡목은 영국의 가축들입니다." 메이저 영감은 헛기침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쉰 목소리였지만 노래는 썩 잘 불렀다. 그 노래를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언젠가 그날이 올지니/독재자 인간은 추방되리라/풍요한 들판에는/오직 동물들만 활보하리라 //코에서는 굴레가 사라지리라/등에서는 멍에가 벗겨지리라/재갈과 박차는 영원히 녹슬리라/잔인한 회초리는 더 이상 없으리니... 인간들이 사라진 후 동물들이 지배하는 황금시대에 관한 그 노래는 곧 모든 동물들이 따라 부를 수 있었다. 그들은 노래를 암기 하가 큰소리로 합창하기 시작했다. 암소는 음매, 개는 멍멍, 말은 힝힝 하며 연거푸 다섯 번이나 불러댔다. 만일 존스 씨가 잠에서 깨어 허공에 대고 총을 쏘지만 않았다면 그날 밤 내내 그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반란, 동물농장의 탄생
메이저 영감은 사흘 후 잠을 자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체는 과수원 아래 기슭에 묻혔다. 3월초, 메이저 영감이 죽은 후로 농장에서는 비밀 모임이 시작되었다. 메이저의 열성적인 연설은 총명한 동물들에게 일종의 깨달음을 주었다. 언제 반란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대를 대비한 준비는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그 준비는 가장 영리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돼지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돼지들 중에서도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이라는 두 마리의 어린 수퇘지는 어떤 돼지보다 뛰어난 돼지였다. 그리고 농장 동물들 중에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스퀼러라는 돼지까지 세 마리의 돼지가 주축이 되어 일을 진행시켰다. 세 마리의 돼지들은 나름대로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이른바 '동물주의'라는 것을 발표했다. 동물들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모임을 갖고 반란과 동물주의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했다. 모든 동물이 다 이해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모르면 모르는 대로 열심히 듣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동물들의 모임은 항상 '영국의 가축들'을 합창하는 것으로 끝을 맺곤 했다. 어느덧 6월이 되어 건초를 수확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농장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존스 씨는 잡초가 무성한 농장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날마다 술만 마셔댔다. 그러던 어느 날 존스 씨는 하루 종일 술을 마시느라 가축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종일토록 농장 동물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그렇게 저녁이 되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암소 한 마리가 곳간 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을 신호로 모든 동물이 곡물 상자에 머리를 박고 마음대로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큰소리에 놀란 존스 씨는 회초리를 갖고 뛰어왔지만 성난 동물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존스 씨와 농장 일꾼들, 존스 부인은 헐레벌떡 도망치기에 바빴다. 처음 얼마동안 동물들은 자신들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반란이 성공한 것이다. 처음에 그들은 무리를 지어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러고 나서 농장 건물로 뛰어와서 가증스런 존스 씨의 흔적을 말끔히 없애 버리기 시작했다. 먼저 재갈, 코뚜레, 눈가리개 그리고 채찍 등을 찾아 불 속에 던져 넣어 버렸다. 동물들은 회초리가 불 속에서 타오르는 것을 보자 모두 기쁨에 넘쳐 날뛰었다. 존스 씨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 나폴레옹은 모든 동물들을 식량창고로 데리고 가 평소보다 두 배의 먹이를 분배해 주었다. 그리고 모든 동물들은 '영국의 가축들'을 연거푸 일곱 번이나 부르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동물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자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은 그들을 소집했다. "동지 여러분! 지금은 여섯이 반입니다. 오늘은 건초를 수확합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스노우볼이 말했다.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은 흰 페인트와 검은 페인트와 검은 페인트 통을 들고 농장의 팻말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시실 스노우볼과 몇몇 똑똑한 돼지들은 극비리에 글자를 익혔기 때문에 인간의 말을 쓰고 읽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표되었다. 스노우볼은 앞발의 두 발톱 사이에 붓을 끼워'매너 농장'을 지우고 '동물농장'이라는 글씨를 적어 넣었다. 그런 다음 큰 창고의 벽에 '칠계명'이란 것을 쓰기 시작했다.
1. 두발로 걷는 자는 적이다.
2. 네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자는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선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이것은 아주 깨끗하게 쓰여졌는데 스노우볼은 다른 동물들에게 큰소리로 내용을 읽어주었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고 영리한 동물들은 당장 내용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소 외양간의 전투 여름 내내 농장의 일은 별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었다. 모두가 힘을 합해 열심히 일하고 아무도 음식을 훔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는 평상시보다 한 시간 늦었고 식사 후에는 동물 총회의가 열렸다. 그 모임에서 여러 계획이 세워지고 토의를 거쳐 일이 결정되었다. 회의를 주관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돼지들의 몫이었다. 돼지들은 마구간을 자기네 본부로 정하고 밤마다 농장 집에서 가져온 책을 보면서 공부했다. 대장장이 일이나 목공 일등 여러 기술을 익히고 배웠다. 스노우볼은 이른바 '동물위원회'라는 것을 조직해서 읽고 쓰는 학습반을 운영하는가 하면 '계란 생산 위원회'와 같은 위원회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읽고 쓰는 학습반은 그래도 존 진척이 있었다. 그것도 그나마 제대로 읽고 쓸 줄 아는 동물은 몇 마리에 불과했다. 당나귀 벤자민은 어느 돼지보다 잘 읽고 쓸 줄 알았지만 세상엔 읽을 믿을만한 게 없다며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돼지들과 개들은 아주 뛰어난 편이었고 말복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알파벳 ABCD이상은 외울 수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그런 위원회에는 별관심이 없었다. 그는 어린것들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면서 새로 태어난 강아지 아홉 마리를 모두 자신이 기르겠다며 어미 개로부터 데려가 버렸다. 그 강아지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은 비둘기들을 날려 보내 자신들의 반란 이야기를 다른 농장 동물들에게 퍼뜨리도록 했다. 사람들은 자기네 농장이 행여 그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농장'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는 동물들이 서로 잡아먹고 벌겋게 달군 편자(말발굽에 대고 붙이는 쇳조각)로 고문한다더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 동물 농장은 사람들의 증오의 대상이었다. 10월 초순 흥분한 한 떼의 비둘기들이 '동물 농장'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존스가 건장한 남자 대여섯 명과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존스는 총까지 들고 있으며 분명히 농장을 빼앗기 위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일은 예상했던 일이었다. 스노우볼은 나름대로 병법을 연구해 왔으므로 방어를 맡기로 했다. 사람들이 농장건물에 다가왔을 때 스노우볼은 첫공격을 개시했다. 비둘기들은 공중에서 똥을 내리깔겼고 거위들과 양들 ,말 복서 ,당나귀 벤자민도 무서운 기세로 공격했다. 거기에 외양간에 숨어 있던 동물들의 기습으로 전세는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스노우볼은 부상당해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게 존스에게 덤벼들었다. 침입한지 5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승전 축하연을 열었다. 그들은 총에 죽은 양의 장례를 엄숙하게 치르고 이번 전투의 공적에 대해 토론했다. 그들은 무공훈장'제1급 동물 영웅'을 제정할 것을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스노우볼과 복서에게 메달을 수여했다. 이 전투의 이름은 상당한 격론을 거쳐서 동물들이 기습 작전을 편 외양간을 기념하는 의미로 '소 외양간 전투'라 부르기로 했다.
쫓겨난 스노우볼
다음해 1월이 되자 매서운 추위가 엄습했다. 실제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동물들은 큰 창고에서 자주 모임을 가졌다. 돼지들은 다가오는 봄에 할 일을 계획하느라 분주했다.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의 대립이 없었다면 모든 토의는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둘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가령 스노우볼이 귀리(포아풀 과의 한해, 혹은 두해살이 식물로 열매는 먹거나 사료로 씀)를 심자고 하면 나폴레옹은 그 땅에는 양배추를 심어야 한다고 맞서곤 했다. 스노우볼은 뛰어난 말솜씨로 대중을 사로잡곤 했다. 반면에 나폴레옹은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데 재주가 있었다. 둘의 대립은 스노우볼이 제안한 풍차 건설 문제로 더욱 심해졌다. 농장 전체는 풍차 문제로 완전히 두 파로 갈라졌다. 스노우볼은 이것이 힘든 일이지만 완성하고 나면 동물들은 1주일에 사흘만 일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풍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면 전동기계를 사용할 수 있고, 훨씬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한편 나폴레옹은 당장 시급한 것은 식량증산이며 풍차에 매달리다보면 모두 굶어 죽을 거라고 반대했다. 동물들은 풍차 건설 안을 투표에 붙이기로 했다.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은 번갈아 일어나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그때까지 동물들은 찬반이 거의 비등했다. 그런데 스노우볼이 두 번째 연설을 하자 사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열성적인 말투로 천박한 노동의 부담이 동물들의 등에서 벗겨지는 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연설을 마쳤을 때 투표는 해보나마나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바로 이때 나폴레옹이 일어나 곁눈질로 스노우볼을 노려본 다음 갑자기 높은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나폴레옹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어디선가 갑자기 큰 개 아홉 마리가 창고 안으로 뛰어 들어와 스노우볼에게 덤벼들었다. 놀란 스노우볼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고 ,간신히 울타리구멍을 통해 농장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을 목격한 동물들은 놀라서 공포에 질린 채 아무 말도 못했다. 그 개들은 예전에 나폴레옹이 어미로부터 빼앗아 갔던 바로 그 강아지들임에 틀림없었다. 나폴레옹은 개들을 이끌고 높은 단상에 올랐다. 그는 앞으로 일요일 아침 모임은 폐지할 것이며 농장의 모든 일은 자신이 의장직을 맡고 있는 돼지들의 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선언했다. 동물들은 이 성명을 듣고 당황했다.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항의할 동물들이 많았다. 말복서도 어쩐지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개들이 으르렁대며 위협했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봄이 되자 밭갈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스노우볼이 쫓겨난 지 3주일 만에 정말 놀라운 조치가 내려졌다. 세상에 스노우볼이 주장하던 풍차를 세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나폴레옹이 그렇게 반대하던 풍차를 왜 세우기로 했는지 물어보자 대변인 스퀼러는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바로 나폴레옹 동지의 꾀였습니다. 나폴레옹 동지는 어느 누구보다 풍차건설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교한 스노우볼을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하는 것처럼 꾸몄던 겁니다. 전술입니다. 동지들, 전술입니다."
불길한 변화
그 한 해 동안 동물들은 줄곧 노예처럼 일했다. 그러나 바로 자기 자신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누구나 열심히 일했다. 8원이 되자 나폴레옹은 일요일 오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출석하지 않으면 식량배급을 줄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일을 많이 했는데 수확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고 고생스러운 겨울을 보내게 되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게다가 풍차 건성을 돌을 하나하나 깨서 날라야 하는 중노동이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동물들이 작업명령을 듣기 위해 모였을 때 나폴레옹은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동물농장'은 사람들의 농장과 물품거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풍차에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동물들은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인간들과 어떤 거래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철칙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역시 누구도 반대 의사를 발표할 수 없었다. 이빨을 드러낸 개들이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장 동물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 일은 이것 하나가 아니었다. 얼마 지나기 않아 나폴레옹과 돼지들은 전에 존서 씨가 살던 집에서 살기고 했다며 발표했다. 돼지들은 인간의 집에서 살면서 침대에서 자고 응접실을 오락실로 쓴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클로버는 침대사용을 금한다는 '칠 계명'을 기억해내고 염소 뮤리엘을 데리고 창고 벽으로 갔다. 그녀는 문장을 읽지는 못했으므로 뮤리엘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무리엘 넷째 계명을 좀 읽어줘요 .절대로 침대에서 자지 말라는 계명이 있지요?" 뮤리엘은 더듬거리며 한자 한자 읽어 나갔다.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자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어요." 클로버는 처음에 '칠계명'이 만들어졌을 때 넷째 계명에 이불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가을이 되자 동물들은 지쳐 있었지만 행복했다. 풍차가 거의 완성단계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모든 고생을 보답 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11월이 되자 더 이상 풍차를 지을 수가 없었다. 날씨가 너무 축축해서 시멘트를 섞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심하게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붕에서 기왓장이 날아가기 시작했다.두려움에 떨며 밤을 지새고 아침이 되어 밖으로 나왔을 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풍차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이다. 동물들은 일제히 풍차 쪽으로 달려갔다. 나폴레옹은 잠자코 서성거리며 때로는 땅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그는 무언가 열심히 생각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동지 여러분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바로 스노우볼이랍니다. 그 배신자는 쫓겨난 분풀이로 이런 짓을 한 것입니다. 이제 나는 스노우볼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누구라도 그를 잡는 자에게는 훈장을 수여할 것입니다." 동물들은 충격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 간악한 스노우볼이 이런 짓을 하다니 어떻게 하면 그를 잡을 것인가 말하느라 농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무너질 수 없습니다. 다시 시작합시다. 스노우볼에게 본때를 보여줍시다. 전진합시다! 풍차만세! 동물농장만세!" 나폴레옹은 큰소리로 외쳤다.
처형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동물들은 온 힘을 기울여 풍차 재건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낸다고 해도 이전처럼 열심히 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항상 추위에 떨고 굶주려 있었다. 이러는 사이 어디에서도 스노우볼의 모습을 본 동물은 없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무슨 일이든 잘못된 일이 있으면 그것은 배신자 스노우볼의 짓으로 간주되었다. 나폴레옹과 스퀴러가 무엇이든 스노우볼의 탓으로 돌리자 나중엔 다른 동물들까지 모든 잘못을 스노우볼의 짓으로 말하지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때 스퀼러가 동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중대 발표를 했다. "동지 여러분, 아주 무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스노우볼은 저 소 외양간 전투에서도 우리를 배신했습니다. 그건 우리도 목격한일이 아닙니까?" 동물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스노우볼은 용맹스럽게 싸웠다. 거의 의심을 하지 않는 복서조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노우볼은 전투에서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건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 그가 부상당해 피를 흘리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요?" 복서의 말에 스퀼러는 약간 흥분한 채로 말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술수였습니다. 존서의 총알은 스쳤을 뿐이지요. 만일 우리의 영웅적인 지도자 나폴레옹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폴레옹 동지가 존스를 향해 용감히 뛰어든 것을 기억하고 있지요?" 스퀼러가 진지하게 열심히 이야기하자 모든 동물들은 정말 그랬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스퀼러는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한마디 보탰다. "경고하건대 이 중에 아직도 스노우볼의 첩자가 있습니다. 그 증거가 있습니다." 나흘 뒤 나폴레옹은 첩자를 잡아내기로 했다. 저녁 무렵 동물들은 마당으로 모였다. 가슴에 커다란 훈장을 달고 나타난 나폴레옹은 호위하던 개들을 향해 날카롭게 무어라 소리를 질렀다.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예감에 동물들은 겁에 질려 제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개들은 즉시 앞으로 나와 돼지 네 마리의 귀를 물고 끌어냈다. 그 돼지들은 나폴레옹에게 자주 불만을 보였던 자들이었다. 네 마리 돼지는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들의 죄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노우볼의 지시를 받고 온갖 자뿐 짓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자백을 마치자 개들이 목을 물어뜯어 버렸다. 나폴레옹은 다른 동물들을 향해 자백할 것이 있으면 빨리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암탉 한 마리와 거위 한 마리, 그리고 양 세 마리가 앞으로 나와 사소한 죄목을 고백했다. 그들은 학살당했다. 이렇게 자백과 처형이 얼마간 계속되었고 피비린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존스가 사라진 후 이 농장에서 어떤 동물도 살해당한 일이 없었는데..... 이런 일은 애초에 메이저 영감이 말하던 동물들의 낙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위대한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
끔찍스런 처형이 있고 며칠 후 클로버는 동물주의의 칠계명중에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있었음을 기억해냇다. 그녀는 뮤리엘을 데리고 가서 한 번만 더 계명을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뮤리엘은 그녀에게 계명을 읽어 주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계명은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된다.'라고 쓰여 있었다. 스노우볼과 공모한 동물들은 죄가 있으므로 '이유없이'죽인 게 아니었다. 사실 동물들은 '칠계명'이 나폴레옹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있는 대로만 믿고 있는 것이었다. 가을이 되어 마침내 풍차가 완성되었다. 동물들은 녹초가 되어 있었지만 앞으로 풍차가 돌면 보다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로 행복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걸작품을 황홀한 듯 쳐다보았다. 나폴레옹도 직접 시찰을 나와 풍차의 이름을 '나폴레옹 풍차'로 부르겠다며 선언했다. 나폴레옹은 요즘 '위대한 나폴레옹 동지'라 불리며 농장에서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한편 그는 농장에 쌓여 있는 목재를 팔아 돈을 벌 궁리를 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프레드릭이라는 농장주와 거래를 했는데 사람과 대등한 거래를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사실 나폴레옹은 프레드릭에게 속은 것이었으니 며칠후 대금으로 받은 돈이 위조 지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레드릭은 사기를 친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명의 건장한 남자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쳐들어왔다. 동물들은 용감히 나아가 싸웠지만 '소 외양간 전투'처럼 간단히 승리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동물이 늘어갔다. 그러는 사이 프레드릭 일당중 몇 명이 풍차로 다가가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은 외쳤다. "저걸 부순다고? 안 될걸!벽을 얼마나 두껍게 만들었는데 동지들 힘을 냅시다." 이때 사람들이 하는 짓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당나귀 벤자민이 조용히 말했다. "그럴 줄 알았지. 저들은 조금 있으면 폭발물로 풍차를 날려버릴거요." 동물들은 공포에 질려 떨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고 사람들이 멀리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 귀청이 찢어질 듯 한 큰소리가 났다. 새들은 멀리 날아가고 나폴레옹과 다른 동물들은 배를 땅에 대고 납작 엎드렸다. 그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풍차의 폐허뿐이었다. 분노한 동물들은 힘을 내서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계속 총을 쏘아 댔지만 결국 동물들이 승리했다. 그러나 참혹한 승리였다. 풍차는 온데간데없었고 많은 동물들이 죽었다. 또 부상당한 동물도 많았다. 복서와 동물들이 피를 흘리며 농장건물쪽으로 다가갔을 때 전투에서 꼬리조차 보이지 않던 스퀼러가 나타났다. 그때 스퀼러가 온 쪽에서 갑자기 한방의 총소리가 들렸다. "저 총소리는 무엇 때문입니까?" 놀란 복서가 물었다. "우리들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퀼러가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승리란 것입니까?" 복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의 뒷다리에는 총알 열두 개가 박혀있었다. "동지 무슨 승리라니요? 나폴레옹 동지의 위대한 영도력 때문에 우리는 이 땅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 "이건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것입니다." 복서가 말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승리란 말입니다." 스퀼러가 말했다. 나폴레옹은 그 전투를 '풍차전투'라고 이름짓고 자기 자신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복서의 죽음 이번 겨울도 지난 겨울만큼 고생스러웠다. 식량배금은 줄어들었고 굉장히 추웠다. 하지만 매번 나폴레옹과 스퀼러가 발표하는 보고서에는 농장생활이 나날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동물들은 나폴레옹이 하는 말을 곧이곧이대로 믿었다. 예전 생활이 어땠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에 비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올해 농장 수확은 풍작이었다. 하지만 농장은 자금난에 시달렸다. 풍차를 만들 돈을 저축해야 했고 농장 집에서 쓸 각종 물품을 사야 했기 때문이었다. 공동으로 수확한 건초와 감자가 팔리고 암탉들이 낳은 알이 팔려 나갔다. 그런데도 12월에 이어 2월에도 식량 배급이 줄어들었다. 체중이 늘어난 건 오로지 돼지들뿐이었다. 나폴레옹은 돼지새끼들을 다른 동물의 새끼들과 격리시켜 기르도록 했다. 이때부터 새로운 법이 생겼다. 돼지와 다른 동물이 길에서 마주치면 다른 동물이 길을 비켜주어야 했다. 모든 돼지들은 특별계급이었다. 복서는 다친 다리가 낫자 더 열심히 일했다. 그의 소원은 전투때 망가진 풍차가 다시 지어져서 잘 돌아가는 것을 보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몸이 말이 아니어서 살이 빠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클로버와 벤자민은 여러 번 건강을 돌보라고 충고했다. "복서 이제 당신은 열두 살입니다. 쉬어야 할 나이라고요. 말의 허파라고 마냥 튼튼한 건 아니에요." 급기야 어느 여름날 복서는 쓰러지고 말았다. "복서, 어떻게 된일이예요?" 놀라 달려온 클로버는 안타깝게 외쳤다. "폐를 다친 것 같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내가 없어도 당신들은 풍차를 완성할수있을겁니다. 나는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복서는 간신히 말을 했다. 잠시 후 복서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스퀼러가 연민이 가득 찬 표정으로 복서를 보러 왔다. 그는 나폴레옹 동지가 매우 애석해 했다면서 이미 병원에 연락했으니 곧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기했다. 며칠후 복서를 데리러 마차가 왔다. "빨리, 빨리요 !복서를 데려가려고 한단 말입니다." 벤자민 영감이 급하게 뛰어오며 외치는 것을 들은 동물들은 감독관 돼지의 명령도 무시하고 작업장에서 달려나갔다. "복서,잘가요.잘 가요!" 그들은 합창으로 인사했다. 그런데 갑자기 벤자민이 땅을 구르며 외치기 시작했다. "바보들, 바보들! 저 짐마차 옆에 뭐라고 써 있는 줄 알아! 저들은 폐마 도살장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여기저기서 공포의 외침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마차가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동물들은 힘껏 소리를 지르며 마차를 쫓아갔다. "복서! 복서! 뛰어내려요! 뛰어내려! 저들이 당신을 죽이려 해요!" 클로버는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복서가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잠시 후 달리는 마차에서 쿵쿵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복서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면서 발로 문을 찼지만 늙은 말의 힘으로 문짝을 부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쿵쿵거리던 소리마저 사라져 버렸다. 짐마차는 곧 동물농장을 빠져 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후로 다시는 복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스퀼러는 며칠 후 복서가 최고의 치료를 받다가 편안히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의심하는 한 웅성거림이 들리자 스퀼러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 마차는 원래 도살장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수의사의 것이고 아직 페인트를 지우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나폴레옹 동지를 믿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동물들은 그제야 진정할 수 있었다. 스퀼러의 말 대로라면 복서는 행복한 죽음을 맞은 것이었다. 며칠 후 돼지들은 복서를 위한 추모 연을 열기로 했다. 그날 밤 농장 집에서는 밤새 노랫소리와 싸움소리가 들렸다. 돼지들이 어디선가 돈을 구해 위스키를 샀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라진 낙원의 꿈 메이저 영감의 연설과 위대한 반란 이후로 몇 년이 흘렀다. 반란을 기억하는 동물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대부분이 늙거나 죽고 새로운 세대가 자리를 메웠다. 농장은 전보다 더 번창하고 있었다. 완성된 풍차는 전력발전이 아니라 곡식을 빻는데 쓰이고 있었고 그것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요즘은 새 풍차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더 이상 부유해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굶주렸고 짚단 위에서 잤으며 들에서 노동했다. 돼지들과 개들은 여전히 가장 많이 먹으면서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농장의 동물들은 '동물농장'이 세상에서 유일한 동물 자치 농장이란 사실과 자유가 있다는 것으로 자부심을 느꼈다. 최소한 여기에선 모든 동물이 평등했다. 어느 동물도 두 발로 걷지 않았고 어느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주인'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 옛날 메이저 영감이 말해 주던 동물 공화국의 낙원은 아직도 믿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실현되리라는 믿음으로 힘든 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무렵 동물들이 작업장에서 돌아오고 있을 때 갑자기 울부짖는 듯 한 말울음 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것은 클로버였다. 동물들은 달려가 클로버가 목격한 것을 보았다. 맙소사 돼지들이 두 발로 걷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채찍을 들고 마당을 돌며 행진했다. 그 뒤를 다른 돼지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따라 걷고있었다. 클로버는 벤자민을 데리고 창고 벽으로 갔다. 늙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계명을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모든 계명은 지워지고 새로운 하나의 계명만 적혀 있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욱 평등하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고급마차 두 대가 농장을 방문했다. 거기엔 근처 농장의 주인 내외들이 타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익숙하게 그들은 맞이하고 농장 집으로 안내했다. 농장 집에선 사람들과 돼지들의 연회가 열릴 참이었다. 나폴레옹은 근엄한 목소리로 연설을 했다. 그는 앞으로는 '동물농장'이 아니라 '매너 농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여러분, 잔을 듭시다 .매너 농장의 번영을 위해!" 호기심으로 밖에서 구경하고 있던 동물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돼지들은 돼지들인데 무언가 달랐다. 동물들은 한참 쳐다보았다. 마침내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확실해졌다. 떠드는 사람들과 돼지들의 모습은 구분을 할 수가 없이 닮아 있었던 것이다.
-----------------------------------------------------------------------------------------
평설 소설로 살아난 비판 정신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 체제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조지오웰.무엇보다 오웰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 체제의 문제와 겉으로만 평화를 부르짖는 권력자들의 허상을 문학을 통해 알리고자 했다. 그렇나 오웰의 신념이 구체화된 작품이 바로 동물농장이다. 1903년에 태어난 조지 오웰은 영국인으로 본명이 에릭 아더 블레어였다. 20대 초반에 그는 버마 (오늘날의 미얀마.오웰의 시대에는 영국의 식민지였음)에서 식민지 주재 경찰이었는데 그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폭압적인 식민정책과 버마인들을 다루는 경찰들의 태도에 동참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웰은 문학 창작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그는 버마를 떠나 유럽으로 갔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하지만 등단 후 처음 몇 년간은 인정받지 못하고 매우 궁핍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가 가난과 무명작가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1935년에 발표한 소설 미얀마 시절을 통해서였다. 오웰은 1936년 말경에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오웰은 좌익 인민 정부측에 가담)으로 참전했다. 그것은 사회주의자였던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공산주의와 실제로 경험한 공산주의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무엇보다 좌익 정당 내에서의 치사스런 권력다툼은 너무나 추악했다. 결국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귀국한 오웰에게 남은 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환멸뿐이었다. 이러한 스페인에서의 경험이 소설 동물농장을 낳게 했다.
-----------------------------------------------------------------------------------------
스페인 내전: 1936년 7월부터 1939년 3 월까지 벌어진 내전 .좌익 인민 전선 정부(공화주의자, 공산당 등의 연합정부로,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 수립된 정부)에 대해 군부와 우익의 여러 세력이 함께 일으킨 반란. 국제적 문제로 확대되었다가 결국 반란군의 승리로 끝났다. 스탈린(1879 -1953): 1924년 레닌이 죽은 후 소련의 지도자가 되었다. 트로츠키를 비롯한 정적을 모두 축출한 후 1930년대에 들어 독재 정치 체제를 수립했다. 1945년 발표된 동물농장은 공산주의, 특히 당시의 소련(구 소련을 말함. 지금은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로 나누어졌음)의 스탈린 독재 정치를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지배 계급을 돼지로 그린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소련인 들이 이 소설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리라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소련과의 관계를 의식한 영국 정부는 이 소설의 출판을 반대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이 발표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서구 사회(우익진영)가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좌익 진영과 공조 상태에 있던 때였다 전쟁 중에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과 영국,미국등은 손을 잡았고 ,그때까지 서로 평화를 지키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소련공산주의를 비판한 풍자한 소설이 환영받을 리 없었다. 이런 이유로 오웰은 우익과 좌익 모두에게서 배척받는 존재가 되었다. 발표당시에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동물농장은 20세기 최고의 정치 풍자 소설이자 우화소설(인간 사회의 일을 동물이나 사물을 의인화시켜 빗대어 표현하는 소설. 짧은 이야기로 도덕적 교훈이 담겨 있음 )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혁명이 성공을 거둔 후에는 어떻게 변질되는가, 권력자들과 정치가들이 어떤 식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억압하는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 반란을 선동하는 돼지 메이저 영감은 공산주의의 시조라 불리는 마르크스를 뜻하며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우볼은 스탈린에게 쫓겨난 트로츠키를 빗댄 것이었다. 소설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얼마동안 동물들은 계급차별이 없는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동물주의(즉 공산주의)의 이상이 실현되어 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곧 돼지들 사이에 권력다툼이 일어나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게 되고 그의 통치로 인해 농장에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생겨난다. 지배 계급인 돼지들이 인간의 모든 악습을 흉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결말은 당시 소련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이 작품이 오늘날에도 사랑 받는 이유는 권력의 타락이란 문제가 비단 어느 한 시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 소련의 공산주의를 비판한 것이었지만 사실상 이상적인 공약과 선동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혁명을 겨냥한 것이었다. 동물농장을 통해 나타난 오웰의 비판적 정치 의식은 1949년에 발표된 소설 1984년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핵전쟁이 일어난 후 지구상에 단 세국가만이 남는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오웰이 상상한 미래에는 국가 권력이 구문과 세뇌를 통해 기계처럼 복종하는 인간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모든 가치가 말살되는 전체주의 (개인의 모든 활동은 민족이나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이념 아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상 및 체제)사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1984년 오웰은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러한 사회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 했던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정신의 소유자 조지 오웰. 그는 정치색 짙은 소설로 인해 고난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자유를 두려원 할 줄 아는 자가 진정한 자유주의자요,지성에 재를 뿌리는 자가 지성인'이라는 오웰의 말에서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오웰은 1950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경고는 아직도 유효하다. 인간의 미래는 바로 인간자신의 손에 달린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
1945년 발표. 존스 농장의 동물들이 돼지의 지도 아래 혁명을 일으켜, 인간들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이상사회(理想社會)를 건설한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돼지만이 특권을 누리게 되고, 특히 수뇌들 사이의 권력투쟁으로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추방하고 난 다음부터 나폴레옹의 독재체제가 더욱 강화되어 혁명 전보다 더 심한 착취를 당하게 되며, 동물들의 의식까지도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공포사회가 형성되어 인간들과의 상거래(商去來)도 부활되고 만다.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정치 풍자소설로는 《걸리버 여행기》 이후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친다. 한국에서는 1948년 김길준(金吉俊) 번역으로 국제문화협회 출판부에서 처음으로 간행되었다.
----------------------------------------------------------------------------------------
●동물농장(動物農場, Animal Farm by George Orwell, 1945)-부제 <동화이야기>
인간 존스(Jones)의 장원(裝園)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수많은 동물들은 평소에 소홀한 대우를 받고 있던 차에, 늙은 수퇘지 올드 메이저(Old Major)의 유언에 따라서 반란을 일으킨다. 농장 주인 존스씨와 관리인들은 추방당하고, 동물들은 농장을 <동물농장>이라고 개명하여 희망한 미래를 향해서 진력한다.
그들의 지도자는 수퇘지인 스노우볼(Snowball)과 나폴레옹(Napoleon)과 스퀼러(Squaler) 등인데, 스노우볼은 풍차를 건설해서 농장을 기계화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러나 음모가인 나폴레옹은 이상주의자인 스노우볼을 추방하고, 그에게 가담했던 동물들도 차례로 처형해서 일약 독자자로 출세한다. 건설된 풍차가 한 번은 바람으로 붕괴되고, 두 번째는 농자의 탈환을 계획한 존스씨에 의해서 폭파되지만, 동물들은 그것으로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우직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만 하는 말(馬)인 복서(Boxer)가 있다. 그러나 그 복서도 결국 과로(過勞)로 쓰러진다. 복서는 지체없이 폐마(廢馬)로 도살업자에게 팔려간다.
수년 후 풍차는 다시 재건되어 생산은 향상되지만, 돼지 이외의 기타 동물들의 생활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일찍이 혁명 초기에 제정된 7개 강령(綱領)도 수정된다.
'두 다리는 나쁘고 네 다리는 좋다.'는 슬로건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로 둔갑(遁甲)되어 인근 농장주들과 상거래도 튼 돼지들은 그들을 초대하여 밤새도록 연회를 베푼다. 두 다리로 서서 인간들과 건배(乾杯)를 주고 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이제는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가를 식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동물농장은 장원농장으로 환원(還元)된 셈이다. 장원이란 농노(農奴)를 사역(使役)시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분화(分化)를 드러낸 중세기의 농장이다.
이 작품은 말할 것 없이 구소련에 대한 풍자(諷刺)소설이다. 작자는 1917년 2월 혁명에서 1943년의 테헤란회담에 이르기까지의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면서 스탈린의 독재(獨裁)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권력은 타락하게 마련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타락한다."는 말대로 어느 독재자가 권력을 남용할 때 그것이 어떤 책략(策略)으로 현실을 호도(糊塗)하면 어떤 조작으로 국민을 우롱(愚弄)하는가 하는 가장 가증(可憎)스런 실례를 오웰은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오웰의 문체(文體)는 명료하고 가식(假飾)이 없으며 강렬하고 경제적이며 소박하고 솔직하다. 게다가 구어체(口語體)의 모범적인 문장으로 영문의 이해는 물론 작문, 회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
이 소설은 1944년 2월에 완성되지만, 당시 소련은 영국의 동맹국이었기에 소위 외무부간의 간섭도 있고 해서 출판을 인수하는 곳이 없었다. 종전(終戰) 때인 1945년 8월이 되어서야 출판의 빛을 보게 된다. 그러나 머지 않아 미, 소의 냉전시대가 찾아오자 금방 일대 베스터 셀러가 되었다.
-----------------------------------------------------------------------------------------